고통의 미학(美學) - 한편의 수필이란

[청향(鄭貞淑)]

고통의 미학(美學)
-나에게 한편의 수필이란 - / 정 정 숙 


  수필은 작자가 체험한 진솔한 고백(이야기)이라고 한다.
형식에 구애 없이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 수필리라고 하지만 문학성이 있는 수필은 쓰기도 읽기도 
어렵다. 한 권의 수필집을 숙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우선 같은 분량의 시집이나 소설집에 비해 시간이 걸리고‘무엇이 
좋은 작품인가 아닌가.’를 구별하는 일이 의외로 까다롭다. 수필문학에 대한 바른 인식 없이 그냥 읽고 장을 넘기다보면, 한 개인의 
신변잡기도 될 수 있고 가슴에 쌓인 한의 넋두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수필에 있어서는 분별력 있는 수준 높은 작가를 만나는 
이상으로, 그 내용을 헤아리고 공감대의 가치를 이루는 독자를 만나는 것은 어렵고 드문 일인지 모른다.

  한편의 수필을 쓰는 작업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고 짓고 부스고 가꾸고 성찰(省察)해 가는 과정과 같은 것이다.
이는 소박하면서도 진실하고 지극히 애정 어린 ‘어떤 삶의 향기’의 표상(表象)이다. 수필에 있어서는 인간의 마음과 자연을 대하는 
마음을 카메라가 피사체를 찍듯이 다양하게 주장하는 구체적인 색깔이 깊이 있고 투명한 전 과정을 표현해야 한다. 자연을 볼 때는 
숲도 보지만, 한 송이의 꽃술이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여 그 미세한 움직임에도 눈길을 주어야 한다. 이런 마음의 눈으로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맑게 닦여진 깨끗한 마음의 렌즈를 늘 준비하고 온통 글 쓰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고. 즉 인간의 본성에 밀착하여 
있는 그대로를 그려내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관계 속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로 판단할 수 있는 예리한 통찰력도 가져야 한다.

  젊은 날 앞만 보던 맹꽁이의 삶, 나는 건강을 망가트린 어리석음으로 하여 의사의 오진과 대장종양 수술의 후유증은 난치병이 되고.
투병이라는 긴 터널에서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과 정열은 슬프게도 포기와 체념으로 묻어야 했다. 그래도 슬기로운 인간의 본성은
‘동물처럼 본능으로만 살 수는 없다’고 날개 짓하는 꿈과 이상! 수필을 통해서 이열치열로 토해내는 내면의 아우성인지 모르겠다.
인간에 대한 믿음과 실망 사랑과 용서 내려 놓아야하는 어굴함과 오기 자아와 이기심으로 뒤엉킨 독가스 즉 식탐으로 인한 음식물처럼
인간이 쏟아 내는 구역질나는 배설물 - 나는 찔끔거리는 설사와 메스꺼움 연소가 안 되는 가스에 짓눌려 자신과 싸우는 그 고독한 절규를
글로서 여과하고 조명하여 역겨운 냄새가 아닌 '맛과 멋’으로 조화를 이루며 향기를 풍겨 내는 것이 어렵고 아름다운 수필의 문학성임을.

  흔히들 건강을 잃으면 세상을 잃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좌절을 극복할 용기만 있으면 운명도 친구가 된다.'는 믿음마저 버릴 수 없다.
'글로써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지킨다.' 는 나만의 독자적인 세계가 필요하기에 투혼으로 투병하는 나의 삶 신병기를 쓴다. 세상 밖에서 
자신을 노출하는 내용일수록 젊고 탈력 있는 한편의 글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 건강으로 하여 천하를 잃은 아픈 이웃 누군가의 가슴
에 희망을 상기시킬 수 있는 한 줄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명화처럼’ 소망하는 마음으로 초심과 항심을 가슴에 새기며 혼魂 불을 태운다.
수필은 시. 소설과 같은 픽션이 아니고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넉 픽션이기에 표현이라는 과정을 통해 형상화 되는, 작가의 인생 경험 수련의
경지가 수필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많은 독서와 습작, 생각 등 삼다 주의로 기본을 다지는 과정을 거친 것이 곧 수필작품이다.

  획일적(劃一的)인 글은 권태를 몰고 온다. 수필은 일상적인 글감이라도 관점이 좋은 정서적 체험의 결과로 획득한 것이어야 한다.
작자의 신선한 안목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끄는 흡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문학성이 결핍된 신변잡문이 되기 싶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한 편의 수필이나 한 줄의 시라도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것도, 선천적인 재능과 소질이 있음도,
여가 선용은 더 더욱 아니기에 여려 편의 글보다 한편의 글이라도 첨삭과 퇴고의 과정이 글을 쓸 때보다 더 어렵고 힘들 때가 많다.
문장을 바꾸고 잘라내고 수정을 거듭하면서 처음에 적당하다고 생각 되던 내용이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발견할 때 충혈 된 건조 증
눈알이 뛰어나오듯 아프고, 속이 매스꺼워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하고 펜을 던지기도 하지만 글을 쓰면서 겸손을 배우기도 한다. 
자신의 손으로 쓴 수필 내용의 결함도 모르고 글을 쓰듯이, 살면서 고치지 못한 문장 같은 말과 행동이 알게 모르게 대인관계 
형성에서 많았을 테니까.

  속전속결로 살아가는 작금에, 영상 매체에 밀려 글 읽는 이가 드물고 책이 죽어가는 실정에 몇 줄 읽고 마는 글이라면, 나에겐 
고통스러운 한 편의 수필이 무슨 의미인가, 하는 자문자답도 자신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허황된 환상이요. 모두가 자기를 나타내고자 
하는 말 작란에 불과한 부질없는 짓거리일는지... 책장에 꼬자놓고 한번쯤 기억할 수 있는, 마디마디 아홉 마디 구절초향기가 묻어나는 
작자의 혼이 담긴 에세이에 대한, 그것이 설령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글쓰기와 맞물러 몰입하며 최고의 날 최후의 순간으로 투병을 
극복하며 살아간다고 고백한다. 그 열정! 간절할 때마다 사이버 '글방' 독자들의 눈길에 힘과 용기를 얻고 위안을 삼으며, 어떤 비평
가의 말대로 수필가보다 독자가 적을지라도 인연은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기에 - 나는 오늘도 생각 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고로 존재한다. - 자아정신 실행 불굴의 의지 승화 인생은 생각하는 존재다. 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

[메모] 2000년 ~ 4년 동안 3번의 왕복, 어쩜‘마지막 곳이 되어도 좋다’는 각오로 서부 캐나다 밴쿠버에서
요양 살이 하면서 보고 느낀 <03년. 내가 본 밴쿠버의 인상>을 교민신문 한국일보에 주 일회 연재로 올리면서... 
수필이라는 문장을 통해서 나만의 독자적인 세계가 필요 했습니다.
'글로써 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지킨다.' 는 투병인의 삶의 과정을.

-----Original Message-----
From: "청향"<jungjs777@hanmail.net> 
To: kwoniyong@naver.com
Sent: 10-01-30(토) 06:24:10
Subject: 숙제, 고통의 미학(美學)

권이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분당 서현 문화원의집 '월' 문학강의를 듣는 수강생 정정숙 입니다
작품을 내라시기에 부족한 글이나마 수필 한 편을 올립니다.
등단한지는 쾌 되었습니다만, 뿌리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자신 없는 글입니다
선생님 먼저 양해를 구하옵니다
대장이 내려앉은 기형으로 앉아 있으면 가스가 차서 졸곤 합니다
마땅히 뒤에 앉아야겠지만 선생님의 강의 한줄이라도 더 듣기위해이니 ...
뒤로 비스듬히  앉은 자세가  마땅치 안더라도 모른척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수필 글은 복사해서 그날 수강생 문우님들께 나누어 주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
정정숙 선생님  
    새벽에 써서 보내주신 메일 감사합니다.
    뭔가 궁금한 점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자칫하면 오해도 할 뻔 했는데,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주신 글을 통해  이해 이상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문학치료'를 믿습니다. 
 제게도 글 읽기와 글쓰기는 결국 치유의 여정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글벗, 길벗을 만나서 반갑고 기쁩니다.  문학교실 참여자 모두가 
서로 돕고 격려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함께 누리기를 소망합니다. 
  '고백'에 거듭 감사드리며, -   권이영 dream

[淸湖 이 철 우]

한결 같은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淸香 지기님의 옥고를 대하노라면, 절로 숙연해 지는 느낌입니다. 구절초처럼 꿋꿋함 영원토록 유지하시기를 빕니다. 더욱 건안하시고, 간필하시기를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