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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n 스크랩 학교에서 열린 리오하 7종 시음회
권종상 추천 0 조회 84 10.10.23 10:56 댓글 12
게시글 본문내용

 

요즘들어 학교에 등록하길 잘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제게 날아오는 이메일을 열어보면 학교에서 추천하는 와인 관련 산업의 취업 기회에 대한 정보들이 꼭 들어있습니다. 물론 그게 다 정식으로 풀타임 직장은 아니라도, 학생 자격에서는 생각해볼 수 있는 주말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도 관련 직종에서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모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학교에서도 와인 관련한 행사들을 많이 가진다는 겁니다. 저는 가지 못하지만, 돌아오는 일요일엔 학교에서 함께 모여 워싱턴주 동부로 포도를 수확하러 떠납니다. 그것도 그냥 이름없는 포도원이 아니라, 레드마운틴에서도 최고의 멀로를 재배하고 있는 클립선 빈야드 포도원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교수와 조교, 그리고 다른 강사들은 당연히 모두 가고,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오고 싶은 학생들은 오라는거죠. 특히 비티컬처, 즉 포도를 기르는 쪽으로 관심있는 학생들에겐 당연히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수강하고 있는 클래스에는 와인메이킹, 포도재배, 와인감별, 와인산업, 홍보 등 관련학과 학생들이 모두 들어야 하는 일종의 교양강좌이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있는 학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돌아오는 일요일에 저도 클립선 빈야즈로 뜨고 싶은데, 성당 일 때문에 매여 버렸네요. 어쩌면 엑스트라 크레딧, 그러니까 추가학점 줄 수도 있는데, 쩝. 함께 모여서 출발하고 싶으면 학교로 오전 다섯시 반까지 오라는군요. 하하.

 

어쨌든, 오늘은 마침 제 비번날인데, 학교에서 재밌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리오하 와인 7종 시음회였지요. 강사로 나온 이는 뉴욕의 젊은 스타 셰프인 에이드리안 무르시아 Adrian Murcia 였고, 그는 지난 해 리오하 지역으로 장기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과 자료들, 그리고 그가 추천하는 리오하 와인들을 나누고 싶어서 워싱턴주 서부의 유일한 와인교육 시설이라는 우리 학교를 찾을 생각을 한 것이지요. 물론 그 뒤엔 워싱턴주 와인협회의 지원과 이 와인을 수입하는 수입사의 지원도 있었을 것이지만, 어쨌든 '학교에서의 낮술'은 생각도 못했던 이벤터였던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또 몇해전 새로 지은 (일부는 아직도 공사중인) 학교의 강당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그것도 참 괜찮더군요. 학교 강당이 거의 컨벤션 센터처럼 되어 있었는데, 저는 학교 가서도 잘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이곳을 가 봤습니다.

 

스페인에서 훌륭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최고 산지는 자라고자(Zaragoza)의 서쪽에 위치한 에브로(Ebro)강 유역이라고 하지요. 프랑스 보르도에 포도 전염병이 만연하여 상인들이 보르도를 대체할 만한 지역을 물색할 때 발견된 곳이라고 합니다. 리오하(Rioja)지역의 대표적인 포도종은 템프라니요(Tempranillo)이지만 적지 않은 경우, 가르나차(Garnacha, 프랑스의 그레나슈와 같은 품종) 포도와 섞어 와인을 빚는다. 리오하 와인은 지역에 따라 특성이 전혀 다릅니다. 리오하 바하(Rioja Baja)지역의 와인은 알코올 함량이 높고 맛이 밋밋하며, 리오하 알라베사(Rioja Alavesa) 지역의 와인은 숙성이 짧아 금방 마실 수 있고 과일맛이 풍부하며, 리오하 알타(Rioja Alta) 지역은 고급 와인 생산의 중심이라고 합니다. 이는 토양의 차이 때문에 그렇지요.

평일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와인 관련학과의 다른 과 친구들도 많이 왔고, 학교에 등록하고 나서 몇번 클래스를 같이 들으며 친해진 로베르토와 로즈와 함께 앉아 열심히 떠들고 마셨습니다.

우리 학교 와인 쪽 스탭들만 아니라, 워싱턴주 와인협회의 고위 임원들도 몇몇 보였는데, 아마 그것은 요즘 들어서 워싱턴주에서도 불고 있는 스페인 원산 포도 품종 재배와도 관련이 있어 보였습니다.

 

어쨌든, 시음한 와인은 다음 순서대로였습니다. 일단  Monte Buena 의 코세차(리오하 바하) 2009. 젊은 와인(호벤)인데, 리오하 지역에서는 식당에 가면 일단 음식에 맞출 와인으로 이런 젊은 와인을 두어잔 하고서 나중에 다른 와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중간중간에 나온 스페인 음식 사진들은 사람들을 완전히 열받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우리에게 나온 안주는 크래커 뿐이었으니까요. 에이드리안은 자기가 준비했던 치즈가 제때 오지를 못해서 이렇게 된 것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밥 먹고 왔기에 망정이지 열 받을 뻔. 하하. 1백% 템프라니요 와인으로 스테인레스 스틸 숙성된 와인답게 꽃향기 농후하고 이스트 내음 펑펑 나며 걸리는 것 아무것도 없는 편안한, 어떻게 보면 '싸구려 내음 가득하기도 한' 와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피어나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소매가는 $11.99.

 

그 다음엔 Ondalan 의 크리안자 2006. 80% 템프라니요와 20%의 그라시아노의 배합으로, 이때부터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리오하'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14개월동안 미국산 오크통(75%)과 프랑스산(25%)에서 숙성시켰고, 리오하 특유의 의도적 산화를 시킨 느낌과 더불어 아로마보다는 부케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탕, 특히 몰라세스 향이 진하게 느껴졌는데, 아마 미국산 오크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짐작이 들었습니다. 소매가 $15.

 

그 다음엔 Conde de Valemar. 보데가스 발데마르의 2005년산 크리안자로 리오하 알라베사 지역의 와인입니다. 90%의 템프라니요와 10%의 마주엘로 포도의 배합. 미국산 오크통에서만 15개월을 숙성시켰는데, 처음엔 거의 불쾌하다시피 한 송진과 캬라멜 내음으로 열리다가 점점 이것이 가라앉으며 복합적으로 변합니다. 입안을 꽉 채우는 태닌의 느낌이 좋습니다. 가격 $15.

 

미구엘 앙헬 뮤로 Miguel Angel Muro 의 2006 크리안자는 리오하 알라베사의 와인으로, 100% 템프라니요 품종으로만 만들었고, 15개월간 미국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반반의 비율로 숙성됐습니다. 특히 이 와인은 박하뇌의 느낌이 확 다가와서 시음자들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만들었는데, 그 산도 역시 해물도 어느정도 받쳐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빠에야와 맞추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에이드리안에게 이런 느낌을 말했더니 그 역시 동감의 뜻을 표시하면서, 자기도 이 와인은 시푸드에 맞춰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 의견을 받쳐 주었습니다. 가격 $12.

 

로리뇽 Lorinon 은 보데가스 브레톤의 와인으로 2005년산 리오하 알타 와인으로 85% 템프라니요, 5%의 그라시아노, 5% 마주엘로, 그리고 5%의 가르나차(그레나슈)를 섞은 와인입니다. 22개월간을 오크통 숙성시켰으며 출시되기전 12개월은 병입 숙성시켰다는군요. 보데가스 브레톤 와이너리 자체가 구조가 탄탄하고 과일의 느낌을 잘 살리는 와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특히 박하의 느낌이 천천히 올라와 기분 좋았던 와인입니다. 산화된 듯 하지만, 그것이 의도적으로 진행됐음을 알려주는... 정말 스페인산의 하몽 한 쪽 놓고 먹으면 기가 막힐 듯 했습니다. 병당 $10.50.

 

보데가스 베로니아의 그란 리제르바 2001 은 아마 이 행사에서 나온 와인 중에 가격 대비 품질로 볼 때 최고일 듯 했습니다. 물론 스페인 와인들이 일반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과일의 느낌과 풍성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좋은 와인을 만들고, 이 때문에 요즘 이 지역의 와인 애호가들로부터도 사랑받는 것이긴 하지만, 이 와인은 크리미함과 스모키함이 기가막히게 어울려 있는 와인이었고 88%의 템프라니요, 8%의 그라시아노, 4%의 마주엘로가 혼합됐습니다. 30개월간 미국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됐습니다. 가격 $18.89.

 

오늘의 최고 스타는 발렌시소. 꽁빠냐 보데게라 발렌시소의 그란 리제르바. 2004년 리오하 알타 지역 와인으로 100% 템프라니요 품종으로만 만들었습니다. 14개월동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만 숙성시킨 별난 놈인데(리오하 지역의 미국산 오크통 선호도는 거의 황당할 정도입니다. 이들이 할 줄 아는 영어가 켄터키와 미네소타(미국 오크통 생산지)밖에 없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이들의 미국산 오크통 선호는 거의 신앙에 가까운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프랑스산 오크통으로만 숙성시키니, 다른 곳과는 아무래도 차별화되어 있다고 할까요. 밸런스 잘 잡혀 있고 좋은 와인이지만, 일단 가격 경쟁력은 좀 떨어질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와인이라는 느낌이 확 오는 것은 아마 이게 좀더 공들였다는 느낌도 함께 오기 때문이겠지요. 잘 정제된 부드러운 태닌의 느낌이 입 안에서는 꽉 죄는 느낌으로 바뀌다가 나긋나긋해집니다. 특히 은은한 부케가 일품. $40.

 

에이드리안 역시 와인 전문가이기 이전에 요리사이고, 그렇다 보니 음식과 와인의 궁합에 대해 상당히 강조를 했습니다. 이 지역의 음식들이 이 지역의 와인들의 스타일을 결정하게 됐다는 거죠. 또 제대로 와인 시음을 하기 전에 한두잔의 그해에 나오는 신선한 와인(Joven, '호벤'이라 읽으며 스페인어로 '젊다'는 뜻)으로 목을 축인 후에 다른 와인으로 옮겨가는 그들의 독특한 와인시음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스페인과 워싱턴주 와인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한가지 큰 공통점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자기들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싶었습니다. 우리 클래스의 학생들 치고 워싱턴 와인의 품질에 놀라 와인메이커가 되거나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반증하지요.

 

아무튼, 학교에 다니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재미난 일들을 많이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통해 친구들도 새로 사귀게 되고, 그들과 열정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누며 함께 한 길을 가는 것이 참 즐거운 일 같습니다. 어느새 다음주엔 '중간고사'를 봐야 하는군요. 참, 시간 빨리 갑니다. 이러다가 보면 금방 기말고사 치고, 그러다고 올해가 훌쩍 가 버리겠지요. 그래도 올해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뭔가를 채우며 간다고,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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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0.23 17:16

    첫댓글 와인에 대해 내공을 대단히 많이 쌓으신 것 같습니다. 전 완전 문외한이지만..... 제 지인이 부에노스에 사는데
    몇 년 전부터 와인을 공부한다더니만 요즘 포기 한 것 같드라구요. 정말 어렵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작성자 10.10.23 19:33

    좋아하니까 하는 거지요... 내공으로 보이는 부분은 아마 그동안 제가 와인에 돈을 엄청 썼다는 것의 반증? 하하.

  • 10.10.23 22:15

    ~~음...~~!!
    저도 와인을 즐겨마시고 좋아하는 가장 유일한 술(술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요...^!^) 시음회에서 7종 와인 맛을 보고 싶어지는군요..
    그루지아 와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도 궁금하구요...~~!!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일을 할때가 삶에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소중하고,,, 값지고,,, 귀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주 멋있는 삶을 사시는분이신거 같습니다..
    책도 쓰시고,,, 우체국에서 일하시고,,, 이렇게 와인공부의 매력에 빠져서 행복함을 즐기실수 있으니 말이에요...
    카톨릭의 54일 기도에 환희, 고통, 영광이 있지요... 그길을 거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 10.10.24 02:33

    감사합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게 행복해서... 그렇게 사는 거지요.

  • 10.10.24 05:35

    그지야 와인이 그리 좋은 모양이지요, 은 근히 한 번 맛 보고 싶게 만드네요..흑해 가는 배가 없나?

  • 10.10.24 03:18

    하~ 학교에서 온 술 다 내놓고 맞 좀 보라니.... 이보다 더 좋은 학교가 있겠습니까?
    리오하는 스페인에도 있지만 알젠틴도 있던데 거기 산골 술도 꽤 알아준다고 하더군요.
    하긴 세상에 자기 동네 술이 맛 없다고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 작성자 10.10.25 00:58

    아, 아무래도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동네이니 이름 같은 동네가 있는 모양이군요. 하하.

  • 10.10.25 15:32

    아르헨티나의 라 리오하는 알헨에서 가장 오래 된 포도산지이고 달의 계곡으로 유명합니다.
    혹성탈출 비슷한 외계영화 찍기에 적당한 지형이라서... ^^

  • 10.10.24 17:07

    참, 부럽게 인생을 사시는군요. 어디 위스키 블랜딩 학교는 없나요?? 낮 술이라~,괜히 낮부터 땡겨서 맥주라도~~ㅋ~

  • 작성자 10.10.25 00:59

    예... 아마 위스키 블렌딩 학교는 미국에서는 켄터키나 테네시 쪽에는 있을 듯 합니다. 이른바 '버번'이란 걸 만드는 곳이 켄터키와 테네시 쪽이니까...

  • 10.10.25 15:33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죠.
    학생들이 공부 잘 하는 것도 성취감을 대단히 많이 느낄 수 있듯이... ^^

  • 작성자 10.10.25 20:20

    흐흐... 두고봐야죠. 내일이 중간고사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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