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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Chapter 2 코제트 - 약속(2)
코제트는 바싹 말라 나이는 8살인데도 6살밖에 안 되어 보였다. 입 언저리는 중병 환자처럼 일그러져 있었고 눈은 너무 울어서 짓물러 있었다. 불빛에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이고 해진 옷 사이로는 테나르디에 부인에게 얻어맞아 멍이 든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코제트의 목소리와 눈길 그리고 침묵에서까지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이 뚜렷이 나타났다.
불현듯 부인이 소리쳤다.
“참, 빵은 어쨌니?”
코제트는 빵에 관한 것은 깡그리 잊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겁먹은 어린이가 쓰는 수단을 이용했다.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아주머니, 빵집은 문이 닫혀 있었어요.”
“그럼 문을 두드리면 되잖아?”
“두드려봤어요.”
“그런데?”
“문을 알 열어 줬어요.”
부인이 말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 거짓말을 했다면 혼내 줄 테다. 어쨌든 15수나 이리 내놔!”
코제트는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 15수짜리 동전이 없어졌던 것이다.
부인이 소리를 질렀다.
“이봐! 내 말이 안 들려?”
코제트는 주머니를 뒤집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돈이 어디로 갔을까. 소년은 가련하게도 한마디도 못하고 돌처럼 굳어 있었다. 부인이 호통을 쳤다.
“잃어버렸니, 15수를? 아니면. 훔칠 작정인 게냐?”
테나르디에 부인은 난로 곁에 걸려 있는 채찍 쪽으로 팔을 뻗었다. 이 무서운 동작을 보고 코제트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
“아주머니, 용서해 주세요! 아주머니! 앞으로는 조심하겠어요!”
부인은 채찍을 들었다. 그동안 누런 프록코트를 입은 사나이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끼 주머니를 더듬었다. 다른 손님들은 먹고 마시며 카드놀이를 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코제트는 거의 발가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팔을 움츠리고 난롯가에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부인이 채찍 든 팔을 쳐들었다. 그 순간 사나이가 몸을 구부려 마루에서 무언가 집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여보세요, 아주머니. 아까 그 아이 앞치마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 이것 아닌가요? 자, 이것입니다.”
사나이는 일어서면서 은화 한 개를 테나르디에 부인에게 내밀었다.
“그래요, 이거예요.”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20수짜리 은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은 이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은화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소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코제트는 부인이 말하는 이른바 구석으로 돌아갔다. 낯선 손님을 자세히 바라보는 소녀의 큰 눈은 아직 소박한 경이를 나타내는 데 지나지 않았으나, 여기에는 일종의 신뢰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때 문 하나가 열리면서 에포닌과 아젤마가 들어왔다. 그들은 아주 귀여운 소녀였다. 시골 아이라기보다는 도시 아이들이라고 할 만큼 무척 아름다웠다. 한 아이는 윤기 있는 밤색 머리칼을 밋어 올렸고 또 한 아이는 갈색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원기있고 똘똘해 보였으며 포동포동하게 살이 쪄서 보기에도 건강한 것 같았다. 옷은 두껍게 껴입고 있었음에도 세심한 어머니의 배려로 조금도 맵시가 구겨져 있지 않았다. 겨울 차림새인데도 봄을 맞이하는 산뜻함이 곁들여 있었다. 이 두 아이에게서는 밝음이 발산되고 있었다. 더구나 그 아이들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옷차람이며 쾌활함이며, 떠들어 대는 폼에서도 집안사람들이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었다.
두 아이가 들어왔을 때 어머니는 꾸짖는 듯한 투로 “아니, 너희들 왜 나오는 거냐?고 말했지만 여기에는 귀여워 못 견디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부인은 아이들을 무릎에 하나씩 앉히고 머리를 매만지는가 하면 리본도 고쳐 매 주는 등 어머니 특유의 애정을 표시하며 말했다.
“도대체 이 꼴이 뭐냐?”
딸들은 난롯가에 와서 앉았다. 인형을 무릎에 놓고 어루만지며 즐겁게 재잘거렸다. 코제트는 이따금씩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것을 슬픈 듯이 바라보았다.
에포닌과 아젤마는 코제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코제트는 개나 마찬가지였다. 이 세아이의 나이를 합쳐도 스물네 살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른들의 사회 전체를 대표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선망이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경멸이 있었다.
테나르디에 자매가 가지고 있는 인형은 낡고 빛이 바랜 것이었으나, 코제트가 볼 때에는 훌륭한 것이었다. 코제트는 태어난 후로 지금까지 인형을, 어린이라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빌린다면, 참말이지 인형을 한번도 가져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방 안에서 서성서리던 부인은 코제트가 일을 않고 딸들이 노는 모습을 얼빠진 듯 바라보고 있자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 계집애가! 그따위로 한눈을 팔며 뜨개질은 언제 하니! 매를 때려서라도 일하도록 만들겠어.”
사나이가 의자에 앉은 채 부인을 돌아보았다. 그는 두려운 듯한 모습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주머니. 좀 놀게 내버려 두세요.”
여자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일을 시켜야 해요. 밥을 먹고 있으니까. 재미로 키우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저 애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손님은 누추한 옷차림과 인부와 같은 인상에 어울리지 않는 공손한 말로 물었다. 부인은 젠체하며 대답했다.
“양말을 짜고 있어요. 우리 딸들의 양말이 다 떨어져서 이러다간 맨발로 다닐 판이에요.”
사나이는 코제트의 벗은 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양말은 언제 다 뜨게 됩니까?”
“적어도 3-4일은 더 걸려요. 게으른 계집애니까.”
“양말 한 켤레가 얼마나 하는데요?”
부인은 멸시하는 듯한 시선을 사나이에게 보냈다.
“최소한 30수는 돼요.”
사나이가 말했다.
“그럼 5프랑 드릴 테니 파시겠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부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저런 굉장하군. 5프랑이라니!”
부인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생각했다.
“글쎄요, 손님이 원하신다면 이 양말을 5프랑에 드리죠. 우린 손님들 말이면 뭐든지 다 들어 드린답니다.”
이어 부인이 뚝 잘라 말했다.
“현금으로 즉시 지불해 주세요.”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5프랑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그 양말을 사겠습니다. 여기 있어요.”
사나이는 코제트를 향해 말햇다.
“자아, 네 일은 내가 맡았다. 이제는 놀아도 된다.”
마부는 5프랑짜리 돈을 보고는 깜짝 놀라 컵을 내려놓고 가까이 갔다.
그는 돈을 살펴보며 외쳤다.
“야아, 진짜다! 진짜 5프랑이야. 가짜가 아니야!”
부인은 가까이 가서 아무 말 없이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부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표정에는 증오의 빛이 떠올랐다.
한편 코제트는 떨고 있었다. 소녀는 겁먹은 표정으로 물었다.
“아주머니, 정말이에요? 놀아도 되나요?”
테나르디에 부인은 잔뜩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놀려무나.”
코제트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소녀는 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으나, 그 작은 영혼의 전체는 손님에게 감사를 보내고 있었다.
테나르디에는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못 본 척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부인이 남편의 귀에 입을 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도대체 저 누런 옷을 입은 사나이는 누굴까요?”
남편은 거만하게 대답했다.
“저렇게 허름하게 차리고 다니는 백만장자도 더러 있지.”
코제트는 뜨개질을 그쳤으나 제자리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소녀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뒤에 있는 상자에서 낡은 누더기와 납으로 된 작은 칼을 꺼냈다.
에포닌과 아젤마는 인형놀이에 싫증이 났다. 두 소녀는 인형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고양이를 붙잡고 놀기 시작했다. 에포닌은 고양이가 몸부림치는 것을 억지로 붙들고 울긋불긋한 헝겊과 누더기로 옷을 입히고 있었다. 이처럼 중대하고도 어려운 일을 하면서 그녀는 동생인 아젤마에게 귀엽고도 어린애다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귀여움은 나비의 날개와도 같아, 붙잡으려 하면 날아가고 마는 것이다.
“얘, 이 인형이 저것보다 더 재미있어. 움직이고 소리도 나고 따뜻하잖아. 이거하고 놀자. 이게 우리 아기야. 나는 엄마고. 내가 너한테 가면 네가 이 아기를 보아야 해. 너는 우리 아기 수염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또 귀를 보고 꼬리를 보고 놀랄 거야. 그러면 너는 ‘어머!’하고 말하겠지?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네, 아주머니 이게 우리 아기입니다. 요즘 애들은 모두 이렇거든요’하고 말이야.”
아젤마는 감동한 듯이 언니 에포닌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한편 손님들은 상스러운 노래를 부르며 천장이 떠나갈 듯이 웃고 잇었다. 테나르디에도 여기 끼어들어 박자를 맞추었다.
새가 무엇으로든지 보금자리를 만들 듯 아이들도 무엇으로나 인형을 만든다. 에포닌과 아젤마가 고양이에게 옷을 입히고 있는 동안 코제트는 칼에 옷을 입혔다. 그녀는 이것을 가슴에 안고 토닥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다.
갑자기 코제트가 노래를 그쳤다. 테나르디에의 딸들이 고양이와 놀기 위해 팽개친 인형이 코제트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 인형은 부엌 탁자 가까이에서 뒹굴고 있엇다. 코제트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기 인형을 곁에 내려놓고 천천히 사방을 둘러 보았다.
아주머니는 자기 남편과 이야기하며 돈을 세고 있었다. 에포닌과 아젤마는 고양이와 노는 데 열중해 있고, 손님들은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무도 코제트를 주시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코제트는 살금살금 탁자 밑으로 기면서 한 번 더 사방을 둘러보았다. 소녀는 그 인형을 집어 들어 제자리로 돌아왔다. 소녀는 안고 있는 인형이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돌아앉았다. 인형과 놀아 본 일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이것은 강렬한 기쁨이었다. 이 기쁨은 15분 가량이나 계속되었다.
코제트는 아주 조심을 하고 있었으나, 인형의 한쪽 다리가 밖으로 드러나 보인다는 것 그리고 난롯불이 그것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림자 밖으로 나와 있는 분홍빛 다리가 그만 아젤마의 눈에 띄었다. 아젤마가 에포닌에게 말했다.
“저것 봐, 언니.”
두 소녀는 놀기를 그쳤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코제트가 인형을 만지다니! 에포닌은 고양이를 안은 채 어머니한테 가서 소매를 잡아끌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귀잖아! 왜 그러니?”
“엄마, 저것 좀 봐.”
그러면서 코제트를 가리켰다. 코제트는 인형에만 열중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 부인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코제트!”
코제트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떨며 돌아보았다. 잠시 기쁨에 차 있던 눈은 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이 사이에 그 사나이도 일어서 있었다.
그가 부인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부인은 코제트의 발아래 떨어져 있는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 보세요!”
사나이는 다시 물었다.
“그게 어쨌다는 것입니까?”
부인이 대답했다.
“저 거지 같은 년이, 건방지게 우리 아이 인형에 손을 댔어요.”
사나이가 말했다.
“그 정도의 일로 이렇게 소란을 떠는 것입니까? 인형을 가지고 좀 노는게 어때서요?”
부인은 소리쳤다.
“저 더러운 손으로 인형을 만졌어요! 저 더러운 손으로!”
부인은 화가 나 있었다. 코제트가 서럽게 울었다.
“뚝 그치지 못해?”
사나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부인은 사나이가 없는 것을 기회로 탁자 밑에 있는 코제트를 세차게 걷어찼다. 코제트는 더욱 흐느껴 울었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사나이가 들어왔다. 그는 두 손에 큰 인형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동네 여자아이들이 눈독을 들였던 그 인형이었다. 그는 이것을 코제트 앞에 세워 놓으며 말했다.
“이걸 가지거라.”
코제트는 눈을 들었다. 사나이가 그 인형을 가지고 자기 앞으로 오는 모습이 마치 태양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까지 들어 본 일이 없는 ‘가지라’는 말도 들었다. 코제트는 사나이를 바라보고 인형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탁자 밑 벽 쪽 구석으로 깊이 숨어 버렸다. 코제트는 이제 울지도 않았고 흐느끼지도 않았다.
부인과 그 딸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 손님들조차 술 마시기를 그쳤다. 술집 전체가 장엄한 침묵에 휩싸였다. 부인은 돌처럼 굳어서는 다시 억측을 하기 시작했다.
‘저 늙은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가난뱅이일까 아니면 부자일까?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몰라. 도둑일 거야.’
남편의 얼굴에는 특징적인 주름이 졌다. 그것은 지배적인 본능이 야수와 같은 힘으로 나타날 때 인간의 얼굴에 생기는 그러한 주름살이었다. 그는 인형과 사람ㅇ르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치 호주머니를 살피는 것처럼 사나이를 뜯어보고 있었다. 그것은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아내 곁으로 가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저 물건은 적어도 30프랑은 될 거야. 서툰 짓을 하면 못 써. 저 사내 앞에서는 굽실거려야 해.”
야비한 본성은 이내 태도를 바꾼다는 점에서 소박한 본성과 공통된다. 부인이 말했다. 그녀의 음성은 애써 상냥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심술궂은 사탕발림으로 된 것이었다.
“자, 코제트야 인형을 가지려무나.”
코제트는 두려워하며 구석에서 나왔다. 테나르디에는 코멘 소리로 말했다.
“귀여운 코제트야, 아저씨가 주시는 것이니 받아라. 네 것이니까.”
코제트는 그 훌륭한 인형을 두려운 듯이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 눈물로 얼룩져 잇었으나 눈은 새벽하늘처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그 인형에 손을 댄다면 벼락이라도 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코제트는 아주머니가 자신을 꾸짖고 때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형에 끌리는 마음이 더 강했다. 소녀는 인형 가까이 가서 부인을 돌아보며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정말 받아도 괜찮아요?”
절망과 공포와 황홀함을 동시에 갖춘 코제트의 그 모습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부인이 대답했다.
“암, 괜찮고말고. 저건 네 거라니까. 이 손님께서 네게 주시는 거란다.”
코제트는 말을 이었다.
“정말이에요, 아저씨? 이게 정말 제 것인가요? 이 여왕님이?”
그 사나이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울지 않기 위해 묵묵히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코제트에게 끄덕여 보이고는 ‘왕비님’의 손을 작은 소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코제트는 갑자기 몸을 움츠렸다. 마치 왕비님의 손이 뜨거운 것이나 되는 것처럼. 그러고는 마룻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이때 소녀가 혀를 날름 하고 내밀었다는 사실도 여기 덧붙여 두어야 하겠다. 그러다가 소녀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인형을 끌어안았다. 소녀가 말햇다.
“인형에게 카트린이란 이름을 붙여야지.”
코제트가 입고 있는 낡은 누더기 옷이 인형의 리본과 분홍빛 모슬린과 한데 어울렸다. 코제트가 계속해서 말햇다.
“아주머니. 이것을 의자 위에 놓아도 되나요?”
남편이 대답했다.
“물론이지.”
이제는 에포닌과 아젤마가 부러운 듯이 코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코제트는 카트린을 의자에 앉히고 자기는 마룻바닥에 앉아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보았다. 사나이가 말했다.
“가지고 놀아, 코제트.”
소녀가 대답했다.
“지금 놀고 있는 중이에요.”
신이 코제트에게 보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나그네, 그 낯선 사나이는 이때 테나르디에 부인에게 있어서는 세상에 없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참지 않음녀 안 되었다. 아내는 남편의 어떤 행동도 흉내 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으나 이때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딸들을 재우고, 노런 옷을 입은 사나이에게 코제트를 자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코제트는 카트린을 안고 자러 갔다.
사나이는 탁자에 팔을 괴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이 지났다. 테나르디에 부부만이 예의와 호기심에서 식당에 앉아 있었다. 부인이 중얼거렸다.
“이대로 밤을 셀 작정인가?”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자야겠으니, 당시는 좋을 대로 하세요.”
남편은 한쪽 구석에 있는 탁자에서 촛불을 켜고 <쿠리에 프랑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한 시간 남짓이 지나갔다. 테나르디에는 이 신문의 날짜에 인쇄된 이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세 차례는 더 읽었다. 그동안 손님은 몸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테나르디에는 몸을 움직이며 기침도 하고 침도 뱉어 보았다. 코를 풀고 의자 소리도 내어 보았다. 그러나 사나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든 것이 아닌가 하고 테나르디에는 모자를 벗고 가까이 다가가서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선생님, 주무시지 않겠습니까?”
‘자지 않겠습니까?’라는 말만으로도 그에게는 지나친 친절로 들렸을 것이다. 하물며 ‘주무시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은 사치스럽고 존경이 깃들인 말이었다. 이러한 말은 이튿날 아침 계산서의 숫자를 늘리게 하는 신기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는 방은 20수이지만 주무시는 방은 20프랑이나 되는 것이다.
사나이가 말했다.
“아, 참 그런데 마구간은 어디 있죠?”
테나르디에는 애교 있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안내하겠습니다.”
주인은 촛불을 들고 사나이는 보따리와 지팡이를 들었다. 테나르디에는 2층에 있는 방으로 손님을 안내했다. 그곳은 아주 훌륭한 방으로서 가구는 모두 마호가니였고 배 모양의 침대가 있었으며 붉은 커튼이 쳐 있었다.
“아니, 여긴 어딥니까?”
주인이 말했다.
“저희가 혼인할 때 쓴 방입니다. 지금은 다른 방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는 일 년에 세 번이나 네 번밖에 쓰지 않습니다.”
“마구간도 괜찮은데.”
테나르디에는 사나이의 말을 못들은 체했다. 그는 벽난로 위에 있는 2개의 새 초에 불을 켰다. 난로에서는 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
테나르디에가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누워 있었으나 잠든 것은 아니었다. 남편의 발소리를 듣자 그녀가 돌아누우며 물었다.
“여보, 내일 코제트를 쫓아내겠어요.”
“좋도록 하구려.”
테나르디에는 그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분 후 촛불이 꺼졌다. 한편 손님은 보따리와 지팡이를 한구석에 놓았다. 주인이 나가자 그는 그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신발을 벗고 촛불 하나를 끈 다음 다른 하나는 손에 들었다.
이어 그는 문을 열고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방을 나섰다. 복도를 지나 계단께로 가니 어린애의 숨결 같은 조용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소리 나는 방향을 따라, 계단 밑에 만들어졌다기 보다 계단 그 자체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옳을 삼각형 벽장 비슷한 데로 갔다. 그 벽장은 계단 밑의 틈바구니에 불과했다. 거기에는 온갖 헌 바구니와 깨진 병들과 함께 거미줄이 쳐지고 먼지가 낀 침대가 하나 있었다. 침대라고는 하지만 구멍이 뚫려 속에서 짚이 비어져 나온 이불이 있을 뿐이었다. 이불 위에 까는 천 하나도 없었다. 그런 침대가 마룻바닥에 놓여 있었다. 코제트는 이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사나이는 침대 가까이 가서 코제트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옷은 입은 채였다. 겨울에는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으려고 옷을 입은 채로 자는 것이다.
소녀는 어둠 속에서 크게 뜬 눈을 빛내고 있는 인형을 꼭 안고 있었다. 때때로 소녀는 잠에서 깨려는 것처럼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마치 경련이 일어난 듯 인형을 꼭 껴안는 것이었다. 침대 곁에는 나막신이 한 짝밖에 없었다. 코제트가 있는 침대 옆에 문하나가 열려져 있고 그 문으로 큼직한 방 하나가 보였다. 구석에 희고. 깨끗한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사나이는 그리로 들어갓다. 그것은 에포닌과 아젤마의 침대였다. 그 침대 뒤로 커튼이 없는 버드나무 요람이 반쯤 보였다. 그 안에는 초저녁부터 요란스럽게 올어 대던 사내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사나이는 그 방이 테나르디에 부부의 방과 잇닿아 있는 것이라 추측했다. 그는 돌아서려 하다가 문득 시선이 벽난로 쪽으로 갔다. 여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불을 지펴도 불길이 조금밖에 없어 무척 추워 보이는 그러한 벽날로였다. 거기에는 불기가 전혀 없고 재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사나이의 시선을 끈 것이 있었다. 그것은 크기가 다른 두 짝의 귀여운 어린이 신발이었다. 사나이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친절한 요정이 멋진 선물을 난로 곁의 신발에 넣어 준다는, 예로부터 전하는 우아한 전설을 생각해 냈다. 에포닌과 아젤마도 이것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나이는 몸을 구부렸다. 요정, 즉 두 아이의 어머니는 방문을 끝마친 뒤였다. 어느 구두에도 번쩍번쩍 빛나는 10수짜리 동전이 들어있었다.
사나이는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벽난로의 구석진 곳에 또 하나의 물건이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나막신 한 짝이었다. 아주 초라한 나막신으로 낡고 흙이 묻어 있었다. 코제트의 것이었다. 코제트는 아무리 배신당해도 실망하지 않는 어린이다운 믿음을 갖고, 역시 자기 신발을 여기 가져다 놓은 것이다.
절망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던 어린이의 희망이란 이처럼 숭고하며 아름다운 것이다.
그 나막신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나이는 조끼를 뒤지며 몸을 굽혀 코제트의 나막신 속에 1루이(20프랑)짜리 금화 하나를 넣었다. 그는 살금살금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새벽에 사나이는 출발 준비를 했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코제트를 쫓아낼 작정이었으므로, 사나이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하자 순순히 승낙했다. 하지만 남편은 빈틈이 없었다. 그 가련한 종달새를 끝까지 쥐어짜려고 했던 것이다. 1,500프랑을 청구하였음에도 사나이는 태연히 지불했다. 코제트는 사나이가 가지고 온 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얼마 후 사나이와 코제트는 그곳을 떠났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하는 대로 맡겨 두었다. 그녀는 굉장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나이와 코제트가 떠난 뒤 남편은 15분가량 그대로 서 있다가, 아내를 불러서 그 돈을 보였다. 아내가 말했다.
“겨우 이거예요?”
그들이 결혼한 이래 아내가 남편을 못마땅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비난은 적중했다. 남편이 말했다.
“과연 그렇군. 내가 바보였어. 모자를 이리 줘.”
테나르디에는 500프랑짜리 지폐 석 장을 집어 주머니에 넣고는 바삐 밖으로 나갔다. 그는 방향을 잘못 잡아 처음에는 오른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근처 사람에게 물어 그들이 간 길을 알게 되었다. 종달새와 그 사나이가 리브리 쪽으로 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혼자 중얼거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사내는 과연 해진 옷을 입은 백만장자임에 틀림없어. 그런데도 나는 바보같이. 녀석은 처음에 20수, 그리고 5프랑, 이서서 50프랑 마지막으로 천5백 프랑을 서슴없이 냈어. 1만 5천 프랑이라 해도 낼지 몰라. 어쨌든 빨리 쫓아가야지.”
더구나 아이를 위해 미리 보따리를 준비해 온 것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거기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 것이다. 비밀을 잡았으니 놓칠 수 없다. 부자의 비밀이란 황금을 머금은 해면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쥐어짜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갑자기 테나르디에는 걸음을 멈추고 중요한 것을 잊어 되돌아가려는 사람처럼 이마를 때렸다. 그가 중얼거렸다.
“총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걸!”
그는 잠시 망설인 끝에 생각했다.
‘이러다가 놓쳐 버리겠다.’
그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고새의 무리를 발견한 여우처럼 거의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늪을 지나 벨뷔 가도 오른쪽에 있는 큰 공터를 가로질렀다. 언덕을 거의 한 바퀴 돌아 셸 수도원의 옛 수도관 위로 달리는 작은 길에 나서는데 덤불 위에 낯익은 모자가 보였다. 그 사나이의 모자였다. 덤불은 낮았다. 테나르디에는 사나이와 코제트가 거기 않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여인숙 주인은 덤불을 돌아 그 둘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실례입니다만, 선생님. 이 천 5백 프랑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지폐 석 장을 사나이에게 내밀었다. 사나이는 눈을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오?”
테나르디에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코제트를 돌려 달라는 뜻입니다.”
코제트는 몸을 부르르 떨며 사나이에게 안겼다. 사나이는 테나르디에를 노려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코제트를 돌려 달라고요?”
“그렇습니다. 돌려주십시오.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사실은 이 아이를 넘겨줄 권리가 제게는 없습니다. 저는 정직한 사람이거든요. 이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그 어머니의 자식입니다. 이 아이 엄마가 맡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보낼 수가 없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죽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아이 어머니 서명이라도 있는 글을 가져온 사람에게 주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한 넘겨줄 수가 없어요.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사나이는 잠자코 주머리를 뒤적거렸다. 테나르디에가 보니 지갑을 꺼내고 있엇다. 그는 속으로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생각했다.
‘옳거니! 조심해야지. 나를 매수할 작정이군.’
사나이는 지갑을 열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곳에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숲에도 골짜기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사나이는 지갑을 열더니 테나르디에가 기대한 지폐가 아닌 한 장의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는 이것을 펼쳐 여인숙 주인에게 내보이며 말했다.
“좋소, 그러면 이것을 읽어 봐요.”
테나르디에는 종이쪽지를 받아서 읽었다.
몽트뢰유쉬르메르
1823년 3월 25일
테나르디에 귀하
코제트는 이 사람에게 보내 주세요.
사소한 비용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삼가 감사를 드립니다.
팡틴
사나이가 말했다.
“이 서명을 알고 있을 테죠!”
그것은 분명히 팡틴의 서명이었다. 테나르디에는 이를 인정했다. 무어라 대답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두 가지 억울함을 느꼈다. 바라고 있던 매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억울함과 졌다는 억울함이었다. 사나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만일을 위해서라도 이 쪽지를 잘 보관해 두시오.”
테나르디에는 정연히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이 서명은 아주 비슷합니다. 할 수 없죠.”
그는 필사의 노력으로 이렇게 덧붙엿다.
“좋습니다. 당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합니다. 하지만 편지에 쓰인 대로 자잘한 비용은 지불해 주셔야죠. 상당한 액수가 되는 걸요.”
사나이는 일어서서 검불이 붙은 소매를 털며 말했다.
“테나르디에 씨, 정월에 이어 이 아이 어머니가 한 계산에 따르면 120프랑의 빚이 있다고 합니다. 당신은 2월에 5백 프랑을 청구하여 2월 말에 3백 프랑 3월 초에도 3백 프랑을 받았고. 그때로부터 9개월이 지났으니, 애초에 약속한 월 15프랑씩 따지면 134프랑이 되오. 그런데 당신은 이미 백프랑을 더 받았으니까 나머지 35프랑을 더 주면 되는 것이오. 그런데도 나는 아까 천5백 프랑을 주었소.”
테나르디에는 함정에 빠진 이리가 재갈을 물릴 때 느끼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는 이리와 똑같은 짓을 했다.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다. 그의 대담한 행동은 전에도 한 번 성공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공손한 태도를 버리고 대들었다.
“이름도 모르는 친구. 코제트를 돌려주든가 3천 프랑을 내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하시오.”
사나이가 조용히 말했다.
“이리 온 코제트야.”
사나이는 왼손으로 코제트의 손목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당에 놓았던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테나르디에는 그 지팡이가 굵은 것과 이곳이 아무도 없는 장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인숙 주인이 멍청히 서 있는 동안 사나이는 코제트와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테나르디에는 멀리 사라져 가는 사나이의 약간 굽은 듯한 큰 어깨와 굵은 주먹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빈약한 팔과 말라빠지니 손을 내려다보았다. 테나르디에는 한 번 더 생각했다.
‘나는 정말 바보였어. 사냥을 오는데 총을 안 가지고 오다니!’
하지만 그는 아직 먹이를 단념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테나르디에는 거리를 두고 둘의 뒤를 밟았다. 그의 손에는 두 가지가 남아 있었다. 팡틴이 서명한 종이쪽지와 1,500프랑이란 위안이.
사나이는 코제트를 리브리와 봉디 쪽으로 데려갔다. 사나이는 고개를 숙이고 슬픈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었다. 겨울이었기에 숲은 환희 틔어 있었다. 따라서 테나르디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사나이는 가끔 고개를 돌려 미행하는 사람이 없나 살펴보다가 드디어 테나르디에를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코제트를 끌고 나무 그늘에 숨었다.
테나르디에는 소리쳤다.
“제기랄!”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풀이 빽빽했기 때문에 그는 두 사람에게 접근해야만 햇다. 사나이는 가장 촘촘한 곳에 이르자 몸을 홱 돌렸다. 테나르디에는 나뭇가지에 숨었으나 실패했다. 사나이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사나이는 불안한 눈으로 그를 흘겨보고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테나르디에도 다시 뒤를 밟았다. 이렇게 그들은 2-3백 보쯤 걸었다. 또다시 사나이가 홱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무서운 시선으로 테나르디에를 노려보았다. 테나르디에는 어 이상 따라가는 것이 무익하다고 판단하고 되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