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월요일
맑은 듯하나 약간 구름
어제까지 TV만 틀면 응원을 계속 할 수 있었는데 폐막을 하고 나니 뭔가 허전하다.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평창은 전 지구촌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개막식 성화 봉송 때 김연아 선수가 마지막 주자였는데 피겨를 타면서 불을 붙이는 모습이 천사가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나는 엄마와 나란히 앉아서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은 처음이에요?"
"1988년에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는데 그때 엄마가 초등학생이었으니 너는 그때 태어나지도 않아서 볼 수가 없었네."라고 엄마가 대답하셨다.
"지금 올림픽을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해요, 엄마! "
"나도 신기해. 자국에서 하는 올림픽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나라 정말 대단하다"
2월 10일 온 국민이 기다리던 첫 메달이자 금메달이 나왔다. 이 메달은 남자 1500m 쇼트트랙에서 임효준 선수가 딴 것이다. 쇼트트랙은 몸싸움 자리싸움이 심하고 다른 선수와 부딪쳐 넘어질까 봐 항상 긴장을 풀면 안된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좀 작아 보였는데 몸싸움에서도 지지 않고 끝까지 달려 우리 나라의 첫 메달이자 첫 금메달을 따서 너무 자랑스럽다.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멋졌다. 처음 메달이 금이니 끝날 때까지 금빛 질주를 했으면 좋겠다.
스켈레톤은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인기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나는 스켈레톤이라는 종목에 관심이 없었고 유명한 선수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스켈레톤에서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가 1, 2, 3, 4차 시기 종합 1위로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스켈레톤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이루어냈다. 윤성빈 선수를 알게 된 나는 우리나라에서 스켈레톤 메달이 나왔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내가 이렇게 유명하고 잘 하는 선수를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기 종목만이 아닌 비인기 종목들에도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해 줄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침 새해가 되었는데 윤성빈 선수가 세뱃돈을 금메달로 대신해서 주신 것 같다. 아이언맨 화이팅!!
우리나라는 쇼트트랙 강국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팀과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나라 선수들의 모든 견제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쏟아진다. 쇼트트랙 강국의 명성에 걸맞게 18일, 20일 두개의 금메달을 땄다. 18일에 딴 금메달은 일명 '갓 스피드'인 최민정 선수가 따낸 것이다. 지난 500미터 결승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여 1000미터에서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따 주었다. 20일에 딴 여자계주 금메달은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라는 명성을 안겨 주었다. 뒷 선수들과의 거리 차이도 상당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쇼트트랙 강국 한국! 우리나라가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감동적이고 기쁜 것만은 아니다. 온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실망스러운 경기가 있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성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따돌림이 나왔다는 것이 문제였다. 팀추월 경기는 다른 무엇보다 팀의 단합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자 팀추월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따돌림만 하지 않았더라면 꼴지를 했더라도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실망스러운 일이 지나면 기쁜 일도 같이 온다. 남자 팀추월에서는 끈끈한 의기투합을 보여주며 은메달을 손에 거머쥐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장면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단합해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 정신이기도 하다.
컬링 또한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컬링 대표팀의 활약으로 인기가 급부상했다. 얼마나 인기가 급부상했으면 경기가 있는 날마다 관중석이 거의 꽉 차 있었다. 또 컬링을 통해서 새로운 유행어도 생겼다. 그 유행어는 바로 "영미!", "영미!"이다. 내 친구들은 모두 이것을 '열심히 하자' 또는 '잘 했어!'의 뜻으로 사용한다. 컬링에서 예상 못했던 은메달을 따서 너무 기뻤고, 이 인기가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컬링 대표팀, 다음 올림픽에도 "영미!", "영미!"
웅장한 폐막식과 함께 올림픽이 끝이 났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우리 선수들께 고맙고 고생했던 만큼 보람을 느끼고 푹 쉬었으면 좋겠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행복감을 만끽하고 아쉽게도 메달을 놓친 선수들도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모든 선수들과 또 북한에서 온 선수들도 모두 수고하셨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글 잘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