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를 보고
김 성 문
영화 「브로커」를 보았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은 6년 전부터 브로커를 구상했고, 한국 배우들과 작업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한국 배우인 송강호(상현), 강동원(동수), 이지은(소영), 배두나(수진) 등이 출연한다. 감독은 무엇을 시사하려 하는가?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이다. 소영은 아기를 낳고 키울 여건이 안 되어 베이비 박스에 몰래 버린다.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넣고 문을 닫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카메라는 어두운 밤 오르막길을 오르는 소영과 교회의 십자가를 비춘다. 소영의 무거운 마음과 베이비 박스에 놓고 떠나는 행동이 옳지 못함을 암시하는 것이리라.
상현과 동수는 베이비 박스에 놓인 소영의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사례금을 받고 양부모에게 넘길 속셈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은 빚에 쪼들리고 있어 돈을 갚아야 한다. 베이비 박스에서 일하는 동수는 아기가 자신과 같은 처지가 안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상현의 범행을 돕기로 한다.
이튿날 베이비 박스에 둔 아기 엄마인 소영이가 아기 우성을 찾으러 온다. 우성이 사라졌다.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상현과 동수가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사례금을 받고 아기를 넘기려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소영 역시 우성이가 더 좋은 가정에서 자라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한다. 이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과 후배 이 형사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브로커의 뒤를 쫓던 형사 수진이 소영에게 묻는다.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낳았어?”
소영이 대답한다.
“그럼, 태어나기 전에 죽였으면 죄가 가벼워?”
가슴 찡한 장면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고전 문학과 신화 속의 주인공 중에는 고아가 많았고 현대에도 고아는 여전히 생겨난다. 우리 주위에도 우성이 같은 존재가 많다.
「브로커」의 주인공들도 모두 해체된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기 입양 브로커로 일하는 동수도 보육원 출신이다. 동수는 누구보다도 부모 없는 아이가 겪는 고통과 슬픔을 잘 알고 있다. 상현 또한 온전하지 못하다. 부인과 이혼 후 하나뿐인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
우성을 잘 키워 줄 양부모를 찾아 상현, 동수, 소영은 부산에서부터 긴 여정을 함께한다. 보육원의 축구 소년 해진도 입양되고 싶어 합류한다.
그들이 처음 만난 부부는 아기의 외모부터 따지므로 소영은 거친 욕을 하면서 단번에 거래를 중지한다. 다음 부부 고객은 정말 아기를 잘 키워 줄 부부로 보였다. 그런데 어려운 조건이 하나 붙는다. 아기를 입양 보낸 후에는 다시는 엄마가 아기를 만날 생각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피붙이를 떠나보내는 소영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조건이다.
반면에 소영은 자신의 아기를 돈 벌 목적으로 빼돌린 브로커들과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공유하면서 신뢰가 싹트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우성이가 훌륭한 가정에서 자라길 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입양과정을 거치면서 이들도 점점 가족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해체된 가족 구성원들이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 번째로 우성이의 양부모가 되겠다는 부부가 나타났다. 부부는 젖을 한 번 물려 봐도 되겠느냐고 하면서 수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세 사람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감동한다.
그날 밤 세 사람은 숙소에서 잠들기 전에 불을 끄고 마음속에 숨겨둔 한마디씩을 하기로 한다. 소영이가 먼저 침대에 가더니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해진아!”
“응”
“태어나줘서 고마워.”
동수와 상현을 번갈아 부른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렇게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영화 「브로커」의 결말은 열려 있다. 감독은 쉽게 결론을 내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관점을 새로운 각도와 시선으로 인간적인 감성으로 녹여내면서 관객에게 의문을 던질 뿐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해체된 가족은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는가.
우성을 안은 소영과 약속 장소로 달려가는 상현, 동수의 모습에 여운이 남는다.
첫댓글 브로커 내용을 보면 그저그런 밋밋할 것 같은데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장면들이 있네요. 한편의 영화를 보고도 뚝딱 글을 쓰시니 그 열정이 엄청 부럽습니다.언제나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인간적인 감성에 의한
새로운 가족관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보았습니다.
항상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은 꽤 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셔요.^^
버림 받았다는 느낌(감정)보다 더 슬픈 느낌(감정)이 있을까?
사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버려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바로 그것 아닐까?
그럼 브로커는?
"젖을 한 번 물려 봐도 되겠느냐?"면서 버려(끊어)진 사랑의 끈을 이어 주려는 자 이겠지
작가나 영화감독이나 예수나 석가나 다들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브로커가 되어야겠지
대구수필가협회에 김성문 작가님이 등장한 것만 해도 새로운 사건입니다.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영화를 한번 감상해 봐야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튼튼한 사랑의 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고 훌륭한 멘트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꽤 덥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