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 다시 태어날 다음 생을 준비하다
교차로신문 2021년 3월 23일
“자식도 믿을 것이 못되고, 부모ㆍ형제도 믿을 것이 못된다.
죽음에 다다라서 숨이 끊기려고 할 때,
나를 구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도행품」 #288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멀리하고 싶을 정도이다. 글 쓰는 일을 오래 하면서 세상사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데, 이런 마음이 닫힐 때가 있다. 물론 눈 감고 안 들으면 되지만, 어찌 그렇게 살 수 있는 세상인가?!
어떤 여자는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던져 죽이고, 어떤 남자는 단순히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다. 또 어떤 양모는 딸을 입양해 16개월된 아기를 폭행해 사망토록 하였고, 부모가 화풀이로 어린 자식을 죽이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현실이다. 또한 컴퓨터만 열면, 유명 연예인들의 학폭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 인터넷상이 조용할 날이 없다. 서로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상대방 인격을 짓밟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혼탁하게 살까? 현대인들이 길을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렸다는 의식조차 없이 살아가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인간이 그렇게 하찮은 존재인가? 근자의 사회 현실에 한탄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이런 즈음, 우연히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그 프로는 10여년에 KBS에서 6부작으로 만든 영상물이다. 제목이 차마고도茶馬古道[고대 기원 2세기부터 근자에 이르기까지 중국 운남성에서 시작되어 티벳에 이르기까지 차와 말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교역로, 이 길을 통해 문화와 종교도 교류함]인데, 여러 방면의 주제를 다루었다. 오늘 오전, 차마고도 2부인 ‘순례의 길’을 보았다. 티벳 사람들은 평생에 한번은 자신의 고향에서 라싸의 조캉사원까지 삼보일배 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긴다. 필자가 본 영상물의 주인공 3명은 186일간 2100km를 삼보일배하였다. 기자가 34세의 남자분에게 인터뷰를 하였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십니까?”
“다음 생에 사람 몸으로 태어나기도 어려운데, 이번 생에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라싸로 순례를 가면서 제 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안 고통 받으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언젠가는 죽을 것을 알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합니다. 다시 태어날 다음 생을 준비하기 위해 순례를 합니다.”
또 다음은 54세 남자 인터뷰이다.
“몇년 전 아들이 죽고 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어차피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라싸로 가는 순례의 길에 저의 몸을 바칩니다. 스스로 이렇게 힘들게 고행을 하면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점차 제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찾게 되었습니다.”
두 분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연신 머리를 끄떡였다. 자기 손해 안보려고, 천륜의 정까지 무너뜨린 사람들이 많건만, 몸의 고통을 무릎 쓰며 인생의 값진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을 만나서이다.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부자가 되지 못했거나 높은 명예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진실한 현실[죽음] 앞에서 인생의 가치를 추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이 크다고 한다.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의 행복을 빌어주고, 죽음 앞에 떳떳하기 위해 힘든 순례를 한다는 이들이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험한 세상에 희망을 보는 것 같다. 먼 길을 순례하며 참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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