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자유토론 원문보기 글쓴이: 돌팔이의사
일단 글쓴이 베체트 병을 보면서, 저도 10년전 전도유망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님의 베체트병을 놓친적이 있었습니다. 김XX 교수님이라고 카이스트 출신에 아주 인격도 훌륭하신 분이 제가 봉직의로 있던 곳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저와 아주 절친한 지인의 선배로서, 제 지인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화기애애하게 진료를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관악구에 거주인구를 감안해보면 보라매병원 말고는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습니다. 제가 봉직하던 곳이 서울대학교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제일 가까운 곳이었는데, 심심찮게 서울대학교 학생과 교수님들도 진료하게 되었습니다. 잘 치료했던 분이 많았습니다. 3개월을 놓친 골절에서 오십견 관절 박리술에 학생들 골절에 십자인대 수술에...
그런데 그분은 운동하시고 관절이 붓는다고 오셨습니다. 양측 무릎이었죠.
30대 초반이시라. 통풍관절염으로 보기엔 발가락에 생긴 과거력이 없고, 남자라서, 류마티스 가능성도 떨어지지만, 손가락주위 증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피부궤양이나, 안과증상은 말씀이 없으셨고요..
일단 관절천자를 했었습니다. 양측 에서 모두 좀 뻑뻑하고 진한 색깔의 그렇지만, 절대로 세균성관절염으로는 볼수 없는 소견들이 나왔습니다.
저는 고민을 했죠, 솔직히 제가 아는 병이 아닌 듯 싶었습니다.
제가 전공의와 대학병원 전임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습니다.
저같은 정형외과 의사는 관절과 뼈 같은 물리학적 증상을 잘 보지, 피검사가 개입되는 화학적 특성은 잘 모르는 관계로,
저는 그 교수님을 AID(자가면역질환)가 의심된다며, 교수님 소속의 서울대학병원으로 보냈습니다.
2개월후 내원하셨는데, 베쳇병으로 진단받았다 하시면서, 제게 선물을 가져 오셨습니다.
옮겨가신 병원에서 제가 최대한 자세히 적은 진료의뢰서를 보면서,
제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모르는 환자에 대해서 겸손하게 빨리 옮겨주어 적절한 진료를 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솔직히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죠.
그 교수님 지금도 후학들 잘 지도하고 계시리라 믿고 합병증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저는 현해 개인병원 정형외과를 하며, 하루 150명의 외래와 한달 마취과 초빙급 수술 20여건, 국소마취건 50건 정도 합니다. 상당히 바쁜 편이죠.
저도 수많은 질환을 보며, 구기 종목 선수단 팀 닥터도 맞도,
이웃 학교들 교의도 맞고, 나름대로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합니다.
환자의 최초 내원시에 교과서와 해부학책은 반드시 보여줍니다.
제가 겪었던 수많은 경우중에 오늘 두 가지 정도만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특화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 노인성 척추 압박골절입니다.
500건 이상 보고, 그중에 350건 이상 수술을 시행했고, 논문도 준비중입니다.
그런데..
같은 의사지만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겠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500건의 환자중에 처음부터 저를 찾아온 환자는 딸랑 90명 정도 됩니다.
전부 타병원에 들른 환자들입니다. 제 병원입지가 별로 좋지 못한 개인의원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다수 병원에서 오진이 났습니다.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학병원- 어느정도 오진률이 생깁니다.
특히 응급의료센터가 활성화된 곳일수록 오진의 우려가 높아집니다.
이유인 즉슨 많은 환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어느정도의 재량이 주어집니다.
근데, 척추 골절은 환자의 나이(70대이상) 성별(여성), 외상력(넘어지거나, 재체기하거나,
물건들다 삐긋하거나) 같은 기본적인 병력청취에, 흉추 요추 이환부에 반드시 압통유발 타진을
해보아야 하는데 요것이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문제는 방사선 사진에서 저는 95%이상 구분해 낼 수 있고, 다른 선생님들도 위와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데도, 기본적인 문진과 타진을 놓침으로서, 약처방받고 퇴원했다가,
그냥 개원가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2.전문병원- 이곳이 제일 오진이 없습니다.
나쁜 뜻은 없사오나, 이곳은 일반 척추환자들에 데한 CT나 MRI 처방빈도가 너무 높아서,
일반사진에서 놓친 것도 발견해내죠. 다만, 의사가 신경수술을 예상하고 촬영한 MRI에서
신경증상과 윗쪽의 압박골절이 동시에 있었는데, 판독의사와 집도의사가 모조리 놓쳐서,
허리가 반으로 접혀셔,제게 찾아온 벙어리 환자가 있었습니다.
전 같이 온 보호자와 환자와 함께 필담으로 글을 써가면서, 6개월전 모 병원에서 놓친 것을 알고
그병언 Xray와 MR을 보고 찾아냈습니다. 현재 저로 인해 그 병원과 환자/보호자 사이에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3.일반 의원 - 오진률이 제일 높습니다.
일단 검사가 일반 XRay 밖엔 없죠. 환자가 정형외과, 신경외과 요런데 골라서 가는 것 아닙니다.
척추골절의 경우는 정형외과 의사가 제일 잘 봅니다. 신경외과 의사도 전공에 따라서 잘봅니다.
그렇지만, 일반 타과의 경우 특히 가정의학과, 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요런 쪽으로도 환자가
가는데, 외상 Xray는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논문쓰면서, 타 병원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통증의학과, 심지어는
한의원 등에서 제대로 문진하고 타진했는지 물어봤는데, 둘다를 충족한데는 유감스럽지만, 380
case에서 한곳도 없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말할까요? 현재 한국의료제도에서 기본에 충실한 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 말하고 싶습니다.
또하나의 사례를 들겠습니다.
축구선수를 하던 40세 남자환자가 제게 찾아왔습니다.
양쪽 목발에 아킬레스건 근무력성 이완이 따른 Crouch gait를, 진료실 문턱을 넘어올때 이미 보였습니다.
전 뇌성마비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환자 병력 청취를 해보니 뇌성마비일 수가 없겠죠. 청소년 대표선수까지 했으니.
자! 이제부터 어마어마한 반전이 시작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환자는 근무력증이었습니다.
최초 척추/관절 전문병원 찾아가기전에 호흡곤란으로 내과진료 몇차례와 응급실 2회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눈꺼풀 보고, 다른 근력의 탄력도와 보행시연을 시켜보면 답이 딱 나오지요.
요런 환자가 둘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요런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는 제일 잘 진단하지만, 전문병원들은 놓칠때가 많더군요.
제나름으로 내린 결론은 돈되는(?)-수술적 치료가 간편한 - 경추/요추/견관절/슬관절/족관절- 중심으로
진찰하고 검사처방을 내려서 그런것 같습니다.
물론 전문지식 없는 개인의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첫번째) 제 사촌 매형이었습니다.
잘나가는 통증의학과에서 해괴망측한 주사를 6개월간 맞고 왔더군요.
전 전화로 이미 길랑바레 증후군이나, 케네디 증후군(환자를 본적이 있었음)을 설명하고,
저희 병원에서 제 나름대로의 진찰을 하여, 모 대학병원에 보냈더니, 딱 제 소견가 맞아 떨어졌더군요.
통증의학과는 아픈 환자(척추골절을 포함한 환자)들에게 Xray도 제대로 촬영하지 않고, 주사치료만
시행합니다. 어설픈거야, 리도케인과 스테로이드의 힘으로 낮긴 하죠. 하지만, 기본적인 정형외과
진단에 일자무식한 분들이라, 일반인 수준의 뻔한 질병외에는 매우 오진률이 올라갑니다.
이는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한의원, 진찰에 관심안두는 정형, 신경외과등도 매한가지이긴 합니다.
두번째) 역시 축구선수에 축구동호인을 하다가 내원 1년전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 도저히 축구를 할 수 없어서,
수술전문병원에 간 분입니다. 일단 거기서, MRI양측 무릎, 양측, 발목, 허리 요렇게 촬영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답니다. 사실 근전도와 신경전도를 했었어야 합니다. ㅠㅠ
병원측에서 무릎쪽의 가능성이 높으니, 일단 들어가 보자며, 양측 반달연골 부부 절제술을 했다고 합니다.
---- 저는 이게 필요없는 수술이었다고 확신합니다. MR에 아무 이상없었거든요.
수술후에는 당연히 근력이 더 떨어집니다.
그러니, 다시 해보자- 또 근력이 떨어져.- 다시 해보자-'''''''''-
이과정을 무려 6번 양쪽무릎 12번 수술을 해서, 연골을 싸그리 다 날려버렸습니다. 8개월 사이에 말이죠.
그래도 안되니, 양쪽 발목 내시경을 하다가, 나중에는 허리 신경성형시술(허리 MRI도 100점짜리)까지
총 6000만원의 돈을 쓰고 제게 내원했습니다.
역시 보행은 양측 목발에 Crouch gait를 동반한 보행장애수준이었고, 전반적인 근력이 매우 약해졌음이
확인되었습니다. DTR, EMG 하고서, 바로 허벅지 근육을 Biopsy로 나무 bar에 팽팽하게묶어, Biopsy
센터에 물어 서울대 병원에 보냈습니다.
이분도 중증근 무력증이 판정되었습니다.
사실 전문병원 방문 이전에 경기중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인공호흡 처치를 받을뻔한 병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평범한 돌팔이 정형외과 의사에 불과합니다.
작년에 폐암전이를 5건 발견했고, 외과적 종양을 8명, 산부인과적 종양도 5명, 심혈관 질환자 30명이상,
뇌혈관질환자 10명이상, 을 최소한 발견해냈습니다.
제가 명의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전 돌팔이지만, 교과서대로 환자의 과거력 파악과, 현재 병력및 필요한 진찰을 반드시 빠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제가 진단 놓친 경우도 매우 많을 것입니다
아주 건방진 제 자랑이지만, 저는 토요일은 오전만 진료하는데 돈을 못법니다.
다른병원에 들렀다가, 진료가 맞는지 물어보러 오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입니다.
기본적인 검사와 사진들을 다 챙겨오시죠..
그럼 저는 대기실에 환자가 아무리 많아도, 전부 과거력/현병력/증상/시촉타진을 반드시 거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되는 교과서 내용과 해부학 그림을 보여주고 이해시킵니다.
저도 반복해서 보므로 제 공부도 되죠.
대충봐도 되는 재진이야 10초 심지어, 재진 100으로 진찰없이 물리치료실로 직행하는 환자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 진료실에 들어오는 초진은 반드시 제 나름의 진료 로드맵을 거쳐 결론을 내립니다.
어떤 의사도 어렵고, 희귀한 병을 초진에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저 처럼 기본에 충실하면, 발견할 수 있는 외상이나, 질병도 많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 동업자를 사랑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내용은
동업자의 잘못을 감싸라는 것보다, 동업자의 판단을 존중해주고, 내가 치료할 수 없는 환자는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업자의 도움을 받으라는 뜻일 겁니다.
허리뼈 부러진 환자 침이나 놓고, 통증주사나 놓고, 체질개선(?)을 시켜준다는 비타민 제제나 놓아..
환자가 저절로 나아버리면 자기탓이고, 더 나빠져, 전방감압술을 해야할 정도로 망쳐놓았을때는..
초진 소견 조작질이나 해대는 그런 무당같은 의사가 되서는 안되겠습니다.
제가 380명 이상 시행한 척추체 성형술..
재료/시술비 다 하면, 총 진료비55만원,- (부상 3주경과 30%이상 높이 감소시 보험 -자기 부담 11만원)
MRI - 보험적용으로 8만원
사실 껌?이죠..
문제는 통증의학과든, 신경외과던, 정형외과던, 가정의학과던, 일반 외과던, 재활의학과든...
지네들 병원에 최소 2주에서 최대 4달까지 상당한 진료비를 사용한 환자들을
우리 병원 내원시에 보험적용해주려고, (부상 3주경과 소견서 좀 떼달라고-그래야 심평원 인정)
그렇게 전화로 애원해도 자기네들 병원 최초 내원시에 외상이나, 염좌 같은 소견서 떼준 병원 하나도 없었고,
고약한 놈중에 하나는 이미 최초 병원에서 해괴한 비급여 주사 해서 총 300만원 진료비가 들었고, 실비로
보전받았으나, 우리쪽에서만 보험적용되도록 서류관계를 독박써달란 새키도 있었습니다.
이미 받은 실비보험비 토해내게 생겼스니...
- 아마 그 이유중에 하나가 지들이 외상환자 놓쳤다고 소견서 써주다가 나중에 보호자들에게 멱살잡힐까 싶어
끝까지 안쓰고 게긴것으로 이해는 하려고 합니다. ㅠㅠ-
결론적으로 네티즌 여러분---
저를 비롯한 의사들이 필드근무하며,공부가 부족한 것은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래도 저를 비롯하며, 압도다수의 의사는 양심에 근거하여 진료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게 도착한 환자가 내가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적정한 타과 선생님에게 보내야 합니다.
-저는 감기, 혈압, 당뇨도 내과로 보냅니다. 같은 진찰료에 해당과 선생님이 더 적합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업윤리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앞으로 꾸준한 공부와 철저한 직업윤리를 지켜나가리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료는 세계 최고의 실력과 세계 최저 치료비용으로 국민건강을 지켜간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펌)오진율이 상당히 높네여. 제대로 진단받으려면 병원 3-4군데는 다녀봐야겠네여.
만나기 쉽지 않은 양심적인 의료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무력증이라 이름은 붙이는것에는 성공하시겠지만 치료하실수 있나요? 원인은 아시나요? 궁굼해는 하셨나요?
제가 항생제 부작용으로 호흡곤란 근육위축등의 비슷한 증상들의 사람들과 정보교류를 하는데 .. 모두 약을 먹고 나타나기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상기 증상에는 자연치유 밖에 없습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근육관련 질병이 생겼다면 최근 몇달간 복약내역을 조사해 보시길.. 뭔가 공통점을 찾으실수 있을것입니다. 병이름(단지 증상만을) 밝히는데 보람을 찾지 마시고..대머리가 찾아왔는데 탈모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는거랑 뭐가 다르죠? 증상에이름만 붙이는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류마티스도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잖습니까?
양심선언 하시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 올바른 양심진료를 위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셨다고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모처럼 좋은 글을 쓰셨읍니다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