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산이가 시원하게도 일본열도에 찐한 영향을 미치고 대략 끝나자 집 앞 바다가 갑자기 잔잔해졌습니다. 산산이란 녀석이 속도를 늦춰 일본 전역 상공 위에 오래 머물며 요즘 우리들의 울분을 대신 해준 듯 합니다. 그 영향으로 며칠 집 앞 바다는 미친 듯한 파고로 들이닥쳤습니다.
이번 주는 결국 어제서야 바다놀이를 가게 되었는데요, 아직까지 파도가 높아 멀리가면 절대 안된다 강조를 했더니 말잘 듣는 태균의 제자리 수영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제 자리에서 머리만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수영 폼은 손상시키지 않는 묘한 기술이 한 편의 코미디입니다.
간만에 물에 들어간 완이는 거의 감격수준입니다. 물에 못 들어간 동안 뗏장과 고집이 장난 아니었지요. 걷다가 주저앉기, 멀리 뛰어가서 절벽 아래 바다로 내려가려는 시도하며 그야말로 보는 눈을 아슬아슬하게 했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더러운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물튀기기도 못하게 했더니 바로 반항모드...
몸동작을 보면 작년까지도 진하게 남아있던 소뇌의 미성숙, 운동신경의 미숙함 등 원시반사모드가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몸동작 뇌의 성장으로 크게 개선된 듯 합니다. 물론 전정감각이 함께 움직여주는 의도적인 동작은 여전히 앞으로의 숙제지만 일단 몸을 산만하게 움직여대는 단계로 진입한 듯 합니다.
완이양육 자체가 워낙 큰 스트레스라서 매번 소리를 질러대고 하지말아야 하는 행동에 대해 엄청 제지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결코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 (형들앞에서 서슴치않고 하는 성행위식 고추자극, 바다에서 자꾸 바지팬티 벗어버리기 등)에는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악바리를 동원해서 격하게 그야말로 격노수준으로 대하지만 또다시 반복됨은 완이 뇌의 수준이 아직까지 멀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토록 배우고싶어 대학원까지 진학했었던 '행동수정'이론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대학원 수업내용은 이 이론과 아무런 관계도, 관련내용도 없었지만 암튼 배우고자하는 목적으로 그 맥락을 받아들이고 가능하면 일상의 양육에서 써먹고자 했지만... 아! '행동수정' 기법이란 인간이 기본적으로 전두엽이 가동된다는 전제하에 움직일 수 있는 이론이었습니다.
전두엽이 가동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수정이란 미워하고 증오하고 혐오하고 경멸하는 수준으로 쉽게 갈 수 밖에 없음을 정말 많이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치매노인 대상 기관들에서는 학대나 폭행사건이 빈번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서 또다시 반복되는 비인간적 행태를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잠시의 시간에 뽀로로 틀어주고 보고있으라 했더니 얼마간은 잘 보지만 먹을 게 없으면 바로 성행위식 고추자극으로 가는데 요즘은 신음소리까지 더해집니다. 작년에도 심하길래 엄청 다그쳐서 못하게 했지만 그 짓을 왜 하면 안되는지 기본적인 이해를 못하니 더 반복되고 이번에 보니 더 심해진 느낌이 듭니다.
작년에 차마 완이부모에게는 전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새롭게 교육시켜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완이 벌써 12살이고 정말 민감하게 훈련시켜야 할 내용입니다. 남자아이들은 건강한 자위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이건 꼭 필수입니다. 여기서 막히면 남자아이들은 반드시 폭력을 쓰게 되어있으며 가장 가까운 가족을 공격하게 되어 있습니다. 성에 관련된 어떠한 행동은 자기만의 고유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꼭 조치해 주어야만 합니다.
남자아이들의 고추자극 행동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완이처럼 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동기는 이해하나 좋지않게 모방되고 굳어진 이 동물적 행위조차 방치되거나 외면되었던 것은 아닌지 다른 부분도 너무 걱정되지만 그 걱정들에 몇 배는 더해집니다.
바다다녀와서 샤워시켜주고 저는 저녁준비하는 사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장면... 다 큰 두 녀석 이런 행동의 의미를 모르기에 별로 반응이 없지만 곧 평화는 깨지고 저의 불호령이 온 집안을 흔드니 완이로 인해 평화가 너무 자주 깨지곤 합니다. 이 녀석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가정의 영향이 이렇게 여기저기 드러나는 시기이지만 앞으로는 이것과는 상상할 수 없이 더 커지게 되어있는지라 준이의 무의지가 오히려 나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두엽이 가동되지 않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행동수정법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전두엽이 가동될 것이라는 전제의 이론에는 큰 오류가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완이가 줍니다.
제가 작년에도 그랬지만 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올리는 이유는 '발달장애 양육 꼭 해야 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의 표본을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이는 전형적인 실패작입니다. 기본이 결코 나쁜 아이가 아니며 오히려 더 우수해질 수 있는 기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완이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사이, 완이의 동물적 감각은 대책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걸 뻔히 읽을 수 밖에 없으니 제 심장이 터질 지경이라 이제 완이를 보내고나면 더이상 안보고싶다가 요즘 결론입니다. 이 녀석 감각회피 단계를 동물들이 탈피하 듯 허물을 벗고나니 감각추구로 가는데 이만큼 적극적이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절벽가까운 바다로 서슴치않고 내려가려 시도하고, 2층 카페 테라스 난간을 넘어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며, 수 미터의 별방진 돌벽을 타고 내려가려는 시도를 겨우 막을 정도니까요. 이런 과감한 행동들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다시 완이는 집-학교를 오가는 은둔칩거 조치를 당할꺼구 그럼 다시 감각방어 기전으로 빠질 것이고... 악순환이 고스란히 예상됩니다.
완이에게 모질고 격하게 반응해야하는 것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이 먹는 양도 늘었고, 먹는 종류도 많아졌고, 뭔가를 가르쳐도 될만큼 움직임의 동작성도 정교해졌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혼나가면서도 강한 애착을 표시하는 그런 행동도 많이 생겼으니 이제 애착을 느끼는 시기에도 도래했습니다.
저녁차려주고 하도 더워서 밖에 나와 앉아있으면 안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저를 찾아 완이가 뛰쳐나오기 때문입니다.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자기의 행동방향을 정하려는 태도, 먹고싶을 때 적당한 그릇을 내미는 행동 등등 좋아지는 것도 많건만 왜 이리 마음이 저리는지요...
완이가 남겨주는 숙제들이 꼭 다른 발달장애 부모들의 힘든 양육에 지침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생각하며 다가오고 있는 가을에는 속편한 설레임으로 열심히 즐기는 일들을 해나가야 할 겁니다.
첫댓글 대표님.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글입니다. 우리가 실패의 케이스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또 고칠 점을 찾는다고 할 때, 완이와 안이중에 지금처럼 제주도에서 대표님밑에서 지속적인 행동수정과 감각해소행동이 그치지않고 계속된다면 누가 더 예후가 좋을까요? 둘다 전두엽이 가동되지 않고 본인의지대로 되지않을때 폭력성향을 보인다는 점은 비슷한거 같습니다. 전두엽 가동까지 가는 그길이 참으로 험난하고 멀기에 그 길은 부모가 굳은 의지를 가지고 가지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곧있으면 완이도 다시 돌아가 학교-집만 반복할텐데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