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가도 아버지와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다`를
`봄날이 가도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다`로
바꾸어 쓰고 싶은 오늘이다.
오늘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 날이다.
며칠 전부터 뒤숭숭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돌아가신지 이제 1년, 그러나 아직도 내 안에 계시는 엄마는 늘 목울대에 걸려 있다.
참 어리석은 게 자식이라더니 아무리 체중이 줄고 야위어도 내 엄마만큼은 영원한 무쇠인 줄 알았고
언제까지나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 인줄로만 알고 살아왔다.
하얀 시트 위의 병석에 누워 있어도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었고 아니 하기 싫었다는 게 옳은 말이겠다.
끝끝내 새털 같은 엄마의 품에 안겨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못한 채 영영 이별을 했다.
엄마를 뵈러 내려가겠다는 통화를 했었는네 그 전 날 하루를 못 기다리시고 가신 거였다.
얼마나 애타게 당신도 딸을 기다리셨겠는가!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얼마나 가뿐 숨을 몰아 쉬셨겠는가!
명색이 맏딸인데 임종을 못 지켰다는 낙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하루하루의 생활은 참 마음이 아팠고 얼빠진 사람처럼 늘어져 지냈다.
결국 죄스러움은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스템에 오류로 왔다.
밥을 먹긴 먹는데 살이 빠졌고 시간이 약이라는데 날이 갈수록 새록새록 엄마는 더 그리워졌다.
일상의 모든 것들에게서 의미를 찾지 못했고 엄마 이외의 일들은 모두 내게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두어 달 앓고 나니 불효여식일지언정 엄마가 바라는 건 이게 아니라는 결론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하셔서 고생을 하는데,
마침 오늘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예약이 돼 있는 날이라 청주에서 여동생이 모시고 함께 올라왔다.
오전부터 서둘러 병원 일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잠깐의 휴식을 갖고 바로 아버지는 내려가셨다.
아버지 몰래 여동생과 엄마 생일 얘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헤어져 혼자 집으로 오는데,
엄마! 또 울컥 눈물병이 도졌다.
전철에서 내려 걸어오는 길 참았던 감정을 내뿜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심드렁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와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리다 양문규주간님의 `언제나 봄날` 에 눈이 멎었다.
부모님을 바라보는 아들의 시선과 아들을 보듬는 부모의 시선을 읽으며 어느새 내 눈은 붉게 젖었다.
울고 싶을 때 젖어드는 글을 읽으며 실컷 울 수 있다는 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봄날이 가도 아버지와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다` 라고 쓸 수 있는 양주간님이 부러운 날이다.
`봄날이 가도 어머니와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다` 라고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첫댓글 저도 울컥, "봄날이 가도 어머니, 아버지와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다."로 바꾸어 써봅니다.
그러네요...누구에게나 있는 봄날, 가꾸기 나름이겠지요?
이 세상은 살아가는데/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ᆢ차는 언제나 봄날입니다ᆞ저도 참 따듯하게 읽었습니다 모두들 언제나 봄날이기를 바랍니다ᆞ
항상 봄볕을 들여놓고 살 수는 없겠지만, 긍정으로 봄날을 걸어야겠어요...!
기화 샘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살아계시는 데도 엄마가 항상 그립습니다. 엄마란 존재는 그런 것인가 봅니다.
미안하다는 효숙샘 그 마음 알아요, 예뻐서 그래요...땡큐요ㅎ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를 바라보면 가슴 아프다. 오늘 나의 아버님 열차 편으로 서울 가시고(영동포 역에서 누님이 서울 삼성병원으로 모시고,) 난 동네 병원에 어머님 물리치료 하기 위해 모시고, 하루가 또 간다. 김기화 선생님 '봄날이 가도 어머니와 걷는 길은 언제나 봄날'이길 소망합니다.
언제나 봄날. 독한 그리움입니다. 오늘은 술 퍼마시렵니다.
이 세상 부모님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을 텐데요...언제나 어버이는 봄날입니다!
나이 먹은 자식들도 화이팅 하시길 봄처럼 푸르게 안부 드립니다...^^~
@김영범 영범선생님...토끼님의 부모님께서도 안녕하시지요?
술 퍼마실 때 안주를 미리 잘 드시면 간이 덜 고생한다고 합니다ㅎㅎ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 울컥...
언제나 봄날,이게 하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딱히 부모만은 아니겠지요.
시인님,
엄마의 눈빛을 떠올릴 수 없이 살아온 사람 여기 있으니 지금 곁에 있는 모든 존재에 감사하며 힘내시압!
넘 오래 품고 있지 말고 잘 보내드리는 것도 마지막 효도라 합디다.
오래 앓지 말라는 뜻이겠지요만.
그래요~유별나게 엄마를 보내드리고 있지요!
지금은 그 어떤 일 앞에서도 웃을 수 있어요ㅎ
홀로 계신 아버지가 그 답을 주네요...
영희시인님도 좋은 기억으로 엄마를 만나시길.
허허 참! 다들 왜이러시는겨, 다큰 아이 눈물나게쓰리...!
나시인님~다큰 아이셨어요,ㅎㅎ
아직도 더 자라시는 줄 알고 있는디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