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기술적인 이유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불허했다고 인디언 익스프레스(The Indian Express)가 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라, IOC에 의해 러시아·벨라루스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됐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OCA는 그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최대 500명의 아시안 게임 출전을 추진해 왔다. 두 나라의 2024년 파리올림픽 참가 가능성 때문이다.
인디언 익스프레스 웹페이지 캡처
IOC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헌장을 근거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원칙적으로 지지해 왔다. 지난 3월 28일에는 두 나라 선수들이 러시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간접 연루된 일부를 제외하고, 중립적인 선수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IOC는 지난 7월 '2024 파리올림픽' 참가 초청장을 회원국들(203개국)에게 보내면서, 러시아와 벨로루시, 과테말라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두 나라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기본적으로 개인 기록및 출전 자격에 대한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 이를 일부나마 충족시키려고 한 게 OCA 측의 의도였다. 실제로 OCA 측은 지난해 12월 IOC 측에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기존 징계를 존중하면서 두 나라 선수의 아시아 지역 대회 출전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제안하고, 한달 뒤(2023년 1월)에는 45개 회원국에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을 초청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우리나라 등 일부 회원국은 두 나라의 아시안 게임 참가시 빚어질 각종 경기 진행상의 혼란을 우려하면서 구체적인 진행 방안 등에 대해 추가 질의를 OCA측에 보냈다고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캡처
두 나라의 아시안 게임 참가는 지난 7월 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2차 OCA 총회에서 승인됐다. OCA는 이날 총회에서 공석인 새 회장에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탈랄 파하드 알아흐마드 알사바를 선임하고, 2025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는 중국 하얼빈을 선정하는 한편, 러시아·벨라루스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초청을 최종 확인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OCA의 이날 결정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년여간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2024년 파리 올림픽 출전 자격 획득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두 나라의 출전에 따른 혼란 방지와 경기진행 방식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위원장은 OCA 총회 직후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데, 출전 선수들의 준비나 아시안 게임 참가를 위한 조직, 재정,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회원국들이 두 나라의 참가시 구체적인 진행 방안 등을 OCA 측에 질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포즈드냐코프 위원장/사진출처:X(트윗)
안타깝게도 OCA는 회원국들의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소홀했거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IOC가 러시아·벨라루스의 아시안 게임 참가 불허에 '기술적인 이유'를 댄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