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뼈
이선희
언뜻 나무들의 뼈에서
연두색 이파리가 돋아 나온다고 믿겠지만
사실, 연두에서 뼈가 생기는 것이지요
맨 처음 씨앗에선 두개의 떡잎이 나고
그 연두에서부터 뼈가 여물겠지요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올려다보면
어린 바람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한그루 봄과 여름과 가을을 기다리는 나무들
무수한 연두가 펼쳐지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뭇가지들
연약한 잎에는
미래의 뼈가 들어있죠
그 많은 뼈를 연두들이 먹여 살리죠
저 넓어지는 연두를 길을 가다 비를 만나면
불시에 비를 만나면 쓰게 되는 우산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봄부터 펴져서 늦가을에 접는 저 우산은
언제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건망증 사이로 비가 그치고
다시 비가 쏟아지고
손에 들렸던 무수한 손잡이들을 잃어버린
내 손이라 불러도 될까요
파라솔이나 그늘로 자랄
가지들이 자신의 뼈를 섞을 땐
마치 우산을 뒤집던 날의 바람 소리가 나기도 하죠
어느 날은 애드벌룬으로
줄을 뚝, 끊고 날아오를 것 같은
한 점이 되는 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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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연두의 뼈 / 이선희
이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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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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