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문법적으로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
유튜브를 보다가 <같은 본문, 다른 번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제목을 보았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개역개정에서 삼상13:1을 보자.
“사울이 왕이 될 때에 <사십 세>라.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이 년>에”
그런데 표준새번역은 “사울이 왕이 되었을 때에, 그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다.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것은 <마흔두 해>였다”라고 번역했다.
공동번역은 아예 번역도 하지 않고 “....”라고 해놓았다. 그 대신 “히브리 원전에는 1절이 ‘사울이 왕이 된 것은 <한 살> 때였다. 그는 이스라엘을 <이 년>간 다스렸다’로 되어 있으나 불합리하다”라는 주석을 달아놓았다.
유튜브에 나온 그 목사님은 여러 주석들을 인용하여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석가들은 모두 문법적으로 해석해보려고 힘썼다는 데 있었다. 이는 잘못된 해석의 자세이다.
일전에 나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기록될 때에는 한글 문법이란 것이 없었다고 했다. 따라서 문법이 없이 기록된 해례본을 정확히 해석하는 비결은 “세종대왕 시대의 문화”를 배워서 해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와 같이 히브리어 성경도 문법이 아니라 히브리문화를 배워서 해석해야 한다.
삼상13:1의 히브리어 본문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벤 샤나 샤울 베말코”
(בֶּן־שָׁנָה שָׁאוּל בְּמָלְכֹו)
문법적으로 직역하면 “사울 왕 한 살에”가 된다. 한 살에? 한 살이라는 장벽에 부딪힌 주석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십 세”, “서른 살”, “...”라고 번역했다.
본문에 나오는 첫 단어 벤(בֶּן)은 “아들, 한 살”이라는 뜻이지만, 고대시대에는 “가족의 이름을 세운 사람”이란 뜻으로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삼상13:1은 “가족의 이름을 세운 사울 왕,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2년에”라고 번역해야 옳다.
평범했던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 된 것은 그가 “가족의 이름을 세운 자”가 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