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9-15
예수님께서는 주간 첫날 새벽에 부활하신 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셨다. 그는 예수님께서 일곱 마귀를 쫓아 주신 여자였다. 그 여자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이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며 그 여자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그래서 그들이 돌아가 다른 제자들에게 알렸지만 제자들은 그들의 말도 믿지 않았다.
마침내, 열한 제자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나타나셨다. 그리고 그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을 꾸짖으셨다. 되살아난 당신을 본 이들의 말을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어느 한 청년이 자살하기 직전에 피에르 신부님을 찾아와서 자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신부님은 청년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나서 청년에게 “충분히 자살할 이유이군. 그렇게 되었으면 살 수가 없겠네. 그런데 죽기 전에 나를 좀 도와주고 죽으면 안 되겠나?”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청년이 대답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신부님이 필요하시다면 얼마간 도와 드리겠습니다.” 청년은 집 없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지어 주는 신부님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청년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신부님이 제게 돈을 주셨거나, 살 집을 지어 주셨다면 저는 다시 자살하려 했을 겁니다. 그런데 신부님은 제게 아무것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움을 구하셨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과 같이 일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엠마우스 빈민 공동체를 만들어 50년이 넘도록 노숙자 부랑아들과 함께 생활한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님의 일화입니다. 그분은 이렇게 절망에 빠져 죽음으로 가는 한 청년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어 생명을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루카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상황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하지만, 마르코 복음은 모든 것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피에르 신부님이 절망에 빠진 한 청년의 삶에 함께하며 생명과 희망을 주신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인생에 축복이 되고 생명이 되는 동반자가 되어 주라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엠마오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 부활하신 주님께서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