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위기, 연료비 연동제와 전력효율 개선으로 풀어야
김수이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 한국자원경제학회장 나라경제 2023년 07월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원유, 천연가스, 유연탄의 수입액이 각각 전년 대비 58.1%, 96.5%, 94.5%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 교란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천연가스와 석탄의 상당 부분이 발전용 연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무역적자 원인과 발전 부문의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이 단계적으로 상승했지만 발전 원가 상승폭만큼 따라가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적자로 귀결됐다.
평균 전력 판매단가는 지난해 1월 1 kWh당 114.78원이던 것이 12월에는 140.37원으로 약 22.3% 상승했다. 하지만 한전이 구입하는 평균 전력 구입단가는 같은 기간 1kWh당 141.38원에서 181.26원으로 약 28.2% 올랐다. 구입단가보다 판매단가가 낮은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약 32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도 지난 1분기에만 약 6조 원의 적자를 냈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으로 인한 한전의 경영악화는 전력산업 및 전력생태계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에 전력산업 전반이 위기다. 한전의 부채비율은 2021년 222.3%이던 것이 불과 1년 만에 그 두 배인 459.1%로 증가했다. 이러한 부채 부담 속에서 기존 전력시설 유지를 위한 공사발주가 급감했고 공사대금 지급 지연사례도 늘었다. 또한 송배전 시설의 유지·보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한전의 역할이지만 최근 한전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송배전 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감축했다.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발맞춰 기존 송배전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전의 경영 상황을 볼 때 이러한 투자는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한전은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가 44조7천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족한 운영자금을 채권을 발행해 메우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의하면 한전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의 5배를 초과해 발행할 수 없다. 한전채 발행한도는 약 104조 원으로 증가했지만 5월 중순까지 한전채 누적발행액이 발행한도의 75%를 넘어섰다. 올해 1월에서 5월 중순까지 발행한 한전채만 해도 10조 원이 넘는다. 이러한 한전채는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원가 이하로 판매되고 있는 전기요금의 정상화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전기요금 상승은 국제적으로 형성된 에너지 가격에 기인하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은 이를 외생변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연료비 연동제를 반영한 요금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한전이 적자를 해소하고 건강한 전력산업 생태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연료비 연동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흡수하는 형태로 시차를 고려해 작동할 수 있게끔 제도가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
향후 소비자와 정부는 전력 수요 자체를 줄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은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관련 투자는 전기요금이 상승할수록 수익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가계에서는 에너지 소비 절감 노력을 위해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 에너지캐시백 사업 참여, 자가용 태양광 설치 등으로 전력 수요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피크타임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생산의 효율화와 자가용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기밀성능을 확보하고 결로현상을 줄이기 위한 세부 설계가 있다. 특히 여름철 냉방 부하를 더 효과적으로 줄이는 기술 중의 하나로 건축물 외피 바깥에 블라인드 등과 같은 차양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아무리 단열성능이 높은 유리창도 단열성능이 뛰어난 벽체에 비해선 5~6배 이상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양 장치를 통해 실내로의 복사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후위기로 더 잦은 폭염과 혹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국가가 에너지 비용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을 위해 건축물 냉난방 부하를 줄일 수 있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신축 건축물 제로에너지빌딩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필수항목에 냉난방 부하 목표 기준까지 추가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은 높이면서 냉난방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