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소득 과세 방침 나오자 투자자 문의 절반 이하로 줄어
일부 재건축 조합원 추가분담금, 많게는 1억 넘게 늘어 惡材로
규제완화 조치도 야당서 반대… 당분간 시장서 작동 어려울 듯
올 들어 온기(溫氣)가 퍼지던 주택 시장에 매서운 한파(寒波)가 몰아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소형주택 공급 의무비율 완화 등 정부의 부동산 핵심 규제 완화 조치로 살아나던 투자 심리가 최근 연이어 쏟아지는 악재(惡材)에 꽁꽁 얼어붙는 모습이다.
- 재건축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사진 위)와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사진 아래)의 모습. 두 단지는 조합원 분담금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사업에 차질을 받고 있다. /정경열 기자·허영한 기자
모처럼 오르던 아파트 값이 정부의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課稅) 방침으로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조합원이 내야 하는 추가 분담금이 많게는 1억원 이상 늘어나면서 아파트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3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집값 상승의 동인(動因)이었던 규제 완화가 국회의 법 통과 지연으로 약발이 떨어지는 데다 시장과 엇박자를 놓는 정부 정책으로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고 지적한다.
◇급증하는 비용 부담… 정책 신뢰도 '흔들'
지난 3월 이후 주택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주된 이유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투자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다. 정부는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가 작고 세금도 많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주택 투자자로서는 그동안 없었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당장 시장에 도입되기 어려운 것도 시장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당이 '부자(富者) 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정쟁(政爭)이 격화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업체들은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는 본격적인 분양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당초 예상액보다 1억원 이상 늘어난 추가 분담금이 부과됐다. 전용면적 43㎡형 주택에 살다 84㎡형을 분양받는 조합원은 2011년 이주 당시만 하더라도 9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던 추가 분담금이 2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추가 분담금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과거처럼 분양가를 마음대로 높일 수 없는 데다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과 공사비 증가로 전체 사업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까지 거래 위축
다주택자의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에 재건축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재건축 아파트는 거래 중단에 가격도 떨어지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다.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이 쌓이면서 최근 한 달간 아파트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내린 곳도 있다. 올해 초 5억4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던 '가락시영 1차'(40㎡)는 최근 4억9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50㎡)도 최근 한 달 새 8억2000만원에서 8억원까지 가격이 내려갔지만 거래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주택 경기 호황의 진원지(震源地) 역할을 하던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반 아파트 매매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85㎡)도 2주 전보다 시세가 3000만원가량 내렸다. 송파구 J부동산공인 사장은 "올 들어 가격이 많이 올라 거래가 줄어들던 차에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시장에 혼란만 주는 정책이라면 아예 내놓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임대 소득 과세 방침이 세(稅) 부담 자체보다 투자 심리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내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만큼 주택 시장을 다시 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