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떤 책에서 나는 ‘스탕달신드롬(Stendhal syndrome)’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를 접하게 되어 그 의미를 찾아 본적이 있다.
스탕달신드롬이란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이 1871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일기에 적어 놓은 데서 유래한다. ‘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과 관심이 있어 많은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책이나 화보집을 통해 간접경험을 했지만 스탕달과 같이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그러한 명화를 직접 접하지 못해서 인지 지금까지
스탕달신드롬과 비슷한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 느껴보지 못한 스탕달신드롬과 가장 유사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내 인생 안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바로 ‘야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야구에서의 한대화선수의 극적인 홈런에서...
혼을 던지는 박철순선수의 아름다운 투구에서...
내가 응원하는 두산(OB)베어스의 우승 그 순간 순간에서...
야구장 안팍에서 벌어지는 그 드라마틱한 순간속에서...
나는 아마도 그 원래의 의미는 다를지언정 스탕달신드롬이게 바로 이런것일꺼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야구에 열광하고 야구와 더불어 인생을 즐기며 또 이러한 야구를
무엇보다도사랑한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는 이렇다.
야구는 다른 구기종목과는 다른 야구만의 특성이 있다.
이러한 야구만의 나름의 개성을 살펴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전적으로
본인 생각을 기준으로 구기종목을 나누어 보았다.
먼저 공을 제외한 기구를 가지고 하는지의 유무에 따라
1) 기구를 사용(소위 말하는 라켓이나 스틱등)하는 운동
- 테니스, 탁구, 스쿼시, 하키, 골프, 야구 등
2)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공하나만 가지고 경쟁하는 운동
- 축구, 배구, 농구, 핸드볼 등
다음으로 경기를 하는 장소(그라운드, 코트 등)의 구조의 대칭성에 따라
1) 대칭적인 구조를 가진 장소에서 하는 운동
- 축구, 배구, 농구, 테니스, 탁구, 하키 등
2)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진 장소에서 하는 운동
- 야구, 골프 등
위 두 가지 구분으로 보아도 야구란 참 특이한 구기 종목임에 틀림이 없다.
먼저 테니스 하키 등 일정한 기구(라켓, 스틱)등을 가지고 하는 경기가
그 기구를 가지고 공격이나 수비를 동시에 하는데 사용되는 반면
야구는 공격시에는 베트를 들고 수비시에는 글러브를 끼고 하는
구기 종목 중 매우 진화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야구의 유래에 대한 논쟁 중 유력설인 ‘13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cricket)이 라운더(rounders) 가 되고 이것이 발달되어
베이스볼이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기구(야구장비)의 진화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 수 있다.
현대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함께 발전한 이러한 야구장비의 하부구조는
선수들의 안전을 위한장비(헬멧, 포수마스크, 보호대 등)와 좀 더
공격력과 수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장비(알루미늄베트, 글러브의
제질과 디자인, 공의 탄성보강, 로진백 등)의 진화를 보였고 급기야는
다른 여타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서는 금기시 하는 경기장의 디자인
마저도(외야 일부이긴 하지만)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인기 구기종목인 축구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축구는 최초의 유래에서 지금까지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공의
제질과 축구화의 발달, 유니폼 정도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농구와 배구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본인은 야구가 가장 고차원 적인 기구를 사용하는
구기 종목임을 감안하면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인
‘호모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원리에
부합된 가장 인간적이고 진화된 스포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야구는 경기를 하는 장소가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골프와 같은 자연지형을 이용하는 구기는 논외로 한다 해도 야구만의
특징인 것이다.
축구, 배구, 농구등이 직사각형의 공간에서 플레이를 하는 반면 야구는
대략 부채꼴모양(정확한 부채꼴도 아니다.)의 구장에서 그것도 부채꼴의
한쪽 꼭지점에서 플레이가 시작되는 다른 어떤 유사 구기종목에서도
보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외야펜스까지의 거리는 중앙과 좌우측이 다르며 메이저리그의
멋진 구장들을 보면 좌우펜스거리 혹은 펜스 높이가 비대칭이까지 하니
태어나서 처음 야구를 접한 사람이 있다면 도저히 이해를 못할 구기 종목이라
해도 할말은 없겠다.
더군다나 경기장의 구조뿐만 비대칭이 아니다.
경기장의 구조의 비대칭에서 파생된 이러한 비대칭의 문제는 타자가
베팅 후 일정한 베이스를 돌아 홈까지 돌아오는 간단한 규칙에도 반시계방향으로만
턴해서 홈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점에서 살펴보면
타자경우 1루까지 거리가 왼손잡이 타자가 오른손잡이 타자보다 절대
유리하다. (대략 한걸음 반이상 유리하다고 한다.) 더군다나 1루가 타자 기준으로
오른쪽에 위치해 있으므로 수비시 송구를 해야하는 2루수, 3루수, 유격수는 모두
오른손잡이(최소한 오른손으로 송구를 할 수 있는 선수)로 포진시켜야 하고
1루수는 이러한 내야수가 던진 볼을 포구해야 함으로 홈플레이트쪽을
보고 포구하는 것이 용이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하겠다.
게다가 나는 왼손잡이 포수는 아직 본적이 없다.
각 구기종목에서 야구처럼 이렇게 포지션마다 선수가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가능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야구처럼 포지션대비 전문성이 확연이 정해진 구기종목도 없을 것이다.
물론 축구에서 미드필더, 농구에서의 가드, 배구에서의 세터, 미식축구에서의 쿼터벡 등
그 전문성과 팀에서의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야구에서의
투수만큼 전문성이 요구되지는 않고 다른 포지션의 선수로 경기도중
대체되기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면에서의 비대칭성에 기인한 특수성과 전문성이
야구만의 묘미를 만들고 야구만이 갖을 수 있는 개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있다.
나는 위에서 야구만의 갖는 개성을
‘진화된 구기종목’과 ‘비대칭성’ 두 가지 요인으로 짚고 있다.
이것 말고도 야구를 설명할 수 있는 그 많은 요인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 어떠한 요인도 모두 한가지로 귀결된다.
첫댓글 허걱!! 곰대 마빈사령관님이 베사모에 등장하셨네요^^*
아 ..
멋지시네여 자기만의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듯 ^^
가끔 들어와서 좋은 글 많이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