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는 어떤 상태로 살까?
이백(李白)이 붓 끝을 들자 가늘어지는 글씨체가 세상
을 떠나려고 했다
당(唐)의 시인들은 무중력을 그런 식으로 이해했다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익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술잔에 비친 달이 더 잡기 쉬웠을 텐데."
이백의 시는 술처럼 흘러나와서 젖었다가 마른 자
리―그게 주인도 없는 그림자가 될 때가 있었지―그림
자가 취한 모양을 보고 싶어 이백의 시를 읽을 즈음
시인의 말을 써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1 몇몇 사람을 무음으로 해 놓았다 바깥에 눈이 많이
왔지만 한참 동안 무음이었다
2 아이누인들은 해와 달을 모두 춥이라고 부른다
3 소리가 날 때까지 썼다 혼자 듣기엔 좋았다
4 러시아어 mope는 바다를 뜻한다, 모래와 모레와 모례
사이에서 나를 잃을 때까지 발음한다
5 인체에 무해하니 먹지 마세요
시인의 말후보들은 왜 제게 힘을 주고 있을까?
떠오를지도 몰라서 그래 얼마 안 되는 중력 때문에
걷다 보면 떠오를지도 몰라
밤에 산책을 하다 떠오르는 게 많다
금목서 가지, 검은 장우산, 새벽 4시의 시곗바늘, 시로
쓰고 싶은 지역감정―수족냉증이 심한 몸이
마음 급해서 달려가게 된다, 집으로 갔니?
응, 집으로 갔어 땀과 비에 젖은 몸을 씻고 자리에 앉으
면 그들은 전부 유령처럼
사라졌어 사라졌어?
혼잣말을 둘이서 하는 것은 손을 자주 바꿔 우산을 드
는 일과 같았다
왼속과 오른손 중에 한쪽만 사랑하는 일은 빗소리와
같은 혈관을 쓰는 것처럼
한 손로 우산의 손잡이를 꽉 쥐는 일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면 내 몸까지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일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자막과 입을 맞추는 영혼],민음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