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마차 안은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아빠가 같이 있었더라면 그래도 더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멀리 출장을 나가셨기에 지금 마차안은 너무나 지루했다.
"심심해,심심해,심심해,심심해."
옆에서 자수를 놓고 계시던 엄마가 내 말에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조금만 참거라. 이제 몇 거리 안남았으니까."
"히잉."
창문 틈 사이로 보이는 황성. 확실히 거리가 몇 안남은 것 같지만 눈으로 가늠하는 것과 실제의
거리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어머 애들이...."
엄마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3명의 오라버니들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자고 있는 것을 봤다.
저 모습을 다른 귀족 여식들이나 여성들이 봐야하는 건데. 저런 남자들이 뭐가 좋다고 그리 설쳐
대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심해."
"쓰읍."
"흠흠"
내 말이 들렸던 것인지 황급히 큰 오라버니와 막내 오라버니는 일어났지만 천방지축의 말괄량이
스타일인 작은 오라버니는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
큰 오라버니가 흔들어 깨웠지만 작은 오라버니는 꿈쩍도 않았다.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내 시선이
강렬해지자 삐질 땀을 흘리던 막내 오라버니가 일부러 내 시선을 돌리려는 듯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오늘 무도회에서 누구랑 먼저 춤 출래?"
누구랑......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빠가 계셨다면 당연 아빠와 먼저 춤을 추겠지만(원래 부인과 춤을
추는 것이 맞지만 사교계에 첫 데뷔하는 딸이 있을시엔 부인 보다는 딸과 먼저 춤을 추는 것이 사요계의
법례이다.)
"아버지가 없으니까....춘다면 큰 오라버니..."
"안돼!!"
그때서야 자리에서 일어선 작은 오라버니때문에 적지 않게 놀란 나와 언니, 엄마는 동그랗게 뜬 얼굴로
작은 오라버니를 쳐다봤다.
"호오. 뭐가 안된다는 거냐."
시퍼렇게 날이 선 큰 오라버니의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작은 오라버니는 기어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거야. 알겠니, 프린? 큰 오라버니는 이미 정해놓은 파트너가 있으니까
넌 나하고 첫 무대를 밟아야해."
"그게 무슨 말이야?"
정해놓은 파트너라니..?
"응? 몰랐어? 이미 황성내엔 소문이 쫘악 퍼졌는데. 너의 큰 오라버니께서 취향이 그렇고 그렇다는 걸
게다가 그 상대방이 지위도 꽤 높아서 이번 무도회에서 같이 춤을 출거라고 소문이...."
"더 이상 입 함부로 놀리면 죽인다."
시퍼런 검을 작은 오라버니의 목에 갖다 댄 큰오라버니를 흥미롭게 쳐다보던 난 부드러운(왜 큰 오라
버니가 몸을 부르르 떨었는지 알 수 없지만)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오라버니 취향이 그런 쪽이었어? 이거 예상치 못했는데. 어쩐지 그래서 여자들에게는
시선 하나 주지 않는 거였구나."
"오라버니.....흑. 난 전혀 몰랐어."
"취향이라지만 정말로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카인."
눈물을 글썽이며 인티까워하는 슈린언니와 진심으로 큰 오라버니를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큰 오라버니의 얼굴이 푸르죽죽 변했다.
"그게 아니라구...."
대답없는 큰 오라버니의 중얼거림이 간간히 새어나올 뿐.
*
"저하. 메프스 드 파르인이옵니다."
"....."
"저하?"
소리 없는 방을 의아스럽게 쳐다보던 메프스. 로얄 기사단의 단원이지만 꽤 신망받는 기사라 다음
기사단장의 후보로 지목된 자이다. 메프스는 앞으로 몇년후면 자신이 모셔야 할 주군의 방에 노크
하다가 안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또 나가셨군."
메프스를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병사(문앞을 지키는)가 측은한 어투로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메프스님."
병사를 향해 던진 눈빛은 포기어린 것의 그것이었다.
"아무리 늦으셔도 무도회가 끝이 나기 전에는 돌아오실 걸세. 게다가....준비를 모두 끝마친 상태
였으니. 제국의 황태자가 늦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게 다행이지."
"...그렇군요."
처음 황태자의 보좌를 맡을 땐 이런 일이 있으면 즉시 병사들을 풀어 성에서 황태자를 찾아다니 곤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어떻게 된게 찾으려고 하면 머리카락 한 올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난 황제폐하께 이 사실을 고하러 가야겠네"
"수고하십시오."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 끊겼다. 메프스는 황제가 있는 서재로 향했고 병사는
주인 없는 방을 지키며 벽을 쳐다볼 뿐.
"킥킥."
한껏 소리죽은 웃음소리. 창 밖에서 그 두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벌써 포기하는거야 메프스경? 이런..당신답지 않아."
나무 위에서 내려와 깔끔하게 착지한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았다. 호리호리 그렇다고 근육이 있는
몸은 아니었지만 다부지고 잔근육이 있어 그것대로 듬직해보였고 생글생글 미소짓는 얼굴도 헌동안
넋이 나가게 할 만큼 미남형이었다. 햇빛에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마치 물을 머금고 있는 듯한 착각
을 일으키는 물빛 눈동자.
"그럼 오늘은 언제 나가볼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한 그....아니 테카미노 제국의 하나뿐인 황태자 헤르시카 루미널 폰 테카미노.
테카미노 제국의 황제 르미온 루미널 세칸 테카미노의 판박이라고 불리우는 헤르시카였다.
"가면 무도회니까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가는 것도 꽤 재밌겠는 걸?"
생글생글 웃는 그의 얼굴에 맞추든 여러 새들의 아름다운 선율이 주위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헤르시카는
경쾌한 발놀림으로 나무 주위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이곳까지 들리는 듯 했다. 마차에서 내린 나와 엄마, 내 남매들의 얼굴엔 모두 저마다의
의상에 맞는 가면이 있었다.
"가면 무도회라니..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유치하네."
슈린언니가 내뱉은 말에 엄마의 표정이 조심스러워보였다. 황제와 황비께서 고안해내신 걸 알고도
슈린 언니가 이런 말을 한 것을 보면 일부러 그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기사 설령 황제꼐서 듣는다고
해도 뭐라 그러진 않을 것이다. 왜냐구? 그 이유는 나중에 알려줄 것이다.
"어떻할래 프린?"
"응?"
슈린 언니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난 무슨 뜻이냐는 듯 언니를 바라봤다.
"오라버니와 난 지금 들어가야해. 물론 엄마도. 하지만 넌 어떻할래? 내가 들어갈때 같이 들어갈래?"
언니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따로 들어가는 건 그리 좋지 않지만 그건 다른 귀족들에 관해서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드라미카 공작..특히 슈린언니의 가족에게 뭐라 나무랄 사람은 없었다. 난 황성을
둘러보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좀있다 들어갈래. 황성주변도 보고싶고."
"황족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은 들어가지 말거라, 프린."
"네."
그런것 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저 난 우리 저택 정원과 황성의 정원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난 무도회 입구에서 기다리겠다는 두 오라버니(작은, 막내)의 말을 듣고는 정원으로
향했다. 답답한 붉은 가면을 풀자 시원한 공기가 내 피부에 닿아 흡족한 기분을 주었다.
"이래야 살 맛이 난다니까."
*
"살맛이 나긴 개뿔."
도데체...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것일까. 작은 의문이 들었다. 그래 초반에는 좋았어. 하지만 너무 방심
한 것이 큰 화근이었다. 길치도 아니거니와 이곳이 넓으면 얼마나 넓겠냐는 생각때문에 기어코 길을
잃어버렸다
"아아아아악!!!!!"
그냥 슈린언니와 함꼐 무도회에나 들어갈껄..하고 후회했다.
"쿡쿡쿡."
"엉?"
뜬금없는 웃음소리에 혹시나 사람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휩싸여 뒤를 돌아보니 나무에 기대선 한
남자가 보였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귀족같지는 않아보이는데....오히려 나 황족이오 하는 분
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내가 누구랴? 일단 모른척하기로 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는 거죠?"
뚱한 내 표정. 물로 속으로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얼굴은 한껏 가면을 쓴 것
마냥 지어진 표정을 표출했다.
"쿡쿡쿡....하하하하하하!!!"
"....."
이젠 박장대소까지 떠뜨린다. 설마 내 연기가 들킨건가? 이젠 황족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나에겐
든든한 뺵(?)이 있으니까 말이다.
"뭘 그렇게 쳐 웃는 거야!!!!!!.....요"
"하하하하하하!!!!!!"
그래 나 소심하다. 든든한 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날 바라보던 그 황족
녀석은 이제 땅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깔끔해 보이던 의상은 먼지와 흙이 잔뜩 묻어있었고
난 그를 저모습 그대로 생매장시켜버리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트로웰을 소환하려고 할 무렵 그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
어색한데에서 끊었네요. 생각없이 쓰다보니까 용량초과입니다.
너무 길었죠? ㅜㅜ 너무 길면 재미없을텐데...... 그보다 저 오늘
기분이 무지 좋습니다. 후후~ 은의공녀를 xxx에 올렸더니 글쎄
조회수가 200이 넘지 않습니까?! 아...행복해요 ㅜㅜㅜㅜㅜㅜㅜㅜ
갖은실수 끝에 은의 공녀는 성공할것 같습니다. 물론 제예상이지만요,
그러고 보니 내일은 진짜배기 추석연휴네요~ ㅎㅎㅎㅎㅎ
인소닷 들어와보니까 오늘 글쓴 사람은 없던데(장르방) 모두 학교가서
그런건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무튼 이번편 재밌게 봐주세요~
*[오늘밤 귀성길 가시는 분들 사고 많던데 조심해서 가시길.]
첫댓글 잼있어 담편이 기대되요
감솨합니돵 ㅎㅎㅎㅎㅎㅎ
잘봤습니다. 다음편기대할께요!
넹넹 ㅎㅎㅎㅎ~
와왓 오타다<찾아드리는거 싫으신가요..죄송ㅡㅡ;;; 확 생매장 시키지ㅋㅋ 담편은 언제....?
어디어디 오타요???????? 알려주세요!!!!!!!!! 솔직히 수정할때 보니까 오타 상당히많던데....ㅜㅜ 알려주시는 분이 없어서.....오타 어딘지 알려주세요 ㅜㅜ
재밋습니다~~
갑사합니다~ㅎㅎㅎㅎㅎ
저 고3인데 ㅜㅜ 이것땜에 자꾸 컴터키잖아요~!ㅋㅋ 책임져요!ㅠㅠ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요??? 고3이면.....수..수능....!! 앞으로 4년후면 저도 한창 공부중이겠어요 ㅜㅜ
아...황자가...황자가 뭔가 이상해요ㅠㅠ 로맨스의 분위기가 안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