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억새를 쥐고 당신에게 가는 길
눈구름에 입술을 그리면 어떤 슬픔이 내려앉을까
눈사람을 만들 때 당신의 눈빛이 무슨 색으로 변할까
은색의 숲이 심장이 뛰기 시작해
몸속에 목화들이 우거져
당신에게 가는 문병은 어디로 휘어질까
마른 목화솜을 쓸어 모으면
마음엔 서리지 않는 유리 입김,
단 한번 몸과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살려주세요 빌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몸과 캐럴의 종이 울던 밤
솜 같은 당신을 안아보았지
한 사람을 지우기 전에 이 슬픔이 끝나기 전에
한 문장만 읽히고 있었어 사는 거 별거 있었냐 그냥,
목화가 피어 울고 싶다고 살고 싶다고
그래, 엄마, 잘 자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창비, 2021.
첫댓글 아직도 엄마, 소리만 들어도 울컥합니다.
목화꽃 본 지 참 오래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