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돌아왔다 지구 공전 속도보다 느리게
소리는 낡고 누추했으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해 한동안 서성거리기도 했다
스무 살의 창틀은 자주 덜컹거렸다 낮에도 형광등을 켜 둔 방
창밖 숲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내부를 엿보고 있었다
우주는 시작과 끝이 있는 털실 같아
필통에 담배를 숨겨 다니던 친구는 몇 번의 연애담을 술잔에 따라 마셨다
검지로 깊숙이 내부를 찔러봐
깊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만져지지, 당겨봐
엉키지 않고 펼쳐지는 밤의 오로라가 시작되는 거야
캐비닛 뒤에서 입을 맞추고 사랑을 나눴다
조율 안 된 기타로 부르지 못할 노래는 없었다 이루지 못할 이별도 없었다
라이터에 그을린 책상에는 공개 일기장이 펼쳐져 있었다
붉은 볼펜으로 이름을 적고 지우고 또 지웠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보풀이 잔뜩 인 이야기 한 올을 잡아당긴다
38만 년의 별빛이 시간의 껍질을 뚫고 쏟아지는 중이었다
밤나무 숲에서 떨어지던 밤송이처럼 툭,
우리는 서로를 엿보던 눈이었음을 고백하던 순간이었다
첫댓글 내면을 나와 분리시켜 놓고 면담 중이었는데
이 시를 보니 어쩐지
제 맘을 들킨 기분입니다
배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