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뒤질 때마다 서로 다른 얼굴들이 손에 잡혀 오늘은 다정한 얼굴을 뒤집어쓰기로 해 서랍에 갇힌 얼굴들은 깊은 복도를 지나 서로의 밀실을 백 개쯤 두고 있어 밀실에는 끝없는 잠이 숲속으로 쏟아져 흰 눈처럼 소복이 쌓이는 잠을 밟고 걸어가면 나는 삼백 년 동안 밀린 빚을 갚는 마녀, 검은 얼굴을 감추고 웃다 보면 점점 하얗게 되어 가 온통 하얀 숲이 내 전생일지 모른다는 생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된다면 며칠쯤 서랍 속에서 울음으로 양탄자를 만들래 오늘은 어제의 컴컴한 복도를 지나 다정한 얼굴이 나를 붙드네 미소가 나를 택하면 나는 죽은 사람의 머리를 내밀어 미소를 뒤집어쓰지 늑대와 악어 들을 문밖에 두고 오늘도 안녕? 오늘의 얼굴을 다시 갖다 놓을 때까지 당신도 안녕? 안녕이라는 새 언어를 배운 지 삼십 일 정도 되어 가
― 『크로노그래프』, 여우난골, 2023.
첫댓글 역시 가면이 최곱니다~ㅋ 문밖의 늑대와 🐊 도 두렵지 않을 미소는 제가 많이 써 봐서 압니다 아주아주 좋은 보호막이자 무기라는 것을요~ㅎㅎ
좋은 시 배람합니다
이만 총총총...
밀화부리님 공지에 올린대로 이번에 포스트맨상을 축하드립니다 선물받을 주소를 쪽지로 보내주시거나 주소 노출이 그렇다면 연락처만 알려주세요 연락처로 선물 보내드리겠습니다
@오쉬쁘만젤쉬땀 카페지기들의 멘토가 되실 거 같아요... 마음 쓰심이 너무도 섬세하셔서 무심결에 자주 놀라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풀무질에 빚이 느는 건 줄 알면서 주시는 상을 기쁘게 받겠습니다
상 보다 카페지기님 마음에 더 감동하고 있음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따뜻하고 배려 깊은 마음으로 시사랑이 점점 더 아늑해지겠습니다
수고로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