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억원이 투입된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 진입도로가 준공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개통을 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신설 진입도로와 접속되는 기존도로의 확장공사가 뒤늦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데, 인근 주민들은 ‘도로행정의 난맥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지난 여름 완공된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 진입도로가 교동지구 접속도로 문제로 수개월째 개통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시는 지난 2009년부터 울주군 상북면 길천산업단지~삼남면 교동지구(교동 주공아파트)를 잇는 길이 2.7㎞ 너비 20m(왕복 4차로) 산단 진입도로 개설공사에 착수, 올 8월 준공했다. 사업비만 49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다.
이 도로는 길천산단과 경부고속도로·국도 35호선을 곧장 연결, 언양 시가지를 통과하는 교통량을 분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도로는 올 8월 준공 이후 지금까지 시작지점과 끝나는 지점에 차량진입을 통제하기 위해 구조물이 설치된 채 봉쇄돼 있다.
이유는 삼남 교동지구에서 개설도로와 접속되는 길이 300m의 기존도로 너비가 15m(왕복 2~3차로)로 좁아지기 때문. 즉 새 도로와 기존도로가 이어지는 부분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기존도로가 급격한 내리막 경사이기 때문에, 대형트럭이나 고속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병목구간에서 사고가 날 우려도 높다.
경찰은 이같은 이유로 도로 개통을 위한 울산시와의 협의 과정에서 ‘교동지구 기존도로 확장시까지 진입도로를 개통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예견됐음에도 기존도로 확장공사가 올 7월에야 착수됐다는 것이다. 울산시종합건설본부는 사업비 36억원도 올해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더구나 부지보상 협의 난항으로 공사는 현재 멈춘 상태다. 일부 지주들이 토지 수용재결을 신청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확장공사 준공은 기약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모(42)씨는 “신설도로 개설과 접속도로 확장을 동시에 진행했다면, 새 도로 준공과 함께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간차를 두고 공사를 해 수백억원짜리 아까운 도로를 방치하는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재 상황에 대해 울산시 관계부서들은 책임을 미루는 듯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길천산단 진입도로 개설을 담당한 투자지원단 관계자는 “기존도로 확장예산이 올해 예산에 잡혀 있었는데, (확장공사 착수가)다소 늦어진 데다 보상까지 어려워지면서 새 도로 개통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도로 확장을 추진 중인 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애초에 병목구간이 생기더라도 도로가 개통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도로확장을)서둘지 않은 것”이라면서 “예상치 않게 경찰이 ‘내리막 도로 시야를 우선 확보하라’는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새 도로 개통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