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까이 산다면 수박을 반 덩이씩 나눠 가질 수 있을텐데 [봉주연]
베란다에 내놓은 식물은 베란다만큼 자란다. 작은 화분 속 식물은
화분만큼 자라다 죽는다. 나중에 내가 아이를 낳으면 가끔 봐줄 수
있어요? 종종 묻곤 했다. 너는 가끔식 돌봐주는 일을 잘할 거라 생각
해. 아이는 모르는 겨울 간식을 손에 쥐어주면서.
부드러운 바닥으론 몇 번이고 발길질을 당해도 괜찮다. 한 번 더
차달라고 얼굴을 발 가까이 가져가기도 했다.
1977년 한 시민이 건물에 능소화 두 그루를 심었는데 폭포수처럼
자라 이곳의 관광명소가 되었다.* 담벼락을 등지고 사진을 찍는다.
장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있겠지.
네가 사는 곳이 예전에 화장터였다는 거 알고 있니. 이런 말을 들
어도 집으로 가는 길에 무서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흙이 뒤엎
어진 언덕 위에서도 순하게 잠들었다. 삶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에는 벽이 있고
경관 앞에는 경관이 있다.
앞서 걷는 두 사람 사이. 아이는 뒤를 돌아본 채 품에 안겨 있다.
아이에게 짓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두 사람은 보지 못한다. 사람을
쉽게 잊기 위해서 이름을 물어보기로 한다.
다음에 이사를 간다면 너의 동네를 생각해볼게.
쉽게 헤어질 요량으로 우리는 어서 아이를 갖기로 약속했다.
* 대구 대봉동 능소화 폭포
- 현대문학 2023-12
* 요람에서 무덤까지.
태어나서 죽기까지 삶은 간단하지만 세상은 간단하지 않다.
산업혁명 이전에 2.5억의 인구가 1987년에 50억이었다가 2023년에 80억을 찍었다.
사실 지구에서는 2억명이 살아야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잘 살텐데
무려 80억 인구가 빠글빠글 모여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국가로 보면 인구가 줄면 줄수록 모든 게 나빠지니까 유지 이상으로 인구가 늘길 바라고 있겠다.
지구의 관점에서는 환경문제부터 지구인을 먹여살리기가 버거우니 더이상 인구를 늘리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내 세대는 '둘만 낳아 잘 키우자'였는데
그래도 하나는 낳아 잘 키워야 되지 않을까 싶다.
이웃과 수박 한덩이를 반 쪼개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