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나는 미래, 송도국제도시
오래 전 송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의 송도국제도시는 마치 신기루처럼 환상적인 곳이다. 도시의 건축은 미려하고 경관은 아름답다. 도시를 가득 채운 콘텐츠들도 감각적이다. 드넓은 갯벌을 메워 세운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곳. 익숙한 자연과 문화 위에 첨단의 옷을 입힌 미래 도시, 송도로 향했다.
어느 날 마법사의 주문으로 하루아침에 탄생한 마법의 도시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도시란 모름지기 그것이 만들어진 역사와 그 뒤로 면면히 흐르는 온갖 사연들이 쌓이고 쌓여 이야기가 되는 법이지만 문득 태어났다 해서 이야기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송도국제도시를 거닐며 깨닫게 된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고층 건물들과 그 사이 사이를 덮고 있는 초록의 정원들, 눈을 들어 바라보면 태고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서해바다가 눈부시게 빛난다.
미래도시 랜드마크 G-타워와 센트럴파크
송도국제도시를 처음 찾아가는 길이라면 G-타워를 먼저 가보는 게 좋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 녹색기후기금(GCF),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등 국제기구들이 모여 있는 G-타워는 송도국제도시의 실질적 랜드마크다. 건물 33층에 있는 전망대는 특히 첫 번째 코스로 선택하는 게 좋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송도국제도시를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천대교의 웅장한 자태와 서해 바다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들까지,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센트럴파크의 중심을 이루는 1.8km의 물길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도 이곳 전망대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낮과 밤, 두 번에 걸쳐 전망대에 올라볼 것을 권한다. 전망대가 있는 33층에는 IFEZ 홍보관도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홍보관인 만큼 관 주도의 전시행정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어느 날 신기루처럼 황홀하게 펼쳐진 신도시의 탄생 배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로운 공간이다.
송도국제도시의 마천루 사이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는 바다를 품은 해수공원이다. 바닷물을 끌어다 만든 1.8㎞ 수로를 중심으로 수변 공원이 펼쳐진다.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 명소다. 낮과 밤, 어느 때 가도 좋은 곳으로 물길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 다양한 조각과 조형물들이 가득하다. 공원 동쪽에 있는 이스트보트하우스에서는 카누와 카약, 패밀리보트 그리고 보드 위에 선 채로 노를 젓는 신종 레포츠 SUP를 이용할 수 있고, 공원 서쪽 웨스트보트하우스에서는 12인승, 38인승 수상택시를 탈 수 있다.
도심 속 수로를 누비는 수상 레포츠의 묘미는 노을이 붉게 물드는 저녁과 수변에 줄지어 늘어선 고층 빌딩에 불이 밝혀지는 밤에 더욱 빛난다. 송도국제도시를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는 이유도 센트럴파크의 밤 풍경에 있다. 좀 더 프라이빗하면서 좀 더 특별한 야경을 원한다면 센트럴파크 옆 포스코타워를 찾아가면 된다. 그곳에 있는 오크우드 프리미어호텔 65층에는 최고의 야경 명소로 소문난 스카이라운지 ‘파노라믹65’가 있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유일하게,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황홀한 야경과 분위기 때문에 특히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다만, 최고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적잖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센트럴파크 옆 특별한 건축의 미
센트럴파크를 걷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초고층 빌딩 사이로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단아한 한옥이다. 서울 북촌이나 서촌도 아니고 현대적 건축물로 둘러싸인 송도국제도시에 웬 한옥마을인가 궁금증이 일게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첨단과 어우러진 전통의 미를 발견하게 된다. 송도국제도시의 한옥마을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일반 고객을 맞이하는 영업장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센트럴파크의 수로 위를 형형색색의 문보트와 플라워보트가 떠다니는 풍경을 감상하며 차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한옥마을 옆, 우아한 기품의 한옥호텔이 있다. 과하지 않고 세심하며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 5성급 한옥호텔 ‘경원재’다. 특급 호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30개의 프라이빗한 객실과 한옥 느낌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이자 해장국인 ‘효종갱’을 웰빙 트렌드 궁중 보양식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경원재를 대표하는 두 건물인 ‘경원루’와 ‘경원재’는 각각 고려와 조선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수려한 한옥의 미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다. 경원루는 고려시대 대표 건물 부석사 무량수전을 모티브로 주심포 양식과 팔작지붕, 배흘림기술 등 절제된 아름다움이, 객실인 경원재는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특징이다. 두 건물 모두 우리나라에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영동지방 목재를 사용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자 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해 전통 건축과 공예 분야의 명장들이 참여했다.
경원재에서 G-타워 방면, 센트럴파크역 앞에 기이한 형태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미확인 비행물체가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건물이다. 송도국제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복합문화공간 트라이보울이다. 기존 건축의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형상의 이 건축물은 인천의 송도와 영종, 청라를 상징하는 세 개의 보울(그릇)을 형상화한 건물로,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역 쉘(逆 Shell) 구조의 독특한 형태로 나선형 공간미를 테마로 현대 건축에 자연미를 더해 만들어졌다. 원형 극장 모양의 공연장과 다목적 문화공간에서는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 재질의 건물 표면에 빛이 투영되면 신비로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바다 옆 낭만 쉼터 솔찬공원과 오션스코프
송도국제도시에는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공원이 있다. 그 가운데 인천 앞바다를 직관할 수 있는 공원은 솔찬공원이 유일하다. 서해바다의 눈부신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 특히 그곳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압권이다. 바다를 따라 걷는 해안길은 산책이나 조깅, 라이딩에도 최적화되어 있고, 공원 내의 널찍한 휴식 공간은 ‘바다멍’에도 좋다.
원래 솔찬공원은 인천대교를 건설할 당시 구조물을 만들던 작업장이었다. 인천대교가 완공된 후 한동안 방치되었던 이곳은 수변공원으로 조성된 후 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여행자가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특히 탁 트인 바다 전망이 매력적이다. 바다 건너편으로 인천 신항과 LNG 기지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맑은 날에는 영종도와 무의도, 대부도까지 훤히 보인다.
공원 안에는 복합문화공간 ‘케이슨24’도 있어 사시사철 문화예술의 향기가 흘러 넘친다. 과거 토목건축 공사에 쓰이는 케이슨(철근 콘크리트 상자)을 만들던 곳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케이슨’과 서해안 벨트의 스물네 번째 공원이란 의미의 ‘24’를 붙여 ‘케이슨24’라고 이름 지었다. 이곳은 특이한 건물 외형과 함께 다양한 문화 이벤트, 커피와 디저트가 있는 공간으로 최고의 ‘노을 맛집’으로도 꼽힌다.
송도국제도시 도심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오션스코프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핫플치고는 조용하고 한적해서 더 매력적인 곳이다. 오션스코프는 해변에 설치된 경관 조형물이다. 해양 물류의 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모두 5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를 향한 3개의 컨테이너는 전망대로, 도심을 바라보는 2개의 컨테이너는 전시 공간이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비스듬하게 세워진 공간 내부를 오르면 탁 트인 서해바다와 인천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데 해질 무렵 노을은 장관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감성 스폿, 트리플스트리트]
2017년에 문을 연 스트리트형 쇼핑몰이자 복합문화공간인 트리플스트리트는 알록달록 원색의 우산이 하늘을 가득 메운 사진으로 SNS 성지가 됐던 곳이다. 이제 우산이 있던 자리에 색색의 리본이 물결을 이루고 여행자들로 또다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국을 대표하는 걷고 싶은 거리’를 콘셉트로 조성된 트리플스트리트는 해를 거듭하면서 테마파크로 진화하고 있다. A동부터 D동까지, 4개이 있고, 각 동이 ‘거리’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고층 대형 백화점을 1, 2층으로 낮게 펼쳐놓은 모양새로, Underground, Ground, Sky 등 3가지 타입의 쇼핑 스트리트와 유명 맛집, 프랜차이즈 식당, 영화관,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170여 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다. 기존의 패션과 먹거리 중심의 단순 상업시설에서 벗어나 여가와 문화, 힐링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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