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가 고독에게
박소미
나는 자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태동을
알아채는 침묵 이전의 기억 밑으로 밑으
로, 웅크리고 있다 두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재생에 몰두한다 어느 애도가 부재
를 지나 탯줄로 돌아올 때까지, 타자의 몸
속을 오가는 이 반복은 고고학에 가깝다
생환의 뒷면은 그저 칠흑 덩어리일까 벽
과 벽 사이 미세한 빗살로 존재할 것 같은
한숨이 어둠 안쪽 냉기를 만진다 사금파
리 녹여 옹기 만들 듯 이 슬픔을 별자리로
완성케 하는 일, 아슴푸레 떨어지는 눈물
도 통로가 될까 북녘으로 넘어가는 해거름
이 창문 안으로 울컼, 쏟아져 내린다 살갗
에 도착한 바람은 몇 만 년 전 말라버린 강
의 퇴적, 불을 켜지 않아도 여기는 발굴되
지 않는 유적이다 잊기 위해 다시, 귀를 웅
크리는 태아처럼, 점점 화석이 되어가는 기
분이야 떠나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다 방안
이 점점 어두워진다
*박소미 시인
1966년 전남 목포출생
2017년 제9회 목포문학상 '홍어 먹는 날' 로 본상 수상
2021년 《 국제신문》 '고독사가 고독에게'로 신춘문예 등단
엔솔로지 시집 '무화과 서약' 외 다수
달詩. 반딧불이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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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고독사가 고독에게 / 박소미
낙엽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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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9
24.01.09 20:4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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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저 혼자 어디론가 떠나가서 고독하게 죽는다지만
인간은 누군가 옆에서 떠나가는 모습을 들여다 봐주길 바라겠지요.
한 마디도 못한다면 눈이라도 꿈벅거리면서 안녕하고 인사는 하고 떠나야 하겠지요.
고독사는 너무 쓸쓸하잖아요.
따뜻한 세상은 꿈속의 세상이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