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화시대
- 안방에 앉아 모든 일 처리하는 편리한 세상
- 컴퓨터만 상대하는 것이 인간에게 행복인가는 별문제
요즈음 흔히 듣는 말에 "지식정보화사회" 니 "지식정보의 시대" 란 말이 있다 대개 정치인/지식인이 많이 쓰는데 쓰는 사람이야 "지식정보가 발달된 현대사회의 특징" 으로 말을 하겠지만 이것은 때로는 "정보의 홍수 속, 피곤에 지친 현대인" 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침 출근시 운전 중에 메시지가 왔다고 핸드폰이 삑삑 한다 운전 중에 읽어 볼 수도 없는데 일정 간격으로 계속 삑삑 거리는 신호가 운전
중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나중에 읽어보면 "귀하의 운세를 - -", 족집게 점쟁이의 광고이거나 , "이 밤, 외롭지 않으세요 ?" 봄파는(?) 광고다 사무실의 팩스에는 사업상의 서신은 별로 없고 광고메일 천지다
그 광고 받아보기 위하여 내 돈으로 산 내 용지를 써야 하고 - -. 한번은 아침에 사무실에 가보니 "공단입주자디렉토리" 판매광고메일을 장장 14장 수신 중에 용지가 바닥나 있어서 정작 사업상서신은 받지 못한 것을 보고 화가 난적도 있다
요즈음 은행, 병원 같은 곳에서는 기다리는 동안 보라고 교양잡지(?)들이 많은데 광고, 사진천지인지라 잡지책인지 광고책인지 구별이 안
된다 기사 내용은 별로 없고 사진일색이니 읽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듯이 보라는 잡지 같다 요즈음 사람들은 신경 집중하여 읽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잡지발행자도 이 취향에 맞추어 읽기보다는 보는 잡지를 만들어야 팔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 친구가 자기 살던 집을 팔고 이사하려 했더니 자기 부인 말이 판교신도시개발계획을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데 인터넷으로 판교계획을 알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인터넷경제신문 사이트에
들어가 기사 검색한 결과를 알려주었더니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렇게
무엇이든 다 알 수 있느냐?" 고 감탄한다.
하기야 옛날 같으면 도서관에 가서 지난 신문을 뒤져보고 해당관청,
부동산을 찾아가 상담해야 알 일을 집에서 컴퓨터에 앉아 신문사와
부동산 사이트 검색으로 완벽하게 알 수 있으니 편리하기는 한 세상이다 요즈음 웬만한 민원서류는 에어컨이 시원한 대형수퍼매장에서
컴퓨터기계로 자동발급되고 대학병원에 가서 접수처에 약값만 내면
제약처방전은 자기가 컴퓨터기계에서 발급 받게 된다
학자들이 연구논문 쓰는 것도 예전에는 도서관이나 친지들 찾아다니며 자료를 얻어다가 자기가 썼는데 요즈음에는 자기집 안 방에 앉아
각종 학회의 홈피에 들어가 자기가 보고자하는 타인들의 논문을 검색하여 필요한 부분이나 자료를 복사하여 갖어다가 짜집기하듯 편집하면 되므로 아주 쉬워졌다 이래서 표절시비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편리성만으로 얘기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인터넷이 편리한 줄은 알지만 절대로 안
배운다고 고집스레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것을 배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고 그 이상 반감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유인즉 "신문/TV 안보는 것이 훨씬 좋다,
나는 별로 TV 켜는 적 없지만 다른 사람이 켜놓은 것 귀 막지 않는 한
안들을 수 없으니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백날 들어봐야 유쾌한 일은
없고 울화만 치민다는 것이다.
요즈음 전철에도 승객들 심심하지 말라고 TV 같은 것이 있던데 과연
모든 사람들이 즐겨 보는지 모르겠다 전철을 타보면 앉은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다. 자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위의 환경에
신경을 끄고 쉬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 작가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피곤에 지쳐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Dead Mask 로 표현했다
이처럼 지식 정보화 사회가 되면 모든 면에서 능률적이고 편리한 시대가 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과연 그로 인해 꼭 행복해지는 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문제인 것 같다
지식, 교양과 학문을 받아드리는 것은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며 그래서 독서하는 일, 독서를 권장하는 일은 "좋은 일" 이고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독서라는 것이 요즈음의 세대에서는 컴퓨터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래서 독서를 권장한답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 시간 많은 자료를 들여다봐라 !" 고 한다면 듣는 사람이나 그의
부모가 "좋은 일을 말해줘서 고맙다" 고 받아들일까 ? 아니면 "눈 나빠지고 자세 나빠지는 일을 - - ?" 하고 반응할까 ?
무더위와 장마가 지나 청명한 가을, 독서의 계절을 맞아 생각나는 일이기에 짚어봤다
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E-mail : hafenhbg@hanmail.net">hafenhbg@hanmail.net
【물류신문】 2002년 9월 9일자 『이호영의 千字칼럼』(59) 에 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