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내려 제법 쌓였네요. 토요산행 휴유증으로 늦잠을.
그래서 이곳저곳 정리를 하고 쉬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수신] 설레이는 마음으로 눈 내리는 것을 바라보니 벗과 함께 차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네.
[답신] 우후~ 그 벗이 누구인지 부럽네. 나두 끼워주면 좋은데...
[수신] 호호호 그 벗이 0수씨네요.
[수신] 0수씨 일요일인데 뭐해? 시간됨 란이랑 차한잔 어때 우리가 갈게. 연락주오!
[답신] 좋지요! 어디에서 만날까요?
[수신] 글쎄 우리가 서울 길을 몰라서 0수씨가 멋진데 알면 정해 그리로 갈게.
[답신] 인사동에서 3시에 만날까?
[수신] 알았어요, 숙이하고 갈게. 그럼 이따 봐여.
[수신] 긴급!!! 0수씨 일산에서 만나면 안되나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잉.
일산 백석역 4시30분. 라이브까페에서 분위기에 취해보자구요...
오후에 함박눈이 내린다니까 기대하라구.
이렇게 약속하고 만났습니다.
오우 몰라보겠네. 언제 이렇게 예뻐 지셨나?
능청스럽기는 지난주에 봐놓고선.
이럴 줄 알았으면 멋있게 옷을 입고 올건데 이것 미안한데.
숙이가 말하네요. 보는 이가 많으니 포옹은 못해도 손은 잡아봐야지. 그치~
란이가 그래 복장불량이구먼. 저녁은 0수씨가 사야겠네. 호호호. 하하하
정말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란아 우리 오리고기 먹자. 그래 작년에도 눈이 왔을 때 그 목조2층이 좋았지 그리로 가자.
애니골에 있는 하늘마을 길에 가나안덕 별관2층에서 내리는 눈을 감상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맛있는 저녁식사.
두 여성의 환한 웃음과 즐거운 얘기들.
우리 동갑이니까 서로 터놓고 지내면 어때?
그래 그러자 자 한잔 들면서 존칭 쓰면 벌주가 주어진다 알았지? 크크크
숙이가 말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셋이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니?
왜? 글쎄 자꾸 그런 느낌이 들어서.
우리들이 안지가 1년 정도인데 마치 오랜 벗으로 착각을 종종 한다니까 나는.
란아! 넌? 그래 나도 그렇다니까.
우리가 0수를 작년가을에 처음보고 순진하게 웃는 모습이 괜찮다고 그랬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느껴지더라구.
그렇게 봐 주니 고맙다. 우리 미키마우스를 위하여 자 한잔 더.
어머 온통 눈세상이네. 이럴 때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
오늘 눈을 보며 차한잔 하자고 한 란이가 앞장서서 카페로 이동.
란이는 허브 라벤드향 차 , 숙이는 국화차, 난 에스프레소.
0수야 너무 진한 커피인데?
오리를 먹었더니 텁텁한 것 같아서. 우리 차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니까
커피 마시고 이차들도 마셔.
어어 저 차 미끄러진다 .어디 어디?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창 밖 풍경은 우리들을 감상속으로 빠지게 했지요.
봐 오늘 눈 구경 제대로 하는 것 맞지?
이런 행운을 잡은 넌 우리가 무지 고맙지? 그래 너무너무 고맙다 뽀뽀해 줄께.
으이구~ ㅎㅎㅎ. 숙이는 차 카페에 두고 내일 가지고 가야겠다.
저 차들 봐 슬슬 기잖아. 저 사람들은 뒤에서 미네.
그러지 뭐! 이 차도 마셔 봐. 어떤 차? 흐흐.
이 차 말이야 자동차 말고!!!
큰 일 났다. 생각 따로 말 따로 하면 치매의 지름길인데...하하하
있잖아! 란이나 0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잖아. 난 집에만 있어서
어떨 땐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할 때가 있다니까. 어쩌다 군에 간 아들한테 전화 오면
얘기하고 싶어서 끊지를 못하게 하니까 어머니가 나를 위로해줘야 되는데 반대가 됬네요
한다. 그러니 니들이 친구라면 매일 한번 씩 나한테 전화를 하던가 문자를 보내라구.
알았어 난 문자만 보낼게. 문자 받고 네가 전화를 해. 네게 손가락 운동이라도 시켜야지!
참 우리도 즐겁게 사는 법을 알아야 해. 주어진 상황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안타까운 일도
화낼 일도 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잘 살 수 있을거야! 그럼 그럼.
0수야 오늘 인사동에서 만났으면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경인미술관에서 차 마시고 한식집에서 저녁 먹고 영화를 볼까 했었지.
아쉽다. 난 “미인도” 나 “순정만화” 보고 싶은디.
숙아 너 “아내가 결혼했다” 봤니? 아니.
0수 넌? 나두 못 봤는데...
그 영화 보면서 느낀건데 앞으로 그런 날 들이 올 것 같아.
지금도 보라구. 남성우위시대에서 여성상위시대로 바뀌잖아.
가정도 하나의 주체에서 객체가 될 것이고 의학이 발달해서 100년을 산다잖아.
한사람과 60년에서 80년을 산다면 지겹지 않을까? 그래서 두 번 결혼하는 것은 당연한
그런 시대가 될 거 아니니!
현재 바람피우는 사람들이 떳떳하게 사는 세상이 되겠네 그려. 하하하 호호호.
안되겠다 어떤 영화든지 우리 같이 보자 응?
다음에 한 번 더 만나서 보면 되지 뭐! 그럴까?
난 금요일 무지 바쁘니까 주중에 날짜 정하자 화, 수, 목 중에서 오후에.
이해가 가기 전에 알았지.
길에 눈이 녹았네. 차 가지고 가도 되겠다. 다시 얼기 전에 그만 가자. 아쉽다.
나 실은 가슴이 답답했었거든. 지금은 날아갈 것 같아. 정말 얘기하고 싶은 벗을 찾으니까
숙이랑 너랑 생각나더라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 주어서 고마워.
그래 나도 고마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게 해 주어서.
오늘 아침에 문자가 왔습니다.
수신 “친구를 보면 내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애. ^&^ 친구야 오늘도 힘차게 화이팅”
답신 “오우~ 친구의 한마디가 위력을 ☞ 비가 내려도 좋은날이 되어버렸네.”고마워!!!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