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북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행정 중심지, 의정부.
흔히들 서울 북쪽의 군사도시로서만 성장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으나,
오랜 옛날부터 행정적인 중심역할을 해왔던 비중있는 곳이었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이 곳은 개성과 더불어 경기북부의 중심지였다.
양주의 중앙이었던 의정부는 사방으로 도로가 뻗어있어 교통이 무척 편했는데,
삼각산 북쪽 자락에서 대신들이 정사를 논의했던 곳으로 지명도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 후기-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경기북부의 교통, 상업적 중심지로 입지를 굳혔지만,
한반도의 허리가 잘리면서 '군사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씌우게 되었고,
아직까지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의정부터미널도 마찬가지로 예외는 아니라서,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의정부역-양주군청을 잇는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터미널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무척 작았고,
유동인구가 워낙 많았던데다 버스도 수시로 지나쳐 혼잡도가 상당히 높았다.
1990년 무렵에 시 외곽의 금오동으로 이전하기는 했지만,
터미널 노후화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어 도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지 20년도 채 안 되었지만 갈 길은 너무나 멀기만 하다.
의정부의 도심은 경원선-중랑천 사이의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있다.
의정부터미널은 중랑천 바로 오른편의 주택가 부근에 위치하는데,
하천 하나만 넘으면 도심이 나올만큼 상당히 중심가와 가까움에두 불구하고,
터미널 주변은 일반적인 주택가 대로변의 분위기를 풍긴다.
시커먼 때를 뒤집어쓴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의정부터미널.
첫인상으로는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터줏대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의정부 도심의 성장으로 1990년대 초반에 이전해온 젊은 터미널이다.
현지 주민들은 지금의 터미널을 '신터미널', 예전에 사용했던 곳을 '구터미널'로 구분해서 부른다.
하지만 글을 올리는 본인조차도 이 곳이 신터미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겨지지가 않는다.
불리우는 이름과 달리 상당히 낡고 허름하게만 보일 뿐이다.
아무리 봐도 90년대 초반에 지었다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는 풍경.
사실 이전에도 의정부터미널 방문은 종종 해왔었지만,
볼 때마다 정말 낡고 허름하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내부라도 넓으면 그런 느낌이 조금이나마 가시련만,
설상가상으로 내부조차 좁아 굉장히 혼잡하기까지 하다.
의정부터미널을 더욱 정신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매표소이다.
양 옆으로 상점들이 진열되어 있고 중앙에 매표소가 있는 구조인데,
이처럼 복도 중앙을 떡하니 매표소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양쪽으로 통행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사람이 적은 평일에는 그나마 덜 혼잡하지만,
과장을 약간 보태자면 주말, 명절에는 터미널로 들어오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혼잡도가 심하다.
의정부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버스는 단연코 철원행 버스이다.
의정부가 인구 43만의 중규모 도시지만, 이래뵈도 양주, 동두천, 연천, 포천, 철원을 모두 생활권에 관할하는 행정 중심지이다.
경기 동북부 5개지역의 배후인구만 해도 무려 54만명.
그나마 양주와 동두천은 전철과 시내버스가 발달해 시외버스 발달이 미약하지만,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포천과 철원으로는 시외버스가 공백을 메꿔주고 있다.
철원까지도 의정부를 생활권에 두고는 있지만 거리가 꽤 되는터라,
포천의 끝부분인 운천까지만 해도 무려 4,800원의 요금을 받는다.
그 외에도 갈말(신철원) 5,600원, 동송 6,600원, 와수리는 무려 7,800원을 받는 등,
포천 북부와 철원에서 통근-통학을 하거나 놀러오려면 상당한 요금부담을 해야한다.
경원선 라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아 전곡 3,300원, 연천 4,300원을 부담한다.
경기남부에 비하면 경기북부는 '전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시외버스의 발달이 미약하다.
북쪽의 황해도, 강원도 쪽에는 휴전선이란 장막이 드리워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지만,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어 북부의 생활권이 서울쪽으로 더욱 쏠린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철저한 위성도시인 고양시도 인구로만 치면 의정부의 2배가 넘지만,
정작 그를 대표하는 화정터미널은 연계노선도 상당히 적고 규모도 굉장히 영세하다.
의정부도 마찬가지로 서울의 위성도시긴 하지만 자족기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그나마 고양보다는 연계노선이 다양해 인프라는 괜찮게 확충되어 있다.
다만 터미널 규모가 화정보다도 더욱 협소하기 때문에 언제나 용량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위에서 화정터미널보다 연계망은 더욱 확충되었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의정부도 터미널이 활성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부지가 워낙 좁아 노선을 뚫고 싶어도 더 이상 뚫기가 힘들며,
그나마 현재 운행하는 대다수의 노선도 수도권 안에서만 운행하는 노선들 뿐이다.
수원, 인천, 안산, 성남 등등... 모두 전철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역들인데,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철로 수도권 도시들을 왕래하고 있어,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이들 노선들은 좀처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 수원행의 경우도 일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공기수송을 하는 실정이다.
의정부터미널은 1층은 시외버스, 2층은 고속버스 매표소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1층에서도 강릉, 대전, 전주 등등 무정차 시외버스를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와 같은 고속버스까지 안내하고 있다.
수도권의 특성상 상당수의 수요가 서울역, 강남고속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등으로 쏠리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기 위하여 장거리 시외버스는 수도권처럼 심하게 요금을 받지는 않는다.
오른편에 안내된 시간표를 보면 대다수 버스들의 소요시간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주까지 4시간 30분, 부산까지는 무려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뚫린 현재에도 이런데, 뚫리기 이전에는 얼마나 오래걸렸을지...
배후인구에 비례해 북부권의 도로교통망이 너무 늦게 확충된건 아닌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의정부터미널은 시외버스 승차권은 1층, 고속버스(부산,대구,광주) 승차권은 2층에서 판매한다.
명색이 한 건물을 쓰는 통합터미널이긴 하지만 매표업무만큼은 시외/고속을 철저히 분리해놓는데,
고속버스 승차권을 2층에서 판매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왠만큼 큰 터미널이 아니고서는 거의 단층에서만 업무를 보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의정부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층에서만 표를 파는줄 아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거의 직원 숙소용 계단 분위기가 난다.
실제로 2층에 매표소도 존재하고 커피숍에 PC방까지 있긴 하지만,
1층의 붐비는 모습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무척 한산하다.
의정부에서는 부산, 대구, 광주 세 군데로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하지만 셋 모두 그리 많은 편수가 운행하지는 않는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가격 경쟁력은 상당한 편이지만,
의정부터미널에서 1-1 시내버스로 손쉽게 동서울까지 이동할 수 있고,
의정부역에서 1호선 전철로 서울역과 용산역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이용률은 저조하다.
그 외 나머지 버스들은 단순한 무정차 시외버스지만 이 곳에서도 안내는 해주고 있다.
인터넷 예약이 되지 않고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한데다 학생할인이 안 되는 점이 있긴 하지만,
운행만 보면 무정차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일 터.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우면서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 청주행이 상당히 자주 운행하고,
그 뒤를 전주행과 강릉행이 나란히 잇고 있다.
직행 버스들도 역시나 서울에 비해서 큰 차이는 없지만,
충주와 천안의 경우는 거리에 비례해서 약간 비싸다고 느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대체적으로 포항-경주-울산 라인을 제외하면 2만원대의 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색깔의 버스들이 나란히 의정부터미널에 박혀있다.
그러나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이 의정부터미널 박차장의 전부이다.
스무대 들어오는 것도 힘겹게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상당히 좁다.
1990년대 외곽으로 이설했던 이유 중엔 분명 부지가 좁았던 문제도 있었을텐데,
왜 예전의 헛점을 망각하고 단점을 그대로 끌고 들어왔던 것일까.
박차장 뿐만 아니라 승차장 공간 또한 너무나 좁다.
의정부터미널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마치 버스가 건물과 마주보고 대화하듯한 의미심장한 표정이 귀엽기는 하나,
한 편으론 저렇게 느껴질 정도로 공간이 좁다는 것이 다소 아쉽기도 하다.
차량이 드나드는 공간도 한 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협소하다.
바로 옆엔 차고지까지 있으니 공간을 확보하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래서 차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오거나 들어올 때면 서로 엉켜서 한참동안 서성이기도 한다.
차량 하나 겨우 들어갈 법한 좁은 부지,
눈살이 찌푸려지는 터미널의 노후화 문제,
표 한 번 사기도 힘든 요상한 내부구조 등등.
현재의 '신터미널'은 예전 구터미널이 떠안았던 문제를 그대로 품고 있다.
명색이 터미널을 이전할 때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데,
의정부터미널은 단순히 교통혼잡 완화 그 이상을 생각치 않고 너무나 짧게 바라본 것 같다.
그래서 신터미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낡은 모습이고,
자유롭게 내부를 왔다갔다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규모도 작다.
오죽하면 자리잡은지 20년도 채 안되었는데 이전문제가 들끓고 있을까.
앞으로의 갈 길은 너무나도 멀어 보인다.
첫댓글 저게 신터미널이었군요..-_-;; 의정부터미널 가끔 갑니다만 고속 표파는 곳이 2층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의정부터미널에서 죽전.포천.철원.수원행정도만 이용해봐서...) 저것때문에 아침에 가보면 중랑천 다리위에다가도 주차하고 터미널에서 차량들 나오는 길에 줄줄이 주차되어있기도 하고.. 노선이 많은 편이라 너무 복잡하더군요.
박차장 넓이가 30년전에 만든 대전동부터미널 크기네요..
의정부터미널이 거쳐가는 터미널이었기 때문에 굳이 박차장이 클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당시만 해도 의정부를 기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인천, 춘천 등 일부노선과 고속버스 3개 노선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90년대 중반부터 오산(안성)노선을 비롯해 2000년대 초에 태안노선 최근의 포항, 군산 노선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노선들이 속속 개설되면서 박차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이라 상봉, 구의동, 강남으로 가서 타는 것이 훨씬 편했겠죠.
의정부터미널은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하기 어려운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와 같이 서울 북부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만일 의정부터미널을 이전한다면 장암동이나 도봉산역 인근으로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장암동의 경우에는 국도 3호선 대체도로(2012년 개통)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의정부나들목이 이 근처에 있고 신시가지가 모여져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도봉산역의 경우, 인근 버스공영차고지와 지하철 환승역이라는 점이 특징이 있어서 광역터미널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 북부에서 의정부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가요? 일단 서울시내에서는 서울 바깥으로까지 나가서 터미널을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잖아요....
노원, 잠실, 성남방면 노선(3300번)은 이용객이 좀 되는 편인데 이마저도 비싼 요금과 우회하는 경로로 인해 승객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정부~성남 사이는 수원이나 인천과 달리 전철교통이 불편하므로 직통노선이라도 뚫어서 이용승객들이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서울 북부에서 의정부-부산 이용하시는 승객분 꽤 됩니다 .. 오히려 도봉구쪽에서는 강남이나 동서울 가는거보다 의정부가 더 가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