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윤난실을 지지하는 이유
“진보정당에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원외정당 내지 소수정당을 하다 보니 공직경험을 가지기도 어렵고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다 보니 아무래도 머리띠 두르고 투쟁할일이 많아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도 충분치는 않지만 이미 검증된 분들을 가지고 있다. 언론에 알려진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분들 외에도 윤난실과 같은 이가 그 중에 해당된다.
민주노동당 이야기를 하면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윤난실을 언급하는 것은 그가 민주노동당의 밝은 면이었기 때문이다. 2002년 여성광역비례로 광주에서 시의원이 된 그는 다른 지역의 여성 시의원들과 함께 두드러진 활동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윤난실 등의 활동은 여성할당에 대한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으며 도대체 진보정당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의회에 들어가면 무엇을 해야할 지 미리 보여준 것이었다. 불행히도 이 활동이 계승되지 못했고, 아마도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어두운 부분일 것이다.
그는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관하고 행정자치부와 문화일보가 후원하는 지방의회 의원발의 우수조례 평가에서 개인부문 특별상을 받기도 했는데 뭐 이런 상이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단 한 명임에 불구하고 광주 지방정치의 쟁점을 선도하였다는 데에 있었다. 광주는 영남지역과 마찬가지로 진보정치가 뿌리내리기 대단히 어려운 지역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광주지역에서 이러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당시 중앙당에서 정책부장, 법제실장을 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경이로운 것이었다.
사실 진보정당의 의원은 운동정치와 의회정치의 접점에 서 있다. 필연적으로 초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시정통제라는 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역할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이 반드시 해야 할 분야에 대해서도 쟁점을 선도하였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조례를 줄기차게 주창한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선도적인 문제제기였다.
그는 시의원 지역 선거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다. 광주나 대구 같은 곳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1인을 뽑는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도 32%를 넘는 어마어마(?)한 득표를 하였다. 민주노동당 시절에 울산북구와 창원을 제외하고 지역구 후보가 이렇게 많은 표를 얻은 경우는 없었고, 그것도 30%의 득표를 한 경우도 거의 없다.
필자는 지금도 진보정당활동이 힘들고 고되지만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윤난실 같은 이가 보여준 가능성을 우리는 더욱 살리고 키워야 한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참여예산제를 매개로 지방을 장악하며 권력을 향해 나아갔던 것처럼 우리도 지방정치에서의 성공이 진보정당에 대한 모든 회의적 시선을 서서히 걷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가 이미 1년 앞으로 다가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난실의 경험과 능력이 더더욱 필요하다. 아름다운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일이 되게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진보진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