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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가사] 충효대상을 천주까지 확대 '충효가'
어화우리 사람이여 우주간에 비껴서서
치켜보니 하늘이요 굽어보니 땅이로다
하늘에는 일월성신 이세상을 비추이고
땅에는 오곡백과 이사람을 기름이라
만화방창 봄이되고 녹음방초 여름일세
흉년풍년 추수하고 내적내창 동장하니
춘하추동 사시절은 한래서왕 절로되나
절로된다 무슨말고 임자없이 절로될가
천지라도 임자있고 만물도시 임자있네
천지개벽 하신대주 천지만물 임자로다
변화만물 조물주요 천생증민 상제시라
천지지간 만물중에 사람가장 귀하도다
귀한본분 무엇이뇨 충군효친 으뜸일세
부모된자 자식사랑 자식된자 부모효경
자식되고 불효거나 신하되고 불충하면
사람이라 할것없고 짐승만도 못하도다
호랑이도 자식사랑 개아미도 임군있네
까마귀도 반포하고 견마라도 효충하네
<중략>
진주계명 무엇이뇨 애주애인 차례있네
유일진주 만유위에 생각으로 공경하고
헛맹세를 발치말아 말씀으로 공경하고
무릇주일 첨례날에 행함으로 공경하고
국왕관장 존장에게 부모같이 효경하고
마음이나 손으로도 모든사람 살해말고
바른장부 아내외에 다른남녀 사음말고
물각유주 주장하니 남의재물 투도말고
남의일을 채모르고 망령되이 증참말고
색계상에 두번경계 남의아내 원치말고
재물에는 더욱조심 마음으로 탐치말라
이계명을 지키려면 막는것이 습속이라
이세상은 삼구세상 육신세속 마귀로다
<중략>
빌지어다 빌지어다 국가태평 빌지어다
국가태평 어떠하노 여민동락 하옵소서
빌지어다 빌지어다 군왕수복 빌지어다
군왕수복 어떠하노 만수무강 하옵시며
천군태연 하옵시고 백체종녕 하옵시며
육신강태 하옵시고 자손번성 하옵시며
부부화순 하옵시고 신민열복 하옵소서
관장부모 위하여도 효성지도 지극하며
나라백성 위하여도 상행하효 축수하며
이단사망 위하여도 기사귀정 간구하며
산사람을 위하여는 시제빈궁 힘을쓰며
죽은사람 위하여는 영혼평안 기도하며
악한사람 원수라도 용서하고 사랑하네
세속사람 헛된기도 이런기도 비겨볼가
세속기도 헛일이요 이런기도 참복이라
어찌하여 참복인고 대군부께 기도로다
어찌하여 헛일인고 기도효험 없음이라
대군부의 신자된이 이렇듯이 충효커든
세상임금 부모께도 그본본이 다를소냐
본분대로 하자하면 충군효친 으뜸이라
충군효친 이미하니 충신효자 그아닌가
(해설)
'충효가'는 4/4조 연속체로 357구의 장편가사로 작가는 알 수 없으나, 전하는 필사본에 따르면 '신묘 삼월일(辛卯三月日)'이라고 기록돼 있어 1891년에 창작되거나 필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른 천주가사와 마찬가지로 천주교의 교리를 노래하였으되, 충효의 개념과 대상을 부모, 국왕뿐만 아니라 천주에까지 확대하여 천주에게 효경하는 것이 인간의 바른 본분임을 밝히고 있다. 무군무부(無君無父)라고 비방하는 유교적 벽위론에 대하여 시재빈인(施財貧人)의 사랑을 노래하고, 또 동양 고전의 고사를 원용하여 천주교 사상과 유교 사상의 합일적인 지향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천주교회 내에서는 병인박해(1866)로 피폐된 교회를 적극적으로 재건하자는 노력이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충효가'는 천주교에 대한 유교적 비방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사향가'나 '삼세대의', '피악수선가' 등 당시 교회 내에 널리 향수되었던 가사와 "묵상요해" 등의 교리서와 일치하거나 유사한 구절이 많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단지 이러한 작품이나 교리서보다 심화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당시 대립적인 유교사상과의 적극적인 일치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천주가사] '칠성사가'
<영세>
이지방에 목자없어 좋은도리 여기있다
주교신부 못만나면 명리한자 저를대신
열심명백 교우들을 안배하는 법이있다
예비하여 은혜입소 이리안코 못사나니
영세전은 마귀종이 영세후는 주의의자
영세전은 더럽더니 영세후는 빙옥같다
영세전은 병든영혼 영세후는 병이낫네
영세전은 죽은영혼 영세후는 살아났네
영세대은 못입으니 삼본문답 외운후에
구규대로 대세하여 원본죄를 세척하니
조찰하기 천신같다 주의의자 되었고나
다시죄를 짓지마소 보속까지 없었구나
<성체>
성체대례 세우심은 예수고난 끼친표요
천주대전 제헌하여 우리영혼 구속이라
주성인성 결합한후 이름하여 예수시요
예수한몸 이루시니 이이름이 성체로다
성사중에 거룩하다 일곱성사 세운자라
고해한후 죄없어야 영성체를 하는구나
이런은혜 입은교우 천주계신 성전이라
신은성총 많이받아 아름다운 궁전일세
열심염경 꾸며놓고 많은성총 벌여놓고
치명까지 할지라도 예수성전 상해오랴
털끝만한 티도없이 뉘우치어 정결하면
신령성체 못하여도 신령성체 되는구나
<혼배>
혼배사정 회장상의 방해함이 없었구나
일부일처 한몸되니 주의친이 매신바라
열심신덕 이삼인이 사랑하여 결혼하니
성체전에 죄를씻고 혼인하는 법이로다
영혼일로 의논하면 낮과밤의 모상이라
영세한후 주의자녀 신랑신부 배필이라
저와저와 가취하고 이와이와 혼배하네
이리않고 가취하면 성교규구 범함이라
정부정처 성총주셔 종신토록 화목이라
유자생녀 타당교양 무자하면 안심순명
서로믿음 일치말고 각각표양 잃지마소
가장된자 좋은표양 가속들을 거느리고
아침저녁 통공하여 사이사이 교훈하소
<신품>
선택대덕 주교신부 천주권을 대신하여
당차중림 친히전교 사죄하는 권이있네
타당하게 성사하면 일일미사 영성체라
착한표양 착한도리 교우들을 가르치네
<해설>
성사로 인해 우리는 유한성과 나약을 극복하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다. 성사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은총의 표징인 셈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일곱 가지가 있는데,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세례성사, 성유 도유(塗油)를 통해서 세례를 보충하고 완성하는 견진성사,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통해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를 가져다 주는 성체성사, 세례 후 범한 죄를 참회하여 용서를 받는 고해성사,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결합하는 혼배성사, 죽을 위험에 처한 병자에게 위로와 치유의 은총을 주는 병자성사,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이어받아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사하며 세상의 구원사업을 이어 가는 신품성사 등이다.
칠성사가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명에 따라 제정한 이 일곱 성사를 노래한 작품이다. 교회 내에 전해지는 여러 필사본에 '보세만만가'라는 큰 제목 아래 작은 제목으로 <령셰> <견진> <고해> <성체> <종부> <신품> <혼배> 등의 노래가 <행선> <제성> <칠극> <애덕> <망덕> <신덕> <십계> 등과 함께 전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칠성사가’라고 부른 것은 아니며, 교리의 내용을 설명하는 노래 속에 포함되어 전하는 것을 오늘의 입장에서 제목을 정해 칠성사가라고 부르게 됐다. 이러한 노래에는 주교나 신부가 없는 곳에서 교회 지도자가 대신 영세를 줄 수 있다든지(영세가), 치명이나 순교가 언급(성체가)되는 등, 19세기의 신앙 선조들이 처한 상황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또한 교리 내용을 직접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교훈적인 엄숙함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교훈가나 경세가로 볼 수 있다.
<평화신문, 640호, 2001년 8월 19일, 현대어역 및 해설 김영수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천주가사] '피악수선가'
광대망망 천지간에 역려같은 사람이라
내역시 인생으로 이세상에 태어나서
조고여생 이내몸이 의지할곳 전혀없네
기박할손 이내모습 이십이 넘던마던
쓸데없는 외교공부 지성으로 배우려고
두루팔방 다니면서 불고염치 세월이라
식년정과 분향시며 정시알성 친림과와
진심갈력 과거보기 분에없는 허사로다
저러구러 이러구러 삼십광음 잠간넘어
이리생각 저리마련 전정이 가히없어
한양성을 하직하고 한강수를 건너서서
고향이라 돌아오니 누가있어 반겨하랴
<중략>
조성천지 조성만물 대주재를 모르느냐
사욕에 침익하여 천주성명 거역말고
사마유감 다들어서 영혼을 해칠마소
영혼하나 구하려면 삼구를 이겨내소
삼구유감 이길진대 성교대로 준행하소
<중략>
겸손함을 극진하야 교오를 없이하고
활협은혜 베풀어서 간린함을 보속하고
행실을 결정하여 미색을 멀리하고
화목하기 주장하여 분노를 안정하고
청렴함을 강작하여 탐도를 억제하고
유순하고 관후하여 질투를 금지하고
부지런이 힘을써서 나태함을 깨달아야
육신을 보존하고 영혼을 구하리라
체면조당 혐의말고 훼방냉담 염려말며
내일내시 핑계말고 명년후년 지체말아
피차서로 권면하여 피악수선 열심하세
사람사람 하는일에 믿는것이 무엇이며
바랄것이 무엇이며 사랑할것 무엇이냐
잠간평생 생각말고 영원세상 돌아보세
바라는분 천주시오 사랑함도 천주시라
삼구칠죄 막자르고 신망애로 공부삼아
우리천주 정한규구 잃지말고 준행하세
보세만만 위하여서 강생진주 감사하세
빈천곤궁 달게받아 고난진주 감사하세
악당중에 표양되어 치명진주 감사하세
우리진주 부활할제 환희성모 찬송하세
우리진주 승천할제 환희성모 찬송하세
성모따라 승천이오 성자따라 천당이라
무궁무진 진복진락 세상사람 주신게라
육신에서 떠난영혼 이게아니 본향이냐
은사은총 무궁하다 이게아니 본향이며
인의도덕 양식삼아 이게아니 진복인가
본향찾아 진복얻기 좋을시고 기쁠시고
좋고기쁜 우리일이 아름답고 조찰하다
이세상 사람들아 우습게 듣지말고
사후영혼 대관사를 깊이깊이 생각하소
<해설>
'피악수선가'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활화된 신앙을 전한 작품이다. 그래서 교리 일변도의 작품에서 전하는 중압감이 체험에 대한 공감으로 바뀌며 독자의 마음에 호소력있게 수용된다. 최근 발견된 문헌에 따르면 이 작품은 경북 상주의 이생원이 지었다고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작품 내용상 젊어서 입신출세를 위해 권력가의 권문을 기웃거리며 과거 공부를 하다가 낙향한 선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향에 돌아와 남의 집을 빌려 서당훈장을 하며 생활하던 그에게 남겨진 것은 쉰을 넘긴 나이와 거느려야 하는 많은 가족, 송곳세울 한치의 땅도 집도 없는 가난이다. 이러한 허무는 곧 천주대전에 터를 빌어 집을 지은 기쁨으로 전환되며, 집을 짓는 과정을 일상어로 제시한다. '진복팔단'으로 병풍을 친 집을 완성하면서 그 기쁨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신앙을 권유하고, 가톨릭 윤리를 통해 삼구(세속, 육신, 마귀)와 칠죄(교만, 인색함, 미색, 분노, 탐도, 나태, 질투)를 극복한다.
끝으로 주님과 성모를 찬양하며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흠결없는 본향을 찾아가는 마음을 표현한다. 세속의 어려움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선조들의 모습이 '피악수선가'에는 담겨 있는 것이다.
[천주가사] 십계명가
세상사람 선비님네 이아니 우스운가
사람나자 한평생에 무슨귀신 그리많노
각기귀신 모셔봐도 허망하다 마귀미신
허위허례 마귀미신 믿지말고 천주믿세
죄짓고서 우는자요 천지신명 왜찾느뇨
가난하여 굶주린자 조물주는 왜찾느냐
음양태극 선비님네 상제상신 의논하소
말이일러 달랐으되 이모두가 천주시네
천주이름 거룩하사 대고말고 론치말소
세상사람 벗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일곱날중 엿새간은 근면노력 다하고서
일곱째날 고요히 천주공경 하여보세
갑논을박 쉬지않고 논쟁구궐 무용일세
천지고금 만물지사 부모효도 으뜸일세
인간금수 초목만물 그아버지 천주일세
부모효도 알고나면 천주공경 알고지고
영원불멸 큰은혜 하시필경 얻어지네
전장에서 적을죽여 충신된다 하여도
또한내가 갈길없어 스스로 자결해도
이모두가 천주뜻을 알지못한 죄라하네
이제라도 천주뜻을 사람마다 지켜보세
이세상에 내가남은 천주뜻과 부모공일세
너희어미 딴곳가서 외도한후 너낳았다면
너는또한 세상보고 무슨행신 어이할고
간음사행 멀리하여 천주뜻이 인간되자
도적이란 크고작고 인륜에 큰죄일세
마음속에 도적할맘 큰죄된다 못할소냐
도적질해 자손까지 안망한자 보았느냐
큰의를 내가먼저 창창세세 전해보세
국운이 기울어져 흥망성세 뚜렷하네
간신소부 까막까치 헐뜯어서 싸움일세
한마음 넓게눈떠 천주큰뜻 알고나면
벌레같은 인간세상 군뜻이 전혀업네
만인의 소원이란 부귀공명 재복이라
제일분수 지켜가지 남의소유 탐치마소
만악의 근원이 이로하여 일어나네
[천주가사] 이문우 성인의 '옥중제성'
옥중에서 신앙 지키자 다짐
우민하다 군난이여 천상과를 뵈심이라
인인선악 상벌할때 허실진가 분명하다
세속괴롬 어떠하냐 지옥고통 그림자라
예수수난 생각하면 만분지일 다못되네
애주애인 열심하니 수십여인 먼저간선
불쌍하다 낙방거자 저영혼을 어찌하나
금년명년 우리생전 무심중에 찾으시리
열심사주 예비하여 엄형고초 달게받소
예수고상 성교도리 많이많이 생각하소
죽기까지 매맞아도 오천사백 다못맞네
전능천주 대부모를 한사하고 공경하소
이런때는 열심신공 많을수록 힘이나네
성경도리 못들으면 냉담하기 쉬우리라
천당길이 아득하니 항상가야 가리로라
해는서산 넘어가고 우리갈길 얼마되나
무심타가 큰일나리 자기잠잠 혜아리소
이육신이 큰원수라 이원수를 어찌하나
진심으로 주를찾고 성총으로 행선하여
애주애인 두끝으로 진복팔단 누리나니
고상앞에 수유뿌리 떠난사이 은혜없네
오관사견 두루두루 사언행위 주께두고
아무려면 천상과유 허오하고 평안할가
마전장사 수고한다 찌든죄를 어찌하나
오십여인 견고하다 공과덕이 넘쳐나네
이러시니 스승일세 두루두루 본을받소
불쌍하다 우리들은 냉담하여 겁만내고
평생행위 없는고로 마음으로 배주한다
이리하다 무엇되나 참혹하다 마음이여
주모은총 조금주면 우리역량 넉넉하리
성총으로 사주하소 끊어지면 맛이없네
<중략>
개과천선 실로하면 주모신성 즐기시리
동국주보 성모은덕 우리신부 힘을입어
치명자의 열정이여 아름답게 빛이나네
보천하에 몇만사람 위주치사 몇이신고
이런일이 드물진대 귀한일을 감사하소
바라나니 은혜로다 성교회를 보존하세
우리마음 쓰는모양 저만위할 뜻이로다
설운지고 마음이여 어찌하면 위주하나
죽기까지 이러하면 지옥영고 못면하리
설운지고 세상이여 백사만사 여몽일세
설운지고 육신이여 사지삼일 썩어지면
설운지고 지옥영고 한번가면 한이없네
주모은혜 무한하다 가지가지 생각이라
착히살다 착히죽어 주와함께 일생사세
사주구령 하는법은 세고밖에 또있는가
보세만민 우리형들 천당으로 가사이다.
(해설)
천주가사 '옥중제성'은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죽음의 옥중에서 약해져 가는 자기 자신과 다른 교우들을 이끌어 각성하고자 부른 노래다.
내용은 크게 네 단락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첫 단락에서는 순교를 천상 과거로 비유하며, 그 고통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며, 둘째 단락에서는 천상의 시험을 치르기 위한 선행을 베풀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셋째 단락에서는 종말론적 영성, 즉 모든 육체적 고통과 괴로움을 신앙으로 극복하고 주께 자신을 오로지 바치고 기도하는 신앙 실천을 통해 천상영복을 얻을 수 있으며, 넷째 단락에서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나약성을 극복하고 순교한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감사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경기도 이천에서 태중교우이었던 이문우(일명 경천) 성인이 1839년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문우 성인은 다섯 살에 양친을 여의고 서울에 사는 오 바르바라의 양자가 된 후, 혼인을 하여 두 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가족이 모두 사망하자 독신으로 살면서 교회 일에 전념하였다. 특히 1836년 모방 신부가 서울에 도착하자 복사가 되어 활동하였으며, 1839년 기해박해 때 지금의 서울 혜화동 부근에서 체포돼 여러 차례의 형벌과 문초를 받고 당고개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천주가사] '삼세대의' - 상
남녀교우 형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역려같은 이세상에 이슬같이 스러지네
죽음에는 노소없고 죽는기한 모르나니
보배같은 이세상을 어찌하여 허송하며
만물중에 으뜸되어 알본분이 없단말가
하늘내어 덮으시고 땅을내어 실으시며
일월내어 밝게하고 만물내어 양육하니
어찌하여 주재되어 우리상벌 없을소냐
투미할사 사람이여 아득히도 모르도다
무시무종 천주께서 무슨권능 없을소냐
천지만물 일월성신 육일창조 하신후에
천당으로 궁궐삼아 구중천에 자립하니
높고높은 천신이여 흠숭함도 한이없다
무슨낙이 부족하여 반시각에 범명하노
애달도다 천신이여 저형벌을 어찌할꼬
주의의노 혁혁하여 천당밖에 내치시니
애고답답 설움이여 무슨일로 범명인고
천신위는 어디가고 마귀탈이 무엇이며
빛난영광 어디가고 침침야색 무슨일고
한을하고 원을한들 어찌하여 갚을소냐
아담에와 만드실제 흙덩이로 체를지어
영혼들라 명하시니 명령대로 남자되매
취한잠을 재운후에 늑골하나 빼어내여
여인마저 만드시니 건장하고 슬기있네
주의공이 각별하여 자주장을 주신후에
생명하라 생명과요 시험하라 선악과라
이실과를 주신후에 엄명으로 경계하니
간교로운 마귀계교 배암에게 숨어있어
없는정을 자아내며 에와에게 묻는말이
이실과는 무엇이며 저실과는 무엇이오
이실과는 생명과요 저실과는 선악과라
생명과는 먹고살고 선악과는 범계로다
어찌하여 범계더냐 천주친히 말씀중에
이실과를 따먹으면 엄한벌을 당하리라
주의훈계 이러하니 못따먹는 연고로다
마귀배암 하는말이 주의말에 속앗도다
그런연고 아니로다 이실과를 따먹으면
주능력과 같은고로 못따먹게 함이로다
넘어가네 넘어가네 배암에게 넘어가네
따는구나 따는구나 선악과를 따는구나
먹는구나 먹는구나 선악과를 먹는구나
애달도다 원조아담 주의벌을 어찌할고
받는구나 받는구나 주의벌을 받는구나
무섭도다 무섭도다 주의의노 무섭도다
내치시네 내치시네 지당밖에 내치시네
슬프도다 슬프도다 어디가서 정원할까
통회없이 죽는다면 가는곳이 지옥이라
통회하나 남았으니 주대전에 빌어보세
<뒷부분 생략>
<해설>
민극가(1787-1840, 스테파노) 성인의 작품으로 밝혀진 '삼세대의'는 총 287구로 된 장편가사다. 이본에 따라서는 '보세만민책'이나 '권선피악가'라고도 불린다. 교회 내에 10여종의 이본(異本)이 전해지는 것으로 미루어 '사향가'와 함께 가장 많이 불려진 천주가사로 보인다. 비신자를 염두에 둔 '사향가'에 비해 '삼세대의'는 신구약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창작됐다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심도 있는 교리가 19세기 중반 가사 형식으로 창작됐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수용이 신속했고, 한편으로는 천주교 신앙이 이미 생활 속에 파고들어 우리의 것으로 육화돼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 가사의 저자인 민극가 성인은 특히 교리지식이 해박해 많은 교회서적을 필사,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이 같은 사실은 그의 대자였던 김성서의 아내 함 막달레나의 증언으로 밝혀지고 있다. 적극적인 전교활동과 자선 사업으로 회장에 임명돼 활동하기도 한 성인은 1839년 기해박해 당시 서울 근교의 교우집에서 체포돼 1840년 1월 30일(음력 1839년 12월 26일) 교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1925년 7월 5일 시복됐고, 1984년 5월 6일 시성됐다.
현대어역 및 해설 김영수(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평화신문, 632호(2001년 6월 24일)>
[천주가사] '삼세대의' - 하
(앞부분 생략)
사십일을 왕래하여 성사칠적 세우시고
정한기약 다다르니 공중으로 승천할제
모든영광 드러나며 모든풍악 갖추었다
저품천신 옹위하고 오색채운 가리우니
거룩함도 거룩하고 기이함도 기이하다
즐거움도 그지없고 섭섭함도 그지없네
진실하다 진실하다 오주예수 진실하다
승천하신 십일만에 천주성신 강림하사
성인성녀 꼭뒤마다 소혀같은 불덩이라
전후의심 풀어지며 모든두렴 없어지고
오주예수 하신말씀 거울같이 밝아지니
수종도의 베드로는 주의영광 드러내어
만국사람 모인중에 열심으로 권화하니
이국소리 상통하여 천만인이 쫓는구나
오주예수 강생하사 삼십삼년 하신표양
십계칠극 진복팔단 지의용절 사추덕과
봉교인의 본분이요 영복받는 값이로다
옛적성인 성녀들의 사언행위 살펴보면
고신극기 불고세속 승순주지 으뜸삼아
삼구험한 이세상에 덕을닦고 공을세워
살아서는 성총이오 죽은후에 영복이라
애달을손 우리사람 입교한지 몇몇해에
보는것이 세속이요 짓는것이 죄악이라
예수공의 저버리고 헛된일락 탐하다가
선문없이 죽는기한 부지중에 돌아오면
어느누가 거역하며 어느곳에 피할손가
이모양에 죽어지면 저심판을 어찌할고
불사불멸 이영혼이 가는곳이 두곳이라
천당으로 가자하니 비성이면 불입이오
이세상에 있자하니 영구지계 아니로다
애고답답 설움이여 이를어이 하잔말가
교우본분 없었으나 고상하나 걸어놓고
주모성명 자주불러 가슴치며 체읍하여
추사정개 하온후에 열심으로 통회하면
주모인자 무한하사 차마어찌 버리실까
공있다고 믿지말고 죄있다고 실망마소
악과죄는 내가짓고 공과덕은 주덕이라
할본분도 못하거든 공과덕이 있슬소냐
통회정개 한다하나 제힘으로 못하나니
자기먼저 힘을쓰고 주모전에 기구하소
<해설>
민극가 성인이 '삼세대의'를 창작하게 된 것은 회장에 임명되면서 전교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의 신심 함양을 위한 쉬운 우리말 가사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창작시기는 박해 중에 지었다는 박순집의 증언으로 미루어 1827년께 창작됐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삼세대의'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한 모습을 시작으로 천주의 천지창조 내용, 아담과 이브의 창조와 추방, 노아의 홍수, 아브라함,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는 내용,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전교, 예수의 기적,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에서의 죽음, 예수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 등 모든 교리가 제시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에 대한 내용과 천주께 의지하여 정신적 구원을 얻도록 기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목에 나타나는 '삼세'란 '과거 현재 미래'나 '전세 현세 내세' 혹은 '천당 현세 지옥' 등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본문이 내용으로 보면 하느님의 창조 시대, 구약, 신약 시대를 상징한다고 봐야 한다.
"통회정개 한다하나 제힘으로 못하나니 자기먼저 힘을쓰고 주모전에 기구하소"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노력하며 주께 청하라는 옛 순교자들의 준엄하고 치열한 소리가 오늘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