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동 '사랑방메기탕'
누가 민물메기탕을 비리다 했나
쫄깃하고 담백한 생선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대추·시래기 들어가 '독특' 산초 양념 김치 인기
민물메기탕과 밑반찬들.
민물메기탕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다.
민물메기 자체에 기름기가 워낙 많아 비릿한 냄새가 나기 일쑤이고
미끈거리는 생선껍질 또한 호감을 갖기 힘든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맛집기행팀이 몰래 방문한 식당은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 있는 '사랑방 메기탕'이다.
이곳을 추천한 '부산맛집기행' 회원들은
"생선이 탱탱하고 차진 것이 먹고난 뒤에도 느끼한 기분이 전혀 없다"고 했다.
식당은 하단오거리 유흥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주택가에 있다.
평일 오후 7시30분께 찾아간 식당은 외관이 다소 허름해보여도 내부는 비교적 깔끔하다.
1층 홀뿐 아니라 2층에서도 식사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메뉴는 딱 한 가지. 메기탕이다.
벽에는 이 식당에서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민물황토논메기의 효능을 알리는 홍보 액자가 걸려있다.
메기탕은 크기에 따라 네 종류이다.
소(2인분·1만8000원), 중(3~4인분·2만3000원), 대(4~5인분·2만8000원), 특대(5~6인분·3만3000원).
일행은 중간 크기 하나를 시켰다. 음식은 주문하기가 무섭게 나온다.
먼저 밑반찬이 깔렸다. 배추김치 물김치 정구지김치 멸치조림 콩조림 마늘장아찌 무우채나물 고추조림.
여기에 젓갈장과 다시마 양배추 케일잎 등 쌈거리도 있다.
밑반찬 가짓수가 10여 가지는 되는 듯했다.
동행한 맛집기행 회원 김경삼(37·사업) 씨는 "이 집에서 배추김치가 제일 맛있더라"고 했다.
산초맛이 약간 나는 배추김치는 다른 일행들의 입에도 맞는 모양이다.
조성화(58·사업) 씨는 "폭 삭은 이 정구지김치도 좋네"하며 연신 맛을 본다.
주인공인 메기탕이 공기밥(1000원)과 함께 등장했다.
커다란 뚝배기에 한가득 보글보글 끓고 있는 탕이 먹음직스럽다.
감자와 수제비는 기본. 하얀색 팽이버섯은 시각적 효과를, 향긋한 깻잎과 방아는 후각적 효과를 배가시킨다.
커다란 대추가 서너 개 들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감자탕이나 고등어조림에서 볼 수 있는 시래기도 가득 들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진 땡초 한 접시도 함께 나왔다.
탕은 불 위에 얹어 조금 더 끓였다.
김 씨는 "그냥 먹어도 되지만 불 위에 5~7분 정도 더 놔두면 생선의 맛이 국물에 우러나고 양념이 고기에 더 고루 배어서 맛있어진다"고 했다. 생선 한 토막과 시래기, 국물을 떠서 앞접시에 놓고 맛을 보았다.
생선살이 정말 탱탱하다.
생각보다 기름기가 거의 없다. 적당한 크기로 토막이 나 있어 먹기도 좋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진하고 얼큰한 국물과도 잘 어우러진다. 시래기는 씹히는 맛이 있다.
완전히 고아져 흐물흐물해진 상태의 시래기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매콤하고 짭조롬한 탕에 말려 밥 한 공기가 금세 바닥을 드러낸다.
민물메기탕에 대한 나쁜 기억을 충분히 씻어줄 만하다.
김 씨는 "국물이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라며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꼴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때가 조금 지났는데도 주변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 대부분이 가족 단위이다.
김 씨는 "유흥가 주변이라 대부분 술 손님일 것 같은데 의외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많더라"고 전했다.
한 테이블에서 "이모,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한다.
김 씨는 "밥을 한 공기 더 먹고 싶어도 참겠습니다. 라면 사리가 맛있거든요"했다.
사리는 라면(1000원)과 수제비(1000원)가 있다. 일행은 라면 사리 하나를 추가했다.
면은 반쯤 삶아서 준다.
메기탕의 남은 국물에 넣어 끓여 먹으면 젓가락질을 몇번 하지 않아도 곧 없어진다.
영업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 무휴이지만 설날과 추석 연휴에는 당일 하루씩 쉰다.
주차장은 인근 한국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포장 가능하다. 1층과 2층을 합해 4인용 테이블 22개. 2층 공간이 넓어 단체모임도 가능하다.
(051)293-7778
# 주인장 한마디
- 저지방 고단백 식품 "한가지 메뉴 고집 … 맛으로 승부"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메기가) 당뇨에 효과적이며…
더위로 몸이 무거울 때 몸 속의 노폐물이 땀과 오줌으로 말끔히 빠지고…
저지방 고단백질과 철분의 함량이 높아 보혈 보양식품으로….'
홀에 붙어있는 '민물황토논메기'의 효험이다.
사장 김유복(여·54) 씨는 "메기는 사철 맛있지만 5~8월 산란기 때가 그중에서도 적기"라고 소개했다.
메기도 수입메기가 있어 요리를 잘못하면 비린내가 나고 기름기가 많이 뜨지만
이 식당에서는 황토논메기만을 고집해 제맛을 살리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
메기탕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이 있을까.
김 사장은 들깻가루를 묻힌 시래기를 넣어 국물을 툭툭하게 하고 대추를 넣어 생선의 잡냄새를 없앤다고 귀띔했다.
근처에서 20여 년간 김밥 장사를 하다 메기탕으로 품목을 바꿔 지금의 위치에서 식당을 운영한 지 1년쯤 됐다.
"단일 메뉴로 승부를 해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손맛이 살아나고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본다"는 김 사장은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