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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복지학교에서 한국의 ‘빈곤’을 생각하다(상) |
이진선 (자원할동가) 2007-0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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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서는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의 일환으로 지난 7월 5일부터 약 20일간 ‘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라는 주제로 복지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학교에서는 최저생계비 및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강연, 비닐하우스촌과 쪽방촌 방문, 3일간의 최저식료품비 체험을 통해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알고 캠페인을 통해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번의 기사를 연속 기재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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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에 1900원이라고요? 이걸로 뭘 먹어요?”
참여연대 복지학교에서 3일간 한 끼 당 1900원의‘최저식료품비’체험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 학생이 한 말이다. 복지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조차 최저식료품비의 액수를 듣고 깜짝 놀란 눈치다.
대학생들이 대부분 여름방학이면 배낭여행, 취업공부 등에 매달리고 있지만 특별히‘빈곤’을 몸소 경험하고자 참여연대 복지학교에 문을 두드린 6명의 대학생들. 처음에 이들은 최저생계비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편견’또한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가난한 이유가 당사자가 게으르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회 구조적인 문제였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은 어느새 최저생계비에 대한 강연과 체험을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빈곤이 개인의 문제?
보통 ‘빈곤’은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비정규직으로 내쫓기고, 빚더미에 앉을 수 있는 ‘자본’의 시대에 누구나 빈곤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IMF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었고 길거리에는 노숙자들로 넘쳤다.
복지학교에서 첫 강연은‘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최저생계비’라는 주제로 남기철 교수(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의 설명이 있었다. 그동안 정부의 시혜로서만 존재해왔던 ‘생활보호법’의 한계로 2000년 10월부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등장했으나 이것 또한 여러 한계점을 안고 있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못한 현실이 드러난다.
남기철 교수는 이 제도에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면 독거노인들은 호적에만 자녀들이 있을 뿐 실제로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도의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따라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또한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 재산의 엄격한 소득환산액 등의 기준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광범위한 빈곤층의 존재를 제도가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의 급여방식의 문제가 드러나는데 수급자가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을 얻게 되면 모든 수급자격을 잃게 되는 점이다. 예를 들어 40만원의 수급을 받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41만원의 임금을 받게 되면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결국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제도의 모순점이다. 그동안 도덕적 해이, 반시장적이라는 보수진영의 주장으로 기초보장제도의 무익성 논란이 있었지만 실제로 수급자는 능력이 취약한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이 대다수이다.
최저생계비, 과연 현실적인가?
정말 최저생계비가 현실성이 있을까. 현재 최저생계비는 표준 가구인 4인 가족기준에 따라 1,205,530원이다. 이것은 식료품비를 비롯해 주거비, 보건의료비, 교통통신비 등이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식료품비가 전체의 40.2%로 절대적인 수치를 차지하지만 이것을 한 사람이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최저식료품비로 계산해 봤을 때 약 1,9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최저생계비의 현실 아닌 현실이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지만 그 수준이 너무 낮고 인상폭 또한 제한되어 있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절대방식인 ‘마켓바스켓’형식, 즉 장바구니에 생필품을 채우고 최저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정해지고 있다. 여기에 어떤 것이 생필품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도 들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빈곤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휴대폰 사용이 필수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기준이 책정되지 않고 있고, 자연스럽게 수급자의 심리적 박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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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참가자들 |
“1900원이 정상적인가요?”
복지학교에 참여한 대학생들도 최저생계비 체험의 일환으로 먼저 3일간 최저식료품비를 체험하게 되었다. 한 끼 당 최저식료품비 기준인 1900원에 맞추되 끼니를 굶거나 값을 깎는 일을 하지 않는 원칙을 두기로 했다. 이 체험은 소위 ‘만원의 행복’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최저식료품비 체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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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씨 둘째 날 식단 |
복지학교 참가자인 김연수(26)씨의 최저식료품비 체험의 하루 식단은 대부분이 면 종류와 빵이다. “1900원으로 맞추다 보니 먹을 수 있는 게 라면 밖에 없더라고요. 라면도 가끔이면 맛있겠지만 하루 종일 면만 먹어서 속이 안 좋았어요. 직접 체험을 해 보니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분들의 건강이 걱정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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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가연씨 셋째 날 식단 |
김가연(20)씨의 경우는 이 체험을 하면서 몸무게가 2kg이 빠졌고 어지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마지막 날 모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맥주 두잔 값을 냈어요. 보통 때는 무리한 돈이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최저식료품비 체험으로는 맥주 두잔 값이 왜 그렇게 크던지... 3일간 체험을 하면서 1900원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밥’을 거의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죠. 이거야말로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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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방 공동 세면장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참가자 김청미씨 |
3일 간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더운 여름 아이스크림, 맥주 한 잔 마시는 돈은 ‘부담’으로, 외식은 ‘사치’로 다가왔다는 복지학교의 체험자들은 최저생계비의 현실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한다. 대다수의 시민들도 평소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부담이고 외식이 사치로 느낄까?
남기철 교수는 50년대가 희망이 있는 절대적 빈곤사회였다면 2000년대는 ‘절망의 상대적 빈곤사회’라고 말한다. 물론 현재가 예전에 비해 더욱 문명화되었지만 지금은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빈곤의 박탈감은 더욱 심화되었고, 빈곤에서 빠져나오기 역시 쉽지 않게 되었다. 그들에겐 희망조차 '사치'일까. 빈곤이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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