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지불제도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사실 DRG 문제는 지난 몇 년간에 걸친 시범사업 기간 내내 의료계 내부적으로 쟁점이 됐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적 사항이었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들의 경우 직접 피부에 와닿지 않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오는 11월부터 7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 DRG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DRG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을 통해 동전의 양면처럼 이 제도가 안고 있는 긍정·부정적인 면을 짚어본다.특히 총액계약제 도입과 같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논의와 맞물리면서 의정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데일리메디는 5회에 걸쳐 DRG 전면시행 배경과 장단점, 쟁점 등을 종합점검한다.[편집자주]
[1회][1회]DRG참여 증가 불구 대학병원 냉담
[2회]DRG 도입, 병원마다 엇갈린 평가
[3회]끝없는 논쟁과 두터운 불신의 벽
[4회]전문가 찬반 논쟁
[5회]DRG 해법은 없나
▲문제점 많아 시범사업 도중 탈퇴=DRG 의무화를 놓고 대부분의 병원들이 고심하고 있지만 종합전문요양기관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로 대학병원인 3차 종합전문요양기관의 경우 지난 2000년 실시된 3차 시범사업에 16곳이 참여했지만 2002년 4곳으로 급격히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겨우 2곳만 남게됐다.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도중에 탈퇴한 종합전문요양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낮은 수가체계 및 중증질환자 집중에 따른 수익 악화와 의료의 질 저하다.
3차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서울 소재 A대학병원의 보험심사과장 K모씨. K과장은 시범사업 참여 이후 안과 교수들로부터 엄청난 원성을 샀다.
그는 "시범사업 기간 중 해당 진료과별로 진료수익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안과의 경우 수익 악화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며 "특히 안과는 신기술 적용이 빨라 그에 따른 새로운 의료장비를 구입할 경우 진료원가를 맞출 수 없어 일부 진료는 최고 20만원까지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
붉은 색으로 표기된 마이너스 손실 보고서가 의료원장에게 주기적으로 제출되자 해당 과 교수들의 원성이 K과장에게 쏟아진 것이다.
이 병원의 한 의료진은 "DRG가 도입되면 1·2차 병원에서 증증환자를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보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지금도 협력병원 관계를 맺은 병원에서 중증질환자를 거의 대부분 보내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2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다 2001년 말 탈퇴한 B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B병원 관계자는 "DRG가 의무적으로 도입되면 중증도 질환자들이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집중될게 뻔한데 현재 DRG 질병군에 쓰이는 약제, 치료재료들은 대부분 저가의 약제 및 치료재료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증질환자들의 경우 낮은 수가 때문에 꼭 필요한 진료마저 제한된다면 그에 따른 의료사고의 위험부담도 고스란히 병원이 떠 안게 된다는 것이다.
병원 안과의 한 의료진은 "백내장 환자의 경우 당뇨 등의 합병증이 따르는 경우가 많은 데 지금과 같은 수가체계로는 이를 적절히 치료할 수 없다"며 "때문에 종합전문요양기관은 DRG에서 제외하거나 선택사항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 결과 일단 긍정적= 현재 DRG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중 전문종합병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전면도입 보다는 단계적 시행이 옳다는 입장이다.
DRG 긍정론을 펼치는 측은 행위수가 적용시 미로처럼 복잡하던 보험청구가 DRG 시행 이후 상당히 간소화 됐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심평원의 조사 건수가 대폭 줄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게 된 점도 DRG 긍정론측의 적잖은 의견이다.
무엇보다 DRG 도입 초기 병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복지부의 높은 수가책정에 따른 수익증대라는 '당근'이 먹혀들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비교적 DRG 도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D병원의 경우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높은 수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현재 DRG를 시행중인 병원들 대부분이 재정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무리하게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DRG가 수익증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DRG 도입의 또 다른 성공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M병원 관계자는 "솔직히 병원들의 DRG 도입을 독려하기 위해 복지부가 높은 수가를 책정해 줬다"며 "적정 수준의 수가만 보장된다면 DRG 도입에 찬성한다"고 털어놨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병원들은 DRG 도입시 제기되는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DRG를 시행중인 모 병원 의료진은 "일부 중증도질환의 경우 보상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흔한 수술 또한 많고 이들 수술은 수익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행위별보다 병원경영상 유리하다"며 "DRG는 빨리 퇴원시킬수록 이익이어서 병상이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불필요한 약제, 특히 항생제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