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소릿고을>은 국악 현악기만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곳이다.
오늘 그곳에서 장인 최태진 선생님을 뵈었다.
가야금을 산다는 친구들을 따라 갔는데
운 좋게도 오늘 실을 꼬는 날이어서 가야금 줄 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까운 식당에서 동태찜을 대접해드리고
집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내가 물었다.
"비싼 가야금하고 값이 좀 헐한 가야금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나무지요. "
"그러면 장인의 기술은 그 다음 조건이네요?"
"그렇지요. 나무 좋은 걸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요.
요즘 나무가 좋지 않은 걸 금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화려하게 꾸미는 악기들이 많이 나와요.
그러면 소리는 점점 안 좋아지지요. 가면쓰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최선생님은 60여년 악기를 만들면서
정말 맘에 딱 드는 나무는 세번 밖에 못 만났다고 하신다.
본질은 점점 허술해지고 겉에 칠하는 금칠은 점차 화려해지는 세상이니
악기도 그러한 모양이다.
옹이가 있으면 있는대로 자연스런 상태를 잘 살려서 악기를 만들려고 애쓴다는
최선생님의 악기들은 금칠이나 화려한 그림 같은 건 없다.
가야금에는 오동나무가 제일 중요한 재료인데
요즘 심는 개량종 오동나무는 잘 자라 10년만 키워도 잘라 쓸 정도지만
나무가 단단하지 못하고 잘 썩어 쓸만한 나무가 별로 없다고 하신다.
토종 오동나무는 40년 이상 자라야 원하는 크기로 자라는데
나이테가 그만큼 치밀하고 단단하여 대패질 하기도 어렵지만
그만치 깊은 소리가 난다한다. 가지가 잘라지거나 옹이가 생겨도
토종 오동나무는 그 틈으로 물이 새어들지 않아 썩지 않는다 한다.
가야금 연주자인 송영숙 씨 이야기로는
국악 입시 시험에서는 최선생님 악기를 쓰지 않는다 한다.
교수님들이 귀에 익은 소리는 더욱 화려하고 명쾌한 소리가 나는 악기들이라 한다.
하지만 명인들은 전통적인 소리가 더 강한 최선생님 악기를 써왔고
그 제자들도 깊은 소리의 맛을 알게되면 최선생님 공방을 찾아온단다.
오래 쓸수록 더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 또 최선생님 악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신식의 방법으로 만든 어떤 악기는 잘 모셔두었다가
연주회 때만 써야되는 악기도 있단다.
그런 악기들은 3년만 지나면 소리가 이상하게 나서 못 쓰게 된단다.
하지만 그 악기들은 처음에는 너무나 멋진 소리가 난단다.
최태진 선생은 오늘 악기를 산 두 분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 집서 가져간 악기는 자주 타주셔야 됩니다.
악기를 그냥 버려두면 못 쓰게 됩니다.
타면 탈수록 좋은 소리가 날 겁니다."
본질을 지키기 어려운 세상에
꿋꿋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분을 만나 기뻤다.
창고에 가득 쌓인 나무판들, 최태진 선생의 재산이다.
오동나무는 최소한 5년 정도 건조하여 쓰게 된다
각종 공구가 많은 작업실
중간 공정을 보여주는 거문고. 가야금 판
명주실을 미리 물에 담아 부드럽게 만든 후 꼰다.
꼬기 전의 명주실을 점검하고 있다.
30미터짜리 명주끈을 네 가닥을 기계에 건 모습
각각의 명주끈은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을 8가닥 이상 모두어 어느 정도의 굵기로 만들어 둔다.
가야금 줄은 12줄의 굵기가 각각 다르므로 명주끈 타래도 몇 가지 종류의 굵기를 준비해두고
12가지 방법으로 4줄을 조합하게된다. 다른 공방에서는 대부분 3줄 합사 방식의 줄을 쓴다.
각각의 끈을 꼬고, 그 다음에 4줄의 끈을 합하여 꼰다.
4줄을 합쳐서 다시 꼬는 공정
줄 꼬는 날은, 부인과 후계자인 아들까지 셋이 다 모여야만 한다.
예전에는 일하는 손이 모자라서 제자들을 썼는데
기술을 얼마쯤 배우다가 나가서는
누구에게 기술 배웠다고 광고를 하고 익지않은 솜씨로 만든 악기를 팔고 하는 걸 보고
제자 키우기를 포기했다 하신다.
그렇다보니 지금은 일손이 없어서 더욱 소량 생산만 하신다 한다.
도제식 교육에도 일정 기간의 수습과 시험을 보아
공적 기관에서 자격증을 주는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꼰 명주실을 증기로 찐다. 그러면 명주 안의 성분이 녹아나와 서로 들러붙어 실이 풀어지지않는다.
굵기대로 번호를 매겨 둔다. 한 두름의 줄로 3-4개의 가야금의 어느 한 음을 담당하는 줄을 만들어낸다.
가야금에 자리 잡은 명주실
첫댓글 악기라기보다 예술작품이겠어요, 선생님.. 요런 가얏고를 집에 델꼬 오면...크아...
대단하신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