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석 프로와 후원 계약하기 전까지만해도 지방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할 때 우리 회사를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런 번거러움이 사라졌다”라고
김수지 대화제약 회장(62)은 이른바 ‘박노석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특히 에머슨퍼시픽그룹오픈에서 박프로가 우승하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의사들이 먼저 알아 보더라”며 “그럴 때는 ‘후원하길 정말 잘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해 5월 대화제약이 외부감사를 맡기고 있는 한 회계법인 관계자의 추천에 의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프로골퍼 후원계약을 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서는 ‘괜한 짓’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처음 본 박프로의 모습에서 ‘성실성’을 발견했고 국내 200여 제약업계 중에서 매출 규모가 70위권이지만 충분히 후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첫 상견례 자리에서 계약 기간 2년에 연봉 1억원, 용품지원 5000만원, 상금 30%의 인센티브 지급 조건으로 흔쾌히 계약에 합의했다. 게다가 이미 지나간 4개월을 계약 기간에 포함시키기까지 했다.
물론 박노석(39)은 지난해 코리안투어 상금랭킹 2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회사의 전폭적 지원에 화답했다. 이에 김회장은 “좋은 성적을 내준 박프로에게 먼저 감사를 드린다”면서 “올해 우리 회사 매출이 약 14%가량 성장했다. 예년에 비해 큰 신장세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박프로로 인해 회사 인지도가 높아져 나타난 결과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공을 박프로에게 돌렸다.
지난해 김회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박프로 응원을 나갔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경기중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박프로에게 부담을 줄까봐서였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안 박프로는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며 편안하게 오시라고 권한다. 그럴 때면 으레 “그러겠노라”고 말하지만 별반 소용이 없다. 구력 5년에 핸디캡 23 정도의 골프 수준인 김회장은 많은 후원업체 회장들이 당연시하고 있는 레슨 의뢰를 아직껏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박프로가 알아서 일정을 잡을 정도다.
“프로골퍼 후원은 윈-윈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 회사는 박프로와 가급적 오랫동안 한 배를 타고 싶다”는 김회장은 이어 “박프로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 우리가 아닌 큰 기업에서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박프로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떠나 보낼 용의가 있다. 하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우리가 먼저 내보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한편, 김회장은 박프로와의 인연을 계기로 향후 2∼3년내에 ‘여건이 성숙되면’이라는 전제하에 토너먼트 개최에 대한 의향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