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학이 신앙의 눈으로 삶의 현장을 해석하고 의미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면, 조직신학은 특별히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많은 신앙적 갈등과 교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신학적 해답을 내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신학 작업은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답게,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일에 궁극적 관심을 가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조직신학은 삶의 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역할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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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조직신학은 신앙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게 한다. 이는 조직신학의 전통적인 주제인 인간론과 신론에서 다루어질 주제다. 신학은 일종의 지적 훈련이다. 신앙이라는 현상을 객관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앙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신학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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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직신학은 바른 신학과 사이비신학을 분별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신학적 분별력은 하나님의 말씀이 제대로 선포되고 있는지를 비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토렌스(T. F. Torrence)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신학은 설교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는 그것의 근원을 다시 참조하게 하고, 설교된 것이 인간이 고안하여 하나님의 입으로 집어넣은 어떤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하나님으로부터 들려진 것인지를 확인하는 비판적인 과제”를 수행한다. 특히 교회 안에 침투하는 이단사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조직신학적 소양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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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조직신학은 생각하는 신앙, 살아있는 신앙, 건전한 신앙을 갖게 한다. 교인들이 이단이나 잘못된 신앙에 빠지는 두 번째 중요한 원인은 그들이 건전하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맹목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를 멈춘 신앙은 위험하다. 생각하기를 멈추면 광신적인 신앙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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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조직신학은 교회의 올바른 사명을 인지하고 실천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조직신학은 교회가 참된 교회가 되는 데 필요한 자기반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신앙의 본질과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 조직신학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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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조직신학은 현대의 신학적 반성이 필요한 문제를 숙지하고 해결하게 한다. 다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도 조직신학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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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을 벗어난 신학적 담론은 사실상 무의미할 뿐 아니라 심지어 해롭기까지 하다. 우리의 현장에서 신학적 반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기독교의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5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