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30.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손이 건질거려 길을 나섭니다.
팔공ic로 진입하여 대포고속도로를 달리며 생각에 잠깁니다.
“어디로 가나?”
머릿속에 슬라이드가 장착되어 단추를 누르면 찰칵 화면이 넘어가듯 기억속의 못들이
환해지다가 휙휙 넘어갑니다.
IC에서 가까운 대동지,관방지,소월지,박사지,조독지,오독지,대장곡지,세곡지,거적지,핑골지,등지,와곡지......
마땅한 곳이 떠오르질 않아 오랜만에 소월지에 가보기로 합니다.
와촌휴게소에서 팔공산자락을 바라봅니다.
운무가 옅게 끼어 흐릿하지만 만산홍엽은 아니지만 단풍이 제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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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단풍도 이쁘네요! 줄기가 화살깃처럼 생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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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지 제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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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미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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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
우안의 두충나무숲을 당겨 봅니다. 따따무리할 즈음에 저기 두충나무 아래서 낚시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건강해 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묘목을 심는 걸 본 게 엊그제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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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좌안상류에 빨간낚싯대로 셋팅한 한분이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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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도 말라붙어서 던질 곳은 많으나 좌안중류부근 예전에 재미 본 곳에 앉으려다가
주변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 낚시할 마음이 사라져 차를 돌립니다.
피어오르는 멋진 연기, 줄 긋는 전깃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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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많이 짧아져서 마음이 조급해 가까운 곳에 갈려다가 좀 멀더라도 가을부터 물낚이 끝날 때까지
잘되는 구인들못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예전에 주차공간이던 곳에 농가주택인지 하우스 비슷한 게 들어서서 주차여건이 안좋은 게
흠이라면 흠인 구인들못입니다.
제방에 억새가 멋지게 휘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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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를 당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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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입니다.
당초 상류 논자락에 앉으려 했으나 주차할 데가 없어서 포기했슴다.
상류에 한분이 계시고 해빠지고 오토바이 타고 한분이 더 들어오셔서 부들밭에
자리를 잡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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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부들밭을 당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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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우안에 한분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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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에 차량 두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농사용 자재를 재어놓아
한 대만 댈 수 있어 우안도 포기하고 건너 좌안을 보니 아무도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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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로 보아 원앙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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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아래 쪽을 빙 돌아서 제방좌안으로 왔습니다.
구인들못에서 차량과 동선이 제일 가까운 자리, 조과를 떠나서 빨리 피고 신속하게 거둘 수 있는
짬낚에는 가장 이상적인 자리입니다.
낚시자리가 높아 받침틀을 설치하고 짬낚이나 여섯 대를 폈습니다.
차량 꽁무니가 살짝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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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들못은 잔챙이가 많이 덤비는데 입질이 없어 이제 본격시즌에 접어들어 잔챙이 입질은
없고 입질을 받으면 크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꿈보다 해몽이였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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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라 이슬이 내리지 않습니다.
초저녁 뒤쪽 야산에서는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웬지 추워 지네요.
노래 탓이겠죠. 부엉~ 춥다고서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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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이 없는 걸 좋은 쪽으로 해석하던 초저녁이 지나고
너무 입질이 없으니 점차 나쁜 쪽으로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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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압의 접근, 수온 떨어짐 아니면 포인트 선정미스 등등
그러다보니 쓰잘데기 없는 잡념과 옛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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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두부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산책하다가 아양철교를 바라보니 잠시 어린시절 추억에
지그시 눈감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미소짓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구선 철로 동대구에서 청천구간을 철거한 후 그 공간에 산책로와 간이공원 등이
만들어 졌고 아양철교는 멋지게 새로 단장하여 동구의 명소가 되었네요.
아양철교 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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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선 철로에 대한 자잘한 기억들!
초딩시절 철둑위 철로 레일위에 못과 굵은 철사 등을 올려놓은 뒤 침이나 오줌을 누었습니다.
침보다 오줌이 효과가 탁월했죠.
물기없이 그냥 두면 못이 기차발통에 붙어 딸려가기 때문에 방뇨행위는 불가피했었죠.
“야! 내못에도 오줌 좀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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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 철로레일에 귀를 대어 기차가 오는 지 확인한 후 기차가 오면 철뚝 밑에 납작 엎드려 있었죠.
“기차온다. 빨리 튀어라~!”
기차가 지나간 뒤 우리는 납작하게 된 못과 철사를 주워서 집으로 가지고 와서 창이나 단도
그리고 화살촉으로 만들어 가지고 놀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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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철둑에서 노는 거 자체가 위험한 일이지만 당시엔 그렇게 놀았으며
기차발통으로 눌린 못 등도 흉기의 일종이고 위험한 거였는데 우리 어린시절엔 여사로 가지고 놀았던 겁니다.
손재주 좋은 애들은 납작한 못을 달궈서 나무에 깊숙이 박아 단검을 만들고 같은 종류의 나무에 홈을 파서
칼집을 만들어 은장도 비슷하게 사용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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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는
당시 영천 금호 하양방면의 학생들이 대구선 열차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아양철교를 지나 아양초등앞 큰 길을 지나면 조금 평탄한 곳이 있었는데 동대구역이 가까워져
기차속도가 확 줄어 천천히 가는 지점인 지금 동구청 맞은 편에서 뛰어내리는 학생들이 많았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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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루비야~! 휘익~! 타닥~! 와다다다다다~!”
기합 비슷한 소리를 지르며 휙 뛰어내린 뒤 기차 가는 방향으로 기차와 나란히 어느 정도 뛰어간 뒤
기차길에서 벗어나야 넘어지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소리들이 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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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형들 차비 없기나 삥땅치나 보다!”
당시 초딩이던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우리 생각과 마찬가지로 무임승차한 학생도 있겠지만
아양초등 맞은 편에 당시에 청구공전이 있었으므로 공전학생들이 동대구역에 내려서
걸어 올려면 멀고하니 뛰어내린다고 하더군요.
위험했으나 동대구역 정차를 위한 기차가 거의 서다시피 엉금엉금 기어 갔으므로 가능했던 일이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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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입질이 없네요.
멀어서 잘 보이진 않으나 우안과 상류쪽도 말뚝인 모양입니다.
뒤쪽 야산에서 울던 부엉이가 건너편 야산으로 날아간 듯 신령영천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 차량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루네요.
부엉이 우는 소리는 귀 기우려 잘 들어봐야 들릴 정도라서
다른 소리와 섞여 희미하게 들릴 경우 조금 긴장하게 만드는 소리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뭔가 들리는 듯 한데” 요런 기분이 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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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기다림, 기다림의 미학을 즐기는 게 낚시라고 침 튀기며 피력한 적도 있건만
입질이 없으니 급 피곤해 지고 지루해 집니다.
낚시는 입질이 잦아야 제 맛입니다. 커어컥~!
추워서 난로도 피우고 피운 난로에 캔커피도 데워 먹고 시간은 잘 가는데
입질은 없고 차안을 뒤져 예전에 사놓은 초코렛도 꺼내 먹고......
그러다가 22시경에 뗏장앞 제일 짧은 대인 1.9대의 찌불이 서기 시작합니다.
“좀 빠르네. 어라 멈추네.”
바텀을 잡고 보니 꼬물거리는 듯 합니다.
“쉐에액~! 달랑달랑~!”
오랜만에 온 입질이고 입질패튼도 좋았는데 기대이하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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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무리를 쓴 이름없는 달이 상현달로 갑니다.
왜 저 달은 이름이 없을까? 초승달과 상현달 사이, 반달이라기엔 조금 부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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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받은 입질에 올라온 귀한 붕애!
잔챙이지만 늠름한 체형의 고미못 붕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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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가 적기인 구인들못!
주차공간만 충분하면 계속 들이대고 싶은데 흠!
23시30분에 철수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