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로 남지 않으려면 빨리 메이저 대회 우승해야 되는데….”
‘수퍼땅콩’ 김미현(27·KTF)이 달라졌다. 얼핏 초등학생처럼 보이기까지 했던 힙합스타일의 소녀에서 이젠 ‘여인의 향기’가 나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외모만 달라진 게 아니다. 지난해 “이제 김미현의 전성기는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슬럼프에 빠졌지만, 올 시즌 확실하게 부활하며 ‘독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김미현의 성적을 살펴보면 달라진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김미현의 지난해 상금랭킹인 20위(51만1188달러). 지난 99년 이후 연속 상금랭킹 10위 안에 들었던 김미현은 27개 대회에 출전해 겨우 5개 대회에서만 톱10에 드는 부진을 보이며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개막전부터 5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4개 대회에서 ‘톱 10’에 들었다. 우승은 아직 못했지만, 당당히 상금랭킹 4위(21만1267달러)를 달리고 있다.
한때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펼칠 구상을 하기도 했던 김미현은 지난 겨울 마음을 다잡고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미국의 수많은 골프장과 피트니스센터를 뒤로 한 채 태국으로 날아갔다. 주니어 선수들을 데리고 동계캠프를 차린 조범수 프로를 찾아간 것. 조 프로는 김미현의 학창 시절 골프를 가르쳐준 첫 스승이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제자를 받아들인 스승의 조련 속에 김미현은 새카만 후배들과 어울려 50일간 강도 훈련을 거듭했다. 점심 식사 후 1시간의 휴식을 제외하고는 지옥 훈련이 이어졌다. 조 프로는 “몸을 꼬기만 했지,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한다”며 옛제자의 문제점을 고쳐줬다. 특유의 꽈배기 스윙을 포기하고 ‘정상 스윙’으로 갔다가, 다시 꽈배기 스윙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사부님’이 족집게처럼 집어낸 것이다.
지옥 훈련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페어웨이우드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진 김미현이지만 올해는 별로 우드를 쓸 일이 없을 정도로 거리가 늘었다. 당연히 성적도 좋아졌다.
“아빠가 메이저대회 우승하면 시집 보내주신답니다. 어쩌겠어요? 시집 가려면 열심히 해서 메이저 한번 먹어야 되는데….” 모처럼 집에서 휴식 중인 김미현은 “컵 앞에서 멈추는 ‘짤순이’ 퍼트만 고치면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