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밀림에서의 첫날밤
비가 내리는 정글. 그 속에서 나는 깊은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기분이었다.
새벽 공기가 차가운 도심을 떠나, 비행기와 모터 카누를 타고 우리는 점점 문명의 흔적이 사라지는 곳으로 들어섰다. Coca라는 조그마한 도시에서 시작된 여정은 모터 카누를 타고 리오 나포 강(Río Napo)을 따라 이어졌다.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강은 점점 깊고 어두운 녹색으로 변해갔다. 낮게 깔린 구름, 어디선가 들려오는 원시의 소리, 그리고 강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수초들. 세상과 단절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아마존의 한복판, Sacha Lodge에 도착했다. 마치 비밀스러운 원시 부족의 성역처럼, 작은 오두막들이 밀림 사이로 숨겨져 있었다. 나는 짐을 풀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조차도 다르게 느껴졌다. 익숙한 도시의 냄새는 사라지고, 흙과 이끼, 그리고 나무의 숨결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밀림 속 첫 걸음
오후 다섯 시, 우리는 조를 나누어 숲으로 들어섰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는 마치 생명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심장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나무들은 하늘 높이 솟아 있었고, 그 뿌리는 거미줄처럼 얽혀 땅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나는 원래 시골에서 자라 산과 숲이 낯설지 않지만, 이곳의 숲은 달랐다. 익숙한 나무 대신,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태고의 생명들이 서 있었다.
어느새 우리는 숲속 깊이 들어와 있었다. 가이드가 손짓하며 발 아래를 가리켰다. 커다란 개미 떼가 규칙적인 행렬을 이루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저 개미 떼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저 작은 생명체들도 이 광활한 숲에서 자기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 위로는 원숭이들이 나뭇가지를 타고 유유히 지나갔다. 가끔 나뭇잎이 흔들리고, 어딘가에서 갑작스레 새의 날갯짓이 들려왔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이곳이 얼마나 살아 숨 쉬는 공간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정글 속 첫날밤
우리 일행은 밀림을 돌아온 후, 우리는 정글 생태계에 대한 짧은 강의를 들었다. 영상 속에서 설명되는 밀림의 생명들은 우리가 직접 마주한 것들과 이어져 있었다.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나무 사이에서 들려오는 벌레들의 합창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선착장으로 나와 한동안 강물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강물 위로 희미한 불빛이 일렁였고,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작은 벌레들이 공중을 날고 있었다. 도시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순수한 자연의 밤이었다.
내일은 더 깊은 정글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컸지만, 점점 두려움과 경외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나는 그저 한낱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운 동시에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원숭이 울음소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내 숨소리. 나는 정글 속에서의 첫날밤을 그렇게 맞이했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이 내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마존의 밤과 고향의 달
깊어가는 아마존의 밤, 나는 조용히 호수를 따라 노를 젓는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정글 속에서도 하늘은 여전히 밝다.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과 초승달이 나를 감싸며, 그 은은한 빛이 호수위로 부서진다. 문득, 한국에 계신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가곡이 떠오른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처다 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노래 속 주인공이 바라보는 달처럼, 나 역시 지금 이 순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 고향을 본다. 고향을 떠나온 지도 오래되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곳이 자리하고 있다.
고향에 돌아간다 한들, 나를 반겨줄 사람이 없을지라도, 어찌 내가 고향을 잊을 수 있으랴. 저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과 반짝이는 별들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마존의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마치 고향의 가장자리 어딘가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저 달도 서쪽 산을 다 넘어 가건만 단잠 못 이뤄 애를 쓰니 이 밤을 어이해.”
고향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를 반겨줄 이가 없을지라도, 그곳은 여전히 내 마음의 안식처이다. 오늘 밤, 아마존에서 바라보는 이 초승달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걱정 말아라. 나는 일 년에 열세 번이나 네 곁을 찾아갈 것이니, 언제든 나를 보면 고향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으렴.”
나는 이 작은 깨달음에 감사한다. 어쩌면 고향은 물리적인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닿는 곳, 그리움이 머무는 곳이 바로 고향이 아닐까.
오늘 밤, 아마존의 밤하늘 아래에서 나는 고향을 걷고 있다.
첫댓글 멀리서 보내온 글인데 본인이 카페에 올리기를 기다렸건만 버리기에는 아까워 대신 이곳에...
사진이나 영상도 있지만 그것은 본인이 올렸으면 합니다.
글을 쓰는 마음, 나누는 용기
방금 카페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글을 올리려다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마치 넓은 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것 같아,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글을 쓰는 일이 좋아졌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과 생각들을 꺼내어 단어로 정리하는 일이, 마치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의 글을 따로 모아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끔 가까운 지인들에게, 내 감정을 담아 보낸 글을 나누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에콰도르 여행기를 카페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경험이니까요. 그곳에서 본 풍경, 마주친 사람들, 그리고 길 위에서 느낀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올리려 하니 망설여졌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혹시 내가 이곳에서 ‘모난 돌’처럼 튀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교관님께서 제 글을 올려도 좋다고 해 주신다면, 용기를 내어 보려 합니다.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제 감정을 담아 솔직하게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늘 제 고민을 깊이 들어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세상과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제게 이런 고민을 나누는 용기를 주신 것처럼, 저도 제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카페는 공군제2사관학교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하고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단, 정치 종교적인 내용이 아니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