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들어갈수록 깊어짐이요
깊어서 바닥을 보기가 어려움이요
온갖 산천강하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도 한맛이 됨이요
조수간만의 차이가 정확함이요
갖가지의 보배가 많이 있음이요
크나큰 중생이 살고 있음이요
시체나 쓰레기는 받아들이지 않음이요
일체의 크나큰 비가 쏟아져도 바다는 줄거나 늘어남이 없음이다.
우리 마음도 이와 같다.
마음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깊어지고 오묘해진다
마음은 한량없는 보배가 숨쉬는 바다처럼
늘 그렇게 온갖 묘용을 지어내어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일도 하고,
남에게 주기도 하고 받으면 고마워 할 줄도 안다.
그리고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그 마음은 늘거나 줄어짐이 없다.
마음을 비운다고 한다.
초발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겠다고 한다.
무엇을 비우고, 돌아가는 곳은 어디란 말인가.
우리 마음은 바다와 같다
쉴 새 없이 출렁이는 저 바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듯이 그렇게 하루 종일 출렁거리지만
그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 이다.
우리 마음도 뭘 해야 겠다 하지 말아야 겠다고
수없이 반복하지만 언제나 그대로인다.
마음은 止와 觀이요 寂과 照이다.
욕망을 그치면 바로 그 자리가 해탈을 관하는 자리요
마음이 고요해지면 바로 만상이 한눈에 드러나는 것과 같다.
마치 방안이 비면 햇볕이 방안에 가득하다는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는 장자에 나오는 말처럼
止를 통해서 觀이 나타난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마음을 청소하는 것과 같다.
청소를 하면 먼지가 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청소할 때 먼지 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늘 먼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
청소는 새로운 발심이다.
나날이 하는 발심이야 말로 마음을 비운 자리이고
초발심으로 돌아간 자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