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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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필란델로 作(작)
유광열 譯(역)
극단 맥토
[페이지] F02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필란델로: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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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
육인의 등장인물 외1인
아버지
어머니
養女(양녀)
아들
少年(소년)
아기(女(여)) 演劇中(연극중) 無言(무언)
마담, 빠체 (幼想的(유상적)으로 나타남)
演劇團員(연극단원)
第一女優(제일여우)
第一男優(제일남우)
第二女優(제이여우)
젊은女優(여우)
젊은男優(남우)
其他男女俳優(기타남녀배우)
舞台監督(무대감독)
프롬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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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계
대도구계
조감독
수위
소도구계 및 무대조수
<<때>>
낮
<<곳>>
어느 극장의 舞台(무대).
注意(주의)
이 희극엔 막이나 장같은 것이 없다. 다만 감독과 등장인물의 대표가 대사를 정리하려고 퇴장할 때
막을 올려 놓은채 연극은 중단되고 무대는 비게 된다. 또 도구계가 잘못하여 막을 잡아 내리게 될때
두번째로 중단된다. 관객이 등장하면 막은 이미 올라가 있다. 때는 낮인 모양인데 무대 셋트도 배경도
없고 어둠 침침하며 텅비어 있을뿐 애당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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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준비가 통 되어 있지 않은 인상을 준다. 좌우 양쪽엔 무대와 객석사이를 오르내리게 된 두계단.
출입구 가까운 곳에 프롬프터 박스. 반대편 앞으로 감독용 테이블과 관객쪽으로 등을 뵌 의자. 대사
연습을 하기 위하여 준비된 大(대), 小(소) 두개의 테이블이 있고 주위에 여러의자들이 흩어져 있다.
관객석에 불이 꺼지면 짓푸른 샤쓰를 입고 허리춤에 주머니를 단 대소도구계가 등장하여 뒷 구석에
있는 무대장치를 들어다가 무릎을 꿇고 못을 친다. 못 박는 소리에 무대 주임 뛰어 나온다.
[무대주임] 오! 뭘 하고 있나?
[대도구계] 뭘 하다니? 못 박고 있잖소?
[무대주임] 하필 요시간에? (시간을 본다) 벌써 열시반이야! 대사 연습하러 감독이 올걸쎄.
[대도구계] 나도 좀 일할 시간을 가져야겠어.
[무대주임] 다음에 하게! 지금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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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구계] 그럼 또 언제?
[무대주임] 대사 연습 없을 때면 되잖아! 자! 빨리 모두 치우게 난 "일 죠코 델레빠르피"의 제2막
장면을 준비해야겠어.
(대도구계 투덜대며 셋트를 거두어 가지고 퇴장 한편 무대 출입구로 부터 일단의 남녀 배우들 처음엔
한 사람씩 다음엔 두사람이 함께 다음엔 여럿이 제멋대로 십여명이 등장. 모두 "삐란델로作(작) "일
죠코 델레빠르피"의 대사 연습을 위해서 나왔다 등장하면서 무대주임에게 도 자기들 끼리 인사를 한다.
몇몇은 준비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겨드랑이에 대본을 낀 프롬프터는 무대에 자리를 잡고 감독을
기다린다. 모두 모여들 앉거나 서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담배불을 부치는 사람 배역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 사람 신문을 연극평론을 크게 읽는 사람 등등. 구구 각색. 남녀 배우들의 의상은 밝고
훤할것. 첫 장면부터 활기에 충만해 있을 것. 누가 피아노로 가서 땐스곡을 친다. 배우들 춤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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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주임] (손뼉을 치며) 자 자 이제 그만. 감독께서 오십니다.
(소리도 춤도 뚝 그치고 잠잠. 배우들의 시선이 관객석으로 집중. 그곳에 나타난 감독.
山高帽子(산고모자)를 쓰고 겨드랑이에 팔장을 끼고 커다란 시가를 물었다. 통로를 지나 계단으로 해서
등장. 조 감독이 감독에게 대본, 신문등을 가져 간다.)
[감독] 편지는 안 왔냐?
[조감독] 안 왔어요. 우편물은 이게 전부인데요.
[감독] (조감독에게) 대본뭉치를 도로 주며) 내 방에 갖다 주게 (한바탕 둘러보곤 무대주임에게)
여긴 너무 어두워 불 좀 켜게.
[무대주임] 빨리 (하고 또 지시한다) (잠시후 배우들이 있는 무대 우측이 새 하얀 빛으로 조명된다.
한편 프롬프터는 박스에 들어가서 lamp를 키고 대본을 펴든다)
[감독] (손뼉을 치며) 자! 자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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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시다. (무대주임에게) 다 왔나?
[무대주임] 저 제일 여배우가 빠졌읍니다.
[감독] 맡아놓고 빠지는 군. (시계를 본다) 오늘두 십분이나 늦게 시작하는데 이 모양이야. 그 여자
제발 주의 좀 시켜요. 연습시간엔 지때에 오도록! (감독의 힐난이 끝나자 마자 관객석끝에서 제일
여배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1여배우] 아 아니예요. 여기 왔어요. 여기. (하얀 옷차림 머리엔 휘들어지게 커다란 모자, 팔엔
복슬강아지가 한마리.성급히 1층석의 통로를 지나 계단을 넘어서 등장)
[감독] 항상 지각하겠다. 약속이라도 하신건가?
[제1여배우] 미안합니다. 빨리 오려고 자동차를 잡다가 --- 그런데 시작도 안하시구 뭘 그러세요? 또
차례두 아직 멀었구요. (무대주임을 불러서 강아지를 주며) 방에 좀 넣어 주세오.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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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불만이 되어서) 또 강아지 까지 데려와서! (다시 손뼉을 친다) (프럼프터에게) 자 해보세.
"일 죠 코델 레빠르디"의 제2막 (의자에 앉으며) 자 여러분 정신차리고! 누가 할 차례지? (연습을 먼저
할 세사람과 제1여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 무대 중앙에서 물러나 한쪽 가로 가서 앉는다. 감독의
지시를 소홀히 들은 제1여배우 의자에 가서 앉으려한다)
[감독] (제1여배우에게) 당신이 할 차롄가요? 돈 가요?
[제1여우] 난 아닌데요.
[감독] (약이 올라) 그럼 제발 물러나요! 물러나! (제1여우 일어나서 동료 여배우에게로 간다)
[감독] (프롬프터에게) 시작하게! 시작
[프롬프터] (대본을 읽는다) "레오네 칼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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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식당과 서재를 겸한 유다른 방
[감독] (무대주임에게 돌아서서) 방을 붉은 색으로 하세.
[무대주임] (노트하며) 붉은 색이라--- 알겠읍니다.
[프롬프터] (계속해서 대본을 읽는다) 테블엔 식사준비가 되어 있고 책상위엔 책 서너권과 종이가
놓여있다. 책꽃이와 식기가 잔뜩 들어있는 유리 찬장. 정면에는 레오네의 침실로 들어가는 문. 좌우론
각기 부엌으로 통하는 문과 현관
[감독] (일어서서 하나하나 지적한다) 자 주의해서 봐요. 저쪽이 현관 이쪽이 부엌. (소크라테스의
배역에게 자넨 이문으로 출입하게. (무대주임에게) 정면은 "스크린 도어" 로 해주고 커텐을 쳐 주게.
(돌아서서 앉는다)
[무대주임] (노트하며) 예 그렇게 하지요.
[프롬프터] (계속해서 읽는다) 제1장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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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갈라, 소크라테스의 별명을 가진 휠립보(감독에게) 지문도 읽어야지요?
[감독] 읽고 말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을텐데---
[프롬프터] (또 계속) "막이 오르면, 쿡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레오네 칼라가 달걀을 그릇에
깨어 넣고 나무국자로 휘젓고 있다. 휠립보도 쿡크 차림을 하고 달걀을 젓고있다. 구이도 베난치는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있다.
[제1남우] (감독에게) 쿡크 모자는 꼭 써야합니까?
[감독] (역정을 내며) 그렇다니까! 저기 그렇게 써 있잖나? (대본을 가르킨다)
[제1남우] 허지만 우습지 않습니까?
[감독] (발을 구르며) 우습다구? 그러면 불란서에서 요즈음 쓸만한 희곡이 하나도 안 나오는 것이,
또한 우리가 상연하기로 되있는 피란델로의 희극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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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에다 그 위에 우리 전부를 조롱거리로 삼고 있다는 것이 내탓이란 말인가?
(배우들 웃는다. 감독 일어나서 제1남우에게 닥아서며 큰 소리로) 쿡크 모자다. 암 써야지. 그리고
달걀을 저어야 돼. 자넨 달걀만 휘젓고 있으면 다 되는줄 아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어. 자네가 젓고
있는 그 달걀껍질을 표현해야만 되는 거야. (배우들 웃는다. 배우들 빈정거리며 자기를 끼리 논평을
시작한다) 조용히! 내가 설명할땐 잘 들어요! (다시 제1남우에게 돌아서서) 맹목적인 것은 본능이 들어
있지 않는 이성의 공허한 외형일쎄 즉 이 극에서 자네는 이성을 나타내고 자네의 처는 본능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때 맡은 역을 표현하는 자네는 자네 자신의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다는 걸세.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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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남우] (팔을 벌리며)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감독] (제자리로 돌아서며) 몰라? 나도 모르겠다. 좌우간 해 보세. 결과적으로 곧 될거야. (은근한
목소리로) 대사가 묘미를 잃고 애매해지면 곤란하네. 관객이 무슨 말인지 모르면 볼장 다 보는 거니까!
(다시 손벽을 치며) 자! 주의해요. 보세요. 주의 이제 시작하니까!
[프롬프터] 선생님 Box 속으로 좀 들어 가야겠는 데요.
[감독] 음 좋아 좋아 (그때 금테 모자를 쓴 수위가 장내로 들어온다. 일등석 사이의 통로를 건너
무대위의 감독에게로 가서 六人(육인)의 등장인물의 來訪(내방)을 알려준다. 이 등장인물 역시 얼마간
거리를 두고 수위를 따라 장내로 들어 간다. 약간 어리둥절 해진듯 주위를 둘러본다. 연출자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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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을 구사하여 이 6인의 등장인물이 배우진과 혼동되지 않도록 최대의 효과를 짜 내야한다.
특수조명에 의하여 인물을 서로 다르게 착색하는 방법이 있듯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효과적이며 적당한 방법은 그 인물들에게 특수한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즉 땀에 약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물질로 눈, 코 입이 자유스럽도록 잘 만든 마스크면 된다. 이래야만 이 희극에 깊은
의미를 들어 낼수 있다. 살인 즉 등장인물들이 유령이 아니고 창조된 레알리떼 변치 않는 공상적
실체로서 나타나야 한다. 또 배우들의 개성이 유동적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은 보다 리얼하며
고정적이어야 한다. 이때 사용된 마스크는 기본적이며 고유한 감정표현에 있어서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양심의 가책, 양녀에게 있어서는 복수, 아들에게 있어서는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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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있어서는 고뇌,- 특히 어머니의 모습은 교회의 고뇌의 성모의 조각이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눈퉁이와 두볼에 촛물같은 눈물이 맺혀있다) 각자가 움직일수 없는 고정되고 가공된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의 의상은 화려하지는 앉지만 옷 주름이 세세 잡혀있고 품은
조상처럼 크고 특별한 형과 천으로 되어있다. 요컨대. 시중 어느곳에서나 살 수 있고 마출수 있다는
그런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
[아버지] 50대의 사나이 관자노리위로 머리털이 빠져있지만 대머리는 아니다. 피부는 여린 황갈색-
아직 생기가 도는 입 가끔 실없는 미소를 해 벌리는 입 언저리에는 텁수룩한 수염이 비꼬여있다. 특히
창백한 넓다란 이마 달걀처럼 동그랗고 파란 두 눈, 그 눈에 서려있는 예리한 광채 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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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갈의 바지에다 까만 자켓트, 때로 부드럽기 짝이 없<<는>><<>>다가가도 돌연 거칠어지고
무뚝뚝해진다.
[어머니] 치욕과 영락의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찌들려 망연자실한 모습. 두터운 미망인의 베일을
두르고 있으며 까만 상복을 입고 있다. 베일을 걷우면 해쓱한, 아니라 차라리 백납같은 얼굴이 보이고
언제나 아래로 떨구고 있는 두눈이 보인다.
[양녀] 18세 오만한 태도가 무례할 정도 대단한 미인이다. 역시 상복을 입긴 했지만 썩 우아한
차림이다. 역시 흑의 를 입고 궁상 맞기 짝이 없는 "사내 동생 (14세)의 소심하고 병적이며 얼빠진
태도엔 딱 질색이지만, 네살백이 "계집애 동생" 만은 (겉에는 흰옷, 허리에는 까만 명주 베 내옷을
입고 있다) 너무 귀여워서 어쩔줄을 모른다.
[아들] 22살 장신. 아버지에게 품고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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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험상 궂은 냉담이 지독할 정도, 바이오렛 색 코트에 목을 두른 기다란 머플러.
[수위] (모자를 손에 벗어 들고) 저 선생님 잠간만---
[감독] (돌연 퉁명스럽게) 또 누가 왔어?
[수위] (기 죽은 듯) 선생님을 뵈려고 하는 분들이 저기 와 있읍니다. (감독과 배우들 객석쪽을
멍하니 바라본다)
[감독] (더 발끈해서) 내가 지금 여기서 연습중이잖나! 연습중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다잖아!
알아두란 말이야 (객석 저편을 향해서) 누구십니까? 어떻게 오셨죠?
[아버지] (앞장을 서서 한쪽 계단 까지 나오며) 우린 어느 작가를 만나 보려고 왔읍니다.
[감독] (어이도 없고 기분도 상한듯) 작가라니요? 무슨 작가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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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무 작가라도 좋습니다.
[감독] 허나 여긴 작가란 아무도 없읍니다 우린 뭐 새로운 극을 연습하고 있는건 아니니까요.
[양녀] (신바람이 난듯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 오르며) 그래요 아 참. 마침 잘 되었군요! 그럼 우리들
자신이 여러분의 새로운 극이 되어 드리죠.
[제1남우] (부지런히 쑤군대다가) 다른 배우들의 웃음을 받으며) 오! 희안한 소릴세. 좀 들어보세.
[아버지] (양녀를 따라 무대위로 나가며) 그건 그렇지. 그런데 작가는 아무도 없다는 데야---
(감독에게) 가령 당신이 그 뭐야--- (아기를 안은 어머니와 소년, 계단을 한발자욱 올라서서 주춤하고
그곳에 서 버린다. 아들 뾰루둥해서 그 밑에 머물고 만다)
[감독] 아니! 여러분 농담을 할 작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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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닙니다. 천만의 말씀을! 그 반대지요. 선생에게 비참한 드라마를 하나 가지고 왔읍니다.
[양녀] 우리들 때문에 선생님은 운이 트이는 거예요.
[감독] 알겠는데 좀 돌아가 주십시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장난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아버지] (기분이 상했지만 부드럽게) 허- 인생이란 한 없는 부조리에 차 있다는 것을 선생은 잘
아실텐데. 그 부조리란 진실로 나타나 보일 필요조차 없읍니다그려. 그 부조리 자체가 벌써 진실로서
존재하고 있으니---
[감독] 도대체 무슨 잠꼬대 같은 말씀이요?
[아버지] 정말 얼빠진 장난을 하고 있다이말이외다. 그렇고 사실과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오. 실은 그
얼빠진 장난을 진실인 것 처럼 꾸며 볼려는 수작입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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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직업의 유일한 존재이유가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감독] (대들며) 무엇이 어째요? 우리 직업이 얼빠진 직업으로 보인다구요?
[아버지] 허- 사실도 아닌 것을 사실로 꾸며 본다고 한다니까--- 요컨데 장난이지 아니 그래
가상적인 인물을 무대위에다 살려볼려고 애쓰는 것이 여러분의 사명이 아니란 말이요?
[감독] (화가 바쳐오른 배우들을 대변하여) 이 양반, 똑똑히 알아야겠어. 배우라는 직업은 가장
고상한 직업이요. 오늘도 그렇지만 요즈음의 신출내기 작가들이 상연물로 써 줬다는 것이 맨 엉터리
꼬메디 아니면, 그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 인형극 따위란 말이요. 그래도 이 자리에서 그
엉티리작품을 불후의 명작으로 살려온 것이야말로 우리들이 크게 자부하는 바요. (배우들 만족해서
감독의 말을 인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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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찬양한다)
[아버지] (말을 가로채어 열기를 띠며) 맞았소! 바로 그대로야! 여러분은 단지 무대위에서 숨만 쉬고
의상만 걸친자 보다는 훨씬 발랄하고 생생한 존재요. 리얼하지는 않지만, 보다 진실한 점. 이런것이
바로 여러분의 자랑입니다. 이 점엔 우리도 철저히 당신과 같은 의견이요.
(배우들 어리둥절해서 서로 쳐다보기만 한다)
[감독] 어떻게요? 당신이 지금 한 얘기는---
[아버지] 아니지요. 실례입니다만 선생은 지금 그렇게 얼빠진 장난으로 시간을 허비할수 없다고
소리치셨는데--- 그러나 자연이란것은 인간의 창작물을 더 높이 승화시키는 한낱 환상의 도구로 사용될
뿐이라는 것을 당신이 가장 잘 아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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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좋아요. 좋아. 그래서 결론이?
[아버지] 이 세상에선 사물이 여러가지 양상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탄생한다는것을 보여드리자는
것입니다. 즉 나무라든가, 돌이라든가, 물이라든가, 나비라든가 도는 여자라든가, 모두 이런걸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극의 등장인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말씀이지요.
[감독] (비꼬아 줄 양으로 멍청해진듯이 가장하여) 아, 그러니까 당신도 당신 주위의 이 사람들도
모두 등장인물로 태어났다 이 말이로군요?
[아버지] 아, 물론 그렇습지요. 보시다시피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읍니다.(감독과 배우들 한바탕
웃어 재킨다)
[아버지] (기분이 상해서) 뭐가 그렇게 우습죠? 유감인데. 다름이 아니고, 우리는 비통한 "드라마"를
몸에 지니고 왔다는데 이 까만 베일을 쓴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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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도 알 수 있잖소. (이렇게 말하면서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어 계단의 마지막 층계를 넘어 오도록 한
다음, 비장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무대의 반대쪽으로 인도하고 나면 갑자기 그곳이 환상적인 빛으로
조명된다. 어머니 뒤로 아기와 소년이 따르고 그 뒤를 아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른다. 다음으로
양녀 등장. 이 진기한 전개를 우두망철하게 바라보고만 있던 배우들 드디어 재미있는 구경을 하듯이
박수 갈채를 보낸다.)
감독 (처음엔 우두망철 했다가<<)>><<>> 다음엔 골을 내어) 원 이럴 수가, 시끄러워, 조용히 못해!
(등장인물을 향해) 비켜들 나시오. 여기서 물러들 나시요. (무대주임을 향해) 뭘 꾸물대나! 이자들을
쫓아 내게!
[무대주임] 앞으로 나셔려다, 야릇한 놀라움에 잡아 들리듯 제자리에 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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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가시오 나가!
[아버지] (감독에게) 이거 안 되겠는데--- 좀 기다려 주시오, 우린 말입니다---
[감독] (성난 목소리로) 요컨데 우린 여기서 할 일이 있단 말이요!
[제일남우] 어디서 그런 엉터리 수작을 벌리려는 거야.
[아버지] (분연히 앞으로 나서며) 여러분이 이렇게 통 믿어 주질 않으니 참 천만 뜻밖입니다.
여러분은 배우니까 작자가 창조해낸 여러가지 인물들을 이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시켜본 경험이 많을 줄
아는데--- 안 그렇소? (프롬프터 븍스를 가르키며) 그렇다면 우리들 같은 경우를 소재로 한 대본도
있을게 아니요?
[양녀] (감독에게 아양떨듯) 선생님 우리들 여섯인물, 그야말로 굉장히 재미있는 존재들이여요.
지금은 모두 버림받은 사람들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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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불쑥) 암 그렇구 말구! 바로 그대로야! (돌연 감독에게) 우리들을 살아있는 인물로
창조해낸 작가가 우리들을 예술의 세계로 끌어 넣기가 싫어졌든가, 아니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었던거요. 그것은 정말 죄악이었오. 왜냐? 생각 해 보시오. 일단 "등장인물" 로 태어난 모험을 한
사람이면 죽음같은 것도 웃어 넘길 수가 있오. 태어났다가 죽는 법이란 없죠. 인간도 작가도, 창작의
방편도 한번 죽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작가가 창조해 낸 인물은 결코 죽지 않읍니다. 영원히 인물이
살아나기 위해서 반드시 특별 천분이나 기적은 필요없는 것입니다. "산초.판싸"는 누구였으며 "동
압본오" 는 누구였읍니까? 그들이 영원히 살아있는 까닭은 그들이라고 하는 우량한 종자가 다행히도
생식력이 강한 모체를 만나 상상력에 의하여 키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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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되어.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겠오!
[감독] 아, 그야 물론지당한 얘기지! 헌데 도대체 당신네들 용무가 뭐요?
[아버지] 우린 살고 싶어서 왔오.
[감독] (비꼬아서) 영원히 살고 싶다 이거군요.
[아버지] 아닙지요. 단순히 일순간만이라도 여러분의 몸을 빌려서 말하고 싶소.
[어느남우] 오, 자 잠간만!
[제일여우] 우리들 몸을 빌려서 살고 싶다니
[젊은남우] (양녀를 가르키며) 저분이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아버지] 허 좀 참고 내 얘길 들어보라니까! 연극은 이제부터 꾸며 나가야 하네. (감독에게)
선생께서 또는 여러분이 원한다면 우린 이제 곧 계획을 짜야겠오!
[감독] (어리둥절하며) 아니 도대체 계획 이라니 무슨얘기요. 여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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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걸 하는데가 아닙니다 여긴 비극이나 희극을 연출하는 무대란 말이요
[아버지] 물론 그렇지요. 실은 우리가 여길 오게 된것도 바로 당신에게 연출을 맡기기 위해섭니다.
[감독] 그래요? 그럼 대본은 어디있오?
[아버지] 대본은 우리들 자신속에 있오. (배우들 웃는다.) "드라마는 우리자신 속에 있다니깐.
"드라마란 바로 우리들 자체올시다. 한시 바삐 그 "드라마"를 상연해야겠오. 그토록 지금 우리체내에선
정열이 끓고 있오.
[양녀] (비꼬듯, 반항적으로) 내 정열! 선생님 아시겠어요? 저분에게 대한 정열! (아버지를
가르키고, 그를 끌어 안듯이 하다가 자지러지게 웃는다)
[아버지] (발끈해서) 참견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그 따위로 웃지말고!
[양녀] 웃지 말라고요? 그럼 노래도 해 보고 춤도 춰 볼테니 여러분 구경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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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달밖에 안되긴 했지만--- ("츄.땡.츄를 조심하세요"란 폭스 트롯트와
느린 원. 스탱곡의 일절을 부르면서 춤을 춘다)
"중국사람들은 아조 짖궂어, 상해에서 북경까지 가는데 마다 츄.땡.츄를 조심하라고 써 붙였거든.
(양녀의 춤과 노래에 넋을 여윈 젊은 배우들, 끌리듯 양녀에게 접근하여 막 잡을려고 할때 살짝 빠져
달아난다. 구경하던 배우들 손뼉을 치고 재미있다고 웃는다)
[남녀배우들] (박장대소하며) 잘한다! 신난다! 멋있다!
[감독] (성을 내며) 시끄러워! 여기가 가페의 콘서트 홀인줄 아나? (좀 당황하여 아버지에게
닥아서며) 이 색시 좀 돌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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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버린 정도가 아니죠. 그것보다 더 심하죠.
[양녀] (곧장 아버지 앞으로 닥아가며)더 심하다고요? 이제 곧 우리들에게 이 드라마를 상연시켜
주세요. 그러면 아실꺼예요. 어떤 장면이 되면 나는--- (어머니 곁에 있는 아기를 안아서 감독에게
내밀며) 여기 이 아가--- 퍽 귀엽죠? (아기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아이! 귀여워! (아기를 내려놓고
다시 감상적으로) 그런데 이 귀염둥이를 하느님은 저딱한 엄마에게서 곧 뺏을 거예요. 그리고 이
등신같은 애는--- (소년을 난폭하게 잡아끌며) 더 지독한 바보짓만 할거예요. 무엇보다 그 바보짓에---
(소년을 다시 어머니앞에 떠밀며)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달아나고 말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어요. 지금은 저분과 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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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어떤 밀접한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상 안될말이지요. (두려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가르킨다)
더구나 저기 저 큰 멍텅구리 (아들을 가르키며) 때문에 어머니가 갖은 고초를 겪는 꼴을 보고 내가
어떻게 참으면서 살아기지요?보세요! 보세요! 저 무표정하고 차가운 얼굴을! 자기는 합법적인 친
자식이라고 나와 저애 (소년을 가르키며) 와 간난아기를 멸시하고 천대하는 거예요. 사생아라는
이유에서지요. 아세요. 사생아라고--- (어머니를 안으며)그리고 이 가여운 어머니를 사실. 어머니는
우리 네 사람의 어머니인데, 저인 한번이라도 어머니라고 부르기는 커녕, 우리들 세사람, 사생아만의
어머니라고 말하면서 어머니를 천대하고 있어요. 아주 비열한 인간이예요.(몹씨 흥분하여 빨리
지꺼린다. 특히 "사생아" 란 말에서 목소리는 한껏 고조된다. "비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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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마지막말은 천천히 내뱉듯이 발음한다)
[어머니] (감독에게 고뇌의 목소리로) 선생님 이 두 어린애들을 위해서, 제발 (졸도할 듯이 몸을
가누지 못한다) 오! 맙소사
[아버지] (깜짝 놀란 배우들과 함께 어머니를 부축한다) 의자를 하나 주시오! 이 딱한 과부에게
의자를!
[남녀배우들] (우루루 모여들며) 뭐! 그게 정말이오! 정말 졸도야?
[감독] 빨리 의자를 가져와!
(얼른 의자를 가져다 대는 배우, 근심되는 빛으로 둘러싼 배우들, 의자에 앉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얼굴을 감춘 베일을 못 벗기도록 애쓴다)
[아버지] 자 보세요. 저 얼굴을 좀 보세요.
[어머니] 안되요. 안돼. 제발 그만 두세요
[아버지] 벗어 보이란 말이요! (하곤 베일을 벗긴다)
[어머니] (절망적으로 일어서서 손으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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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감싼다.) 오 선생님, 이분이 자기 멋대로 실행하지 못하게 해 주세요 내겐 무서워요.
[감독] (아연하여) 난 뭐가 뭔지 통 모르겠는걸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아버지에게) 이 여자가 당신
부인이요!
[아버지] (재빨리)그렇소! 내 처올씨다.
[감독] 아 당신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과부라니 어떻게 된거요? (아연실색했던 배우들 와그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아버지] (기분이 상했다. 격분해서) 왜들 웃는 거요? 그렇게 제발 웃지 마시요! 여기에 바로 이
여자의 드라마가 있는 것이요. 실을 이 여자에게 정부가 있었오. 원래는 그 남자도 오늘 이곳에 나와
있어야만 될테지만
[아버지] (부르짖으며) 아닙니다. 아네요.
[양녀] 어머니에겐 퍽 다행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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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한 두달전에 죽었지요. 보시다싶이 우린 여태 상복을 입고 있잖아요
[아버지] 그러나 그 정부란자는 보시는 바대로 여기엔 있지 않읍니다. 죽었기 때문에 없는게 아니라
그잔 오늘 여기나오지 않았읍니다. 자 선생 내 처를 좀 보시구려. 곧 이해가 가실테니 처의 드라마란
한 사람의 여자가 두사람의 남자를 사랑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그녀와 두 남자사이에서 난 이 네명의
자식들로 부터 생겨나는 것입니다.
[어머니] 내가 두 남자의 자식을 가졌다구요? 아니 마치 내가 자청해서 그렇게 한것처럼 뻔뻔스럽게
그런 소리가 어디서 나와요? 여러분 모두가 이 사람이 한 짓이예요. 내게 다른 남자를 강제로 붙여
준것도 저이예요. 저이가 무리로 나를 그 남자와 함께 도망치게 만들었던 거예요.
[양녀] (돌연 발끈해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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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황한 빛으로) 거짓이라고?
[양녀] 거짓말이예요, 거짓말
[어머니] 아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이냐?
[양녀] 거짓말입니다. (감독에게) 믿지마세요. 왜 이런말을 하는지 아세요? 저기 쟤 때문인걸!
(아들을 가르킨다) 어머니는 자기가 낳아논 아들을 버리고 달아났기 때문에 이제와서 저렇게 애를 먹는
거예요. 겨우 두살밖에 안된 자기 아들을 떼어 놓고 가구선 그 책임을 저분에게 전가시키려는 거예요
(아버지를 가르킨다) 무리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 이한테 믿게 하려고 이런 소리를
하는거예요,.
[어머니] (날카롭게) 저이가 억지로 그렇게 만들었어요. 하느님만은 알아 주실꺼야 (감독에게)
본인에게 물어 보세요. 거짓말인가 아닌가, (남편을 가르키며) 아마 넌 아무것도 모를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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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녀] 난 알아요.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에는 그래도 어머닌 행복했었어요. 안 그래요?
[어머니] 그래! 그건 사실이다.
[양녀] 아버지는 언제나 어머니를 위한 알뜰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충만했었어! (그리고 버럭 소년을
향해서) 안 그러니? 말해 봐! 왜 말을 못하니? 이 바보야!
[어머니] 이 가여운 애는 좀 그대로 두려므나. 얘야 넌 어째 날--- 난 네 아버지를 욕하고 싶지는
않아 난 그이에게 말했어. 내가 당신의 가정을 내 자식을 버리고 떠난 것은 쾌락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였다고!
[아버지] 사실을 그렇습니다. 모두 내 탓이지요
(잠시 모두 묵묵)
[제일남우] (일동) 이거 구경한번 멋 있는데
[제일여우] 구경은 바로 여러분이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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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 주는군요.
[젊은남우]
이런 구경은 처음인데---
[감독] (점점 흥미를 돋구게 된다) 자! 좀 조용히들 하고 들어 보세! (하고 말하면서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으로서 극의 인상을 잡아보려고 한다)
[아들] ( 제자리에서 달싹도 하지 않으며 차갑고 여유있게, 이이로니칼하게) 아무렴 이제부터
재미있는 철학이 나올테니 잘 들어 보슈. 이제 저분은"시험의 악마"에 대해서 말하겠지요.
[아버지] 그래야 넌 고작해서 어리석은 냉소가야. 못이 박히도록 말을 해도 못 알아 듣는 바보!
(객석에 내려가 있는 감독에게) 난 자신이 저 지른 짓을 사과하려고한 표현인데 저 녀석은 날 조롱하고
있구려!
[아들] (경멸하듯) 네 문구죠, 문구예요.
[아버지] 암! 문구지. 명문구지! 그것이 마치 여러사람의 위안이 안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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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설명할 수 없는 사실앞에, 우리를 바둥대게 만드는 재난앞에,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찾아서, 그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란다.
[양녀] 양심의 가책이겠지요. 특히나 당신에겐!
[아버지] 뭐 가책이라고? 거짓말마라! 나는 말만으로는 그것을 내 마음속에 가라 앉힐 수가
없었던거야!
[양녀] 또 몇푼의 돈으로 씻어 보려고 했군요. 그렇죠! 돈 몇푼가지고. 글쎄 여러분! 저이가 내게
백리라를 쥐어 줄려고 했어요. (배우들 질린듯한 기색)
[아들] (여 동생에게<<0>><<>> 경멸조로) 이것 또 추잡스럽군!
[양녀] 뭐가 추잡스러워요? 그 돈이 어디 있었길래! 마담.빠체의 상점속에 마호가니 테블위의 파란
봉투 바로 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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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들어 있었어요. 아시겠어요? 왜 옷이랑 코트같은 것을 판답시고 내 걸어 놓구선 우리 처럼 아무 탈
없는 가정의 처녀를 자기네 상점으로 유인해 드리는 그런 마담족이 있잖아요?
[아들] 이렇게 아버지는 백리라의 돈으로 우리 모두를 유인하려고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결국 돈을
치루게 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말았지요.
[양녀] 흥, 아무래도 마찬가지야! 우린 바로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 (하곤 폭소한다)
[어머니] (대들듯이) 오 얘야! 챙피하구나! 너무 챙피해!
[양녀] 챙피하다구요? 이것이 나의 복수예요. 아 그 장면,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려요.
그 방--- 이쪽엔--- 양복장 저쪽엔 침대용 쏘파거울, 병풍 그리고 창앞엔 그 마호가니 테블, 그 위엔
백 리라가 들어있는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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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봉투, 끄때 그것이 내 눈에 띄었어요. 나는 그것을 집으려면 집을 수도 있었어요. 여러분, 이 쪽만
보시지 말고 돌아서 주세요. 난 지금 거의 발가벗은 몸이나 마찬가지예요. 하긴 뭐 이젠 부끄러운 것도
없어요. 부끄러운 건 저이죠. (하며 아버지를 가리킨다) 정말, 그때 그 순간 저이의 얼굴, 아주 말할
수 없이 창백했어요. (감독에게)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선생님.
[감독] 난 통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버지] 당연하죠. 이렇게 얻어 맞기만 하다니! 부탁입니다. 저년의 욕지거리에만 귀를 대시지
마시고, 나도 할 말은 하게 해 주세요. 저 요망한 계집앤 마땅히 해야할 설명은 배고, 선생에게 내
욕만 하려고 들지 않소!
[양녀] 흥, 왜 얘길 못해요. 왜, 얼마든지 하세요.
[아버지] 단지 얘기가 아니야. 난 해명을 할테야.
[양녀] 하, 그럼 좋아요. 어디 멋대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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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이때 감독 다시 무대로 올라온다)
[아버지] 여기 무슨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언어의 유죄라는 거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내가 아무리 내 자신이 본 사물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려고 애를 써도,
듣는 쪽에서는 자기의 특유한 견해로 해석해 버릴 수 밖에 없다면, 어떻게 상호간의 이해를 돋울 수가
있겠는가? 우린 모두 서로 이해하고 있은 줄 알고 있지만, 천만에 우리는 서로 너무도 모르고 있어.
예컨대, 이 여자를 보면 잘 알거야 (어머니를 가리킨다) 나는 이 여자에게 대해서 충심으로부터 동정을
보내고 있는데, 여자편에선 내가 자기한테 가장 참혹한 짓을 했다고 하니 이런 섭섭한 일이 어디 있나!
[어머니] 흥, 당신이 나를 내쫓을 때는 언제고?
[아버지] 바로 이겁니다. 지금 들으셨죠! 내가 자길 내쫓았답니다. 자기에겐 내가 내쫑은 거로
뵈는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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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은 말도 청산유슈지만 난 그렇질 못해요. (감독에게) 선생님, 제 얘길좀 들어보세요.
결혼을 했었다고 하지만 전 여태 왜 이 남자가 나같이 못 생기고 보잘 것 없는 여자와 한데
어울렸던지, 알 수가 없군요.
[아버지] 그건 바로 당신의 그 겸손한 마음씨때문에 결혼한 거야. 나는 그 점을 사랑했지. 그때 내
생각은--- (어머니의 부정적인 태도에 그녀를 납득시킬 수 없음을 보고 별도리 없다는 듯, 팔을 벌리고
나서, 감독에게 고개를 돌려)아니라니, 아시겠오? 아니랍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무서워 (이마를
치면서) 이 여잔 귀가 막혔읍니다. 정신의 귀가 막혔어요. 자식들에 대한 사랑? 아 그야 물론
알뜰하지요. 그런데 두뇌의 귀로 말한다면 아주 벽청호입니다. 낙심천만할 정도로 막혔읍니다.
[양녀] 예, 그건 그렇다치과, 그러면 저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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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끼쳐준 것이 뭐 있어요?
[아버지] 우리가 선행이라고 믿는 것에서 생겨날 수도 있은 모든 악의 씨를 미리 뽑아낼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가. (이때,제일여우 양녀와 눈조화질 치고 있는 제일 남우를 보고 토라진 듯 감독
앞으로 나서며)
[제일여우] 저 선생님 대체 오늘 연습은 계속하실건가요?
[감독] 암,물론하지. 하구 말구요. 좀 들어 보게시리 가만히 있어 줘요.
[젊은남우] 이거 아주 기발한 케이스입니다.
[젊은여우] 너무 재미있군요!
[제일여우] 그렇겠군 저런 따위에 취미가 있는 사람에겐! (제일 남우를 쏘아본다)
[감독] (아버지에게) 그런데 말씀을 분명히 하셔야겠는데요. (자리에 앉는다)
[아버지] 그렇게 합지요. 자 들어보시오. 내겐 어느 가난한 사내가 하나 있었오. 하인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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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격이었는데 충실하기 이를 데 없었오. 그런데 그 녀석이 제 여편네와는 (어머니를 가리킨다.) 아주
미주알 고주알 캐듯 친숙해졌단 말이요. 무슨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이 그저 저 여자마녕
무골충이었지요. 좌우간 그 두사람에겐 선악을 구별할만한 의식이 전혀 없었단 말이요.
[양녀] 그 말은 저 분이 두 사람 관계를 독단적으로 생각한 논리예요.
[아버지]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두사람을 위해서 실은 솔직히 말해서 내 자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해 볼 생각이었오. 그런데 결국 내가 그 둘중의 어느 한사람에게 말을 걸면 의례 그 둘 사이엔 은밀한
눈짓이 교환되는 그런 지경에 이르렀구려. 게다가 내 화를 미치지 않으려면 내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으냐는 듯 여자가 남자의 눈치를 살피더란 말입니다. 저 여자는 잘 알 겁니다. 내게 계속 분노를
일으키어 악화되어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나를 몰아 넣기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것을!
[감독] 그럼 왜 그 자를 쫓아내지 못했오? 그 비서말입니다.
[아버지] 물론 난 그 녀석을 쫓아냈오. 아, 그랬던 이 딱한 여편네 집안에서 당장 미치지 않겠오.
마치 주인을 잃고 질질 끌려가는 암캐 같더라니까.
[어머니] 어유, 어쩌면!
[아버지] (돌연 어머니를 향해서) 아들 얘기 말이지. 그게 아니오?
[어머니] 글쎄 매정스럽게도 아들을 내<<어>><<게>>서 빼앗아 갔군요!
[아버지] 그랬지, 그러나 내가 무자비해서 그런게 아니야! 어린앨 흙덩이와 접촉시키면서 건전하고
튼튼하게 기르고 싶었기 때문이야!
[양녀] (아들을 가리키며) (비꼬아서) 아, 보시다시피 참 근사하군요
[아버지]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 그러면 이렇게 커다랗게 키워 논 것도 내 죄란 말이냐? 난 저
여편네가 아주 약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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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 유모를 구하여 맡겨버렸지요. 내 처로 말하면 비천한 태생이긴 했지만 난 그 점이 좋아서
결혼했던 것이요. 그것이 무슨 변덕이었을런지는 모르나 이제와서 어떻게 하겠오. 어쨌던 나는
지금까지 그 어떤 도덕적으로 건전한 생활에 대하여 열렬한 아쉬움으로 일관해 왔오! (이때 양녀 다시
까르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시끄러워! 못 그치겠나! 이거 어디 참을 수 있나!
[감독] 그만 그쳐요. 제발 또 좀 얘기를 드어봅시다. (감독의 제지에 돌연 양녀는 정신나간 사람인
양 멍하니 호호거린다. 감독은 다시 이 장면의 인상을 캣취하려는 듯 다시 객석으로 하단)
[아버지] 나는 이 여자 꼬락서니가 보기 싫었오. (어머니를 가리킨다) 그것이 단지
권태로워서<<가>><<>> 또 매시꺼워서, 정말 메스꺼웠지. 뭐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여자에게 느끼는
고통, 쓰라린 고통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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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래서 결국 나를 내쫓은 거예요.
[아버지] 그렇지요. 나는 그 사내에게 내 처를 몽땅 줘 버린 겁니다. 나로부터 여자를 해방시키기
위해서였지요.
[어머니]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해방되고 싶었기 때문이예요.
[아버지] 그야 물론이지. 그점은 나도 인정해요. 나 자신 해방을 바랬거든. 그러나 결과적으로
커다란 불행이 닥쳤구려. 사실 저 여자를 해방시킨 것은 좋은 일을 하자고 한 짓이었는데--- 그러나
단연코 맹세하리만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여자편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외다. (가슴에
십자형으로 팔을 얹고는 곧 어머니를 향해서) 내가 잊을것 같애? 절대로 못 잊지. 마침내 그 놈팽이가
어느틈엔가 살짝 당신을 꿰여 차가지고 도망칠때까지의 일을 말이야. 그 녀석은 내 순수한 그렇지요.
추호의 미련도 없이 순수한 내 관심에 대하여 어리석은 생각을 했거든. 나중에 그자가 여자에게 꾸며준
그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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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나야말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 본 것이지요. 그 점에 대해선 저 애가 더 소상히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양녀를 가리킨다)
[양녀] 네, 참 그렇군요.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말이군요. 아시겠어요? 어깨위론 머릴 땋아내리고
스카트 밖으로 팬츠가 내다 보이던 요렇게 어렸을때, 학교가 파해서 나올 때면 정문 앞에서 지키고
있은 그를 느꼈어요. 내가 하나의 여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기다리기 위해서 였지요.
[아버지] 이것 참 어처구니없군! 치욕스럽다!
[양녀] 아니, 어째서 그래요
[아버지] 치욕이다. 치욕이야. (돌연 감독을 향하여 설명조로) 이 여자가 떠나고 나니깐, (어머니를
가리킨다) 온 집안이 텅 빈 것 같더군요. 저 여자가 내게 있어서는 악몽과 같은 존재였지만, 집에
대해서는 그것의 전부였지요. 단지 내홀로 남아 마치 머리짤린 모기 새끼 마냥, 비실비실 텅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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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을 걸어다녔오. 여태 집 밖에서만 자라난 저 애마저 (아들을 가리킨다) 막상 집으로 돌아왔을 땐,
내 아들 같이 여겨지질 않습디다. 나와 저 애 사이에 어머니란 존재가 없고나니까 나와는 감성적이며
이지적인 관계마저 단절된 채 혼자 제멋대로 저렇게 장성한 것이지요. 그런데 묘한 말입니다만, 사실이
그런 걸 어찌하겠오. 처음엔 호기심이 생기는 정도였지만, 내 행동의 결과인, 저 여인의 그 단란한
가정에 차츰차츰 마음이 끌려들어가지 않겠오. 즉, 그 여인을 생각하면 내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공허감이 메꾸어집디다 그의 생활이 보다 단조롭긴 할테지만 그가 평온하게 살고 있을 뿐더러, 내
심중의 복잡한 고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 퍽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마음의 위로를 위해선
절대로 필요했던 것이지요. 이런한 사실을 실제로 시험하기 위하여 교문을 나오는 그 어린애를 종종
보러 갔던 것입니다.
[양녀] 참, 그렇군요. 내게 비실비실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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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리며 뒤를 따라오곤 했지요. 집 문턱에 까지 오면 이렇게 손을 흔들었어요. 인사를 하지 않아요. 난
기분이 상해서 그 남자를 뚫어져라고 바라보곤 했지요. 그래서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해버렸지요. 아마
엄마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그 남자라는 것을 알았을 거예요. (어머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엄마는 나를 여러날이나 등교를 시키지 않았어요. 어느날인가 다시 학교를 왔떠니 여전히 저 분이
문앞에 나타나더란 말예요. 어쩌구니없게! 그런데 커다란 종이 상자를 들고 있더군요. 내게 가까이
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 상자 속에서 오월의 장미꽃이 달린 그 크고 멋드러진 밀짚 모자를
꺼내서 내게 내밀쟎겠어요?
[감독] 헌데 이건 무슨 로맨틱한 소설인데!
[아들] (경멸적인 어조로) 문학이죠, 대문학입니다.
[아버지] 암, 문학이고 말고! 이것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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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인생)이며, 바로 그 人生(인생)의 정열이다!
[감독] 그래요. 아마 그렇겠군. 헌데 이걸 어떻게 무대 위에다 표현한다?
[아버지] 아, 물론 안됩죠! 이건 모두 서곡에 부로가한 것이니까요. 또 이런 걸 상연해 달라는
부탁도 아니올시다. 실은 보다시피 저 애가 (양녀를 가리키며) 이제는 머리를 길게 땋아늘인 그런
계집애가 아닌데다가---
[양녀] 이젠 팬츠가 스커트 속으로 감추어진 처녀에요!
[아버지] 바야흐로 여기서 본격적인 드라마가 태어난다 그 말입니다. 새롭고 흥미진진하고 착잡하기
짝이 없는 드라마가---
[양녀] (음침하고 험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며) 아버지가 죽자마자 바로---
[아버지] (잽싸게 양녀가 말할 여유를 주지 않고) --- 저들은 그것이 불행이었죠--- 그런데 나도
몰래 살짝 이곳으로 되돌아왔구료. 저 여편네가 어리석었던 탓이죠. (어머니를 가리킨다) 자기가 글을
잘못 쓰면 딸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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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머슴애를 시켜서라도 내가 편지를 보낼 수도 있었겠는데!
[어머니] 하지만 저 분 마음 속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은 이러한 모든 감정을 내가 어떻게 눈치챌 수
있었겠어요.
[아버지] 내 감정을 하나도 알아주지 못한것 이건 바로 당신의 과오야.
[어머니] 그런 모든 일이 벌어지고, 그토록 여러해 동안, 별거해 온 뒤라서---
[아버지] 그 뻔뻔스러운 녀석이 당신과 줄행랑을 했는데 내게 무슨 죄가 있담 말이야! (감독에게
대고) 그때 일이 너무 졸지에 당한 일이래서 --- 실은 그녀석이 어디다 자릴 잡았는지 통 알 수가
없었오. 난 그들을 다신 찾아 낼 수가 없었소. 여러 해 동안 그러게 되니까 내 관심이라는 것도 자연
희미해졌오. 그런데 그 자들이 들어 오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맹렬하게 그 "드라마"가 싹트기
시작했오. 아, 불행히도 나는 그때 아직도 발랄한 그 참담한 욕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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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가 되어 아, 참담하게도 짝이 없었소. 독신 생활을 하며 남녀간의 관계를 스스로 물리쳐야만
했다니 말이요! 여자가 없어도 살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늙지도 않았을 뿐더러, 반대로 아무 부끄럼없이
쉽사리 여자를 찾아다닐 만큼 그렇게 젊지도 않았으니 이게 비참하지 않소? 차라리 무서웠오. 무서워.
자기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남자된 몸으로써 얼마나--- 요컨대 난 여자 같은
것을 깨끗이 잊어 버리고 살 수는 없었기 때문이오. 이런게 있읍죠. 누구나 타인 앞에선 위엄을 걸치고
있지요. 그러나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의 은밀한 어느 구석에 아무에게도 고백할 수 없는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다음 단계에 유혹이 닥치면 속절없이 지고 맙니다. 이 유혹에
패하고 난 즉 허둥지둥 마치 묘지에 비석을 세우듯 우리의 위신을 온전하고 단단하게 세워보려고
바둥거리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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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선이란 바로 우리 자신의 눈 앞에다 모든 수치의 증거와 기억을 매장하는 것이니까요. 이건 너 나
할 것 없이 다 마찬가집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 그 확연한 사실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할
따름이지요.
[양녀] 흥, 그런 것쯤 말할 용기야 누구나다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 그렇군.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단지 감추어져 있을 뿐이야. 말을 하자니 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거든! 혹 아무라도 그걸 실토하기만 하면 다 끝장나는 일인데, 이런 것을 무슨 냉소적인
비난으로 간주해 버리기 때문이야. 헌데, 선생. 이것은 틀린 소리요. 그것은 인간의 동물성, 사실
누구나 이 동물성을 보지 않을려고 눈을 감지마는, 바로 그 속에서 빨갛게 달아오르는 수치를, 그 누가
번뜩이는 이지의 힘으로써 파헤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아주 월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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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뜻이지요. 문제는 여자입니다. 예를 들어 저 여자를 사실 어떻게 보십니까? 들떠서 사람을
부르는 그런 뜨거운 시선 아니요? 여자를 붙들어 보세요. 여자는 당신에게 붙들리자 마자 눈을 지긋이
감아 버립니다. 그건 모든 걸 바치겠다는 암시지요. 남자에게 속삭이는 그 암시의 말인 즉, 눈을 감아
주세요, 나도 이렇게 눈을 감지 않았어요?
[양녀] 천만에, 도대체 누가 언제 눈을 감는단 말예요. 눈을 감아서 그 붉은 수치를 스스로 감출
필요가 없을때는 언제고, 이제 쌀쌀하고 차거운 눈으로 애정이란 추호도 없이 멀어버린 남자의 눈을
쳐다 볼땐 언제란 말입니까? 아, 구질구질해! 인간의 지성이 이따위로 복잡하다니.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군요. 인간이 동물성을 들어 내놓고 나선 되지 못하게 변명을 하고 구실을 부치는 그 따위
철학이 더러워 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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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수작을 어떻게 더 듣겠어요. 이유는 뻔합니다. 이렇게 인생을 동물적으로 간단히 처리해야만
하는 자가 모든 정결한 염원의, 모든 순수한 감정의 이상의, 의무의, 정조의, 수치의, 이 모든
인간적인 복잡한 것을 다 팽개치고 나면 결코 분노한다던가 양심상으로 가책으로 구토를 일으키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소위 "위선의 눈물" 이라는 거죠.
[감독] 아니, 여러분 자 자 사실만을 얘기합시다. 이 건 무슨 토론회가 아니니깐!
[아버지] 아 그야 물론입죠. 헌데 사실이라는 것이 속이 빈 푸대자루 같아서 똑 바로 세워놀 수가
없군요. 이 자루를 세워놀려면 우선 먼저 그 속에다 그 사실의 존재이유와 그 사실을 조성하는 감정을
집어 넣어야만 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몰랐어요 알고 보니 그 사내가 죽었떠구먼. 모두 따분한 신세가
되어 다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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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구려. 자식들 양육문제도 있고 하니 아마 여자가 삯 바느질 일거릴 찾아 나선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바로 이 게 그 뭐드라--- 아 그 마담 빠체의 양장점에 취직이 된 거로군!
[양녀] 여러분께 단언하지만 어머니는 솜씨가 훌륭한 재단사예요. 그 마담 빠체의 상점은 간판만
가지고는 상류 사교계의 부인들의 옷 마춤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런 부인들에게 그
이외의 여러가지를 써비스하고 있는 거예요. 그것도 그 와는 유가 다른 그렇고 그런 부인들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어머니] 제 말을 믿으실 거예요. 글쎄 그 무당같은 년이 내게 일자리를 준 것은 꼭 내 딸에게
눈독을 드리고 한 짓인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군요.
[양녀] 불쌍한 엄마! 어머니가 해 논 바느질을 갖다 주기만 하면 마담 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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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어떻게 했는지 아시겠어요? 옷감이 상했다는 둥, 뭐가 망가졌다는 둥, 이리 저리 트집을 잡아서
바느질 삯을 자꾸만 깎는 거예요. 그러면 그대신 대가를 누가 지불했겠어요. 그건 나예요. 그러나 저
딱한 어머니는 나와 또 저 두 얘들을 위하여 밤잠을 안 자고 마담 빠체네 바느질을 하면서 스스로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배우들이 화가 난 듯 동요한다.)
[감독] (갑자기) 그런데 거기서 언젠가 누구를 만났지---
[양녀] (아버지를 가리키며) 이 분, 이 분을 만났지요. 이 나이 많은 손님을 만났어요. 이제 곧
당신에게 보여줄 장면이 시작돼요. 가장 재미 있는 장면이!
[아버지] 바로 이 때 저 여자가, 어머니란 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양녀] (돌연 응큼하게) 그것도 아주 알맞은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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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고함을 치며) 아니다! 알맞은 때라니! 알맞은 때가 뭐야! 그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사실 마치맞게 이 애가 바로 아내가 낳은 딸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지요 결국 난 이두사람을
집으로 데리고 왔구려! 그때 내 입장이나 여자의 입장이 어떠했겠나 좀 상상해 보시구려. 그때 이애는
지금 보시는 봐와 같은 모습이었는데. 난 여태 이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구료!
[양녀] 기가 막혀라! 그런 일이 있은 뒤인데 어째서 나는 저분의 건전한 도덕 생활에 대한 그 열량한
염원에 의해서 교양있고 얌전한 처녀로 인정될 수가 없었을까요 네 선생님?
[아버지] 내게 있어서 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이 올시다. 나의 양심 또는 작자의 양심속에서 드라마가
태어났고 있따는 거죠 양심이란 본질상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하나의 양심인줄 아는데 실을 그게 꽤
복잡하더군요. 즉 양심이란 존재 가능성에따라서 여러가지로 나타난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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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보는 양심, 저 사람이 보는 양심, 다양하기 짝이 없오. 이런 것인데 착각을 해서 모든
사람에 대한 하나의 양심이 존재하는 줄 알고 이 하나의 것을 우리들의 모든 행동속에 적응시키고
있오. 이건 사실과는 틀리는 일입니다. 틀리구 말구요. 예를 들면 매우 불행한 경우를 당해서 우리들의
그 어떤 행위 속에 우리 자신이 갑자기 얼켜 들어가서 매달리게 되는 때가 있는데 즉 무슨 뜻인고 하니
우리는 모두 그러한 행위 속에 붙들려 있지 않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럼으로써 그 행위
하나만으로 우리를 판결하여 마치 전 존재가 그 행위속에 온통 집약되어 있는 양 우리들을 형대에
매달아 박을때 그것이 얼마나 흉악한 불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냐 이 말입니다. 이쯤
말씀드리면 이 계집애의 응큼한 속을 아시겠지요? 도대체 그럴 수 없는 장소에서 내가 얘한테 안될
짓을 할려고 했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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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오. 더구나 얘는 내게 현실을 주려고 했오! 내 인생의 부질없고 속된 순간에서 얘 때문에 내가
질머져야 될 줄은 미쳐 몰랐던 바로 그 현실! 이것이야말로 보다더 중대한 것이지요. 여기서 비롯하는
그 드라마야말로 굉장한 가치가 있오. 그러나 여기 또 다른 인물의 등장이 있오, 저기 저--- (아들을
가리킨다)
[아들] (분연히) 난 거기 아무 상관도 없소이다.
[아버지] 뭐, 아무 상관이 없다고?
[아들] 난 그 패에 끼지 않아요. 끼고 싶지도 않아요. 애초에 내가 여기 나타난 것이 당신들하고
한데 어울리지 않았으니까요!
[양녀] 우린 모두 야비한 인간들예요. 그런데 저 양반만은 아주 신사연 하거든! 아마 잘 보실거예요.
내가 저이 얼굴에다 번번히 멸시의 눈초리로 못을 박을 때면 언제나 얼굴을 쳐들지 못해요. 내게 죄를
졌거든요.
[아들] (간신히 보면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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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녀] 그래. 오빠야, 오빠. 내가 밤거리의 여자가 된 것도 오빠 덕분이지. (배우가 놀란 표정으로
동요한다) 오빠는 내게 대하여 가족으로서의 친밀감은 고사하고 내게 놀러오는 타인들만큼의 동정도
도도하게 거부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안그래요? 요컨대 우린 당신이 친자식이라는 그 합법성의 왕국을
침해한 침입자란 말이었죠. 선생님 오빠와 내가 마주 노려보며 벌리는 어느 특별한 장면의 연출을
부탁드리겠어요. 오빠는 내가 폭위<<로>>를 떨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빤히 보시잖아요? 오빠가
더럽다고 부르는 그러한 이유로 내 자신을 망쳤다면 그것은 바로 오빠의 너무도 도도한 태도
때문이어요. 내가 어머니랑 - 역시 자기에게도 어머니죠 - 자기 집을 찾아 온것도 실은 그 어렵다는
이유때문예요.
[아들] (천천히 앞으로 나오며) 모두 잘들 놀아나고 있읍니다. 사실 내게 거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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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대수롭지 않은 거지만 단지 여러분 좀 생각해보세요. 여기 아들이 한 사람 있는데 어느날인가
조용히 집에 있자니까 이렇게 눈을 높이 쳐들고 어지간히도 거드럭거리는 왠 처녀가 아버지를 찾아
와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간다면 아들의 입장으로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그런데 실은 그 후에도 저기 저 간난애를 데리고 와서 점점 더 건방진 태도로 나타나드구먼요. 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을 봤어요. 통 애매하고 초조한 태도로 여자가 돈을
조르는 말소리로 봐서 확실히 아버지가 여자에게 마땅히 돈을 주어야할 무슨 의무라도---
[아버지] 그렇다. 나는 사실 의무를 느꼈다. 다름아닌 네 어머니에 대한 의무야.
[아들] 그런 걸 제가 알게 뭡니까? 내가 언제 어머니를 봤따고? 언제 어머니 얘길 들었단 말입니까?
내가 비로소 어머니를 안 건 언제던가 얘하고 (양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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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킨다) 저기 저 녀석하고 또 저 간난애하고 모두 함께 나타난 그 날이었어요 내게 뭐라드라 참,
알겠니? 네 어머니란다 난 저애의 태도에서 (다시 양녀를 가리키며)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집으로
왔는가를 예감할 수 있었지요. 그때의 그 심정 얘기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내겐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세요. 선생님 이 점을 알아 주세요. 나는 연극으로 말한다면 연출되지 않은
등장인물입니다. 더구나 이자들과 한패가 되어있는 것이 더 없이 불쾌합니다. 나를 이 대열에서 삭제해
주시오.
[아버지] 뭐라구? 네 녀석이 바로 이렇기 때문에 (격렬히) 아니 그럼 제 인간이 어떻다는
[아들] 걸 아신단 말이오? 도대체 제게 대하여 한번이나 관심을 가져 보신일이 있으세요?
[아버지] 흠 그건 그래 너를 돌봐주진 못했어. 그러니 이런것도 하나의 입장이 아닌가? 너도 나나
특히 네 어머니에게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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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잔혹할 정도로 차갑게 대했지. 이렇게 장성한 네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네 어머니는 널 알아보질
못했어 네가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어미니를 가리키며) 저것을 좀 보시구려 울고있오
[양녀] (화가 난듯 발을 구르며) 아유- 바보 같은 분!-
[아버지] (돌연 감독에게 양녀를 가리키며) 쟤마져 제 오빠라면 질색입니다. 우리완 관계 없다고
하지만 저녀석이야말로 사건의 장본인 입니다. 늘 제 어머니곁에 붙어 저렇게 기를 못펴고 어쩔줄을
모르는 꼬락서니를 한번 보세요 모든 원인은 저 애 입니다. 그러니 저 애 입장인들 얼마나
고통스럽겠오? 무엇보다도 특히 이방인 의식을 갖고 있지요 딱한 녀석이지. 저렇게 애정이 없는 집안에
갇혀 있자니 그 고통이 보통이 아닐것입니다 (은근한 말씨로) 저 놈은 순전히 제 애비를 닮았어 빙춘이
같고 벙어리 처럼-
[감독] 아- 안되지 저런애는 절대로 못써요 아직 당신들은 잘모르나 본데 무대엔 어린애들이 방해가
되오.
[아버지] 아- 저놈은 곧 나가버립니다 저 간난애도 마찬가지 입니다 - 우리의 DRAMA란 요약하자면
이렇소 저 여자가 딴 남자의 애들을 데리고 내집으로 다시 돌아 오는 것으로 시작해서 저 각난애의
죽음<<죽>><<>> 저 소년의 비극적인 종말, 그리고 저 딸애의 가출로써 이 드라마는 끝이 나는겁니다.
환경이 달라서 이 드라마를 지금은 계속할 수가 없오 그 수없는 고통이 끝나면 우리 세사람 즉 나와 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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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와, 그리고 저 아들만이 남게되죠. 배다른 형제가 다 사라지고 난 뒤인데도 우리는 서로 거리감을
느끼게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불행이도 나로 인한 형벌이올시다 우린 최소한의 겸손마저 저바린채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는 맛볼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최후의 발악으로 우린 전세계를 향해서 우리가
내믿는 진정한 현실을 창조해 봄으로써 행복을 되찾으려는 겁니다만 사실은 그 진정한 현실이란
존재하지 않읍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神(신)앞에 <<세워진>><<>> 내세울 저마다의 각기 다른
현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감독] 참 좋읍니다! 말씀드리겠는데 이거 정말 재미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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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히게 재미있읍니다. 됐어요! 됐어 아주 근사한 소재요-
[양녀] (맞장구로) 나같은 등장인물이면 되겠죠?
[아버지] (감독의 결정에 초조한 듯 딸을 제지하며) 시끄럽다!
[감독] (이런 방해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음- 참신한 --- 그렇지!
[아버지] 물론입죠 아주 새로운 것입니다.
[감독] 헌데 참 대견하시오 여기 이렇게 내앞에 그것을 내밀기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텐데
[아버지] 잘 아실겁니다. 우리들처럼 단지 무대에 나타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에겐
[감독] 당신들은 아마추어 배우요?
[아버지] 그건 아니요 내 말은 무대를 위해서 태어났다는거요 왜 그런고 하니
[감독] 아니 그러면 당신이 출연해본 경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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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허! 그것이 아니라니까 우리는 어느 작가가 정해준 역만을 하고있오. 그러므로 내게
있어서는 정열 그 자체올시다. 그 정열에 불이 붙기만 하면 언제나 제멋에 다소 연극적인 것이 되고
말지만 ---
[감독] 좋읍니다. 어디 한번 해봅시다 헌데 이양반 작가가 없고서야 어떻게 --- 내가 작가를 한 사람
소개시켜 드릴수는 있지만
[아버지] 안됩니다 그냥 당신이 작가가 되어주시오
[감독] 내가? 대체 무슨 말씀이요?
[아버지] 그렇소 당신이! 당신이 되어 주시요!
[감독] 난 여태 희곡같은 것을 써본 역사가 없는 걸! 한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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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럼 지금 작가가 되실수 없단 말이오 아무것도 필요없오 누구라도 다하고 있지 않소!
우리가 이렇게 여러분 눈앞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일하기에 얼마나 편리하오
[감독] 글쎄 이것만 가지고 어떻게!
[아버지] 어째서 안되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대로 하나의 "드라마"인 것을 아실만도 한데 -
[감독] 그건 그렇지만 그 사실을 각본으로 옮겨야 할 사람이 필요하잖소!
[아버지] 그게 아니지 우리가 이렇게 장면 하나 하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으니 누가 이것을
기록만 하면 되지요. 우선 보는대로 써 가지고 다시 줄거리를 말끔히 다듬어서 그다음엔 연습이죠
[감독] (다시 무대위로 오르며) 음-- 가만 있자 그렇겠군 그럼 좀 해 봅시다 그런게 한번 시험
삼아서 한것이 진짜 Hit 를 할<<른>>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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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야 무론 힛트지요 어떤 "씬"이 벌어지나 한번 보시구려! 지금 당장이래두 보여드릴 수가
있오.
[감독] 자 그렇지 됐어! 해보자! 우리도 지금 뭘 좀 연습중인데--- 음 내방으로 갑시다 (배우에게
돌아서서) 여러분도 잠간 쉬시지 너무 멀리들 가지 말고 -- 한 15분, 늦어도 20분 후엔 모두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하오 (다시 아버지 에게) 자 그럼 우리 일이 어떻게 되는가 봅시다 잘 되면 아마
기발한 무엇이 생길것도 같은데---
[아버지] 그렇소 의심할 여지 없소 (나온 등장인물 들을 가리키며) 저자들도 모두 나랑 같이 가는게
좋겠는데
[감독] 참 그렇겠군 자 모두들 이리 오시오 (하며 나가려다가 배우들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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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인데 에- 시간은 꼭 지킬것 15분 내로 <감독도 등장인물도 무대를 횡단하여 퇴장 배우들
어처구니 없다는듯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제一(1)남우] 그게 본심으로 하는 말이잖아! 대관절 감독이 뭘 해보겠다는 거야?
[젊남] 아주 깨끗이 돌아 버렸어.
[三(3)남] 이 몇분 동안에 즉석에서 "드라마"를 하나 꾸며 보려는게 아냐?
[젊남] 이건 뭐 즉흥 딴따라 패 같은데!
[一(1)여] 아니 내게 또 저런 얼빠진 장난을 시킬거라면---
[젊여] 천만에 난 그런짓 못해요 !
[4남] (등장인물을 두고 하는 얘긴양) 난 저기 저치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어
[3남] 자넨 또 무슨 말을 하나 그들이 뭐같애? 미친것들 아니면 사기꾼이지
[젊남] 그런데 감독이 저것들에게 빠져 있잖아
[젊여] 허영이야 자기도취야 자기도 무슨 극작가가 되어 보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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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이런 엉터리는 처음 본다니까 그렇챦소? 여러분 극장이란데가 이따위 수작을 하는 데냐 말야!
(책상을 치며)
[5남] 그래도 난 재미있어!
[3남] 좌우간 무슨 일이 생기나 두고 보세 (이렇게 서로 지껄이며 배우들 전부 퇴장 정면의 조그만
문으로 나가는 자도 있고 자기 준비실로 들어가는 자도 있다 막은 열어 놓은채 약 20분간 연극이
중지된다.) 다시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에 이어 준비실.통용문 객석으로 부터 남녀배우들 무대주임,
대도구계 프럼프터 의상계등이 등장. 이와 동시에 감독도 "6인의 등장인물"과 함께 등장, 객석에 불이
꺼지면 무대위는 먼저와 같이 조명된다)
[감독] 자- 그러면 여러분! 모두가 있는 셈이죠 주의해 줘요 주의! 이젠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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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구!
[대도구계] 예 말씀만 하십시요.
[감독] 지금 곧 응접실 하나 꾸며 줘야 겠어. 양쪽 side 하고 문이 하나만 달린 "빽"만 장치하면
충분하네 얼른 좀 해주게 <곧 대도구계 퇴장 감독은 무대주임 의상계 프럼프터 배우들과 임박한
연극상연에 관하여 협의 한다 이 시이에 무대 셋트 장미빛과 황금빛 줄무늬가 있는 양쪽 싸이드와 문이
나있는 '백'이 세워짐
[감독] <의상계 에게> 가만있자 창고에 소파가 하나 있던가?
[의상계] 네 있어요 초록색 나는게 하나 있어요
[양녀] 천만에요 초록색 이라뇨? 노란색이 였어요 벨벳트 천에 꽃장식이 달리고 아주 커다란 거예요
아주 푹 푹신 하구
[의상계] (당황) 그런것은 여기 없는데요
[감독] 아 그거 상관없어 거기 있는것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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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 밖에
[양녀] 어머나! 상관 없다구요? 마담 "빠체"의 그 유명한 소파를!?
[감독] 오늘은 단지 연습만 한다니까! 그렇게 간섭좀 하지 말아 달래두! (무대주임 에게) 그러면
진열장이 하나 있나 봐주게 좀 길고 야트막한 놈으로
[무대주임] (감독에게) 있긴 있는데 조그많구 노란 색갈인데요.
[감독] 됐어 그걸 가져 오시요
[아버지] 거울도 하나 있어야지
[딸(양녀)] 그리고 병풍도 있어야 겠어요 병풍 그것이 없으면 아이 어떻게 해요?
[무대주임] 염려 없어요 병풍쯤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감독] 그리고 모자걸이도 몇개 있어야지 그렇지요
[양녀] 그러믄요 여러개 있어요 여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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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몇개나 있나 있는대로 <<다>>가져와 보게
[무대주임] 네1 그렇게 해야지요 (무대주임 퇴장) <그동안 감독은 프롬프터, 등장인물, 배우들과
차례로 얘기 하다가 무대조수 들에게 지시하여 가구들을 배치한다)
[감독] (프럼프터에게) 그럼 자네도 자리를 잡게 이걸보게 이것이 각 장면의 줄거리니까 (종이를
준다) 아 그런데 자네가 실력발휘를 좀 해야겠어
[프럼프터] 속기를 하란 말씀 이군요
[감독] (뛸듯이 기뻐서) 옳거니 바로 그걸쎄 자네 속기할 줄 알지?
[프롬프터] (자랑스레) 각본은 잘 못읽지만 속기쯤이야 되겠지요
[감독] 됐어! 이거 참 안성마춤이군 (무대조수에게) 내방에서 종이를 좀 가져오게 있는대로 잔뜩
(무대조수 뛰어 나갔다가 종이를 한 뭉치 들고와서 프럼프터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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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다시프롬프터에게) 우리가 이렇게 연기<<할>><<>>를 시작할테니까 이제 자네는 하나씩
하나씩 요점을 적어가면 돼. 최소한 가장 중요한 것만은 빠뜨리지 말고 (다시 배우들에게) 아 여러분은
여길 좀 비켜줘야겠어 모두 이쪽으로 (좌측을 가리키며) 이리들와서 잘 들어봐요
[1여] 아이 허지만 우린
[감독] (알겠다는듯) 그건 걱정할 것 없어요 지금 당장 하라는것이 아니니까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요
[1남] 대관절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감독] 아무것도 할것없어 그저 잘듣고 구경만 하면 돼요. 저마다 받아쓴대로 배역을 맡게 될 테지만
우선 지금은 연습으로 하는거요 이 연습을 저 양반들이 하게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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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天上(천상)에서 내려온양 혼잡한 무대를 헤치고 나와서) 우리가? 그럼 연습을 시킬
작정이시군?
[감독] 아 그게 아니지 여기 이 사람들이 할 연습이란 뜻인데 (배우를 가리킨다)
[아버지] 그러나 등장인물은 우린데 --- (불만)
[감독] 예 좋읍니다. 당신네들이 등장인물입니다 헌데 딱한양반 지금 이자리에서 연기를 하는건
등장인물이 아니란 말이요 그것은 여기 이 배우들이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저기 저 대본이 하나 있는데
(프럼프터 복스를 가리키며) 그속에 들어 있어요
[아버지] 꼭 맞는 말씀이요! 배우가 등장인물이 될 순 없어요 단지 오늘 우리가 여러분 앞에 이렇게
살아있는 등장인물로 나타난 것은 여러분들의 행운입니다.
[감독] 오 기맥히군 당신 스스로 관객 앞에서 모든 연출을 다 해 보시겠단 말이군!
[아버지] 그러나 지금 우리로서는---
[감독] 웬걸 아주 굉장한 구경꺼리가 될것 같은데!
[1남] 그럼 우린 여기 있을 필요가 없군요
[감독] 당신네들은 마치 한 사람의 배우로 자처 하고 있는것은 아니지? 정말 사람 웃기는군---
(실제로 배우들 웃는다) 이것 보구려 웃고들 있지않소 (생각 난 듯이) 아참! 그렇구먼! 각기 배역을
정해야지 이게뭐 어려운 일 아니지 실은 벌써 다 정해진거야 (제1여우 에게) 당신은 어머니가 되어줘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이름이 있을텐데
[아버지] "아말라야"
[감독] 그건 당신 부인의 이름이죠? 우린 본명을 쓰자는게 아닌데요
[아버지] 왜 안된다는 겁니까? 이름이 그렇다는데 그러나 저분이 꼭--- (가까스로 억제하며
제2여우를 가리킨다) 난 이여자가 (어머니를 가리킨다) "아말리아"래서 --- 좌우간 좋을대로 하시는
거지만--- (알쏭 달쏭한다는듯)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런지? 뭐랄까? 자신의 목소리마저 다른 사람으
목소리 마냥 영 이상하게 들리니 내사 통 알수가 없구려
[감독] 그런것은 걱정할것 없오 우리들 생각이야 말로 올바른 음색을 찾아 보려는 것이니까. 이름만
하더래도 "아말라야"가 좋다면 "아말라야"로 하고 또 싫다면 다른 이름이라도 좋은거요 여하튼
등장인물의 이름을 이렇게 정합시다 (젊은 남우에게) 자넨 아들 이라고 하지 (제일여우에게) 당신은
물론 양녀야
[양녀] (까르르 웃는다) 어머나 기막혀라. 저기 저여자가 내가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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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화를 내며) 왜 또 웃는거야?
[일여] (분한듯) 감히 누가 날 보구 웃는거야! 아니 날 뭘로 보는거냐 말야! 에이 내가 가버리든지
해야지
[양녀] 안됐군요 난 당신보구 웃은게 아닌데
[감독] (양녀에게) 당신은 이것을 명예로 생각해야되오 저 배우가 당신의 역을 맡는다는것은---
[일여] (불쑥 모멸적으로) 별꼴 다 보겠어 정말
[양녀] 정말 당신을 두고 한말이 아니라니까요 내 자신을 두고 한 말이예요. 당신과 내가 같을리가
전혀 없잖아요 잘 모르긴 하지만 요컨대 당신은 나와 아무데고 닮은데라곤 없어요.
[아버지] 옳지 문제는 바로 이점에 있단 말야 우리들의 표현이란---
[감독] 당신네들의 표현이야 아무려면 어떻소 당신네들 만이 그런 연극적인 표현을 살릴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
[아버지] 어떻게요? 그럼 우린 그런 표현을 가질수 없다는 겁니까?
[감독] 절대로 그런건 이니지요 당신들이 표현하려고 하는 세계가 지금 이자리에서 소재가 되곤
있지만 여기다 살과 뼈와 음성과 제스추어를 붙이는 것은 배우들이란 말이요 사실 배우들은 이보다 더
고상한 소재도 얼마든지 다루어 왔오. 거기다 비하면 이런 소재야 아주 사소한거지 무대상에 연출이
된다해도 그건 순전히 우리 배우들의 공로 입니다
[아버지] 하긴 당신 설명을 반박할 의사는 없오 그러나 참 지독한 고역이 올시다 보시다시피 우리의
육체, 우리의 몰골이 이 모양이니---
[페이지] 080
[감독] (아버지의 말을 제지하며 답답하다는 듯) 허 참 분장을 하지 않소 감쪽같이 분장을 한단
말이요.
[아버지] 흠! 그렇기도 해. 허나 음성이라든가 제스츄어 같은 것은---
[감독] 하! 왜 이렇게 말이 많을고! 지금 당신은 당신과 똑같이 이 무대위에 재현될 수는 없다고
안그랬오 여긴 배우가 있어서 당신의 역을 해볼 따름이지 그 이상 무엇이 어쨌다는 거요?
[아버지] 잘 알겠오 우리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창조해논 작가가 왜 우리들 자신의 연출을 거부하는지
비로서 짐작이 가오. 난 결코 여러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소 그거야 당치않은 얘기지요.
누군지 내역을 맡을것이라고 생각 되는데 대체 그 사람이 누구죠?
[一(1)남우] (위엄을 부리고 일어서서, 히덕 거리고 있는 젊은 배우들에 끌려 아버지를
[페이지] 081
정면으로 본다> 내가 맡게 되오. 좀 불쾌 할런지 모르나
[아버지] (점잖고 부드럽게) 오히려 영광 입니다 (허리를 굽힌다) 내 생각은 아무리 모든 의지와
예술을 구사하여 나를 당신속에 수용한다 할지라도- (말을 얼버무린다)
[一(1)남]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요 결론이
(배우들 또 웃는다)
[아버지] 말하자면 내게 닮아보려구 아무리 분장이니 뭐니하고 애를써두 그런 모양으로 연출이
좀체로--- (배우들 모두 웃는다) 그렇구 말구 진실 그대로의 날 연출 하긴 어려울꺼요 차라리 얼굴분장
같은건 제쳐놓구 단지 자기 자신의 감각으로써 나를 어떻게 표현 하느냐가 문제가 되겠지요 이렇게
될때 내가 느낄수 있는 것이 결코 내마음 깊숙히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은 아닐것 입니다. 따라서
'우리를 비평할 입장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점을 참작행 할것같소.
[감독] 이번엔 비평가들에 대한 언급이시군! 비평가 얘기도 재미 있지만 그보다도 우린 이제 연극을
상연해볼 생각인데 (휘 둘러보고) 자! 무대장치는 되어있나? (배우와 등장인물에 대해) 자! 좀 비켜들
나쇼 좀 봐야겠어 (무대에서 내려간다) 자 우물 쭈물 맙시다 (양녀에게) 어때요? 이<<면>><<만>>하면
좋지 않아요?
[양녀] 체! 난 정말 눈뜨고는 못보겠어요.
[감독] 참 야단났군! 생각해보면 알만할텐데 그래 무슨 수로 그 마담 빠체네와 똑같은 그런 점방을
차려 놀 수가 있오! (아버지 에게) 실내벽엔 흰 바탕에 풀꽃 무늬가 있다고 했죠?
[아버지] 네 그렇습죠 흰 바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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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것은 흰 바탕이 아닌데. 또 줄무늬로 되어있고 허나 상관있나? 가구도 이쯤되면 해볼만
하지 그 테이블은 약간 앞으로 빼보게 (무대조수들 지시대로 움직인다) (의상계에게) 자넨 봉투를 한장
구해오게 될수있는대로 파란 봉투로. 가져와선 여분을 주게 (아버질 가리킨다)
[의상계] 보통 편지봉투면 되지요?
[감독&아버지] 그렇지 보통 편지 봉투
[의상계] 네 곧 구해 올립죠 (퇴장)
[감독] 자 그럼 다됐지? 제일장 "젊은 여인" (제一(1)여우 앞으로 나온다) 아니야 좀 기다려 줘요
이건 저 여자 역이야 (양녀를 가리킨다) 당신은 그냥 구경만 하면 돼
[양녀] (불쑥) 잘 보세요! 내가 어떻게 하나 이제 정말로 하는거예요. 살아있게! 생생하게
[一(1)여] (지지 않을듯) 나도 그렇게 살아있게 할수 있어요 이제봐요 내가 시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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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테니
[감독] (손을 머리에 얹고는) 여러분 쓸데없는 객담은 삼가 합시다. 그러면 제1장 "젊은
女人(여인)과 마담 빠체" 앗차! <주위를 휘드번거리며 다시 무대로 올라온다> 그런데, 이 마담 빠체는
어디있나?
[아버지] 우리하곤 같이 있질 않소!
[감독] 차! 그럼 어떻게 한다?
[아버지] 그런데 살아있오 그 여자 역시 살고 있오
[감독] 그렇다면 대관절 어디서 살고 있단 말입니까?
[아버지] 바로 여기죠 이제 말씀 드리죠 (여배우 들을 向(향)하여) 실례입니다만 여러분들이 모자를
빌려주셔야 겠는데
[여배우들1]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해서. 이구동성) 뭐 예요? 모자를요? 무슨말씀이세요 아니
왜그러세요? 원 별꼴이야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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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 여배우들의 모자를 가지고 대체 어떻게 하실 작정이요? (남우들 웃는다)
[아버지] 아무것도 아닌걸 잠간만 이 모자걸이에 걸어두기만 하면 됩니다. 에 그리고 어느분이든지
코트를 좀 벗어 주셔야겠는데
[남우들] 뭐? 또 코트를요? 그담엔 또 뭐요?
[2남우] 이 양반 정말 정신이 나갓군
[여우들] 아니 코트는 왜달라지요? 코트만 주면 되나요?
[아버지] 글쎄 잠간만 걸어 놀려고 하는거니까 좀 협조좀 해 주세요. 그렇게 해 주시겠죠?
[여우들] (모자와 코트를 벗어서 깔깔 웃어대며 여기저기 걸어두면서) 뭐 안될거 있나! 자! 여기
이렇게 놨어요 정말 재미 있군! 무슨 전시회를 하는것 같지 않아요?
[아버지] 네 바로 그거지요 그냥 주욱 전시를 하면 되는거죠.
[감독] 그런데 무엇때문이냐 까닭이 궁금하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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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쎄 이걸 좀 보시구려. 이런식으로 무대를 꾸며 놓으면 혹시 아오 마담 빠체가 자기것과
똑같은 상품에 현혹되어 이곳에 나타날런지---
(무대정면의 출입구쪽으로 여러사람의 시선이 모이게 한다) 저것을 보시요 저것을
<정면의 문이 열리며 마담 빠체 등장하여 2,3보 앞으로 나온다. 비대한 체구의 늙어빠진 여인
인삼빛갈로 지져댄 터부룩한 꼽슬머리 옆구리엔 타는듯한 장미꽃 한송이 짙은 화장에 눈이 부시도록
빨간 명주옷이 괴상한 엘레간스를 준다, 한손엔 깃털부채, 다른 한손엔 담배가 타고있다 이 마담
빠체가 나타나자, 배우와 감독 놀랜듯이 부르짖으며 무대위에서 우르르 몰리다가 계단으로 허겁 지겁
뛰어 내려가서 모두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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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통로로 도망칠 기세 이때 양녀 오히려, 마담 빠체 앞으로 달려 나간다 마치 주인을 대하듯
다소곳이)
[양녀] 왔읍니다 왔어요
[아버지] 보시요 (의기양양) 여자는 와있오. 내가 말한바 그대로 이곳에 와있지 않소
[감독] (놀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부러 화를 내며) 이건 또 무슨 수작이 이 따위야?
[1남] (거의 동시에) 아니 대관절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읍니까?
[젊은남우] 저기 저이가 어디서 나타난 사람입니까?
[젊여우] 어디다 숨겨두었던 모양인가봐
[1여] 참! 사기치고는 졸렬하군
[아버지] (여러 사람의 항변을 누르고) 잠깐! 내 말을 들어보시오. 사실상 이와같은 무대 장치의
매력에 의해서 유혹되고 형성된 이 현실이야말로 여러분 이상의 진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존재할 권리를 지니고 있는 법인데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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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현실이라는 기적을 그따위 통속적인 가치로써 훼손하려 드는 것입니까? 마담 빠체는 저 여자
올시다, 여러분 중에 어떤 여배우가 마담 빠체의 役(역)을 해보겠다는 것입니까? 누가 저 여자를
표현할 지라도 지금 本人(본인)만큼은 그 진실성을 드러낼 수 없을것 입니다. 좀 보시요. 내 딸년이
마담 빠체를 보자마자 그 곁으로 펄쩍 뛰어갔어요 자 그럼 이 장면을 잘 지켜 봅시다
<주저 주저 하다가 감독과 배우들 무대위로 다시 기어 오른다. 배우들의 항의와 아버지의 해설이
계속되는 동안 양녀와 마담 사이의 - 장면이 무대위에서는 도저히 상연될수 없을 정도로 나지막하게
느릿느릿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아버지의 주의에 따라 시선을 똘리면 이미 마담 빠체의 손은 양녀의
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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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혀 올리고 있다. 처음엔 그들에게 열심히 귀를 기울여 보나 알수없는 얘기에 그만 모두 얼떨떨해
진다>
[감독] 어~ 뭐야!?
[1남] 무슨 얘길 하고 있지요?
[1여] 무슨 소린지 도대체 들리질 않아요.
[젊남] 크게 말하시요 크게
[양녀] (야릇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마담의 곁을 떠나서)배우들에게 가까이 오며) 크게 말하라구요?
무엇을 크게 말하죠 다 알아듣도록 크게 말할 성질이 아닌데도요? 내가 크게 떠벌리게되면 내겐 복수가
될테지만 저분에겐 (아버지를 가리킨다) 치욕이거든요 그러나, 마담 빠체의 입장은 또 달라요 노예와
같은 고통인걸!
[감독] 옳지 됐어. 그런데 다른사람들이 들을수 없는거라면 곤란한걸 지금 여기 무대에 있는
우리까지도 전혀 무슨소린지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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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데. 하물며 객석에 있는 관객이야 알턱이 있나 연기를 해보여야지. 더구나 우리가 지금 이 장면에
등장한 사람도 아닌 까닭에 그 두사람의 얘기를 들을수도 없는 입장인데 또 지금이 오직 두사람만이
상점 깊숙한 곳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장면인데 마음놓고 얼마던지 크게 말할수 있지
<양녀, 교활한 웃음을 띠고 <<000 000 000>>한다>
[감독] 안돼요? 어째서 안돼?
[양녀] (가라앉은 목소리로 신비스럽게) 마담! (빠체를 가리킨다) 크게 말해보세요. 누군가 들을
사람이 있어요
[감독] (놀란 빛으로) 무엇이? 또 누가 귀신처럼 나타날 사람이 있단 말이지?
(배우들 다시 동요하는 기색)
[아버지] 아 아닙지요 그건,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난 저곳에, 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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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선 기다리고 있어야만 되고, 그사실은 마담만이 알고 있을꺼요. 실례입니다만, 나도 곧 저쪽으로
가서 등장할 준비를 해야지요.(자리를 뜬다)
[감독] (그를 제지하며) 아냐 잠간만! 무대상의 규칙을 존중해야겠오. 당신이 준비가 되기전에
우선---
[양녀] (불쑥 나서며) 아니 맞아요. 빨리 <<000>> 해주세요. 바로 이 장면을 살펴보고싶은 욕망에
나의 <<000000>>어요. 저 분만 준비되면 내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어요.
[감독] (으르렁 대며) 글쎄, 우선 먼저 저여자와 당신만의 아주 뚜렸한 장면이 나와야한단말야!
(마담 빠체를 가리키며) 똑똑히 알겠오?
[양녀] 딱한 양반들! 지금 마담이 내게 한 얘긴, 이미 여러분이 다 알고있는 사실인데 왜들
이러세요. 엄마가 바느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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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해서 옷감을 영 망치고 말았다. 그러나, 엄마의 힘이 우리들 빈궁한 생활에 도움이 돼야 겠으니
내 내가 고생이 되어도 참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마담빠체] (살뜰한 위엄을 부리며 걸어 나오면서) 정말예요 선생님. 저앨 이용하자는게 아니었어요.
난 그렇게 냉정한 여자 아니니까요
[감독] (놀랜듯) 아니 뭐 뭐 어째? 대체 무슨 소리야
(배우들 와그르르 웃음이 터진다)
[양녀] (따라 웃으며) 네 이런거지요 이태리 말과 서반아 말을 반반씩 아주 서툴게 얼버무리는
거에요.
[마담빠체] 이곳 말이 익숙치 못해서 그러는데 왜들 웃는 거에요?
[감독] 아 아니야! 오히려 좋소 그렇게 말하세요. 그렇지 그런어조로 이거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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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대길인데 이런 상태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다소 희극적으로 깨트리기엔 이보다 더 멋진 방법이
없을거야 자 그런어조로 자꾸 말하세요 참 멋있어집니다. 멋들어 지고 말고요 저런 어조로 사람을
달래니 농담처럼 들려서 아주 효과가 커요. "훌륭한 노신사가 한분있는데 널 만나고
싶어하는거야"(웃는다) 마담, 정말 훌륭한 노신사 겠죠?
[마담빠체] 얘야! 그렇게 늙지는 않았어 정말이야! 네가 그 사람을 싫다고 해도 그분은 널 뒤에서
욕하진 않을꺼야
[어머니] 이 늙은 악마년아! 살인마야!
[양녀] 참으세요. 어머니. 전정하세요.
[아버지] <양녀와 동시에 대들며> 가만히 여기 앉아 있어요 나대지 말고
[어머니] 저 년을 내 눈앞에서 물러 나가게 해주세요!
[양녀] <감독에게 쫓아오며> 안 되지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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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꼴로 을 보고 어기 있을순 없어요.
[아버지] (역시 감독에게) 여하튼, 이 두여자가 같이 없소-- 사실 마담은 우리와 같이온 사람이 아니
올시다. 만일 두사람이 같이 있게되면 모든 것이 무질서 해지고 맙니다.
[감독] 상관 없어요. 현재로선 그것이 각본 초안을 잡는데 불과한 것이니까 상관 없어요. 지금은
모든것이 다 소용 됩니다, 내가 이렇게 난잡하나마 각 장면의 요점을 수집하고 있는중이니까 <어머니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서) 자 자 이러지 말고 여기 앉아 봅시다 (한편, 양녀 무대 중으로 나온다 마담
바체를 향해서)
[양녀] 그럼 마담, 얼른 시작해 봅시다.
[마담빠체] (기분이 상해서) 안돼! 네 엄마 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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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녀] 그러지 마시고 나를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는 그 노신사를 좀 보게 해주세요. (거만스럽게
모든 사람을 향해서) 요컨대, 이 장면은 꼭 해야 되겠어요. 마담은 돌아가세요
[마담빠체] 응! 그래 가지! 갈께!
<마담 빠체 머리를 움켜잡고 냉소하며 환성을 지르는 배우들을 쏘아보며 퇴장)
[양녀] (아버지 에게) 이번은 당신이 들어올 차례에요. 안되요. 그쪽으로 가면--- 이리로 나오세요
들어온 것으로 쳐드리겠어요. 내가 이렇게 수집은 양 머릴숙이고 다소곳이 서 있잖아요. 자
말씀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아가씨?"
[감독] (무대에서 내려서 있다) 이건 또 뭐 이래? 도대체, 나하고 당신하고 누가 감독야? (당황한
아버지에게) 자 내말을 들어요. 그렇지, 무대뒤로 돌아가서--- 나가지는 말고 그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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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처음엔 몹시 창백한 얼굴 차츰, 자기 행위의 현실성속에
빠져들어가서 미소를 띄우고 마치 무대를 처음 밟는 사람처럼 위태위태하게 무대 정면으로 나온다.
이때. 배우들은 이 장면에만 열중해 있다.>
[감독] <복스 속의 프럼프터에게 낮으막하고 성급한 음성으로> 자네 정신 바짝 차리고 ---자
이제부터 받아쓰게 (본 장면 시작)
[아버지] (목청을 가다듬어) 아가씨. 안녕하세요?
[양녀] (불쾌한듯 눈을 아래로 깔며) 안녕 하세요.
[아버지] (양녀의 얼굴을 푹 눌러쓴 모자 밑으로 훔쳐보다가 그녀가 의외로 새파란 처녀임을
알아챈다. 만족스런 마음과 한편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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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이에 탄성을 지른다.> 아- 음 가만있자. 아가씨가 여기 처음 온 건 아닐텐데 그렇지요?
[양녀] 네!
[아버지] 그럼, 언제 또 온 일이 있던가? (양녀, 머리를 끄떡인다) 여러번? (대답을 기다린다 모자
밑으로 양녀의 눈치를 살피고 나서 웃으며) 음~ 그래- 그럼 뭘 그렇게 수줍어해 내가, 이 모자를 벗겨
줘도 되겠군
[양녀] (불쾌한 기색을 감추고 손을 내저으며) 싫어요 내가 벗겠어요 (급히 모자를 벗는다)
(배우들의 반대쪽에 떨어져있는 아들. 두 어린애들과 보고 있는 어머니. 고뇌와 공포, 분노, 불만의
착잡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와 행동을 주목하면서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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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얼굴을 감싸기도 하고 몇마디의 신음을 토하기도 한다)
[어머니] 오- 제발 그만 두세요!
[아버지] (어머니의 부르짖음에 질린 듯 잠시 쉬다가 다시 처음의 어조를 살려) 아냐! 내가 벗겨
줄께. 아- 이처럼 아름답고 고운 머리엔 좀더 어울리는 모자를 써야겠어. 이 마담네 모자 중에서 어디
하나 같이 골라볼까? 싫어?
[젊은여우] (불쑥) 오- 안돼요! 그건 전부 우리 모자예요!
[감독] (버럭) 닥치라니까! 왜 이렇게 덤벙대는거야! 이것은 우리가 구경하는 장면이잖아 다시 계속!
[양녀] (계속한다) 사양 하겠어요
[아버지] 이러지 말아요 왜 안된다는 거야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여길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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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들어진 모자가 많이 있는데 그러면, 마담도 좋아할거야 여기 이렇게 진열해 놓은 것도 다
팔기 위해선데--
[양녀] 글쎄 안된다고 그랬잖아요 또 모자 같은것 몸에 지닐수도 없어요
[아버지] 음- 알겠어 새모자 쓰고 집에 가면 모두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서 그러는군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집에가서 적당히 꾸며댈 수도 있잖아
[양녀] (열을 내어) 그것이 아니에요. 모자를 쓸수가 없어요. 보시다시피 - 뻔히 다 아실텐데
(상복을 보인다)
[아버지] 오호라! 참 상복을 입었지. 정말 실례했오 그런 사실을 가지고--- 용서를 진정 내 마음도
몹시 슬퍼졌어
[양녀] (모멸감과 구토증을 간신히 이겨내며) 그러실것 까진 없어요. 감사는 내가 해야죠, 당신이
무슨 마음이 상하고 고민이 된단 말예요 내가 한 얘기에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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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마세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상복을 입고 불행한 지경에 있다는 생각을 말아야 겠죠?
[감독] (무대위로 올라오며 프롬프터 에게) 잠깐 기다리게 그냥 받아 쓰지만 말고 요 맨 나중의
대사는 빼버리게 (아버지와 양녀에게) 좋읍니다. 그대로 하세요 (아버지 에게) 이제 당신을 우리가
합의 본대로 연기해 주세요 (배우들에게) 이 모자가 문제된 장면이 썩 훌륭하지?
[양녀] 흥! 이제부터가 그야말로 더 진진한 장면인걸! 그런데, 왜 하다가 말죠?
[감독] 잠간만 참아. 주우 (다시 배우들을 향해서) 그러니까 알고 있겠지만 이씬은 좀더 가볍게 처리
해야 돼
[1남] 그리고 좀 더 힘있게!
[1여] 물론이죠 그까짓거야 뭐 (제일남우에게) 한번 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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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남] 오- 내차례 그렇지, 저리 나갔다가 다시 등장이라 (잠시 퇴장)
[감독] (제1여우에게) 그러면 이때 잘보세요. 당신과 마담 빠체간의 일장이 끝나는 거야, 다음에
자세히 찍어주겠지만 이때, 당신의 위치가 이쪽에서--- 아니 어딜가요?
[1여] 잠깐 실례--- 모자를 써야겠어요.(모자걸이로 가서 모자를 쓴다)
[감독] 흠 좋아 그러면 여기 이렇게 서 있으면서 머리를 숙여야지.
[양녀] (기분이 나는듯) 검은 상복차림 아니면 곤란한데---
[1여] 그것은 정식으로 무대에 등장할때 입는다니까. 그때, 당신 보다는 훨씬 말짱한 차림일테니
[감독] (양녀에게) 제발 잠잖고 있어 구경만 하면 되잖아? 다 배워둘만 한거지 (손뼉을 치며) 자!
그러면 앞으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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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다시 무대진행의 인상을 잡으려고 관객석으로, 정면의 문으로 노경의 건달신사로 분장한
제일남우가 나타난다. 배우들의 장면이 우선 대사부터 등장인물의 경우를 모방하려는 점이 전혀 없고
엉뚱한 방향으로 접어든다. 제일남우와 제이여우에게서 조금도 자기의 모습을 의식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양녀는, 이따금 자기들의 말같은 것이 들릴라치면 이들은 제스츄어와 웃음과 노골적인
항의등의 겉잡을수 없는 표정에다 놀라움과 쓰라림등의 감정을 내어 쏟는다.>
[일남] "안녕하세요, 아가씨"
[아버지] (저윽이 불안해서) 그렇지 않소! (양녀는 일 남우가 등장하는 꼴을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감독] 조용히 좀 못해! 당신도 그 웃음을 걷어치우지 못할까 이래서야 어디 일해 먹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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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녀] (무대 정면으로 나오며) 잠깐 실례하겠어요. 이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예요. 이 분이
(제일여우를 가리킨다) 저쪽에 자릴잡고 있은 경우 나같으면 그런 모양에 그런 음성으로 "안녕
하십니까?" 따위의 인사를 받으면, 지금 나처럼 그렇게 웃음을 터트렸을 거예요
[아버지] (약간 앞으로 나오며) 그 그렇구 말구 그 태도라든가 음성 같은것이 도대체
[감독] 태도며 음성이 어째? 비켜나시오 난 연습을 봐야겠오.
[일남] 도대체 애매한 집구석에 드나드는 노털역을 해야 할 판이니
[감독] 일일히 개의할 필요없어. 또 한번 연습이나 해보세. 아주 좋았어 자 그럼---
[일남] "안녕하세요? 아가씨"
[일여] (반갑게) 안녕하세요
[일남] (아버지를 흉내내어 모자밑으로 양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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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엿 본다. 처음엔 만족한, 나중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 가만있자.--- 여기 온것이 처음이
아닐텐데, 아마 그럴꺼야"
[아버지] (성급히 고쳐준다) "그럴꺼야"가 아니라 "그렇지요?" "그렇지요"---
[감독] "그렇지요?" 의문문이라 ?---
[일남] (프롬프터 손짓하며) 나는 분명히 그럴꺼야"로 들었어
[감독] 그래 그래 다 맞아 "그럴꺼야" 나 "그렇지요"나 다 그게 그말 아닌가? 그따윈 치우고 또 계속
참! 그렇지 진력이 날테니--- 내가 한번 해보자! 잘 보게 (무대로 올라가 入口(입구)로부터 나오며)
"안녕하세요 아가씨"
[여] "어서 오세요."
[감독] 아- 가만있자 (제일남우에게 돌아서서 모자 밑으로 제일여우의 얼굴을 볼때의 표정들을
일러준다)
[페이지] 105
처음엔 놀래야지. 그다음엔 안도와 불안이 교차된 그런 표정으로--- 알겠나? "여기온 것이 처음이
아닐텐데, 그렇지요?" (다시 제일남우에게 동의의 시선을 구하며) 이러면 됐지 (일여에게) 이때 당신이
받아서 "그야 물론이죠"
[일남우] 그럼 언제 또 온일이 있던가? 여러번?
[감독] 안돼 말이 너무 빨랐어. 우선 상대방이 (일여) "예" 하고 고개를 끄덕하고 난 다음에
"여러번" 하고 물어야지. 내가 해볼테니 "그럼 언제 또 온일이 있던가?" (일여 기분 잡친듯 쨍그린
얼굴을 들었다가 두어번 고개를 끄떡인다)
[양녀] (참기 힘드는듯) 어머나! 기막혀라! (웃음을 참으려고 손바닥으로 입을 막음)
[감독] (돌아서며) 또 뭐야?
[양녀] 아녜요 아무것도 아녜요
[감독] (일남에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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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남] "벌써 여러번?" "음-그래, 그럼 뭘 그렇게 수집어해 - 내가 이 모자를 벗겨 주어도 되겠군"
<웃음을 참고있던 양녀. 더 참을수 없다는듯 까르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일여] <분해서 제자리로 돌아오며> 못하겠어요!저 여자의 놀림감 밖에 더 되는냔 말예요
[일남] 옳아요. 그만 다 치웁시다
[감독] (양녀에게 쏘아붙이듯) 그쳐요, 냉큼그쳐!
[양녀] 예! 알겠어요 미안합니다
[감독] 색시도 어지간히 교양부족이군. 바로 이게 안그렇소? 뻔스러운 것 같으니라구
[아버지] (말을 가로채고 나서며) 사실 그렇읍죠 사실입니다. 그러나 양해를
[감독] (무대위로 다시 올라오며) 양해가 무슨 말라비틀어진 양해요! 제 멋대로들 나대는 판에
[아버지] 예! 하긴 그렇읍죠 그러나 생각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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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채 어처구니 없는 효과가 툭툭 삐쳐나오니---
[감독] 어처구니? 아니 어째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겁니까?
[아버지] 글쎄, 이것이 아니지요. 사실 난 배우여러분만은 몹시 치하하고 있읍니다. 저기 저 양반도
그렇구요 (제일남우) 무론, 저분도 (제일여우) 그러나, 분명코 여기 이분들이 우린 아니란말요
[감독] 아 그야 당연지사지 요컨대 이들은 배우인데 어떻게 당신네가 될수있오
[아버지] 맞았오. 배우들이요 모두 우리들의 역을 맡아가지고 잘하긴 하지만 우리에겐 영 다른
결과로 나타나오 저 두사람도 우리 흉내는 내려고 애는 쓰는데 그실은 아주 다른 사람이더란 말입니다.
[감독] 그럼 그렇지 않고. 아니면 어떻게?
[아버지] 즉, 그것은 배우 여러분의 것이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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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자신의 것은 아니올시다.
[감독] 그렇지만. 이것은 할수없는 노릇아뇨. 그점은 미리부터 내가 말해온바 있고--
[아버지] 잘 알고 있어요.
[감독] 그렇다면, 더 여러소리 할것 없잖아! (배우들에게) 그러니 사뭇하던대로 연습을 계속 하잔
뜻이야 작가 앞에서 연습을 하면 언제나 이렇게 재수가 없어. 작가란 치들은 늘 불만투성이란 말야
(아버지와 양녀에게) 이쯤 됐으니 한번 당신들이랑 같이 해봅시다. 또 그렇게 웃나 두고 봐야지
[양녀] 웃기는요 이제 절대로 안웃어요, 보세요, 지금부터가 내겐 좋은 대목이니깐요.
[감독] 그러면- 이 색시가 "내가 한 얘기에 신경을 스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나야말로 - 잘 아시면서"
하고 말하면 (아버지에게) 즉시 이말을 받아가지고 "아무렴, 알구말구" 이렇게 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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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 곧장 또 질문을 하시요
[양녀] (가로채며) 무슨 질문을요?
[양녀] 상복을 입은 이유를 묻는거지
[양녀] 안되말씀! "내가 이런 상복차림이라고 불행한 지경에 있다는 생각은 말아 주세요." 했더니
이분은 어떻게 말했는지 아세요? "참 잘됐군. 그럼 그 옷을 얼른 벗어 버립시다" "벗어!"
[감독] 됐어! 썩. 좋아!
[양녀]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진실인걸요
[감독] 진실이라! 자꾸 이러지 말아주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극장의 무대야 진실도 어느정도
까지라면 모르되---
[양녀] 그래서 실례지만 어떻게 하시겠다는거예요?
[감독] 왜 이렇게 꼬장 꼬장 캐러드나. 그냥 보기만 하면 되요, 이제 내가 잘 해본다 잖아!
[양녀] 난 그런뜻이 아녜요. 온갖 이유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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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내가 느끼고 있는 가장 참기 힘든 구토증, 사실 내가 지금 이꼴이 된것도 그러한 구토증 때문인데
"왜 상복을 입었어." 하고 물으면 눈물을 찔금거리며 "아버지가 두달前(전)에 죽었어요" 이런 투의 한
조각 감상을, 아마 당신 같으면 끌어낼 수 있겠그만요? 아니예요! 아닙니다 여하간 저분으로서는 아까
말한대로 "그럼 그 옷을 얼른 벗어 버립시다" 이런 말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나는 아버지의 주검을
통곡하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그날, 저기 저--- 아시겠어요? 병풍뒤로 가서 치욕과 전률에
떨리는 이 손끝으로 젖가슴을 풀고 속치마를 끄르고---
[감독] (머리털을 쥐어짜며) 그만 해! 무슨 소리야?
[양녀] (지지 않고 격렬하게) 진실이예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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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감독] 나도 그것을 부정은 안해 당신이 무서워 한것도 환히 다 알아 헌데 이런 것을 하나도빠짐없이
어떻게 무대위로 올릴 수 있느냐 말이요! 불가능해!
[양녀] 불가능 하다구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럼 난 물러 가겠읍니다
[감독] 아니 잠깐, 그렇게 흥분할 일이 아니라---
[양녀] 그만 두세요, 난 가겠어요. 둘이서만 당신 방에 들어가 무대위에서 절대 가능한 것만
짜가지고 나왔군요? 왔을땐 미안 하지만 언제였죠? 난 이짓이 무대상으로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다 알고
있어요, 저분이야 자기의 정신적 고민을 표현해 보기에만 급급할 테지만 나야말로 고귀한 "드라마",
자신의 드라마를 가지고 연출 하겠어요
[감독] (못 참겠다는듯 몸을 떨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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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신의 "드라마"라! 미안하지만 "드라마"란 당신만 있는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우에도 있어.
저양반 경우도 (아버지를 가리킨다) 당신 어머니의 경우도 한 등장인물만 독불장군으로 나서서 다른
등장인물을 지배하구 종당엔 연극전체를 침해하는 이런 법이 어디있어! 조화된 하나의 장면속에 필요한
인물들을 모두 수용하고, 연출이 가능한 한계내에서 최선의 표현을 구하자는 것이지!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나름의 특수한 인생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것을 토로 하려고 애쓰는것도 사실이야,
그러나 이것이 쉬운일이 아니요 즉 다른사람이 할역도 고려해서 필요한 정도만 말해놓고 이러한 제한된
말 속에서 그 이면에 감추어진 다른 사실을 암시케 하는 작업이니 수울리 없지! 하기야 등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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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마다 장황한 독백으로, 아니면 무슨 대화라도 열어서 저마다으 가슴속에서 부글거리고 있는 사연을
관객 앞에 모조리 내 놓을 수가 있다면 그처럼 편리한 일이 어디 있겠나? (은근한 어조로) 그러니,
아가씨, 자꾸 불만으로 여겨서야 되겠오. 다 아가씨에게 이롭도록 한 것인데 발끈 발끈 성을 내고
지독하게 투덜대니 오히려 나쁜 인상을 줄까봐 그러오. 미안하지만 내게 고백하지 않았오. 마담 빠체네
상점에는 그사람 전에도 다른 이들과 여러번 관계가 있었다고---
[양녀] (한참 생각하더니 머리를 숙이고 심각한 어조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다른 사람과 있던
일을 어째서 저분과 나와의 관계하고 동일한 것으로 보세요?
[감독] (의미를 몰라서) 어떻게? 다른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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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슨 뜻이지?
[양녀] 한번 길을 잘못 들은 사람이 그후에도 죄를 범하게 되면 애당초 그사람을 타락하게 만든 그
장본인이 그 책임을 질수는 없다는 얘긴가요? 내게 있어서 아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장본인이란
바로 저이예요. 저이를 좀 보세요 사실이 아닌가 좀 보세요
[감독] 음 됐어! 그런데 당신은 저 사람의 죄책감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좌우간, 그가 연기를 하는데까지 하게 두었으면 좋겠어
[양녀] 말해두지만 그렇게 할리가 만무예요. 무슨수로 저이가 소위 "고귀한 "죄책감"이라든가
"도덕적인 고민"을 연기로 표현 할수 있다는 것이예요. 여자를 유혹해서, 그것도 이미 타락한 여자가
아닌 그 어리던 소녀. 바로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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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문전으로 크는 모습을 보러 다니던 그 어리던 소녀를 유혹해서, 입은지도 얼마 안되는 상복을 벗겨
그런 짓을 벌리고 나선 벌건 대낮에 팔짱을 끼고 다니다가 어머니에게 들킨 그 무섭던 장면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수 있겠어요! (양녀의 목소리는 격정에 떨린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복받혀 처음엔 목메인 신음을 몇마디 외이더니 드디어 울음을
터트린다 슬픔이 일동을 사로 잡는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다)
[양녀] (어머니가 잠잠해지자 결연히) 우린 지금 우리들 자신 뿐이에요 관객으로 부터 무시된 채
있어요 당신 생각대로 연극을 해보려거든 하세요. 오늘은 우리들 본연의 그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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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실감있게 터지는 진짜 드라마를 구경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감독] 그렇다니까 더 말할 것 없이 그것을 보자는 것이야 가능한한 진짜를
[양녀] 아무렴 그래야죠 그럼 어머니를 퇴장시켜 주세요. (단호히)
[어머니] (흐느끼고 있더니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안돼요 안돼 제발 그런짓은 못하게 해주세요.
[감독] 단 한번만 해보라는 것 뿐인데
[어머니] 못해요! 난 죽어도 그 꼴을 볼 수 없어요!
[감독] 이미 벌어진 사건인 걸 당체 뭐가 뭔지 모르겠어
[어머니] 아닙니다. 그제서야 벌어진줄 아세요 언제나 벌어지고 있으니 내 고민도 끝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살아 있지만 고민 없는 때가 한시라도 있는 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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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요? 언제나 새로운 고민이 날 후려잡고 있어요. 우선 저기 두 어린애들 한번이나 말하는걸 들어
보았어요? 여태까지 내게 딸려는 있지만 사람의 고민만 쭉 끼치게 만들 뿐이었어요 저 두애들 이 세상
애들이 아닌것 같아요. 이 딸자식 (양녀) 마저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군요
[아버지] 영원한 순간이 올시다 저 앤 내 생애중 가장 수치스럽고 부질없는 순간속에 나를 결박지워,
영원히 교수대에 매달아 두려고 이렇게 나타난 것입니다 이 여자가 단 일보도 양보할 턱이 없으니
선생역시 내 입장을 구해 줄수는 없을 것입니다
[감독] 그런 내가 연출을 포기 하겠다는 뜻으로 아신 모양인데--- 사실은 저 여자가 대경실색한
그때까지가 전 일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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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 것이지요
[아버지] (반갑게) 그렇소 이것이 내게 주는 형벌이올시다. 따라서 우리의 모든 정열도 이
여자(母)가 마지막으로 절규하는 순간 극도에 달하게 되 있는겁니다.
[양녀] 난 아직도 그 악을 쓰는 소리가 귀에 쟁쟁해요 아! 미칠듯한 그소리---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날 연출 시킨대도 상관 없어요 이러게 옷을 입고라도 해 보겠어요 팔만 붙어 있으면 되겠지요.
오직 두 팔을--- 벌거벗은 채로(아버지에게로 가서,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으며) 머리를 기대고 두팔로
그의 목을 감았어요 이 팔속의 핏줄에선 피가 벌름거리고--- 그 벌름거리던 핏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렇게 눈을 꼭감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어요! (어머니를 향해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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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리를 질러 보세요. 소리를! (아버지의 가슴에 더욱 깊이 머리를 파묻고 어머니의 절규를 안
들으려는듯,어깨를 추켜세우곤, 숨막힌 고뇌의 목소리로) 얼른 그때처럼 소리를 치세요.
[어머니] (두사람을 떼어놓으려고 대어들며) 안돼요! 내딸이예요. 내딸 (떼어놓고는) 나빠요! 당신이
나빠요 얘는 내딸이예요 내딸인줄 뻔히 알고 있으면서 그래---
[감독] (이 소리에 배우들이 놀라는 가운데 후드 라이트까지 물러서며) 야-됐어! 아주 멋있게 됐어!
그렇지 그거야 바로 여기서 막을 내려야지! 막을!
[아버지] (흥분하여 감독에게 닥아서며) 맞았오 바로 이거야. 사실이 이랬거든 사실이!
[감독] (의기양양하여) 그렇구 말구요! 별도리가 없는거야! 막을!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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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반복해서 떠들어 대자 대도구계가 감독과 아버지를 훗트.라이트 앞에 무대 밖으로 내 놓은채,
막을 확잡아 내린다)
[감독] (팔을 쳐들고 고함을 친다) 빌어먹을! 일막이 여기서 끝이 난다고 한거지. 누가 진짜로 막을
내리랬어? (다시 무대로 들어가려고 막을 쳐들어열며 아버지에게) 아 참 그렇구료! 마침 멋있게 잘
됐어! 효과 백 퍼센야! 여기서 일단 끝을 맺고1 제일막이 끝난걸로 보증하지요! 보증! (아버지와
무대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막이 열리면 대도구계들이 모의의 제1막 장치를 걷어치우고, 대신 정원의 조그만 분수반을
들어다 놓는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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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좌우로는 배우와 등장인물이 각각 앉아있고. 감독은 무대 중앙에 서서주먹으로 턱을 고이고
곰곰히 무슨 생각엔지 열중해 있다)
[감독] (잠시후, 어깨를 한번 추석이고는) 그러면, 자 우리 제이막으로 들어갑시다 극이 우리가
합의를 본대로 잘 진행되게 일체를 내게 맡겨 주십시요
[양녀] 그러니까 그때 우리는 저분이 사는집으로 들어간 거지요. 그런데 그곳엔 저기 저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들)
[감독] 또 이러네 내게 맡겨 달라고 안그랬나!
[양녀]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분명히 해줘야 하잖아요!
[어머니] (머리를 내저으며) 여하튼 이제 막
[양녀] (펄쩍 어머니에게 대들며) 아무려면 어떻수 우리들의 연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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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면 심할수록 그만큼 저분의 죄책감도 커지는 거예요.
[감독] (못참겠다는 듯) 알고있어. 알고있다잖아! 원래 이 점에 대해선 특히 고려하고 있다구!
[어머니] 제발 부탁이에요 선생님. 나는 내 양심껏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왔어요. 이
점을 활실히 해 주셨으면---
[양녀] (가로채며) 그렇겠군! 내가 저 남자에게 반감을 갖지 않도록 나를 달래고 충고 하느라고 모든
방법을--- (감독에게) 어머니를 만족시켜 주세요. 네 그것은 사실이거든요 그러면 나도 퍽 기쁘겠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어머니가 저토록 애원하며 그분의 마음에 들어보려고 애를쓰면 쓸수록, 저기 저이는
점점 더 멀리 달아나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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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으니까요.
[감독] 그러니까, 요컨대. 제2막을 시작해 보자는게 아닌가?
[양녀] 어림없는 소리! 선생님 생각대로 한다면, 모든 장면이 정원에서 벌어지게 되어있는데, 안될
말이지요
[감독] 왜 또 안된다는 거야?
[양녀] 저이는 (아들) 늘 혼자 떨어져서 방속에만 틀어 박혀 있어요. 말씀드린대로 저기 저 가련한
내 동생 한테서 벌어지는 장면들이 많지만, 그것도 모두 집안에서 생기는 일이어요
[감독] 허참! 잘 알텐데 자꾸 이러네. 우린 결코 상연 프로그램을 서너번씩 갈아 치우거나
무대장치를 이리저리 바꿀 수가 없어요!
[일남] 옛날엔 아마 그랬을런지 모르지
[감독] 그렇지 관객이 저기 저 어린애 정도로 유치했을때 그때라면 또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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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여우] 그러나 그편이 환상을 자아내기엔 보다 쉬웠지.
[아버지] (펄쩍 뛰며) 환상? 제발 환상이란 말은 취소 하시요. 그 따위 말을 마구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짓이요
[감독] 또, 어째서?
[아버지] 가혹하지 가혹하고말구. 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감독]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하오? 그 환상이야말로 여기서 우리가 관객을 위해서
창조해 내야만 되는 것인데---
[일남] 우리들의 연기력을 가지고---
[감독] 즉, 현실을 혼상으로!
[아버지] 잘 알겠오 그런데 반대로 우리 말은 이해를 못하시는군 실례의 말 같지만 지금 선생이나
배우 제씨들이 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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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서 하는 짓들이란, 한낱 유희에 불과 합니다.
[일여우] (울화가 치민듯) 유희라구요? 우릴 어린애 추급을 해? 우린 지금 여기서 심각하게 예술을
하고 있어요!
[아버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 본의인즉, 여러분 예술의 유희같은 점, 바로 그점이 선생이 방금
말한대로 현실을 하나의 완전한 환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감독] 맞았오. 바로 그 점이요.
[아버지] 이제 우리드르이 사정을 참작해 주신다면야 ---즉, 우리들은 보시다시피 (자기 자신과 다른
여섯식구를 가리키며) 이런 환경 이외에는 그 어떤 현실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독] (어리둥절하여, 역시 멍하니 서 있는 배우들을 둘러보며) 대체 무슨 얘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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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심히 그들을 바라보더니 창백한 미소를 띄우며) 바로 그렇다고 말하지 않소. 달리
어떻게 말하겠오. 여러분의 창조의 대상인 환상을 사실 우리에겐 유일한 현실이란 말이요. (잠시후,
감독에게 닥아서며) 단지 이것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올시다. 이 전을 잘 생각해 주시요
(감독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대체 당신은 누구요 (손가락으로 감독을 가리킨 채)
[감독] (기분은 잡쳤지만 억지로 웃으며) 내가 누구라니? 나는 나요!
[아버지] 가령 당신은 곧 내가 될수 있으니까 내가 "당신은 당신이 아니요" 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오
[감독] 그땐 당신이 돌았다고 하지!
(배우들 웃는다)
[아버지] 웃는것도 당연해 왜냐? 여기선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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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장난이거든 (감독에게) 저기 저 양반 (일.남) 이 "그사람" 이라는 제삼자가 되어 "나"라고 하는 즉,
현재 이 자리에 "이 사람" 으로써 존재하는 나를 표현하는데, 순전히 그것이 유희같은 짓이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 이의가 있으면 내게 말하시요. 자 이제 올가미에 걸려 드셨읍니다 그러
[감독] 이것은 금방 싫도록 한 얘긴데, 또 시작이요?
[아버지] 아 아니지 정말 이따윈 더 말하고 싶지 않소. 단지 난 당신이 배우들이랑 늘 주물러왔던 이
장난에서 (일 여의 눈치를 살피더니) 예술이지 예술 이 장난같은 예술로부터 당신을 빼내고 싶을
뿐이요. 그래서 다시한번 신중하게 물어봐야겠오. 당신은 누구요?
[감독] (아연하여, 배우들에게 격렬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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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방약무인하기 짝이 없네! 등장인물로 자처하던 자가 내가 누구냐고 묻게끔 됐어!
[아버지] (위엄을 같추고, 거만하진않게) 선생! 등장인물이면, 언제나 어떤 사람의 이름을 물을수
있오 왜냐?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야말로 그 자신의 성격으로 정해진 고유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등장인물은 항상 "아무개 누구" 하고 부를 수 있읍니다. 반면 선생을 두고 하는 얘긴
아닙니다만, 그냥 어떤 사람을 일반적으로 "아무개 누구" 하고 부를순 없어요.
[감독] 옳거니! 바로 그것을 물으셨다! 나야 감독이지! 단장이고! 알아 듣겠오?
[아버지] (어조를 낮추어 부드럽고 겸손하게) 아니올시다. 선생이 마음의 안팎에 간직하고 있던 모든
과거의 환상을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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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느냐. 바로 이것을 물어 봤을 다름이요. 즉, 어제의 환상을 오늘 그대로
지닐수는 없으며 어제 느꼈던 일을 오늘 그대로 느낄수도 없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당신이 즉, 오늘의 당신이라고 하는 현실이 내일이면 환상으로 변하고 맙니다. 어떻읍니까 이
무대가. 아니지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발판이 그 대지가 한없이 밑으로 꺼져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감독] (무슨뜻인지 잘 모르긴 하지만 번지르르한 논리에 압도 당하여) 암, 그렇구말구요! 그런데,
결론이 어떻게 된다?
[아버지] 아무 것도 아니지요. 단지 우리들은 (자신과 다른등장 인물을 가리키며) 환상이외에 그
어떤 현실이라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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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신들 역시 호흡처럼 붙어있는 이 오늘의 현실을 너무 믿지 애는 것이
좋소. 어제의 현실이 오늘엔 환상으로 남듯이 오늘의 현실도 내일이면 환상으로 변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요
[감독] (웃겨줄 심사로) 아하 아무렴 그렇구말구! 게다가 이곳 나 한테로 이따위 연극을 가지고 온
당신이야 말로 나 보다는 훨씬 순수하고 진실하다 이 말씀 이겠다! ---
[아버지] (심각하게) 물론이죠. 의심할 여지없이
[감독] 예? 사실 그래요?
[아버지] 그 점은 당신이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줄로 아는 데
[감독] 나보다는 당신이 더 진실하다는 것을?
[아버지] 그렇다니까! 당신의 현실이 매일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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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이라면---
[감독] 매일 매일 변하는 것이 어디가 이상하오 늘 그렇게 변하는 것이지 누구라도 다 마찬가지야!
[아버지] (언성을 높혀서) 그렇지 않다니까! 아시겠오? 이것이 당신네와 다른 점이요. 적어두
우리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읍니다. 변할 수도 없고, 결코 달리 무엇이 될 수도 없어요. 왜냐? 벌써
움직일수 없이 고정되어 버렸오. 영원히-. 불변의 현실 선생 무서운 얘기요 당신네가 우리에게
접근할라치면 몸서리 치게 되고 말---
[감독] (후딱 무슨 생각이 치민듯) 도대체 등장인물이란 작자가 당신처럼 자기의 본분을 더나서
변명을 하고 제안을 하고 해설을 하는 일을 당신은 본 일이 있오? 난 금시 초문이요
[아버지] 나도 그런일은 본일 없오. 작자들이란 대개 자기들의 창작의 노고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요.
등장인물이 실제로 작가의 면전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그때 작가는 다만 그人物(인물)들이 암시하는
언어나 행동을 추종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요. 따라서, 작가는 결국 등장인물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되며 그렇지 못할 그 작가는 딱한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등장인물은 태어나자마자 곧 작가로 부터
완전히 독립하게 되는데 이렇게되면 작가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결코 설정해 본일도 없는 갖가지의
경우와 의미가 생겨나게 됩니다.
[감독] 예, 그것은 나도 알아요.
[아버지] 그러면 왜 우리들을 이상한 눈으로 본는지 모르겠군? 일단 작가의 공상 속에서 빚어진
존재<<하>><<이>>며 바로 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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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의해서 창조된 생명이 거부된 존재인 등장인물의 불행을 생각해보시요 이렇게 살아는 있지만 생명이
없는 등장인물이라서 어떻게든지 무대위에서 한번 생명을 누려보려고 있는 힘을 다해서 작가를
설복시켜 보려고 보채고 있는데 이것을 무리한 짓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때문에 이렇게 차례로 내가,
저애가 (양녀) 저 불쌍한 저 어머니가 작가를 찾아온 것인데
[양녀] (넋빠진듯이 앞으로 나오며) 정말이예요. 나도 여러번 작가를 유혹해봤어요 황혼이 올때쯤,
작가는 우울한 기분에 빠져 그의 책상을 맞대고 의자에 몸을 파묻고 불을 켜는 것 마저 잊어 버리고
---마침내 어둠의 장막이 그 방안에 가득히 찰 때면 작가를 유혹하려는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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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기가 그 책상옆에 서있는 듯한 기분으로 말하다가 주위의 배우들을 의식하고 기분이 잡친듯)
아- 여러분이 모두 여기에 없고 나만 홀로 남아 있다면 좋을텐데! 그때, 엄마는 아들하고 저곳에- 난
저 간난아이와 함께- 저 사내아이는 늘 저 구석에 혼자 그 다음 나는 또 저 분과 (간신히 아버지를
가리킨다) 그리고나서 나 혼자만 아무도 없는 그 침침한 그늘에서 ---(자기가 보고 있는 환영을
잡을듯이 펄쩍 뛰면서) 아! 내생명 그 장면. 우리가 작가에게 제공한 그 장면이! 난 난 누구보다도
그를 유혹해 보려고 했었어요
[아버지] 그런지도 모르지 그러나 작가가 써 주지 못한것도 너 때문이야 네가 너무 그따위로
치근치근하게 졸라댔으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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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양녀] 기막혀라! 작가 자신이 나를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놀려고 한 것인데 (감독에게 은근한
말씨로) 난 이렇게 생각해요. 선생님! 그것은 오히려 관객이 대개 그렇듯이, 극장을 과소평가하고
경멸하기 때문이어요!
[감독] 늘 같은 소리만 말고 앞으로 나갑시다 그리고 사실만을 실제로 해봅시다.
[양녀] 우리들이 저분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을때는 할일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아요. 오륙분마다
프로그램을 갈아붙이고 장치를 바꿀 수 없다고 하셨죠
[감독] 물론 그것은 안되지 여러가지 사건을 동시적이고 긴장된 하나의 "액션" 속에 집결 시켜야지
당신네 생각대로 하는 것이 아니야. 저기 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와 가지고 유령처럼 이방 저방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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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렁 어슬렁 돌아다닌다든가 문뒤에 숨어서 무슨 생각에 골똘해 있을때 그는 무엇을 보려 했으며 또
어떻게 말했을까?
[양녀] 자기의 혼을 정신을 소모시킬뿐---
[감독] 이런 얘긴 처음 들어보는데!? 좋아 말하자면 눈알 속에서만 "크레센도" 점점 사납게, 바로
이말이지?
[양녀] 그렇고 말고요, 여기 얘 (어머니곁의 소년을 가리킨다)
[감독] 옳지 그러면 동시에 저 애기를 정원에서 놀게하고 싶은 게로군. 한 아이는정원에 한 아이는
집안에 그렇지?
[양녀] 그래요 선생님. 아기는 양지쪽에서 잘 놀았어요. 우리 넷이 함께 자고있는 그 무서운 방의
불행하고 황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와 정원에서 기를펴고 뛰노는 아기의 기쁨. 아기의 행복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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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위안이어요. 더러워진 내몸이긴 하지만, 아기를 안고 잘때면 아기는 그 사랑스럽고 천진한
손으로 나를 꼭 끌어 안아 주었어요. 정원에서 놀다가도 나만보면 뛰어와서 손을 잡았어요. 아주
조그만 꽃<<을>><<만>> 찾아서 내게 보이곤 좋아라곤 손뼉을 치곤 했어요 (회상에서 벗어나자 테이블에
맥없이 얹혀 있는 팔에 얼굴을 파묻고 길게 절망적인 울음을 터트린다 감독 나무라듯 양녀를 달랜다)
[감독] 그럼 정원을 만드세 정원을 아가가 잘놀거야. 모든 장면이 다 정원에서 동시에 벌어지도록
하세 (소도구계 이름을 부르며) 어이! 나무를 내려줘야겠어. 이 분수 앞엔 "사이프러스" 나무를
두개.세우야지! (무대위에서 나무 두그루가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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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구계 뛰어가서 두개의 나무 台(태)에다가 고정한다)
[감독] 이렇게하면 십상이거든!? 이제 그때 기분을 낼수 있어 (다시, 소도구계를 부른다) 여보게!
하늘 내려와!
[소도구계] (크게) 뭐요?
[감독] 하늘 말이야! 이 분수 뒤로! 칠 배경! (무대 위에서 흰색의 배경이 내려온다) 아니 흰색
말고! 하늘이라고 말했지 않나!? 내 버려둬! 내가 만들께! (큰소리로) 여-조명! 불을 전부끄고
달밤분위기를 만들게 파랗게 파랗게 바란스를 잡아서 막위를 파랗게 옳지 됐어 (감독의 지시에 따라
무대위엔 달밤의 신비스런 장면이 만들어진다. 배우들의 행동도 달밤의 정원 분위기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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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양녀에게) 자-이것봐. 이제 당신 동생은 방문뒤에 숨는 대신 나무뒤에 숨으면서 정원을
배회할 수 있어. 그런데 아기가 작은 꽃을 꺽어 보여주는 장면은 어렵겠는데 (소년에게) 자- 이리
나와요 일! 빨리 연습을 좀 해봐야지 (소년은 달싹도 않는다) 나와요! 앞으로! (소년을 앞으로
끌어내어 번번히 숙어지는 머리를 반듯이 세우려고 한다) 얘 역시 골치덩어리군! 무슨 말을 좀
시켜봐야겠는데--- (소년을 떠밀어 나무뒤로 데려간다.) 이리와! 날 좀봐! 여기서 좀 숨어있어 이렇게
머릴 약간 내밀어서 엿보는 시늉을 해! (효과를 보려고 몇 발자욱 물러서 본다. 소년이 지시 받은대로
한번 해본다) 옳치! 참 잘했어 잘 했어 (양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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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애가 엿보는 것을 보고 아기가 놀랄 경우엔 저 애에게 쫓아가서 몇 마디 말을 시킬순 있겠지?
[양녀] (펄쩍 뛰며) 안되지요 저기 저이가 있는한 말을 시킬수가 없어요. (아들을 가리킨다) 저이를
우선 어디로 보내기 전엔 안되지요.
[아들] (결연히 층계를 향하여) 간절히 기다렸오 참 기분좋군 말리지 말아요.
[감독] (얼른 막으며) 안돼! 어딜 갈려구? 기다려요! (아들이 정말로 떠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손만 내저으며 만류하려고 든다)
[아들] 난 이런판엔 소용이 없는 사람입니다 가겠읍니다. 막지 마시요
[감독] 어째서 소용이 없다는거야?
[양녀] (침착하게 아이로니 섞어서) 놔두세요! 붙들것 없어요. 결코 떠나지는 못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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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제 어미와 정원에서 할, 무서운 장면이 있을텐데
[아들] (재빨리 격하게) 아무것도 안합니다 애당초부터 난 명백히 말해두지 않았오 (감독에게) 날
보내주시요
[양녀] (감독에게 달려가서) 손 놓으세요. (아들을 붙들고 있은 감독의 손을 떼놓으려고 한다) 가게
두세요 (손을놓자 아들에게) 이제 됐죠? 가세요! <마치 알수없는 힘에 끌려있기나 한듯 아들은
계단에서 엉거주춤 서 있을뿐 층계에서 발을 떼어 놓으려 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지자 훗트 라이트를 따라 천천히 걸어서 반대편 층계에 이른다 그러나 거기서도 내려갈
생각은 않고 머뭇거리고 있다. 도전할 기세로 그 곳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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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따라온 양녀 웃음을 터트린다)
[양녀] 이걸 보세요! 못가지요? 가고싶어도 안되지요 풀 수엇는 사슬에 단단히 묶여있어요. 저이라면
지긋지긋하고 더는 상종할 수도 없는데다 꼭 일어나야만 할 일이 일어나서 내가 이곳을 피해 달아
난다면 아마 저이도 여길 떠날거예요 그러나 내가 저이의 저 표정과 그 한패를 내가 다 참고 있으면
그가 이곳을 뜰리가 없지요. 이 훌륭한 아버지와 아들이라곤 자기밖에 없는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정말로 머물러야 할거예요 (어머니에게 돌아서서) 자- 어머니 이리오세요. 이리 (감독에게 어머니를
가리키며) 보세요 아들을 자기곁에 붙잡아 두려고 일어나서 보세요 (어머니에게 잡아 끌듯이) 오셔요.
오셔요 (다음엔 감독에게)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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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있는것을 여러분에게 들어 내지 않으려는 거예요. 아시겠죠? 그러나 실은 저이의 곁으로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거예요. 보시죠 자기의 장면을 살려보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에요 (실제로 어머니는
아들에게 접근 양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팔을 벌려서 동의한다)
[아들] (급히) 싫습니다. 싫어요. 갈수없다면 여기 머물순 있지만 몇번이나 말해야 알아요 난 정말
아무 짓도 안하겠어요!
[아버지] (감독에게)흥분하여) 억지로라도 하게 해주세요 선생
[아들] 어느 누구도 내가 싫다는 데는 못시킵니다!
[아버지] 내가 해 보겠다!
[양녀] 기다려요! 기다려! 우선 아기를 분수가로 데려다 놔야지요. (아기에게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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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가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아기의 얼굴을 감싼다) 오 딱해라 내 귀여운 아가야! 이 예쁜 눈동자로도
뭐가 뭔지 모르겠지? 여기 어디야? 여긴 무대위야 요것아 무대라는 게 무얼까? 자 보니? 무대란 열심히
장난을 하는데야. 연극을 하는데지. 우리도 인제 연극을 할꺼야. 아주 열심히. 그런데 너도 이제 하게
된단다 (아기를 가슴에 부등켜 안고 둥기둥기하며) 오 내 귀염둥이! 내 사랑! 네가 <<얼마나>><<>> 이
망칙한 연극을 하게 된다니! 얼마나 무서운 일이 너에게 닥치런지 모르지 이 정원 이 분수 모두
꾸며놓은거야 바로 이것이 불행이란다. 여긴 전부 꾸며진 것뿐이야. 꾸며 놓은 분수에 벌써 정이
들었니? 오 못써! 다른 사람에겐 다 꾸며논 장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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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것도 모르고 오리새끼 떼들이 대나무 숲이 물위에 던진 그림자를 흔들어 깨면서 물장구치고 노는,
그 아름답고, 커다랗고. 푸른 진짜 분수가에서 놀고 있는줄 생각하겠지 --- 그리고 오리새끼를 한마리
잡아 보려고도 할거야 (울부짖으며) 오 아가야! "로젯타." (장미꽃송이) 야! 안되지 저 악당가은 아들
때문에 엄마는 너를 돌볼 게 뭐야? 나는 나대로 머리가 복잡해서 미칠것만 같고 --- 그리고 저기
저거-- (아기를 놓고 한결같이 차가운 눈으로) 넌 여기서 뭘 하고있니? 늘 그런 거지새끼 꼴을 하고--
다 너 대문이야 이 아이가 기를 못 펴는 것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소년의 손을 잡아 빼려고 하며)
뭐가 들었니? 뭘 감추고 있어? 이 손좀 밖으로 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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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손을 확 잡아 뺀다. 그 손에 쥐어있는 권총 한자루. 모두 놀랜다. 양녀, 약간 흥미롭게
소년을 바라보다가 곧 우울해지며) 오- 이 총 어디서 났니? (당황한 소년, 눈만 멀뚱거린다) 날 죽이는
대신 이 못난아! 나 같으면 저 두사람 중에 어느 한 사람을 죽이겠다 아니면, 아버지와 아들을 함께
죽이던지. (소년을 나무 뒤로 끌고가서 숨기고, 다시 아기를 안아서 분수 안에 숨긴다. 그리고는
자기도 얼굴을 팔속에 파묻고, 몸을 낮추어 분수가에 기댄다.)
[감독] 참 잘 됐어 <<(소년)>><<>> (아들에게 돌아서서) 그럼 쌍방의 장면을 동시에
[아들] (버럭 소리를 지른다) 무엇을 동시에요! 천만에! 그렇지 않읍니다. 저 여자와 나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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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가리킨다) 못 믿겠거든 그이에게 직접 물어 보시요. (이때, 제이여우는 어머니를 세심히
관찰하기 위하여, 젊은 남우는 자기가 할 역인 아들의 동작을 배우기 위하여 무대위를 바자닌다)
[어머니] 그것은 사실예요. 저 애의 방<<에>><<을>> 들어간 것은 나예요.
[아들] 아시겠읍니까,? 내방으로 왔지요. 정원이 아닙니다.
[감독] 글쎄,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모든 액숀을 하나로 긴장 통일시켜야 한다고 말했잖아?
[아들] (자기를 관찰하고 있는 젊은 남우에게) 왜 이러시는 거요?
[젊은남우] 아무것도 아니요.
[아들] (또 제이 여우에게 돌아서서) 아 저기서도 하고있군 저분의 역을 해볼 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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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가리킨다)
[감독] 맞았어! 바로 그것이지. 이 배우들의 노고에 감사해야만 할걸세
[아들] 아-. 감사하구 말구요. 그러나. 이 연극을 제대로 하실수 없다는 것을 아실 때도 됐는데,
우리가 결코 당신속에 존재할 수는 없는겁니다. 여기 배우 여러분도 단지 우리를 외부에서 바라볼때 그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볼 뿐만 아니라 음흉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일이 있을것
같지 않습니까?
[아버지] 그건 사실이야 그런 일이 있지. 그렇지 않소?
[감독] (젊은 남우와 제일여우 에게) 맞아! 그건 맞는 얘기지. 또 그대로 계속하게
[아들] 소용없는 짓이요. 난 할 생각이 없으니
[감독] 자넨 좀 잠잖고 있어주게. 저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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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들어 봐야겠어 (어머니에게) 당신이 그 방엘 들어 갔었다. 그래서--?
[어머니] 네 그렇지요 나는 점점 견딜 수가 없어서 저 아들의 방으로 들어 갔지요 단지 나를 찍어
누르고 있은 그 모든 불안과 고민에서 벗어나 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러나 내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마다---
[아들] 아무 일도 없었읍니다. 난 그때 바로 나가 버렸으니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난
나갔단 말입니다. 아시겠읍니까?
[어머니] 그렇습니다. 바로 그대로 예요.
[감독] 그런데 지금 당신 두 사람의 바로 그 장면을 해 보자는 거요. 그것은 꼭 해봐야만 되겠다니까
[어머니] 그렇게 하세요. 난 언제라도 할 수 있어요 난 잠간만이라도 내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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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혀있는 모든 사연을 저 애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제일 기쁘겠어요
[아버지] (아들에게 대들듯 격렬한 어조로) 해봐! 그렇게. 네 어머니를 위해서 . 네 어머니를 위해서
[아들] (더욱 당호하게) 싫습니다 못 합니다.
[아버지] (아들의 가슴을 쥐고 흔들며) 제발, 내 말을 좀 들어라. 응? 들어! 네 어머니가 하는
소리를 못 듣겠니? 너는 쓸개도 없느냐? 네가 사람의 자식이라면 말이다.
[아들] (아버지를 뿌리치며) 싫어요. 싫어! 싫다니깐 왜 이러세요. (모두 동요한다. 놀랜 어머니는
두사람을 갈라 놓으려한다)
[어머니] 그만 두세요. 참으세요.
[아버지] (아들을 놓지않고) 그래도 내 말을 못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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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버지와 승강이 하던 끝에 놀랍게도 층계 옆으로 밀어 아버지를 자빠지게 한다) 왜 이렇게
생 난리를 꾸미는거요? 어째서 자기와 우리의 수치를 여러사람에게 들어 내놓고 싶어서 안달을 하느냐
말입니다. 난 못해요! 절대 못해요! 난 작가의 뜻을 쫓아 이 극만은 못하겠소. 작가 자신도 우리를
무대에 올리려고는 안 했으니까요.
[감독] 다만, 자네가 이리와서---
[아들] (아버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분보고 그러세요 난 싫어요
[감독] 자넨 지금 이 자리에 나와 있으면서 그러나?
[아들] 저 분이 왔지. 나는 안 왔읍니다. 싫다는 것도 억지로 끌고 온 사람은 저 분입니다. 그래
놓곤 실제로 일어난 일만 말하면 다행이겠는데 그것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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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는 마음이 덜 한지 일어 나지도 않은 일까지 막 꾸며서 지껄이고 있읍니다.
[감독] 글쎄, 그건 그렇다 치고 무슨 일이 있었나? 그것만 말해주게 그때 자네가 방에서 나가면서 한
말이 없었던가?
[아들] (약간 주저하다가) 아무 말도 안했죠 어떤 장면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 마디도 않했어요.
[감독] (재촉하듯)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했지?
[아들] (모든이으 궁금한 시선속에 무대 전단으로 몇 발자욱 떼어 놓으며) 아무 일도--- 단지 정원을
걸으면서--- (말을 뚝 끊는다 우울하게 한가닥 생각에 집중된 듯)
[감독] (아들의 말을 안들으려는 집요한 태도에 더욱 호기심이 나서) 그렇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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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걸으면서---?
[아들] (못참겠다는듯 팔로 얼굴을 감싸며) 왜 내게 꼭 말을 시키려는 거요? 아- 무서워! (어머니
울먹이며 전신을 부르르 떨며 분수 쪽을 바라본다)
[감독] (천천히 그곳을 주시 하면서 점점 실마리가 풀리는 듯, 아들에게 접근) 저 어린아이가 어떻게
다 되었던가?
[아들] (객석에서 자기 앞만 똑바로 보며) 저기 저 분수 속에
[아버지] (어머니를 측은한듯이 바라보며) 저자도 그 시간에 저 애를 따라가고 있었지!
[감독] (아들에게 불안 한듯) 그래 그때 자네는?
[아들] (천천히 사뭇 자기앞만 바라보며) 뛰어 갔지요. 구해 내려고 후다닥 뛰어 갔어요. 깜짝
놀라서 딱 서 버렸어요. 저 나무 뒤에서--- 저 놈이 저놈이--- 미친놈 같은 눈초리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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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꼼짝도 않고 서서 저 분수속에 빠져있은 아기를 바라보고만 있지 않겠오! (아기를 숨기려고
분수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던 양녀의 미친듯 울부짖는 소리가 무대에서 메아리처럼 울린다 잠시 시간이
흐른다.) 가까이 갈려고 할때 그때--- (소년이 숨어있는 나무 뒤로 간다. 그때 한방의 총성)
[어머니] (사람의 혼잡을 헤치고 비명을 지르며 아들, 배우들과 같이 그 곳으로 달려간다)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다른 사람들 웅성대기 시작한다) 사람 살려요! 살마 살려!
[감독] (수라장을 헤치고 나간다. 그때 몇살마이 소년의 머리와 발을 들고 흰막 뒤로 운반해 간다)
부상 당했나? 정말 부상 당했어? (감독과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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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늘로 써먹었던 배경막 뒤로 돌아가서 비참한듯 잠시 쑥덕인다. 그 경막 양쪽으로 배우들이 다시
나온다
[제일여우] (슬픈 표정으로 오른쪽에서 나온다) 죽었어! 불쌍해라! 죽었어 이런 변이 있담!
[일남] (웃으며 왼쪽에서 나온다) 죽었다니 죽은척 하는거야 연극이야!
[이남] 죽은척 해? 천만에!
[이여] 사실이야! 사실 정말로 죽었어!
[일남] 천만에! 가장이야 가장
[아버지] (일어나 울먹이며) 가장이라니? 당찮은 소리 사실이요. 내 아들은 죽었오! (절망적인
몸부림을 하며 배경막 뒤로 사라진다)
[감독] (기진 맥진 한듯) 가장인지 사실인지 제기랄! 알게뭐야! 불! 불! 불! (갑자기 무대와관객석은
휘황하게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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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악몽에서 깨어난듯, 한숨을 크게 쉰다. 다른 사람들 기가 막힌듯 서로 바라보기만 할뿐)
[감독] 이런 일은 내 생전 처음 당해 보는군! 이 떼거지들 때문에 오늘 하루를 깨끗이 공쳤어!
(시계를 본다) 가시요! 가! 이제 뭘 하겠다고요? 이렇게 늦어가지고 연습은 무슨 연습니야! (배우들
감독에게 인사를 하며 살금살금 바져 나간다) 어이 조명계! 전부 꺼! 이런 빌어먹을! 불을 다 꺼버리면
사람이 어떻게 발을 디디느냐 말야! (곧 조명계가 스위치를 잘못 눌러 배경막 뒤를 파란 조명등이
투사되면 소년과 아기를 제외한 4인의 등장인물의 커다랗고 뚜렷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한 감독 무대에서 허겁지겁 달아난다. 동시에 배경막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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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꺼지고 무대는 다시 처음과 같은 파란 밤장면이 된다 천천히 막의 오른쪽에서 먼저 아들이,
그 뒤를 어머니가 아들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따라나오고 왼쪽에서는 아버지가 나온다. 이들
三人(삼인)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마비된듯 돌처럼 서버린다. 끝으로 왼쪽에서 나온 양녀 층계로
달려가선 첫 계단에서 잠깐 머물더니 세 사람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또 급히 층계를 내려와
관객석의 한번 그대로 무대위에 남아있는 으로 나가 휴계실에서 자지러지
=끝=
극단 맥토 대본 제작부
[페이지]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필란델로 作(작)
극단 맥토
첫댓글 퍼가요~ 잘 읽겠습니다.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