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베이징모터쇼((4월23~5월 2일)’는 올해 열리는 세계 모터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큽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차량(월드 프리미어)만 89대에 달하고 16개국 2100개 업체가 참가했지요. 전시면적만 축구장 28개 넓이인 20만㎡로 역시 최대입니다.
중국 신차 시장은 지난해 전년보다 46% 증가한 1364만대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1550만대가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면서 베이징모터쇼는 기존 세계 4대 모터쇼였던 ^미국 디트로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를 제치고 세계 최대 모터쇼로 자리 잡은 셈이죠. 모터쇼 나온 주요 신차를 모아 봤습니다.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큰 전시장을 마련한 자동차 업체는 폴크스바겐 그룹입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 1위 답게 전시관((E5) 하나를 통째로 빌려 폴크스바겐ㆍ아우디ㆍ스코다ㆍ벤틀리ㆍ람보르기니ㆍ부가티ㆍ포르셰 등 7개의 브랜드를 모아 위세를 과시했지요.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하반기 폴크스바겐 그룹에 인수된 포르셰가 처음으로 그룹 브랜드로 선보인 겁니다.
폴크스바겐은 세계 처음으로 대형 럭셔리 세단인 페이톤을 내놨지요. 이 차는 기존 페이톤의 차체를 그대로 쓰면서 디자인을 바꾸고 신기술을 여럿 채용했습니다. 페이톤 판매는 한국이 특히 호조입니다.2006년에는 전 세계 판매물량 가운데 20%를 한국에서 팔기도 했지요.얼리 어댑터가 유명한 나라, 기존 브랜드에 안주하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 모양입니다. 브랜드를 따지는 일본에는 아예 페이톤이 상륙하지도 못했고 미국에서는 판매 3년 만에 철수했거든요.
(내부는 엄청 고급스럽니다. 3.0 디젤 국내 시판가격은 1억원이 조금 못될 것이라고 하네요)
발터 드 실바 폴크스바겐 디자인 총괄(전 아우디 총괄)에 의해 다듬어진 신형 페이톤은 중후한 전면 모습은 그대로 살리면서 헤드라이트에 LED 보조등을 잔뜩 달아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는 BMW의 크리스 뱅글이 지난해 초 은퇴한 이후 세계 자동차 업계에 가장 영향력이 있는 디자이너로 꼽힙니다.
내장 역시 한결 고급스러워졌네요. 소재 재질감은 아우디의 것과 마찬가집니다. 신기술도 여럿 등장했습니다. 백미러에 달리 카메라로 도로상황과 상대편 운전자를 감지해 가장 안전한 조도를 만들어 주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DLA)뿐 아니라 레이더로 앞뒤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ACC를 처음 달았습니다. 엔진은 1개의 터보 디젤과 3개의 가솔린 엔진이 달립니다.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W형 12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대 450마력을 냅니다. 폴크스바겐의 자랑인 디젤 V6 TDI는 최대 240마력을 낼 뿐 아니라 대형차이면서도 연비가 11.8km/L(유럽기준)로 중형차 수준만큼 좋아졌습니다.
폴크스바겐은 또 중국 합작사인 FAW-폴크스바겐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한 CC를 선보였습니다. 2년 전 독일에서 첫 선을 보인 CC는 날렵한 유선형 쿠페 디자인이 돋보이는 차로 중국 현지 생산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보여줘 업계의 관심을 모았지요. 중국에서 이런 쿠페형 신차를 생산한다는 게 실로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마무리도 상당한 수준입니다.가죽 시트의 질감은 대단하더군요.
(보기만 해도 작고 귀엽죠.이런 차들이 도로를 누빌 때 사람들의 마음도 밝아지죠. 폼보다 실용적이구요)
닛산자동차는 글로벌 소형차인‘마치(MARCH)’를 선보였습니다. 이 차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 나올 박스카 큐브에 이어 내년 쯤 수입 가능성이 큰 모델입니다. 1.5L 4기통 엔진을 달고 자동변속기 연비가 17km/L 이상 될 만큼 좋은 편이죠. 마치는 둥글 둥글한 귀여운 디자인에 넓은 실내공간으로 대학생과 여성 직장인의 첫 차로 사랑받는 차이죠. 닛산의 중국합작사인 동펑자동차는 올 하반기부터 이 차를 생산한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치 컨버터블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디자인 쥑이죠, 라디에이터 그릴이 이보다 더 큰 차 보신 적 있나요?)
스웨덴 볼보를 인수해 주가를 높인 중국 토종인 질리(吉利)자동차는 럭셔리 대형 세단 ‘GE’를 선보였습니다. 이 차는 외관이 롤스로이스를 그대로 닮아 짝퉁 논란을 빚기도 했지요.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비슷한 차가 나왔는 데 영락없는 중국판 롤스로이스였죠. 재밌는 것은 이 차의 디자인을 한국 디자인 컨설팅업체인‘써드아이’가 맡았다는 겁니다. 이 회사 정연홍 사장은 “GE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만든 초대형 컨셉트카”라며 “우람한 차체에 어울리는 긴 선들이 특징일 뿐 아니라 인테리어도 중국인이 좋아하는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고 말하더군요.
(캐딜락의 모던 디자인을 시보레로 현대화한 느낌입니다.요즘 시보레,캐딜락 디자인 엄 좋아졌습니다. 한국인 디자이너들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GM은 내년 양산 가능성이 큰 크로스오버 전기차 콘셉트카‘시보레 볼트 MPV5’를 세계 처음 선보였습니다. 5인승인 이 차는 전기차 볼트와 같은 자가 발전시스템을 달아 일정 거리까지는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전기차이죠. 이 차의 디자인에는 한국인 출신들이 여럿 참여했다고 합니다.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은 해외로 나가는 현실이 재밌습니다. 메이저리그 형태라고 할까요.
마세라티는 분홍색 시트와 와인 컬러로 내장한 4인승 컨버터블 모델인 그란카브리오 한정판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정말 색깔이 쥑이더군요. 이 차는 4인승 컨버터블 가운데 앞뒤 바퀴거리(휠베이스)가 가장 길어 뒷좌석에서 장거리를 달려도 불편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4.7L V8 엔진을 달고 440마력을 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또다시 기존 자동차의 컨셉트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쿠페 컨셉트의 미래 가능성을 새롭게 해석한 슈팅 브레이크 컨셉트카를 선보였네요. 2004년 CLS-Class로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었지요. 차의 컨셉트는 제가 99점을 주는 근래 나온 완벽한 찹니다.
(쿠페형 왜건이라고 할까요. 암튼 벤츠는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만들어 내고, 이끌어 가는 힘이 있습니다.내년 모터쇼에는 이런 비슷한 차들이 여럿 나올겁니다)
슈팅 브레이크의 디자인은 보닛과 후면부까지 이어진 루프 등 넓고 평평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멋과 넓은 실내공간이라는 테마를 조화롭게 살렸습니다. 스프레이 직분사 방식의 새로운 V6 엔진을 달고 최대토크 370Nm과 최고 306마력의 성능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