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있는 여행일기
일 시 : 2010. 2. 2(화) ~2. 3(수)
장 소 : 포항-동해 7번국도-영덕-청송-안동-영월-귀가
세상이 너무 추워,
찬 바람에 온기를 느껴 보고자 뜻이 맞는 사람과 자동차를 타고 떠났다.
年初 인파가 많이 몰리는 해맞이 명소 포항의 호미곶을 찾아 겨울바다 바람을 맞았다. 겨울 바람이 해풍에 밀려 매섭고 날카롭다. 이제는 명물이 된 손 조각품이 반겨준다. 광장에서 반겨주고, 바다에서 반겨주고... 때를 맞춰 바다 손 조각품에 바닷새가 올라앉아 또한 멋진 광경을 연출해 주어 사진에 담았다. 한반도의 호랑이 기상의 상징 중 꼬리에 해당한다고 하여 호미(虎尾)곶 이라고 했었나? 호미곶은 동해안 일출 명소로 거대한 상생의 손을 비롯한 기념조형물과 국립등대박물관, 유채꽃단지 등 볼거리가 많다.
목깃을 여미며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잠시 심한 한기를 뒤로하고 자동차를 구룡포로 달렸다. 구룡포의 과메기가 유명했다고 했던가? 바닷가 부두에 빈배들이 모여있고 매서운 바닷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추위 탓인가? 을씨년 스럽기까지 한 분위기에 눌려 잠시 부둣가를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과메기 면접도 포기한 채 다시 호랑이 꼬리 지형을 한 바퀴돌아 포항제철을 거쳐 포항에서 나름대로 명물인 죽도시장을 찾았다. 예전 들렀던 죽도시장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깨끗하게 정돈되고 세련된 시장의 변화된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 스럽다.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으로 수산물 위판장과 200여 개의 횟집이 밀집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명물시장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왼쪽은 건어물 시장이고 오른쪽은 생선을 주로 취급하는 구역설정이 나뉘어 있다. 발 과메기라는 간판이 궁금하여 일부러 상인에게 물었더니 발에 널어 말린 과메기가 ‘발과메기’라는 대답에 그냥 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토막을 쳐 놓고 파는, 노란알이 꽉차있는 생선들이 먹음직 스러워 이름을 알아보니 무슨무슨 가자미 라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금방 잊어 먹었다. 다시 물어보고 싶어도 사지도 않을 사람이 날씨도 매섭게 추운데 너무 귀찮게 하는 것 같은 죄스러움에 입을 닫고 말았다. 시장 끝 부분에 이르는데 엄청 규모가 큰 생선을 토막쳐 놓고 팔고 있었는데 혹한을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 궁금하고 답답하여 염치불구하고 또 맆쇼핑을 해 대는데도 친절하게 이름을 알려주었다. 마찬가지로 또 금방 잊어먹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간판에 적혀있는 이름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개복치”란다. 옆집으로 이동하는데 또 다른 큰 고기가 있었는데 종류가 다르다. 궁금증이 발동하여 염치를 꼬불치고 다시 물었더니 상어 종류의 물고기 라고 알려준다.
이렇게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맆쇼핑을 마친뒤 물건은 하나도 사지 않고 자동차에 올라 흥해쪽으로 향했다. 포항에 들른 김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과거에 끈끈했던 유도인을 만나기 위해서 이다. 서로가 세상사는 방법과 생활여건이 달라 평소에는 서로 만날 수 없지만 이왕 근처에 있다면 반가운 얼굴을 보고싶은 것은 人之常情!
저녁 퇴근시간을 맞춰 약속을 하고 흥해시장 한 가운데 있는 횟집을 찾아들었다. 마침 장날이라서 꽤나 복잡하고 주차가 어렵다고 하며 전화를 했더니 사장님이 직접 마중을 나와 주차장을 안내해 준다. 식당이름은 ‘해주부 물회‘ 집 이고, 사장님은 박정희 라는 낯익은 이름인데 사장님의 장모님 이란다.
잠시 뒤 예전에 합숙을 함께하며 끈끈한 정을 나누었던 후배가 도착하여 생선회방석(?)을 생략하고 거추장스러운 들러리 음식을 생략 하는 등 격식없이 알차게 차려나오는 각종 모듬회, 과메기 등등으로 배를 채우며 회포를 풀고 거나해 졌다. 식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회와 과메기로 배를 채우고 일어서서 나오는데 벌써 다른 손님을 초청했다며 2차 맥주집으로 안내한다. 잠시후 합류한 사람은 다름아닌 흥해유도관 관장님이며 대학교는 후배가 되는 전문유도인 이다. 이렇게 함께 앉은 자리가 화기애애 해지고 끈적끈적해 지면서 늦은 밤이 가고 있었다. 더구나 후배 한 사람은 집이 경주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함께하며 예의를 갖춘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자리를 정리하는 결단을 내리는데 주변의 숙소를 예약까지 해 놓아 추운 겨울바람이 살을 에이는 바닷가에서 절절 끓는 타일바닥 방안에서 호강을 하며 코를 골았다.
괜히 여행중에 동호인 핑계를 대고 신세만 많이 진 결과가 되고 말았다.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었다. 진한 정만 가슴에 가득 담아 안고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운동을 예외없이 끝내고 짐을 정리하여 숙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사골해장국으로 속을 푸는데 참으로 절묘한 맛이 어제의 숙취가 한방에 날아간다.
지체할 여유없이 차를 몰아 동해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7번국도를 내 달리기 시작했다.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월포해수욕장을 지나 좌측으로 정답게 느껴지는 산세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기청산(箕靑山), 근처의 기청산식물원을 들러 보기로 하고 좌회전을 했다. 청하중학교 후문방향에 위치한 식물원이 날씨 탓인지 한가하다. 시간도 이른시간 이고...
안내사무실을 찾아 알아보니 아직 입장시간 전 이고, 식물원을 돌아 보는데 약 2시간이 소요 된다고 하고... 시간이 여유가 없고... 날씨가 추워 야외 관람이 제한을 받을 것 같고... 등등 사유로 다음기회에 다시 찾기로 결정하고 차머리를 돌려 기청산을 넘어가는 어지럽게 차멀미가 괴롭힐 정도의 심하게 꼬불거리는 특유의 산악도로를 이용하여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멋진 드라이브에 묘한 쾌감까지 더해 즐겁다.
산악도로를 한참 달려 고개 정상 부근을 지나는데 경상북도수목원이 위치해 있다. 날씨는 춥지만 수목원을 돌아 보기로 하고 차를 들이 밀었다. 날씨가 너무추워 관람객은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직원들 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다만 입구의 출입제한 직원만 차량체크를 하고 문을 닫았다.
이 수목원은 자연체험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동양최대 규모의 수목원으로 전망대에서 동해와 수목원이 내려다 보이는 명소이다.
전체 수목원을 돌아보는 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여 맨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연못단지 주변을 약 30여분 정도 돌아 보는 것으로 관람을 마감해야 했다. 좀더 돌아보고 싶은 주변경관이 마음을 흔들어도 날씨가 너무추워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다. 손을 비벼가며 주변 경관 모습만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저녁에 약속시간이 있는 관계로 일정을 조정해 가면서 영덕을 거쳐 청송,안동,예천을 거쳐 영월까지 올라오는데 허기가 몰려온다. 이왕 왔으니 한우로 속을 채우자는 생각에 동행자가 운전대를 잡고 영월의 ‘다하누 본점’으로 운전자의 권한을 행사한다.
육회 넉넉하게 2인분(500g), 불고기 4인분(600g)을 구입하여 근처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1인당 3000원 씩의 셋팅비를 내고 맛난 한우시식을 할 수 있었다.
동행자는 운전을 책임진다는 권한 행사를 하여 나홀로 알콜소독(?)을 하며 맛난 한우 육회에 숯불고기까지 배가 불룩하도록 포식을 했다. 양으로 봐도 좀 심한 과식이다.
약속시간이 촉박하여 영월의 명소 기행을 대부분 포기하고 법흥사와 요선암,요선정 등등 몇곳의 명승지만 답사하기로 작정하고 법흥사로 향했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있는 名刹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는데 엄청추워 차에서 하차하기가 거북스러울 정도다.
때마침 대상자가 누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비식을 하는 것 같았다.
적멸보궁에 오르는 길, 극락 가는 길을 다녀오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가라고 했다나?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로 자장율사가 흥녕사(興寧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으나, 1902년 ‘법흥사’로 개칭 되었다고 한다. 사리탑 옆에는 자장율사가 수도하던 토굴이 있다.
혹한 속에서도 사찰경내를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에 요선정과 요선암을 돌아 보았다. 요선암이라 부르게 된 것은 조선시대 문인 양사언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선녀탕 위의 바위에 요선암이라는 글씨를 새겨놓은 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요선암 위에 있는 요선정은 숙종,영조,정조 세 임금이 친필 어제시를 남겼을 만큼 그 경치가 뛰어나다.
시간을 보니 저녁식사 약속시간에 빠듯하다. 옷깃을 여미며 차에 올라 원주를 거쳐 양지에 이르는데 도로가 정체가 심하다. 약 2km정도 정체구간 이란다. 간신히 정체구간을 빠져나와 북수원 IC를 거쳐 국도에 들어서는데 역시 정체가 심하다. 이미 약속시간은 지나있었고.....
전화통이 불이 붙는다. 여러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독촉이다. 간신히 지름길을 이용하여 약속장소에 도착을 하는데 약 1시간여 지각이다. 그래도 낯익고 끈끈한 정을 주는 일행들이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환영을 해 주어 도리어 멋쩍다.
염치 불구하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후배들이 돌아가며 골고루(?) 따라주는 술잔이 또한 거나하다. 혀가 꼬부라져 들어 갈 즈음 역시 헤어지기 섭섭하여 2차까지 이어지는데 양 옆에서 팔짱을 끼고 구금상태에 빠졌다. 할 수 없이 마지막 시간까지 함께하고 젊은 후배들의 3차 장소를 슬그머니 비껴 귀가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후배들 과의 즐거운 시간이 아쉬워 건전지가 소모되어 가물거리는 카메라 셔터를 달래가며 추억의 장면을 담았는데 끈끈한 정을 함께 담아내니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이 세상은 아직까지 나를 기억해 주고 불러주고 함께 자리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고 즐겁고 또한 희망차다. 오늘도 다시 내일의 행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