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개편안에 대해 농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변동직불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대규모로 경작하는 전업농을 위주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변동직불제 개편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다.
●쌀값 하락분만 단순 보전 ‘한계’ 목표가격, 시장 변화 반영못해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직접지불제는 농업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농가에 소득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다. 직불제 도입 이전에는 품목별 가격지지 혹은 투입재 보조 방식이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과 함께 간접 보조 방식이 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비효율적 자원배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소득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직불제)으로 전환됐다.
특히 쌀소득보전직불제(논고정직불제+쌀변동직불제)는 2004년 양정개혁을 계기로 공공비축제와 함께 개편·도입돼 쌀농가의 소득보전 및 경영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정직불제는 소득보전을 목적으로 1㏊당 100만원을 지급하며, 변동직불제는 수확기 쌀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한 경우 목표가격인 18만8000원(80㎏ 기준)과의 차액 85%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변동직불제의 보전율은 85%이지만 고정직불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수확기 쌀 가격 하락 때 실제 보전 수준은 97~98%로 쌀농가의 경영안정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변동직불제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행 변동직불제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쌀 가격 하락분 보전 방식으론 경영안정 역할에 한계가 있으며(경영안정 역할 한계) 둘째, 당초 도입 목적과 달리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왔고(목표가격 문제) 셋째, 농가 특성별 차별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농가 차별화 문제)을 들 수 있다.
쌀 수입액은 가격과 생산량의 곱이다. 그러나 현행 변동직불제는 가격 하락만 고려하고 생산량 변화는 고려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 결과 풍년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 해에는 변동직불금이 지급되지만 가뭄이나 태풍 등 풍수해로 흉년이 들어 가격이 상승한 해에는 지급되지 않는다. 쌀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가격 하락만큼이나 생산량 급감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있다. 또한 쌀 소비량이 빠르게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분에 대해서는 보전을 받기 때문에 다수확 품종을 재배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는 문제도 있다. 쌀 가격은 물론 생산량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입보장보험 방식의 쌀농가 경영안정 수단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변동직불제는 정부가 보험료를 전액 지원하는 일종의 가격보험이다. 가격보험에서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의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이 기준가격이다. 변동직불제에서는 목표가격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가격은 시장의 수급을 반영하는 신호이므로 시장여건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수준에서 목표가격이 설정돼야 한다.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맞춰 일정 수준의 공급량 감축이 뒤따르지 못하면 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예상됐음에도 현행 목표가격은 시장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쌀 수급여건에 따른 시장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쌀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쌀농가의 경영안정을 이루어낼 수 있는 합리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두번째 이유이다.
쌀농가는 0.5㏊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서 30㏊ 이상의 대규모 농가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경지규모가 다양한 만큼 경영상 특성에도 차이가 있다. 소규모 농가는 절대소득 수준이 낮으므로 소득보전 방식의 지원이 불가피한 반면 쌀 단일 품목 소득이 평균 농가소득 이상인 대규모 농가는 정부 주도의 소득보전 방식에서 벗어나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경영안정 방식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
●수급조절되면 지급 안해도 돼 총액만 따져 지원 축소 안될말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쌀 생산농가의 실질소득 문제에 대한 대책은 도외시하고 단지 ‘쌀 농업의 양보’와 ‘7㏊ 이상 경작 농민의 이해’가 전제된다면 모든 농업직불제 관련 문제가 해결되는지 되묻고 싶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직불금 예산은 9개 항목에 2조8543억원이며 쌀 농업에는 고정직불금 8160억원, 변동직불 1조4900억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전체 직불예산의 81%가 쌀 농업에 집중된다며 직불제 개편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직불제는 정부의 쌀 정책 및 수급조절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며, 상시 지급 직불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외로 취급해야 한다. 즉 전체 직불예산에서 변동직불을 제외한 고정직불금의 비중만을 계산하면 60% 정도로 낮아지며 이 정도의 비중은 전체 농업 통계에서 쌀 농업의 가치와 비중, 농지면적 비중(54%)으로 비교할 때 적절한 위치라 볼 수 있다.
고정직불금도 1㏊당 100만원의 기준과 총액을 농업예산 확충을 통한 밭직불금 등을 상향해서 맞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득안정이 되지 않는 쌀 생산 농민의 양보로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특히 농경연의 변동직불제 개편방안은 본질에서 너무 벗어나 있다. 변동직불제 변경 방식으로는 효과도 불분명한 쌀 수급조절과 정부예산 부담 감소를 위해 7㏊ 이상 경작 농가는 변동직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수입보장보험으로 전환시킨다는 내용이다.
또 변동직불제 개편 사유로 쌀 수급조절(생산유인 요건 제외), 쌀 편중지원 문제 해결, 면적기준 지급에 따른 형평성 문제(대농에게 집중), 정부 예상부담 가중(정치적 개입)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쌀 수급조절 문제는 최근의 경우를 적용해도 기후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 2011~2013년 3년간은 수확기 태풍과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감소해 시장가격이 상승하며 변동직불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반면 2014~2016년 3년간은 기상호조로 수확량이 증가해 시장가격이 떨어져 변동직불금이 지급된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화 및 높은 농기계 보급률, 유통편리성 등으로 생산조정 정책이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단지 쌀 농업에 변동직불금이 있다고 해서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쌀 편중지원 및 정부 예산부담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변동직불금은 상시직불이 아니기에 정부의 수급조절대책 효과가 나타날 경우 예산부담은 없어진다.
형평성 문제 역시 농업현장에서는 면적기준 지불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다. 단지 지역적 목표가격 대비 차액 편차가 큰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통계청의 2015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논벼 위주 농가는 총 45만4000가구이며, 논벼 재배면적은 79만9000㏊이다. 이중 쌀 전업농(쌀전업농육성대상자 포함)은 6만1000가구로 42만㏊를 경작해 전체 논벼 면적 대비 53%를 경작한다. 더불어 경영면적이 증가할수록 겸업농가보다는 전업농가의 비율이 높다. 때문에 농가소득 역시 쌀(벼) 유통소득 비중이 높으며 시장가격 하락 때 받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변동직불제 개편은 각 농가의 경작면적별 수익구조(전업·겸업) 및 경작형태(자경 또는 임차비중), 연간 실질소득 변화, 총소득 중 부채상환 비중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직불금 총액만을 대상으로 단순계산해 중·대규모 경작 농민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