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박사과정 중인 조혁상입니다.
문헌과해석사(태학사)에서 발간한 '문헌과해석' 2007년 봄 38호에,
무예도보통지에 대한 제 소논문인 '무예도보통지 검법의 금수명칭용어에 대한 고찰'이 수록되었습니다.
다음은 그 개요입니다.
1790년에 간행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는 이제까지 대표적인 조선시대 군사무예서로서 한국 내 각종 무술단체들의 주목을 받아온 텍스트이다. 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으며,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한 무예도보통지 수록 무술의 복원도 한국의 여러 무술문파에서 현재까지 수행되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유념해보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무예도보통지 무술의 복원이 과연 원문 텍스트의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성(槪念性)에 입각해서 행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무예도보통지 속에서 금수(禽獸)와 관련된 명칭(名稱)이 붙어있는 무술용어들의 경우, 연구자가 무예도보통지언해(武藝圖譜通志諺解)를 참조하지 않고 한문 원문 텍스트만을 이용하여 번역했을 때 그 무술용어가 가지는 원래의 의미에서 궤를 벗어난 해석상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는 금수명칭이 붙어있는 무술동작 자체의 목적성에 대한 이해도를 저해하는 양상을 초래하게 되고, 이 잘못된 해석이 무술단체의 텍스트로서 각 단체 소속 수련생들의 교육에 그대로 활용될 시에는 결국 한국의 무술계에 있어서 오류가 오류를 계속해서 재생산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무예도보통지에 나타난 금수명칭용어들은 용어 그 자체 안에 동작의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다. 맹수의 기본적인 공격적, 방어적 속성인 야수성(野獸性)을 전제로 하여 명명한 금수명칭용어는, 표범, 여러 가지 종류의 용(龍), 일반적인 새 또는 봉황이나 매, 지조(鷙鳥), 금계(金鷄), 흰원숭이나 외뿔소, 호랑이, 백호, 양 등 다양한 동물의 형태와 습성을 반영한다.
무예도보통지의 검법 부분에서 나오는 금수와 관련된 동작 명칭은 대부분 검을 든 자가 주체적으로 한 마리 금수가 되어 적을 공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령 표두세(豹頭勢) 같은 경우 보통 ‘표범의 머리를 친다’라는 식의 해석이 일반적으로 퍼져 있으나, 언해본을 분석해보면 ‘표범의 머리로(!) 치는 것이다’라고 해석된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표범의 머리가 격살해야 할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검의 사용자 자신이 머리를 치켜들고 공격하는 한 마리의 표범이 되어 적을 검으로 격살(擊殺)하는 동작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번역본들은 언해본을 참조하지 않고 원문 자체의 번역만을 중시한 결과 이와 같은 미묘한 차이들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좌익세(左翼勢), 우익세(右翼勢), 전시세(展翅勢), 염시세(斂翅勢) 등 조류(鳥類)의 날개와 관계된 무술 동작명칭도 전부 검을 쓰는 자가 새 자체가 되어서 행하는 자세들이다. 이러한 자세들은 단순히 새의 날개를 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검을 든 자가 새가 되어 그 날개로 적을 치는 것이다. 그 밖의 위에 언급한 다양한 동물들과 관련된 금수명칭용어들도 역시 검을 든 자가 금수가 되어 적을 공격한다는 동일한 목적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