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못 봅니다. 한 사람은 안에서 바쁘고 한 사람은 밖에서 바쁩니다." 부부가 형사다. 투캅스다.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같은 층에서 근무해 자주 보겠거니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의외다. 바빠서 하루 종일 못 보고 지내는 날도 흔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부인은 내근을 주로 하고 남편은 외근을 주로 한다.
바빠서 자주 보지도 못하는 부부 형사에게 안팎으로 경사가 터졌다. 지난 연말 동시에 특별승진한 것. 특진 자체가 쉽지 않은 터에 부부가 한날한시 계급장을 바꿔 달았으니 경사 중에서도 겹경사다. 남편은 서면에서 지척인 부산진경찰서 형사6팀 최준영(35) 형사. 부인은 경제3팀 고보경(33) 형사. 각각 경사로 진급하고 경장으로 진급해 계급장도 반짝거리고 사람도 반짝거린다.
두 형사가 처음 인연을 맺은 곳은 형사과 사무실. 최 형사가 근무하는 형사과로 고 형사가 배치되면서다. 이때가 2010년 2월. 최 형사는 2005년 경찰에 입문해 고 형사에겐 4년 선배다. 선배는 항상 웃는 후배가 보기 좋았고 후배는 끈기 있는 선배가 보기 좋았다고 한다. 당시 형사과장과 강력팀장이 다리를 놓아 부부가 되는 강을 건넜고 19개월짜리 애가 있다.
무슨 공적으로 계급이 `특별히' 올랐을까.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특진했지만 사유는 각각이다. 남편 최 형사는 부산에서 범인을 최고로 잘 잡은 형사팀 일원으로, 부인 고 형사는 부산에서 수사기능이 최고로 뛰어난 경제팀 일원으로 새 계급장을 달았다. 법학을 전공한 최 형사는 태권도 유단자고 신문방송을 전공한 고 형사는 검도 유단자다.
"밤을 꼬박 새워서 잡았죠." 최 형사가 작년 한 해 팀원들과 해결한 사건은 198건. 강간범 5명, 절도범 211명 등 무려 314명을 검거해 부산경찰청 형사활동 평가 1위를 차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작년 7월 금은방 특수절도 외국인 검거 사건. 남미인 5명이 5천만원 상당 귀금속이 든 가방을 범천동 모텔에서 훔쳐 서울로 달아난 사건이다. 팀원 7명과 잠복근무해 가며 차에서 햄버그 먹어가며 사건발생 이틀도 안 돼 4명을 검거한 게 뿌듯하다. 보람은 또 있다. 경북 구미 아주머니가 보내준 김밥은 두고두고 꿀맛이다. 도둑맞은 귀중품을 도둑 잡아 되돌려준 데 대한 보은의 김밥이다.
형사부서인 만큼 근무시간은 대중없다. 기본적으로 9시 출근하고 밤 10시 퇴근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고서야 정상근무에 들어간다. 6일에 하루는 24시간 당직을 선다. 다행히 형사팀 근무경험이 있는 아내이기에 남편 바깥일을 이해해 주기로는 넘버원이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날 아내는 아이에게 그 이유를 들려준다. 그러면 아이는 말귀를 알아듣는다. 아이는 겨우 19개월이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로 돈 얘기하면 백 프로 믿지 마세요." 부인 고 형사는 잊고 살았던 학창시절 `끼'를 사회에 나와서 되찾은 경우다. 경찰공채에 응시하면서 제출한 중학교 학생기록부를 살펴보니 1, 2, 3학년 장래희망이 죄다 검사. 경찰이 되면서 본래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기분이다.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경제팀 형사답게 보이스피싱 조심을 각별히 당부한다. 하루하루 사는 게 각박한 서민들을 노리는 사기 대출도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낯선 사람 전화 한 통에 절대로 넘어가지 말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부부 형사가 본받고 싶은 인물은 최중락 전 총경. 오래 전 최불암이 열연했던 MBC 수사반장 롤모델이다. 범인은 이름만 들어도 떨었다는 형사분야 전설이라고 한다. 부부 형사를 대면한 곳은 부산진경찰서 1층 휴게실. 헤어지기 직전 지나가는 말로 어떤 경찰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특진경찰답게 대답도 특진감이다. "형사분야 최고의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최 형사) "국민이 체감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고 형사)
첫댓글 므찐부부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