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국 그늘'모바일게임 현주소
5년째 3000억원 시장에 머물러… SW 작업 한계로 해외수출도 난관
업체 구조조정 때 10%만 살아남아 게임지원 여건 좋은 스마트폰에 승부
우리 게임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면서 ‘온라인게임강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에 비해 모바일게임 분야 성적표는 초라하다. 작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29억달러(약 3조3000억원). 전 세계 시장의 23% 수준으로,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대표업체인 넥슨은 올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게임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06년부터 수년째 2000억~3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어 2008년에는 4.5%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때 1000개 정도의 기업이 뛰어들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현재는 100여개 정도만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100억원을 넘은 기업도 작년 기준으로 컴투스(317억원), 게임빌(244억원), 넥슨모바일(152억원), 엔타즈(146억원) 정도다.
올해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게임업체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일반폰에서는 선보일 수 없었던 고성능·고해상도의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고 오픈마켓(온라인 콘텐츠장터) 활성화로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게임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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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게임 코너에는 우리 게임을 올릴 수 없다. 애플·구글이 한국의 게임 사전 심의 제도를 거부하며 게임 코너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속히 심의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영세한 모바일게임업체들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00개 달했던 기업 '구조조정'… 외산 게임기에 치여
지난 1999년 컴투스가 국내 최초로 휴대폰 전용게임을 선보이면서 국내에서도 '모바일게임' 시장이 열렸다. 지오인터랙티브·게임빌·넥슨모바일 등 선발업체를 중심으로 2002년 국내 시장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하자, 10명 미만의 소규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과 달리 2000~3000원의 게임비는 물론 비싼 데이터 통화료까지 내야 했기 때문에 국내 게이머의 정서에 맞지 않았다. 한 모바일게임업체 사장은 "3000원짜리 게임을 내려받는 데 1만원이 넘는 데이터 통화료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게임이 안 팔려 게임 하나 만들고 사라진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강대 이재홍 교수는 "2000년대 중반 닌텐도DS 열풍이 일면서 국내 모바일게임의 쇠락은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때 1000여개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모바일게임업체 수는 현재 100개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와 넥슨모바일의 '메이플스토리', 컴투스의 '미니게임천국' 등이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지만, 이는 한해 쏟아지는 모바일게임 수(약 300종)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작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608억원으로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가 2010 회계연도에 모바일게임으로 벌어들인 매출(2억1200만달러)과 비슷하다.
◆브랜드·영업력 부족해 해외 시장 공략 한계
국내 대표 업체로 불리는 컴투스와 게임빌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법인 설립은 물론 해외 이동통신사의 문을 두드려왔다. 하지만 이들의 지난해 해외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선에 불과하다. 모바일게임은 휴대폰 특성에 따라 일일이 소프트웨어(SW) 작업을 해줘야 하지만 각국에서 쏟아지는 단말기가 워낙 많은데다 현지 이동통신 업체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미주 지역은 미국 EA가, 유럽 지역은 게임로프트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모바일게임도 비디오게임 같은 느낌을 연출해야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과거에는 해외 이동통신 업체의 담당자를 만나는 것부터 힘들었다"며 "브랜드나 영업력이 부족한 우리 기업에 서비스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구세주로 등장… 시장 확대 기대
국내외에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모바일게임업체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CPU(중앙처리장치) 속도, 그래픽, 용량, 터치스크린 등 게임지원 여건이 우수하다. 따라서 예전에는 역할수행게임(RPG)이라고 해도 2~3메가바이트(MB) 수준의 간단한 게임밖에 만들 수 없었다면 스마트폰에서는 수십 MB 용량에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 PC에서나 볼 수 있었던 1인칭총싸움(FPS) 게임은 물론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게임(인터넷 친구찾기 사이트를 활용한 게임) 같은 장르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의 권준모 사장은 "스마트폰 덕분에 모바일게임의 장벽이었던 용량이나 유통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게임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PC·온라인게임을 추월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심의 제도 개선해야… 정부 지원 정책 절실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심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게임에 대한 사전 심의를 사후 규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게임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둔 상태이지만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송병준 게임빌 사장은 "한국 정부와 국회는 물론 애플·구글도 한국 심의 제도 문제 해결에 서로 협력해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책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용석 넥슨모바일 실장은 "모바일게임업체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면서 "정부가 제작비 지원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