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시집『동네에 저녁이 와서』가 도서출판 '푸른별'에서 나왔다.
120쪽에 8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앞날개에 시인은 근영과 약력이 있고 '책머리에'에 이어 목차와 작품, 수록작품 게재지 일람이 있으며
뒷날개에 시인의 시집 목록이 있다.
정가는 9,000원이다.
시인 김석규는 경남 함양에서 출생하여 부신사대, 부산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에 이어『현대문학』에 청마 유치환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풀잎』『남강 하류에서』『저녁 혹은 패배자의 퇴로』『먼 그대에게』『섬』『적빈을 위하여』
『훈풍에게』『낙향을 꿈꾸며』『쳥빈한 나무』등 많은 시집을 간행하여 경남도문화상, 현대문학상,
봉생문학상, 부산시인협회장상, 윤동주문학상, 부산펜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시인협회장을 역임하는 한편 경남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중고등학교장, 울산광역시 교육청 장학관,
울산교육연수원장, 울산광역시 교육청 교욱국장 등 오랜 기간 교직에 종사하여 정부로부터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
* 시인의 작품 읽기 *
어느 날
초등학교 다니는 외손자와 통화를 하는데
"할아버지 이제 교장 떨어졌다먄서요"
"그래 그만 떨어졌다"
……
"그래도 시인은 아직 안 떨어졌다"
퇴임 이후
요즘 뭘로 소일합니까.
집에서 조그만 가내공업을 하나 하지요.
잘 돌아갑니까.
에에이 잘 돌아가기는요……
그ㅡ래 뭘 마느드는데요.
언어의 연금술이라 매일 밤 늦게까지 망치질을 하지요.
속 퇴임 이후
밤늦도록 망치질하면 정련된 걸작품 쏟아져 나옵니까.
에잇 나오기는요 하나같이 시원찮은 것들뿐인데요.
물량주문은 좀 들어옵니까.
몇 달 가 봐야 한 건 있을까 말까 한데
그걸 싸나 그저 달라고 하지요.
판로개척이나 시장확보에 발 벗고 다닐 수도 없고……
그럼 어쩝니까.
창고 바닥에 차곡차곡 쌓아두지요.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수야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어쩝니까 사람의 정신을 살 찌우는 일인데
봄 기미
추위도 낞이 헐거워졌다.
나무들은 벌써 만 리 밖의 봄 오는 소릴 듣는다.
천기누설이다.
백화점으로 가는 여인들이 어제보다 수다스러워졌다.
조춘
뒷 대숲 그늘에 마지막 눈 녹는 소리
감실감실 햇살 기어드는
토방에 벗어놓은 짚신 날 풀어 집이라도 짓는지
멧새 한 쌍 번찰로 내리고
낮달이 지나는 길에 무심히 구름 흐르고
동네에 저녁이 와서
시를 쓰는 저녁은 가난하다네
일찌감치 불이 꺼진 중국집
누가 문을 두드리는지 말이 없네
굴뚝도 따라서 아무 말이 없네
하얀 종이 위로 연필은 가 닿지 않고
멀리 떠난 잊어버린 사랑이네
이제 막 눈을 비비고 나온 불빛들
후루룽 후루룽 날아다니고 있네
매캐한 끄으름이 하얀 종이 위로 내려앉네
부뚜막의 감자는 다 식고
누군가 늦게 돌아와 숟가락을 만지네
찬물 한 사발 둘러마시네
서리 긴 사연 강물 이루는 벌레소리
사다리도 없이 밤새도록 하늘로 흘러서
마침내 은하수 가에 울음이 타는
시를 쓰는 저녁은 가난하다네
첫댓글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여기 올려놓은 시만 보아도 선생님의 만만찮은 필력과 연륜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밤 늦게까지 시의 망치질 소리가 저의 게으름을 깨우는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 두루 읽히는 시집을 내주셔서 진정 감사드립니다. ^*^
시를 쓰는 저녁 풍경이 눈물겹게 아름답습니다.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김석규사백님 시집 상재 축하드립니다. 백석의 나병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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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가난하고도 풍요로운 저녁에 닿고 싶습니다. 김석규 선생님의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 고향 함양의 자랑스런 시인입니다. 7월에는 함양 하림공원에 시비가 세워지죠.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