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조직검사 결과에 잔뜩 긴장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담당의사의 말이 귓전에서 맴든다. 긴장이 풀린 남자는 병원문을 나섰다. 그 남자의 손엔 6개월치 약이 한보따리 들여 있었다. 그 때 하늘엔 펄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자동차 시동을 걸어 눈길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남자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눈길에 아주 취약한 후륜 구동에 스노우체인도 없었기 때문에 서둘러 임진강변의 작은 움거로 가야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지만 남자는 강북도로를 따라 눈이 펑펑내리는 한강을 바라보며 그만 눈속에 스며든 작은 소년이 되어 한없는 동심의 세상에 빠져 버렸다. 게다가 암일 것이란 의사의 생각과는 달리 조직 검사결과는 달랐기 때문에 기분이 한없이 고조되어 있었다.그기에다가 그가 좋아하는 함박눈까지 오니 그 남자는 한없이 들떠서 눈속 풍경속으로 스며들었다.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변을 달려 나갔다. 함박눈은 그를 겨울동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갔다.
그 때 걸려 온 전화! 부루투스를 통해 들여 오는 목소리는 익숙하지 않은 여자였다. 눈이 펑펑 쏫아지는 강변도로 위에서 들여 온 여성의 목소리 만으로도 남자는 기분이 더 좋아졌다. 자신의 이름을 밝혔지만 남자는 누군지 알아내지 못했다.여자는 3년 쯤 전 어느 화랑에서 만나 잠시 대화 했음을 상기했지만 누구구인지 뜨 오르지 않았다. 괜히 미안했다. 남자는 기억하지 못함이 미안해서 더 반갑고 더 감정이 고조되었다. 여자는 남자가 방금 병원에서 나와 임진강변의 집으로 가는 중인것을 아는듯한 눈치였다. 우연의 필연인가? 필연의 우연인가? 남자는 그 순간 낯 선 여자의 전화에 필연을 상상하고 있었다. 함박 눈이 그를 그렇게 상상 속 동화의 주인공으로 빠져 들게 했다.
여자의 전화 목소리가 맑았다. SNS를 통해서 남자가 남긴 글을 통해 근황을 보고 가끔은 안부도 전했는데 남자가 무심해서 알지 못함을 섭섭해 했다. 누굴까? 하는 생각보다는 그저 눈이 내리고 기분이 한껏 동심에 빠진 남자에겐 여자의 전화는 그 자체만으로 기분좋은 설렘이었다.
드릴 말씀이 있으니 시간이 되면 잠시 자신의 화실에서 볼수 있겠냐고 물어 온다. 여자는 화가였다. 화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그녀의 화실이 있었다.우연이 만든 것 치고는 너무도 완벽했다.
번개팅하듯 가볍게 오시면 된다는 여자의 말에 남자는 흔쾌히 찾아가겠다고 화답하곤 콩닥콩닥 설레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엇일까? 특별한 행운? 다른 어떤 상황도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고 생각나지도 않았다. 알려준 주소지는 그 남자가 있는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남자는 처음 가보는 길이었지만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남자가 먼저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여자가 오기를 기다리며 눈이 펑펑내리는 낯선 시골길을 걸어면서 눈을 바라보았다. 늘 눈이오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스토리 눈속에서 두 남여 주인공이 보여주는 한없이 낭만적인 장면속의 그 남자 주인공이 된듯 상상의 미소를 지으며 남자는 눈속을 걸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이미 만난 분이었음을 알았지만 퍼즐은 맞추어 지지 않았다. 그러나 왜 보자고 했을까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새롭게 다가오는 이 느낌만으로도 낯선 화실에 성큼 온 이유는 충분했다. 혼돈이 만들어 주는 설렘만으로도 남자는 충분히 기분 좋은 상태였다. 여자의 화실은 작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지만 무질서는 없었다. 뭐랄까? 무질서가 만든 조화 불편함없이 바라볼 수 있는 무질서! 좋았다.남자는 익숙한 공간처럼 편했다. 세상이 모두 아름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씩 어둠이 뭇어 오는 온누리에는 눈이 내리고 있고 가슴엔 알지 못하는 설렘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여자는 분주히 떡만두 국을 준비하면서 계속 남자에게 질문을 했다.
남자가 sns에 쓴 글들을 읽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궁금함이 쏟아져 나왔나 보다. 그녀는 당돌한 질문을 했다. "혹시 예전에사랑을 해본적이 있어신가요?" 남자는 순간 멈칫했다.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하는 속 마음은 뭘까? 싫지 않은 당혹감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는 그 질문이 촉매가 되어 편안하고 솔직하게 주제에 제한 없이 예술과 사랑 창조와 삶 그리고 우리들 세상이야기로 끊임없이 이야기는 이어져 나갔다.
여자는 남자의 건강이 걱정이라며 자신이 건강을 회복한 이야기를 길게 하면서 남자도 자신의 방법으로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권했다.
편했다.
남자는 이야기 중에도 바깥은 눈이 얼마나 왔을까? 로면은 얼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자리를 일어서야만 했다. 시계는 이미 10시를 훨씬 넘기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는 혼돈과 질서가 잘 뒤썪인 공간에서 이미 다섯시간을 넘겨 서로를 이야기 했던 것이다. 여자는 둘의 담소과 너무도 편함은 글 때문이었다고 한다. 남자도 여자와 있는 시간이 마냥 신기하고 좋아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한다.
밖으로 나오니 대지는 하얗게 눈이 덮혀 있었다. 길은 눈이 살짝 얼어 미끄러웠다.
남자가 사는 곳은 더 북쪽의 임진강변! 초행길!차를 가지고 가는 것은 너무도 불안해서 여자의 차로 가고 다음 날 차를 가지고 가기로 정하고 부탁을 했다.여자의 집도 그리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아름다웠다. 여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둠을 뚫고 가는 내내 남자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눈이 내린 밤의 대지는 신비로운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 주었다. 그런데 차를 몰아 북쪽으로 갈수록 눈은 조금만 내려서 도로는 운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거의 다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헤아린듯 다시 화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차를 가져가는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지 않아도 다음 날 교통편이 마땅찮아서 걱정하던 남자는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길 청했다. 되돌아 오는 길 좀더 가까워 지는 느낌을 남자와 여자는 느꼈다. 왜 여자는 늦은 시간 돌아가는 것을 제안했을까?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남자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기뻣다. 여자는그랬을 것이라고 남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다음 날 외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만나는 다음날외국으로 떠나는 여자는낯설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남자와조금 더 있고 싶었다.
여자는 공항을 갈 때 남자친구가 환송하기 위해 바라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한번도 그런적이 없다고 했다. 남자가 공항까지 전송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놀라하면서도 여자는 그 말을 했음을 남자는 알아 차린다. 장난기처럼 그러나 진지하게 남자는 공항에서 여자를 보내며 뜨거운 환송키스를 하는 영화를 생각하면서프렌취 키스를 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공항엘 같이 갈 수 있다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키스쯤이야 할 수 있다고 화답한다.
그랬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건가? 함박눈이 내린 그 서정이 만든 사랑일까? 여자의 마음 속엔 오래 전부터 남자를 생각해 온 편안함 에서 일까? 아님 밤이 주는 로맨틱한 기분 때문일까?두사람은 소년 소녀처럼 설익은 사랑 속으로 빠져 들었다. 마치 눈이 내려 대지를 조용히 덮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듯이.
다시 화실이 있는 한적한 눈 덮힌 시골의 어느 길섶에 이러렀다. 어둠속의 하얀대지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나무에 핀 설화는 그저 꿈속이듯 환상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차를 세우고 여자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아주 오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둘은 가볍게 키스를 했다.
다음 날 공항시간에 맞추어 캐리어를 싣고 공항으로. 향했다.
풋풋하다. 마치 소년 소녀처럼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싶어했지만 멈칫거리는데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먼저 남자의 손을 잡는다. 따스하다. 그리고 참 작은 매마른 손이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의 마음이 너무도 따스해서 좋았다. 수줍음 속에서도 단아한 품격을 담은 남자에 대한 배려심을 남자는 느꼈기 때문이다
공항이 가까워 질 때! 여자는 그런다.글을 읽어서 인지 편하고 좋았다고. 오랜 지인처럼 느껴진다고.
남자도 그랬다.아주 오래된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따스했다고 고백한다.
여자는 그녀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가슴에 설렘이 있으면 돌아와 연락을 하고 설렘이 느껴지지 않으면 연락하지 않아도 되냐고 독백처럼 묻는다.
남자는 흔쾌히 좋다고 답한다.둘은 밝은 태양이 주는 부끄러움에 노출되어 프렌취 키스는 하지못한체 가볍게 이별 키스를 했다.
첫댓글난 그 남자가 되어 함박눈 길을 걷습니다.상상의 나래를 펴며 거슴츠레 눈을 뜨며 하늘도 봅니다. 그녀가 보이는군요. 개미처럼 작은 비행기가 손짓을 하네요. 글 재주가 좋아요. 구상도 좋고 독자에게 편안함도 주고 아련함도 주네요. 2부가 궁금하네요. 언제 해후할지?&
무위선생, 내 삶에 대한 반추, 자신의 꿈과 사랑에 대한 형상화가 소설인 거지요? 그런 삶의 꿈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덕분에 문득 젊어진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또 함께 설렐 수 있었습니다. 꿈과 사랑의 설렘이 있는 삶,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죠?
그렇습니다 저는 단 한편의 소설을 쓰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을 제대로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답니다. 그러던 중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연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답니다. 그냥 가볍게 쓰 본 단편소설인데 제대로 형식은 갖추어 지진 못해 부끄럽습니다.
첫댓글 난 그 남자가 되어 함박눈 길을 걷습니다.상상의 나래를 펴며 거슴츠레 눈을 뜨며 하늘도 봅니다. 그녀가 보이는군요. 개미처럼 작은 비행기가 손짓을 하네요.
글 재주가 좋아요. 구상도 좋고 독자에게 편안함도 주고 아련함도 주네요. 2부가 궁금하네요. 언제 해후할지?&
송백선생!
좋은 아침입니다.
제주의 아침이 주는 상쾌함이 전해 짐니다.
땀흘려 짓는 농사 풍년에 깃들길 바랍니다.
습작입니다.
그저 한번 쓰 본 글입니다.
읽어 주시니 감사해요.
좋은 하루 되세요
평소에 참다운 문필가는 소설가라고 생각합니다만, 계속 정진하여 좋은 성과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러시군요.
저도 누구나처럼
소설을 한번 쓰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닌지는 오래지만 글재주가 미흡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작은 꽁뜨같은 단편 소설 한번 습작으로 쓰보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멋진 주말되소서
상상력이 대단하시네요. 어젯밤엔 빗소리 듣고, 오늘 아침엔 눈오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덧 주인공이 된듯한 야릇함과 황홀함. 제발 저를 유혹하지 마세요^^^ 흑흑흑.... 잘 읽었습니다.
월몽선생!
지난 번
어비 동천에서 가까이 뵐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은은한 기풍이 베어 있는
선비의 풍모을 느꼈답니다.
그기다 긴긴시간 쌓아오신 서도를 즐기시는 내공도 엿보여서 큰 호감이 생기더이다.
언제 월몽 선생이 쓰신 붓글씨 직접 보고 싶군요.
제 습작을
이렇게 읽고 공감해 주시니
습작을 쓴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멋진 하루 되소서
글은 속마음의 그림자지요. 마음이 젊
으면 청춘인데 무위자연은 새장가 갈
건강ᆞ정력은 만땅코인것 같아요.
나도 중 2학년 12월에 이성교제를
시작했는데~ 어쩌다가 고희가 되었
는지 믿어지지 않지만~
우리 모두 젊고 즐겁게 삽시다.
글이 좋은 이유는 무엇이든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은 누가 멋진 사랑을 따라가겠어요.
참 일찍 사랑을 경험하셨군요.
저는 모태 솔로로 장가를 갔답니다.
연애한번 못하고요.
오직 소설 속에서 대리만족하며
그 풋풋한 청소년기를 보냈답니다.
아쉽게도.
ㅎㅎ
덕담에 웃음 짓습니다.
새장가는 무신.
저는 관심 둔 적이 없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 덕담 감사합니다.
멋진사랑님
무위선생,
내 삶에 대한 반추, 자신의 꿈과 사랑에 대한 형상화가 소설인 거지요? 그런 삶의 꿈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덕분에 문득 젊어진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또 함께 설렐 수 있었습니다. 꿈과 사랑의 설렘이 있는 삶, 나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죠?
그렇습니다
저는 단 한편의 소설을 쓰는 것이 버킷리스트에 담겼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을 제대로 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답니다. 그러던 중 한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연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답니다.
그냥 가볍게 쓰 본 단편소설인데 제대로 형식은 갖추어 지진 못해 부끄럽습니다.
함께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운 밤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