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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13 실크로드 동창회 원문보기 글쓴이: 청계산인(홍석경)
내가 터키 여행를 가기로 맘을 먹고 나서, 가보고 싶었던 장소엔 사프란볼루(Safranbolu)는 없었다. 아니 이런 동네가 있는지도 몰랐다. ^^;; 아내가 1달여에 걸쳐 터키 여행 코스를 짜고나서 나에게 여행코스를 얘기해주는데 이스탄불 다음 코스가 사프란볼루였다. '어떤 동네여?' '응, 중세 터키의 마을이 잘 보존된 곳인데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야, 우리나라로 치면 하회마을 같은 곳이야.'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동네풍경을 살펴보니, 붉은 기와 지붕이 얹히고 집 벽면엔 X 자로 나무기둥이 있어 마치 스위스 농가같기도 하고, 사진으로만 본 프라하 시내같은 아름다운 전통 마을이었다.
이번 여행지의 상당 부분이 터키의 팜필리아 지방 (지중해 연안)과 이오니아 지방 (에게해 연안)에 있는 고대 로마시대 유적지이니, 터키 땅에서 터키의 민속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아뭏든 터키 첫 여행지였던 이스탄불에서 3일째 되는 9월3일 (수) 아침 7시에 호텔의 아침밥도 못먹고 사프란볼루행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이스탄불 에센레르 오토가르를 향해 길을 나섰다.
* 이스탄불 -> 사프란볼루까지 버스 이동 시간: 약 7시간 소요 (버스요금: 1인당 45 리라)
* 이스탄불 시외버스 터미널 (에센레르 오토가르) 가는 방법:
(트램) 술탄 아흐멧 (Sultanahmet)에서 승차하여 유스프파사 (Yusufpasa) 정거장에서 하차 후, 5~10분 거리에 있는 메트로(전철)역인 악사라이 (Aksaray) 역까지 땀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가서 메트로로 갈아타고 오토가르 역(Otogar Coach Station)에서 내리면 그 앞에 시외버스 터미널 (에센레르 오토가르)이 있다. (트램 요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2.3 리라 정도 했던 것 같다.)
에센레르 오토가르 (시외버스 터미널) 전경
사프란볼루행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시간이 남아서 터미널 맞은편 식당가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재하려고 하니 현금만 받는다고 하여 35 리라 정도 되는 식사비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니 동전 몇개만 남은 빈털털이가 되었다. ㅠ
한국과 달리 각 버스회사마다 매표소가 따로 있고 행선지도 다르기 때문에
사프란볼루행 매표소를 찾아야 했는데 #134번에 있었다.
9시에 출발하는 버스였다. 버스요금이 1인당 45 리라 (한화: ~18,000원)였나?
샤프란볼루엔 오토가르가 2군데 있다. 카라뷔크 오토가르보다는 크란쾨이 오토가르가 샤프란볼루에서 더 가깝다.
이제부터 터키 여행은 이런 장거리 버스를 타고 2일이나 3일 간격으로 계속 이동해야 한다.
* 사프란볼루 (터키어: Safranbolu):
터키 카라뷔크 주에 위치한 도시로, 면적은 1,000㎢, 높이는 485m, 인구는 47,257명(2000년 기준)이다. 흑해 연안에서 약 100 km 정도 떨어져 있고 앙카라(터키의 수도)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카라뷔크(카라뷔크 주의 주도)에서 북쪽으로 약 9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도시 이름인 사프란볼루(Safronbolu)는 이 도시가 오랜 세월 사프란 꽃 재배와 무역의 중심지였기에 "사프란 (saffron)"과 "폴리스"(그리스어로 "도시"라는 뜻)의 합성어인 사프람폴리스(Saframpolis, Σαφραμπολις)에서 유래되었다. 오늘날 사프론 꽃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22 km 떨어진 다부토바시 (Davutobasi)란 마을에서 여전히 재배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우수한 사프란 중의 하나라고 한다.
구 시가지에는 수많은 옛 건물과 공예품 1,008 개가 남아 있으며 개인 박물관 1곳, 모스크 25곳, 묘소 5곳, 폭포 8곳, 터키식 목욕탕 5곳, 캐러밴사라이 3곳, 시계탑 1곳, 해시계 1곳, 주택 및 맨션 수백 곳, 고대 마을에 건설된 제방과 돌무덤, 다리가 남아 있다.
17세기 오스만 제국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한때 번영을 누리기도 했으며 199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영어판) -
* 사프란 (saffron)
붓꽃과에 속하는 식물인 사프란 크로커스(saffron crocus, 학명: Crocus sativus) 꽃의 암술대를 건조시켜 만든 향신료이다. 암술대는 3개이며 이 부분을 말려서, 요리할 때 조미료로 쓰거나 염료로 쓴다. 지난 수십 년간 무게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향신료였던 사프란은 서남아시아가 원산지다.
사프란 꽃의 암술대를 건조시킨 것
사프란은 쓴맛, 그리고 요오드포럼 또는 건초와 비슷한 향기가 특색인데, 이는 피크로크로신(picrocrocin)과 사프라날(safranal)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이다. 또한 사프란은 카로테노이드(carotenoid) 색소와 크로신(crocin)이라는 화학 물질 때문에, 음식에 넣었을 때 풍부한 황금빛 내지는 노란 색조를 띠게 된다. 이러한 특색 때문에 사프란은 전 세계적으로 음식 재료로 수요가 많다. 사프란은 또한 의학적 용도도 갖고 있다. -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영문판)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길목의 풍경. 이번에 여행한 터키 여행지는 대개 이렇게 건조한 지대였다.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거의 7시간 걸렸다.
아래 사진은 카라뷔크 시내 진입할 때 풍경
사프란볼루의 신시가지 버스 터미널인 크란쾨이 (Kiranköy) 오토가르에 도착하고, 여기서 숙소 근처까지 돌무쉬를 타고 갔다. (사실은 크란쾨이 오토가르에 도착했는지, 아니면 여기서 8km 떨어진 또 다른 시외버스 터미널 카라뷔크 (karabuk) 터미널이었는지 확인을 못했다. 이스탄불에서 버스 티겟을 구입할 때 어느 쪽 터미널행인지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확인을 못했다. 가능하면 샤프란볼루에서 가까운 크란쾨이 오토가르행을 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터키 리라화 현금이 거의 다 떨어져서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택시비도 지불할 돈이 없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썬글라스를 낀 어떤 젊은 터키 친구가 다가와서 '어디 가시냐?'고 묻길래 숙소 주소를 보여주면서 이 곳에 갈꺼라고 하니 손가락으로 택시를 가리키며 택시를 타라고 한다. 그래서 "난 지금 현금이 없어서 택시비를 지불할 수 없으니, 세르비스(버스회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을 타고 가고 싶다. 어디에서 세르비스를 타면 되냐?'고 했더니 자꾸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약간 형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 난 지금 돈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세르비스를 어디서 타면 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몇 번을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진짜로 돈이 떨어졌나 보다하고 수긍하는 얼굴 표정을 짓더니 어디다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몇 분후에 세르비스가 아닌 돌무쉬가 도착하였다.
나는 젊은 친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무쉬를 타고, 운전기사에게 숙소 주소를 보여줬더니 큰길을 따라 어딘가로 한참 달리더니 '여기서 내리면 된다'면서 아래 사진의 동네에 떨궈주었다. 바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뒤져서 돌무쉬 비용으로 1인당 1.5리라~2리라 정도를 차비로 지불했다. 사전에 숙박 예약을 한 호텔은 나중에 알고 보니 사프란볼루 민속마을의 최외각지대에 있었기에 세르비스가 있었더라도 타고 갔더라면 내가 묵게 될 호텔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사프란볼루 민속마을 중심지 쪽으로 갔을 것이고 이렇게 됐다면 숙소를 찾느라 더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아니? 여기가 17세기 중세 터키마을이라는 사프란볼루가 맞아?
민속 마을같지 않은 풍경이 펼쳐져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저 앞의 골목길로 접어 든 다음 숙소까지 물어 물어 어렵게 찾아갔는데 약 4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이때까지 이스탄불에서 구입한 USIM 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스마트폰은 먹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구글지도를 켜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숙소는 사프란볼루 전통마을의 외각지대 (신시가지와 경계부근)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아름다운 전통가옥인 숙소에 짐을 풀고, 사프란볼루 중심지를 찾아갈 때도 (아래 지도에서 파란색 사각형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는) '과연 이 길이 맞나?' 하면서 마치 인디아나존스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길을 찾아갔다.
숙소에서 나와 언덕길 아래로 내려가니, 그리 깊지 않은 계곡 맞은 편 언덕에 샤프란볼루 사진에서 봤던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주민이나 관광객이 전혀 보이질 않아서 길을 제대로 찾았는지 불안한 마음으로 저 언덕길 위로 접어들었다. (위 지도에서 호텔을 나와 직진 후 첫번째 'V'자로 꺾이는 지점이 바로 아래 사진의 풍경이다.)
중간에 동네 아이들 4명을 만나서 손짓발짓을 곁들여 '사프란볼루' 길을 물으니 이쪽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모스크가 보이기 시작하여 제대로 길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에 은행이 눈에 띄어 가장 먼저 ATM 기에서 터키 리라화를 뽑았다.
ATM 기를 사용하다 실수할까봐 은행으로 들어가 사정을 얘기했더니 은행원이 나와서 ATM 기 버튼을 직접 눌러주면서 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전통마을 구경에 나섰다. 빈 지갑에 현금이 채워지니 마음도 푸근해졌다. ^^
기념품 가게마다 이곳 사프란볼루 전통가옥의 미니어처를 팔았다. 예뻤다.
이곳 특산물인 사프란을 활용한 각종 제품을 파는 가게. 한글로 된 선전 문구도 있었다.
사프란을 이용하여 만든 수제 비누
차르시 광장 부근에 있는 사프란 화장품 가게
차르시 광장이 끝나는 윗쪽에 경찰서가 있었고, 그 옆에 손바닥만한 정원이 있었는데 여기에 자그마한 일본식 전통 가옥이 있었다. 자료조사를 해보니, 1800 년대초 일본의 전통가옥이 잘 보존된 시라가와 지역의 갓쇼무라(白川合掌村: 백천 합장촌)의 전통가옥 모형이라고 한다. 시라가와 지역은 우리나라 동해에 접한 지역으로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하며, 지붕에 눈이 두텁게 쌓이지 않도록 지붕이 높고 경사가 가파른 것이 특징인데 마치 두손을 모아 합장한 듯한 모양의 이런 집을 '갓쇼즈쿠리'라고 부른다 한다.
(왼쪽 사진) 터키 사프란볼루의 차르시 광장 위쪽의 경찰서 옆에 있는 일본 전통가옥 (갓쇼즈쿠리) 모형
(오른쪽 사진) 일본 시라가와 지역의 갓쇼무라(합장촌)에 있는 전통가옥, 갓쇼즈쿠리
지진이 걱정거리인 일본의 학자와 건축가가 내진성이 우수한 사프란볼루의 전통 가옥을 연구하기 위해 찾아오게 되었고 이 내용이 일본에 소개되었으며, 이후 많은 일본인 관광객이 찾게 됨으로써 사프란볼루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사프란볼루와 일본의 전통 마을 사이에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이곳에 전통가옥 모형을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아뭏든 세월은 흘러 이번 터키여행에서 본 아시아계 여행객은 중국인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에 일본인보다는 한국인을 많이 만났다. 가게에 들어가면 중국인이냐? 중국에서 왔냐? 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 나는 웃으면서 '꼬레아'라고 답해 주었다.
일본 정원 부근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차르시 광장에 주차장이 있고 돌무쉬도 보였다. 크란콰이 버스터미널과 이곳을 왕복하는 돌무쉬 정류장이다.
골목길에서 연주도 하고
터키 전통 목욕탕, 하맘도 있고
포도넝쿨 거리
옛날에 낙타 대상들의 숙소였다는 캐러번사라이. 현재는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터키식 젤리인 로쿰 가게도 많았는데, 굳이 여행 안내서에서 소개된 로쿰 가게가 아니더라도 맛이 좋았다.
이층이 돌출된 형태의 터키 전통 가옥
마을 전경을 보기 위해 맞은편에 있는 높다란 언덕, 흐드를륵 언덕(Hidirlik Tepesi)에도 올라갔다.
몸도 좀 지쳤기에 언덕이 높아서 갈까 말까 하다가 올라왔는데, 만약 이곳에 올라오지 않았다면 몹시 후회를 했을 것이다. 이 곳은 그야말로 사프란볼루 관광의 디저트 같은 장소였다.
흐드를륵 언덕에서 조망하는 마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왔다.
이스탄불에서 호텔을 나선 시각이 아침 7시, 그리고 9시에 출발한 장거리 버스를 타고 7시간을 버스 안에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경이었고, 이 전통 마을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5시, 이 언덕 위에 올라오니 오후 6시, 오늘 일정은 강행군이었다.
지친 몸을 쉴 겸해서 이곳에 있는 찻집에서 따끈한 샤프란 티 한잔을 시키고 어느 덧 뉘엇뉘엇 지는 햇살에 붉은 기와지붕이 더욱 붉게 보이는 마을을 한동안 바라보면서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
황금빛 샤프란 티는 꽃차의 일종인데, 대개의 꽃차가 그렇듯이 깊은 맛은 없었다. 꽃차는 눈으로 음미하는 차이다.
에피소드 하나,
숙소를 찾느라 30 여분을 헤맸을 때, 숙소 근처에서 중학교 고학년~고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터키 여학생 3명을 만나게 되어 숙소위치를 물어봤는데, 어디에서 왔느냐? 고 묻길래 '꼬레아'라고 답했더니 무쟈게 반가와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몇마디 주고 받고 헤어졌는데 여기 사프란볼루 중심가 골목에서 또 만났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골목길에서 한 3번 정도 서로 마주쳤던 것 같다. 중심가 구경을 다 마치고, 맞은 편 흐드를륵 언덕을 가기 위해 마을 중심가를 벗어나 막 언덕길로 접어들려는데, 저만치서 이 여학생 3명이 부리나케 쫒아 오더니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한다.
"애들아, 나는 한류 스타가 아니라서 같이 찍어봐야 별 볼일 없다'는 뜻으로 손사레를 쳤는데 아이들이 애교까지 부리면서 한사코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번 사양하다가 할 수 없이 아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바이'하고 웃으면서 헤어질려는데 아래 사진의 전통가옥 모형을 주면서 선물이니까 받으라는 것이었다. 못하는 영어로 '나는 너희들에게 줄 게 없어서 선물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또 한사코 선물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아, 이것 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잠깐 망설이다가 뭔가 주고싶은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염치불구하고 받았는데 아이들이 몹시 기뻐하는 것이었다. 서로 기쁜 마음으로 손을 흔들면서 헤어졌기에 기분은 매우 좋았다.
아직도 아이들이 왜 나에게 이 선물을 주었는지 수수께끼인데, 한가지 짚히는게 있긴 하다. 터키 여행을 하면서 이 곳 가요를 몇 번 들은 적이 있고, 또 숙소의 TV에서 터키 뮤직 비디오를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터키 가요의 음정이 울나라 뽕짝이랑 꽤나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아마도 이 여학생들은 터키식 뽕짝에 질려서 젊은이의 취향에 맞는 한류가수 팬이 아니었을까 싶고, 그래서 꼬레아에서 온 나같은 사람도 반가움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아이들아~~ 이 전통가옥을 보니 다시 사프란볼루에 가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드는구나. ^^
첫댓글 즐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